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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2’ 질깃질깃한 김갑수의 아킬레스건은 따로 있다

 

“저 놈 참 질긴 놈이네. 밀어버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에서 성영기 회장(고인범)은 자신이 사주한 괴한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칼에 찔려 둔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지만 다시 기어올라온 장태준(이정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차가 장태준을 향해 돌진해오는 순간 드라마는 다음 회를 예고했다.

 

“참 질긴 놈”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게 <보좌관2>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법무부장관으로 앉아 있지만 그 권력을 이용해 비자금을 끌어 모으고,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검찰을 이용하는 송희섭(김갑수)이 딱 그렇다. 장태준이 송희섭의 오랜 보좌관인 오원식(정웅인)의 계좌를 추적해 송희섭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오원식을 압박해 성영기 회장에게 송희섭이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걸 알리기까지 했지만 송희섭은 질기게 살아남는다.

 

애초 차명계좌를 발견했을 때도 송희섭은 그것이 강선영(신민아) 의원의 부친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더 조사하면 강선영이 다칠 수 있다고 오히려 장태준을 협박했다.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이를 받아내고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송희섭의 만만찮은 노련함은 결코 이 인물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걸 예감하게 만든다.

 

그건 장태준과 강선영이 모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울 수 있는 위기에 내몰리게 된 이유다. 하지만 장태준 역시 거기서 멈춘다면 그건 송희섭이 원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순간 자신이 버텨내던 많은 것들이 희생될 것이라는 것도. 그래서 물러설 수가 없다. 심지어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내쳐졌어도.

 

<보좌관2>가 가진 힘은 이 질기고 팽팽한 대결구도에서 만들어진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송희섭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기둥이나 마찬가지다. 엄청난 위기에 몰렸다가도 금세 풀어나 역공을 펼치는 이 캐릭터가 가능한 건 다름 아닌 ‘법무부장관’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어서다. 법을 수호해야 하는 위치지만, 그는 법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 한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부패하면 어떤 농단이 벌어지는가를 이 드라마는 아프게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무소불위에 질깃질깃한 송희섭 장관의 아킬레스건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건 항상 송희섭을 보좌하며 그 일거수일투족을 봐온 운전기사 이귀동(전진기)이라는 인물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그는 차 안에서도 또 차 밖에서도 송희섭 장관이 누군가와 만나 밀담을 나누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걸 빠짐없이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이귀동을 그러나 송희섭 장관은 별로 챙겨주지 않는다. 늘 구박하고 다른 곳에서 갖게 된 분노를 대신 터트리는 샌드백처럼 이귀동을 취급한다. 이 정도면 이 인물이 자꾸만 송희섭 장관의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는 과연 이 질깃질깃한 송희섭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팽팽한 대결구도를 기울게 만들 것인가.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드라마에서 벌어진다면 그건 내부고발이 갖는 의외의 힘을 말해주는 대목일 수 있다. 물론 내부고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권력의 외피를 가진 이들에게 약점이란 어쩌면 일상화된 갑질 속에 힘겨워하다 결국 결심하게 되는 내부의 고발일 수 있으니. 송희섭만큼 점점 그 운전기사인 이귀동이 주목되는 이유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니 말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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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2’,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주진화학 사건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현재를 보전해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국민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저희를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에서 강선영 의원(신민아)은 TV 뉴스 인터뷰에 나와 이렇게 호소한다. 주진화학 사건은 그 화학물질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고통 받았지만 덮여지고 가려졌던 사건이다. 거기에는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김갑수)과 주진화학 이창진 대표(유성주)의 결탁이 숨겨져 있다. 강선영 의원은 이 문제를 국정조사위에 상정해 국회가 나서 진상규명을 하려 한다. 코너에 몰린 이창진과 송희섭은 이를 막기 위해 강선영 의원의 보좌관 이지은(박효주)을 테러하고, 국정조사위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협박과 회유를 일삼는다.

 

사실 주진화학 사건 같은 소재는 드라마라고는 해도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 사건이 그렇다.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들이지만 진상 규명이 되는 그 과정들은 꽤 오래 걸렸다. 이유는 그 사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정치적 외압들이 끼어들어서다. 심지어 관련 사안을 고발하는 영화까지 만들어지고 결국 대중들이 관심을 갖게 됐고 국회 차원에서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공식 사과와 보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게 됐다.

