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자 귀신아>, 멜로-공포-액션에서 길을 잃다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는 도대체 장르의 정체가 뭘까. 귀신과 인간 사이의 멜로? 공포? 퇴마 액션? 그것도 아니면 코미디? 물론 요즘처럼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복합장르의 시대에 이런 질문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멜로와 공포와 액션 그리고 코미디가 엮어지는 복합장르라면 그 모든 장르적 요소들이 살아나야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싸우자 귀신아>는 그런 복합적인 장르들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키고 있을까.

 

'싸우자 귀신아(사진출처:tvN)'

이질적인 요소들로 보여도 공포는 멜로와도 또 코미디나 액션과도 잘 어울리는 장르다. <스위니 토드> 같은 작품은 대표적이다. 공포가 주는 긴장감은 남녀 주인공 사이의 사랑이야기를 더 절절하고 쫄깃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론 <무한도전> 귀곡성 특집이 보여주듯 공포에 절절 매는 모습만으로 폭소를 유발해내기도 한다. 물론 <퇴마록> 이후 많은 퇴마 이야기들이 그러하듯이 액션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싸우자 귀신아>는 어딘지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다. 박봉팔(옥택연)과 김현지(김소현)의 멜로는 그리 강렬하지 않고, 또한 둘 사이에서 이뤄지는 코미디적 요소도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CG를 통한 공포와 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인 면이 잇는데 이렇게 드라마적인 요소 없이 강화된 공포와 액션이란 사실 볼거리에 치중되기 마련이다. 결국 남녀 주인공 간의 케미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는 <싸우자 귀신아>는 눈요기는 돼도 감정이입은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옥택연이 연기하고 있는 박봉팔이라는 캐릭터다. 웹툰이 그리고 있는 박봉팔은 드라마와는 달리 찌질함과 외로움 같은 요소들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어딘지 귀신 소녀 김현지 앞에서 조금은 어눌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점은 공포와 멜로, 코미디에서 모두 괜찮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즉 그 찌질함과 외로움이 하나의 장애요소가 되어 상황과 관계들을 더 흥미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박봉팔은 이미 퇴마 능력을 갖춘 근육질의 잘 생긴 남자다. 사실 귀신과 싸우거나 남녀 간의 멜로에 있어서 그다지 어려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첫 회 박봉팔과 귀신 소녀 김현지가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별다른 긴장감을 주지 못했고 대신 무협을 보는 듯한 액션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악플에 상처받아 자살한 원귀와 싸우는 대목에서도 박봉팔은 귀신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완력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캐릭터와 그 심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멜로와 코미디에서 확실한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싸우자 귀신아>는 공포 액션물처럼 보여지는 면이 있다. 이것은 많은 시청자들이 <싸우자 귀신아>에서 보기 원하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이 거둔 성과를 생각한다면, 그 차기작으로서 그 편성시간대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을까.

 

첫 회 시청률이 4.055%(닐슨 코리아)나 나왔다는 건 여러 모로 <또 오해영>이 만들어낸 tvN 월화드라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안했던 시청률은 3회 만에 3%대로 떨어진 것은 기대만큼을 채워주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볼거리가 아니라 좀 더 심리적인 요소들을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싸우자 귀신아>의 원작 웹툰 팬들도 또 <또 오해영>으로 tvN 월화드라마를 기대하는 팬들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다.

<무도> 릴레이툰, 웹툰 방송의 가능성

 

서로 다른 영역의 만남은 의외로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곤 한다.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이라는 도전이 의미 있는 건 그 가능성이 의외로 큰 방송과 웹툰이라는 두 영역 간의 만남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은 멤버들과 웹툰 작가들이 협업을 해서 직접 작품을 릴레이 하는 도전을 선보였다. 릴레이툰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한 방송을 통해 웹툰에 더빙을 얹어 마치 애니메이션방송을 보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방식도 이미 아프리카TV 등에서 더빙 BJ들과 협업을 통해 시도된 바 있으니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의 변주다. 이미 <무한도전>이라는 멤버들의 캐릭터가 확고하게 구축된 프로그램이 웹툰 캐릭터로 변주됐을 때 생겨나는 시너지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하하와 기안84가 릴레이툰의 첫 주자로 나서 그린 첫 회는 바로 이 점이 특히 도드라져 보였다.

