'사이코지만 괜찮아', 우리가 자폐 오정세를 통해 위로받은 까닭

 

"배 째-" 자신의 엄마가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 형제의 엄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문영(서예지)이 자꾸만 자기 집에서 떠나라고 하자 상태는 그렇게 말한다. 그건 상태가 생각하는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자신들을 떠나라고 하는 문영 때문에 고민하던 강태가 상태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상태는 떠날 수 없는 이유로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하는 거고, 떠나도 같이 떠나야 한다고 한다. 자신들만 떠나면 문영이 혼자 남게 된다고 하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래도 떠나라고 하면 "배 째!"라고 하면 된다고 한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는 애초 보호를 받아야 할 자폐를 가진 형처럼 처음엔 등장했지만 어쩐지 갈수록 그가 동생들을 보호해왔다는 걸 알게 해준다. 문영의 엄마가 박행자(장영남)였다는 게 밝혀지고, 그가 문영의 집을 찾아와 강태와 문영을 궁지로 몰아넣을 때 그 위기에서 동생들을 구한 건 다름 아닌 상태였다. 그는 책으로 박행자의 머리를 내려쳐 쓰러뜨리고는 외친다. "내 동생들 괴롭히지 마!"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가 박행자의 머리를 내려친 책이 '세계명작동화집'이라는 사실이다. 갖가지 동화들을 뒤집어 새롭게 해석하고 잔혹동화를 통해 동화들이 부지불식간에 심어주는 왜곡된 시선들을 비틀어 보여줘 온 것이 이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였다. 그래서 매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미녀와 야수', '양치기 소년', '의좋은 형제' 같은 동화들이 부제로 달려 있지만 그 회차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그 동화의 메시지를 뒤집는 것이었다.

 

읽음으로써 효용가치를 지니는 '세계명작동화집'이 박행자를 내리치는 흉기로서 효용을 갖게 된다는 그 설정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자폐를 가진 채 보호 받아야할 존재로 여겨졌던 상태의 손에 의해 동생들이 보호됐다는 상황이라니. 동화 속 이야기대로라면 문영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강태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고 구해내는 게 흔한 구도였을 게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이 동화의 틀에 박힌 구도들을 깨버린다.

 

상태와 강태가 위급한 상황에 몰렸을 때 문영이 나타나 엄마와 대결하고 문영 역시 위기에 처했을 때 상태가 그들을 구한다. 강태가 아닌 문영이나 상태가 구원자이자 보호자로 등장하는 이 구도는 동화 속에서 늘 약자로 그려지던 여성이나 장애를 가진 존재가 사실은 너무나 편견어린 시선으로 상투화되어 그려지곤 했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상황이 모두 정리되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강태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미러링하고 문영이 키스를 해줘야 깨어난다고 상태가 말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 회를 남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는 사실상 이 드라마의 메시지에 해당하는 캐릭터였다. 그는 자폐를 가진 형 캐릭터였지만 잘 들여다보면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는' 그런 존재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들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함으로써 오히려 문제의 해결에 쉽게 도달한다.

 

사실 어른이 되는 일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다만 해야 할 말과 행동을 피하지 않고 하는 존재가 어른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상태는 어른이지만 아이의 그 순수함을 잃어버려 어쩌면 어른이라 말할 수 없는 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이 어떤 존재인가를 말해주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이런 점은 문영의 엄마가 강태의 엄마를 살해함으로써 갈등하게 되는 강태와 문영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 해답을 상태가 전해주는 대목에서도 발견된다. 박행자가 '서쪽마녀' 같은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 상태가 그가 준 둘리엄마 인형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버리겠다는 강태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이유로 상태는 "둘리엄마는 잘못한 게 없어. 그거 준 사람이 나쁘지 둘리엄마는 안 나빠. 얘는 잘못한 거 없어. 버리지 마."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는 문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영의 엄마가 나쁘지 문영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상태는 둘리엄마 인형을 통해 마치 어린이의 목소리로 전한다. 근데 그 말의 의미는 웬만한 어른들보다 낫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사이코'로 지칭되는 인물들은 이 작품 속에는 꽤 많다. 문영이 그렇고 괜찮은 정신병원의 그 많은 환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사이코는 그 지칭이 너무나 과할 정도로 왜곡된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걸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상태가 있다. 그는 어린이의 목소리로 어른인 척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어른의 말과 행동을 보인다. 우리가 그를 통해 감동하고 어떤 위안을 느끼게 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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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형사'가 손현주를 통해 그려내는 따뜻한 인간관

 

