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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왕과 나’, 클로즈업 미학이 가진 양면성 합당한 스토리 없는 클로즈업, 자칫 자극으로만 흐를 수 있어 ‘왕과 나’는 김재형 PD 특유의 클로즈업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똑같은 대본이라도 김재형 PD가 연출하면 좀더 집중력이 높아지고 극중 인물의 감정 선이 폭발하는 것은 바로 이 클로즈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특히 줌 인으로 들어가면서 잡아주는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얼굴 표정의 미세한 떨림 같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사극이 흘러가는 기본적인 힘, 즉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심장을 쿵쾅대게 만드는 배경음악이 깔리면 극은 무언가 대단한 사건이 벌어진 것 같은 진풍경을 연출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클로즈업은 어찌 보면 TV라는 매체가 가진 속성이기도 하다. 영화와 같은 대형스크린에서는 원경의 그림 구도를 잡아놓고 그 안에 들어있는 .. 더보기
사극, 이젠 다양한 시점을 즐겨라 ‘왕과 나’와 ‘이산’, 같은 구도 다른 시점 ‘왕과 나’와 ‘이산’은 여러 모로 닮은 점들이 많다. 먼저 이 두 사극은 과거의 왕조사극들이 다루던 정치와 전쟁이란 소재에서 벗어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의 구도를 보면 이 두 사극의 유사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왕과 나’는 성종(고주원)이 있고, 왕을 사모하는 윤소화(구혜선)가 있으며, 그 윤소화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김처선(오만석)이 있다. ‘이산’에는 이산(이서진)이 있고, 이산을 사모하는 성송연(한지민)이 있으며, 그 성송연을 남모르게 애모하는 박대수(이종수)가 있다. 이들이 서로 만나고 얽히는 과정 또한 유사하다. 어린 시절 우연히 세 사람은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왕이 될 세손은 여인에게 정표를 남기고 궁으로 돌.. 더보기
멜로는 죽지 않았다 장르, 사회극, 사극 속에서 계속되는 멜로의 실험들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로 대변되는 외국드라마 전성시대에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 드라마의 문법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제작비에 완벽한 사전제작으로 꽉 짜여진 완성도 높은 외국드라마들을 보다가 무언가 어수룩한 우리 드라마를 보면 단박에 그 열등감에 휩싸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우리 드라마들이 쌓아온 공력은 적지 않다. 그것을 모두 무시한 채 그저 미드, 일드는 정답이고 우리 드라마는 오답이라는 편견은 어딘지 부적절해 보인다. 모든 멜로가 죄인은 아니다 특히 멜로에 강점을 가진 우리 드라마들이 어느 순간부터 멜로드라마를 ‘표방하지 않게 된’ 것은 미드, 일드가 준 영향임에 틀림없다... 더보기
사극, 사랑에 빠지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사극전성시대가 열렸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시청률 수위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KBS의 ‘대조영’을 위시해, 새롭게 돌풍으로 일으키고 있는 SBS의 ‘왕과 나’, 그리고 MBC의 ‘이산 정조’와 ‘태왕사신기’가 나란히 배치됨으로써 금요일을 뺀 일주일 내내 사극이 방영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방영을 시작한 사극 세 편이 모두 그 중심에 사랑을 주테마로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왕과 나’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스스로 거세한 김처선(오만석)이란 내시의 이야기다. ‘사랑을 위해 거세한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자체가 극적인 이 이야기는 절대권력을 가진 왕, 성종(고주원)과 후궁이었던 폐비 윤씨(구혜선), 그리고 내시인 처선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다. ‘태왕사신기’는 이야기의 모티브 자체.. 더보기
왕의 시대 가고 나의 시대 올까 ‘왕과 나’, 왕이 아닌 나의 이야기 ‘왕과 나’는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기존 왕조 중심의 사극과는 달리 ‘왕’과 ‘나’를 동등한 위치에 놓거나, 혹은 ‘나’에게 더 방점을 찍어두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도 시점에 따라 사건은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에서 ‘왕과 나’의 재미는 바로 이 뒤집어 놓은 시점에서부터 비롯된다. 왕이 아닌 나의 이야기, 혹은 왕과 대척점에 선 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더 이상 권위주의 시대가 아닌 현재의 가치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나의 시점을 반영한 사극들 “내시는 사람도 아니란 말이냐. 내시에게 사람이길 포기하라 명하시니 내 그 어명을 받들 것이다.” 내시부를 혁파하기 위해 예종이 금혼령을 내리자 그 수장인 조치겸(전광렬)이 분노하며 하는 이 말은 왕의 뜻을 전면적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