 

어딘지 자기애가 강한 캐릭터를 가진 하하는 웹툰에서 2046년이라는 미래의 시점을 전제하고 잘 나가는 자신과 추락한 다른 멤버들을 대비하는 것을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멤버들의 추락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현재 어떤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오히려 드러내고 있다. 즉 유재석은 한 번의 클릭으로 날아가 버린 바른 이미지 때문에 추락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것은 오히려 유재석의 인기가 바로 그 바른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에 심취하고 돈 버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박명수는 벼락부자가 되지만 벼락을 맞는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로 그려져 있는데, 이것 역시 박명수의 독특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고로 얼굴이 무너져 내린 광희는 그만큼 솔직하고 누구보다 열심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뚱뚱한 아줌마의 외모를 갖게 된 정준하는 그 식신 이미지가 오히려 드러난다.

 

웹툰의 댓글에도 누군가 통찰력 있게 써놓은 것처럼 하하가 이렇게 자신 혼자 잘 나가는 모습을 추락한 다른 멤버들과 대비하면서까지 웹툰에 그려내는 이유는 거꾸로 말하면 지금 현재 다른 멤버들이 너무 잘 나가 자신을 좀 더 부각시키고픈 욕구가 그만큼 강렬하다는 걸 얘기해준다.

 

이처럼 웹툰은 현재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구축해놓은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그들의 판타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니 <무한도전>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웹툰은 특별한 캐릭터 설명도 필요 없이 곧바로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웹툰이 <무한도전> 캐릭터 역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가 얻어가는 시너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이 열어놓은 이 세계는 어쩌면 캐릭터가 존재하는 많은 영역들, 이를 테면 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영역들도 얼마든지 웹툰과의 공조를 통해 양자를 모두 강화할 수 있고 또한 그 나름대로의 콘텐츠로서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이런 형태는 이미 팬픽 같은 기존 콘텐츠를 가져와 또 다른 스토리로 엮어내는 웹 문화에서 시도된 바 있다. <무한도전> 릴레이툰은 이것을 좀 더 대중적인 틀로 끄집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우리는 조만간 많은 실제 인물 캐릭터들이 웹툰과 공조하는 작품들을 볼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릴레이툰, <무도>와 웹툰이 만나 만든 놀라운 신세계

 

웹툰작가들이 이렇게 큰 웃음을 줄 수 있다니.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은 그림이라는 아직까지는 예능에 생소했던 소재가 이토록 큰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 솜씨로 MC들이 저마다의 얼굴을 그리는 대목은 비슷하거나 비슷하지 않거나 그렇게 그려진 그림 자체가 큰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겨진 그리는 사람의 감정이나 속내를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렇게 일단 MC들이 그린 그림들은 게스트로 출연한 스타 웹툰 작가들에 의해 평가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만들었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성격까지 꿰뚫어보는 웹툰 작가들은 프로그램을 마치 무속인 특집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주 섬세하게 그렸지만 얼굴을 작게 그린 정준하의 그림을 보고 윤태호 작가가 소심한 성격이라는 걸 알아맞히는 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특집을 특별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의외로 캐릭터가 강한 웹툰 작가들의 매력이다. 방송을 찍으러 오면서 삼선 슬리퍼를 신고 올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 기안84는 방송을 하면서 윗사람 눈치 보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가스파드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얼굴을 싱크로율 100%의 동물로 표현해 공감 가는 웃음을 만들었고, 주호민 작가는 그림스피드퀴즈에서 박명수와 브로맨스 궁합으로 말도 안 되는 그림을 척척 알아맞히는 3의 눈으로 주목을 끌었다.