"잠깐 미웠던 거야. 네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잖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지." 자신이 밉지 않냐고 묻는 윤상미(신동미)에게 강도창(손현주)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 강도창을 사수로 뒀던 윤상미지만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와 성공하고픈 욕망에 이대철 재심 법정에서 거짓말을 해 강도창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였다. 하지만 강도창은 윤상미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그건 조직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지를.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강도창은 끝까지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사람이기를 포기한 실제 살인범 오종태(오정세)나 역시 살인범이거나 공모자인 정한일보 유정석(지승현) 부장 그리고 그들의 수족이 되어 동료를 배신한 남국현(양현민) 형사 같은 이들은 예외지만 인천 서부경찰서 문상범(손종학) 서장처럼 한 때 저 편에 서 있었지만 그 잘못을 뉘우친 인물은 포기하지 않고 챙긴다. 윤상미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것은 강도창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의 파트너인 오지혁(장승조)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정한일보 진서경(이엘리야) 기자는 이대철 재심을 뒤집을 증거를 갖고 있었지만 자신을 챙겨줬던 유정석에 대한 여전한 신뢰 때문에 그가 시키는 대로 이를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오지혁도 진서경을 포기하거나 그의 행위를 대놓고 나무라지 않는다. 그 역시 조직의 힘에 의해 무력할 수 있는 게 조직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오지혁은 끝까지 진서경을 포기하지 않고 거기서 느껴지는 진심은 진서경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이런 인간관은 강도창과 오지혁이라는 '모범'을 세워두고 그들의 그런 진심이 주변인물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는가를 보여준다. 그들의 모범은 현실에 찌들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며 살아가던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2팀이 이대철 사건의 진실을 계속 추적하게 만들고, 이를 방해하던 윤상미 같은 인물조차 흔들리게 만든다. 윤상미는 강도창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묻는다. 좀 못된 말도 못된 짓도 하고 그래야 자신처럼 '나쁜 년'도 위안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그건 강도창의 '모범'이 스스로에게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윤상미에게 강도창은 자신의 선택을 생색내지 않는다. "야 나도 너처럼 잘나고 똑똑했으면 너처럼 살았을 거야. 멍청해서 이렇게 사는 거야." 그의 말은 반어적으로 들린다. 모범으로 살아가는 일은 현실적으로는 '멍청한 짓'이 된다. 그게 불량한 시스템이 만들어내고 있는 짓들이다.

 

<모범형사>의 대결구도는 그래서 강도창, 오지혁과 오종태, 유정석이 벌이는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라, 모범으로 서 있는 강도창, 오지혁의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진심과, 불량한 시스템에 기대거나 편승해 권력을 누리는 오종태, 유정석의 이용해먹으려고만 하는 거짓의 대결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대결의 결과는 진범이 잡히고 처벌받는 것으로 드러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시스템에 흔들렸던 많은 이들이 이 '모범형사'가 하는 '멍청한 짓'에 가책을 느껴 그 편에 서게 되는 것으로도 그려지고 있다.

 

모두가 불량해진 세상에서 어쩌면 '불량한 것'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 그렇게 살아간다 치부하며 잘못을 잘못으로 여기지 못하게 되는 것. <모범형사>가 그 불량한 세상에 애써 '모범'을 세워놓은 건 그들의 바름을 칭송하기 위함만이 아니다. 불이익을 받을지라도 여전히 모범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이들이 있어, 적어도 불량한 것들이 드러나고 그걸 알게된 이들이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길을 제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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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좋은 드라마엔 어째서 늘 오정세가 있었을까

 

자신의 엄마가 사랑하는 강태(김수현)와 이제 가족이 된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된 문영(서예지)은 충격에 빠져버린다. 강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영 옆에서 떠나지 않고 그를 지키고, 상태는 문영이 아프다는 얘기에 순덕(김미경) 아줌마가 만들어준 죽을 싸서 문병을 온다.

 

하지만 문영은 상태를 마주 보지 못한다. 그저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라고 말할 뿐이다. 상태는 왜 문영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동생 강태와 싸웠을 거라 짐작하며 애써 문영의 입에 죽을 떠넘겨주려 한다. "용서해줘." 문영이 그렇게 말하자 상태는 선선이 "이거 먹으면 용서해줄게"라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처럼 문영의 입에 죽을 넣어준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이 특히 감동적인 건 자폐를 가져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할 거라 여기는 상태가 오히려 문영과 강태를 애써 챙기려는 그 마음이 보여서다. 그는 "내가 형이니까"라며 강태에게 용돈을 쥐여주기도 하고 이제 가족으로 받아들인 문영 또한 형으로서, 어른으로서 챙기려 한다.

 

물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강태와 문영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위에 서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도 상태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이 만만찮게 느껴진다. 그는 사실상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폐는 아니고 나아가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 속 그 어떤 인물보다 건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상태라는 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이토록 실감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연기해낸 오정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기가 가능해진 건 아마도 이 배우가 진정으로 자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정세가 지적장애를 가진 팬에게 꿈같은 하루를 선물해준 미담은 이 배우의 진가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진 챌리스트 배범준씨가 드라마를 보며 상태를 위로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상태의 모습 그대로 배씨와 놀이공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 만남을 성사하게 해준 배씨의 여동생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 오빠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시며 노력하셨는지 느껴졌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오정세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생각해보면 최근 오정세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고 그 속에서 오정세는 확실한 자기만의 연기 영역을 보여줬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그는 옹산 군수를 꿈꾸지만 잘 나가는 홍자영(염혜란) 변호사와 찌질하지만 따뜻한 로맨스를 담은 노규태로 분했고, <스토브리그>에서는 백승수(남궁민) 단장과 각을 세우는 권경민이라는 악당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의 상태는 물론이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모범형사>에서 오종태라는 악당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찌질하지만 인간적인 남자 역할에서부터 뒷목잡게 하는 악당과 천사가 따로 없는 자폐를 오가며 오정세는 이처럼 나날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최근 좋은 작품으로 호평을 이끌었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고르는 남다른 선구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선구안이 좋고 운이 좋아도 작품을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연기가 따라주지 않았다면 오정세가 이만큼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사실 오정세는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배우가 아니다. 그는 늘 주인공 옆에 서 있거나 혹은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주인공인 문영에게 죽을 떠 먹여주고 강태를 형으로서 챙기는 그의 연기는 주인공 그 이상의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오정세는 마치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처럼 그런 주변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괜찮아.'

 

이런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면 중심에 있건 주변에 있건 빛나기 마련이다. 자폐를 가진 상태라는 인물이 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가장 건강하게 보이는 것처럼, 오정세는 어쩌면 자신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걸 혼신을 다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엔 오정세가 늘 있었다는 말은 거꾸로도 들린다. 오정세가 있어 좋은 드라마가 됐을 수도 있다는.(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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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사이코'가 반전을 통해 던진 질문

 

아마도 한껏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만 알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단 몇 초 간 보여준 반전에 소름이 돋았을 게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정신병원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가 가슴에 나비 브로치를 한 채 운전을 하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 브로치는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옷에 달고 있던 것이고, 고문영(서예지)의 엄마가 옷에 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 브로치는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가장 환자를 배려하던 수간호사가 바로 그 살인범이자 살해된 줄 알았던 고문영의 엄마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한편 문영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홀로 아파하며 이를 숨기려 했던 강태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제는 가족이라고 서로를 챙기기 시작한 강태와 문영, 상태는 괜찮은 정신병원에 같이 출근하다가 상태가 그린 벽화에 누군가 그려놓은 거대한 나비 그림 앞에서 굳어버렸다.

 

나비가 보면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만 했던 상태는 이제 도망치지 않고 맞서겠다 마음먹고 조금씩 나비를 습작하기 시작하던 터였다. 그래서 벽화에 나비를 스스로 그려 넣는 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살인범이 그려 넣었을 그 벽화의 나비 그림은 상태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협박처럼 보였다. 상태는 다시 공포에 질렸고 그래서 그 그림이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달고 있던 브로치 문양이라는 걸 말했으며 문영은 그제야 자신의 엄마가 강태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걸 알아챘다.

 

물론 아직도 박행자가 살인범이고 고문영의 숨겨진 엄마인가는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브로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그 살인과 연루된 어떤 인물이고, 결코 평범한 이는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이 상황은 그래서 나아가 괜찮은 정신병원의 오지왕(김창완) 원장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 나비가 '프시케'라 불린다고 상태에게 말했던 오지왕 원장이 아닌가. 고문영의 엄마는 어린 시절 그 나비 브로치를 보여주며 '프시케'라고 했고 그건 '사이코'의 어원이라 말한 바 있다.

 

박행자가 결코 사람 좋은 수간호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의외로 만만찮다. 그것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간호해주는 수간호사가 더 문제적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여기서 환자의 위치와 이를 지켜주는 간호사의 위치는 역전된다. 이 드라마가 화두처럼 내세우고 있는 '괜찮다'는 대상이 바뀌게 된 것. 괜찮지 않아 보였던 환자들은 사실 드라마 속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꽤 괜찮은 이들이었다는 게 밝혀진 바 있지만, 너무나 괜찮아 보였던 수간호사가 이렇게 전혀 괜찮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강태나 문영 그리고 상태는 '사이코'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가족으로 끌아 안았다. 심지어 강태는 부모 간의 벌어진 비극조차 혼자 삼켜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병원 바깥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번 편에서 학대받아 다른 자아를 갖게 된 환자의 사연은 이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어려서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딸을 방관하고 무당집에 버리고는 수십 년이 지나 간 이식을 해달라고 나타나는 아버지를 어찌 괜찮다 말할 수 있을까.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너무나 괜찮은 작품인 건 수간호사의 반전 같은 극적 장치들을 가져오고 강태와 문영 그리고 상태가 드디어 가족으로 묶이게 되는 그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연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어떤 기준이 온당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과연 괜찮은 건 무엇이고 괜찮지 않은 건 무엇인가.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상처 입어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상처를 주고도 평범한 채 살아가는 이들인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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