 

본격적으로 팀이 짜여지고 릴레이툰의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도 웹툰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이 빛을 발했다. 릴레이툰의 첫 회를 장식할 기안84와 하하는 미래에 큰 성공을 거둔 하하와 그를 주인으로 모시는 유재석의 이야기로 현실과 다른 욕망을 드러냈고, 가스파드는 역시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동물로 표현해 김태호 PD에게 사육당하는 무한사육을 아이디어로 냈다. 사극에 장기를 갖고 있는 무적핑크는 사화를 소재로 무한사화를 그려보겠다며 광희군이란 캐릭터를 세웠고, 주호민 작가는 멤버들을 좀비로 만들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릴레이툰 특집이 이처럼 웹툰이라는 낯선 소재를 가져와 흥미로울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라는 캐릭터쇼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저마다의 캐릭터가 선명한 MC들을 갖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웹툰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재미는 보장된 셈이나 다름없다. 거기에는 그걸 그리는 당사자들의 사심(?)이 가득할 테니 말이다.

 

여기에 웹툰의 제작과정들은 그 작품이 어떤 경로를 거쳐 탄생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연재될 릴레이툰의 묘미 또한 한층 높여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 컷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이 <무한도전>에 방영된 내용들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릴레이툰은 <무한도전>이 무려 11년을 달려왔음에도 여전히 도전할 영역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예능인으로 활동해도 될법한 재미있는 웹툰작가들의 면면을 새롭게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운빨로맨스>, 웹툰으로는 몰라도 드라마로는

 

MBC <운빨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먼저 그 캐스팅이 그렇다. 작년 <그녀는 예뻤다>로 로코퀸의 탄생을 예감케 했던 황정음이 돌아왔고, <응답하라1988>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이 합류했다. 그러니 이 캐스팅의 팬덤만으로도 드라마는 들썩일 수밖에.

 

'운빨로맨스(사진출처:MBC)'

게다가 <운빨로맨스>는 원작인 웹툰으로 이미 일정한 팬덤을 가진 작품이다. <멍순이>를 연재했던 김달님의 웹툰으로 운빨로맨스는 꽤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근 tvN <또 오해영>이나 SBS <미녀 공심이> 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도 <운빨로맨스>에 기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째 첫 회가 주는 느낌은 이런 기대감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것 같다. 아직 본격적인 로맨스에 들어가기 전 남녀 주인공의 만남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너무 떨어진다. 사실 시작부분에 몇 개의 에피소드로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인 제수호(류준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시퀀스는 카지노에서 특유의 계산능력으로 칩을 싹쓸이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것은 그의 계산적인 성격과 능력을 드러내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게 인물을 매력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자주인공 심보늬(황정음)은 갖가지 알바를 하면서 제수호와 여러 차례 악연으로 엮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그녀가 가진 불행, 즉 동생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 와중에 점과 운수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이 캐릭터가 소개된다.

 

잘 나가는 CEO 남자주인공과 불행해도 씩씩한 캔디형 여자주인공. 사실 이 조합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너무 많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뤄왔던 캐릭터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빨로맨스>는 여기에 이라는 변수를 집어넣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라는 무속인의 말 때문에 제수호에 접근하는 심보니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하지만 이 설정 역시 웹툰이라면 모를까 드라마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웹툰이 가진 만화적 특성상 점 때문에 절박하게 남자에게 접근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래도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심보늬가 운에 이처럼 집착하는 것이 단지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납득되고 공감할만한 현실적 이유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팬덤은 어떤 면에서는 드라마에 역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만들어낸다. 그만큼 기대감을 잔뜩 키워놓았는데 그것을 드라마가 채워주지 못하면 실망감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황정음과 류준열, 그리고 웹툰 원작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운빨로맨스>가 넘어야할 산이다. 첫 회의 아쉬움을 차츰 채워줄 수 있을지 다음 회의 면면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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