 

<보좌관2>를 보다 보면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정치의 세계를 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역학구조로 정치 현실이 움직인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언론이 보여주는 정치만으로 그 이면에 놓인 진짜 현안들을 들여다보는 건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주진화학 사건과 이를 야기시키고 무마시킨 이창진 대표와 그 위의 성영기 회장(고인범) 그리고 송희섭 법무부장관의 결탁이 이 정치 현안의 본질이지만, 코너에 몰린 이들은 이를 막기 위해 갖가지 방해공작을 일삼는다.

 

강선영 의원의 인터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송희섭의 계략으로 조갑영 의원(김홍파)이 공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일이 언론에 등장하면, 정치인들은 못 믿을 존재라며 정치 자체에 대한 관심을 지워버린다. 송희섭이라는 비리의 거목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도 피를 흘릴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는 장태준(이정재)은 언론에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비리정치인이 아닐 수 없다. 송희섭이 거짓으로 그렇게 꾸며냈기 때문이다.

 

강선영 의원실에서 일하는 한도경 비서(김동준)는 언제 잘려도 할 말 없는 별정직이지만 주진화학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피해자들을 일일이 만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윤혜원 보좌관(이엘리야)이 그런 한도경에게 직접 만난다는 게 힘들었을 거라 말하자, 한도경은 “저보다 이 분들이 더 힘드시잖아요”라고 답한다. 한도경은 이 복마전에 가까운 정치판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수한 정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한도경 같은 인물이나 그 의지는 결코 보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 한도경의 어머니도 그 정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만을 드러낸다. “강선영이라고 그랬지? 뉴스 보니까 그 사람은 밑엣 사람들한테 갑질 하고 못살게 군다며? 얼마 전에는 그 보좌관이 자살까지 했다며?” 그러면서 당장 그 일을 때려 치라 말한다. 아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심지어 어머니도 관심이 없다.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보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만 생겨난다.

 

그런 어머니에게 한도경은 차분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한다. “못 그만둔다고. 나 지금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어 칭찬도 많이 받고 내가 지금 하는 일 엄마가 생각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 아냐. 아버지 사고 났을 때 병원 찾아와서 우리 가족 도와주셨던 분 그 분도 보좌관님이셨어. 그 때 이후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고.”

 

<보좌관2>가 보여주는 복마전에 가까운 정치 현실의 이전투구는 거꾸로 우리가 그저 흘러나오는 뉴스만이 아니라 좀 더 정치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정치가 하는 일이 뭐냐?”는 게 어찌 보면 보통 사람들의 너무나 공감 가는 불만이지만, 그래서 외면하고 혐오만 한다면 결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보좌관2>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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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2’ 이정재는 과연 저 깊은 늪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의 첫 화 부제는 ‘탈피’다. 무슨 일인지 일단의 무리들에게 두드려 맞고 밑으로 굴러 떨어진 장태준(이정재)이 사력을 다해 그 둔덕을 오르면서 ‘껍질’에 대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껍질을 깨고 나와야 살 수 있고 날 수 있지만, 그렇게 나와 껍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생명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된다고 그 내레이션은 말한다. 꼭대기에 간신히 오르지만 그를 향해 달려드는 자동차를 보여주며.

 

이 시작이 말해주는 건 장태준이 이제 껍질을 벗고 본격적인 정치의 세계 속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고다. 그는 자신이 따르고 존경했던 이성민(정진영)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김갑수)의 모략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고픈 것이 있어도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송희섭의 도움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랜 친구였던 고석만(임원희)기 차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강선영(신민아) 의원과 소원해지지만.

 

국회의원이 되어 드디어 어느 정도의 힘을 갖게 된 장태준은 껍질을 깨고 나와 조금씩 송희섭의 주변을 정리하며 이빨을 드러낸다. 그래서 2회의 부제는 ‘독니’다. 이빨을 드러내고 물기 시작하자 능구렁이 같은 송희섭은 금세 눈치를 채고 뱀 새끼에서 이무기가 된 장태준을 제거하려 한다. 이빨을 드러내자 저편에서도 이빨을 드러낸다. 송희섭은 자신을 지원하는 이창진(유성주) 주진화학 대표를 이용하고 최경철(정만식)을 자신의 이빨로 지검장에 임명해 장태준을 조사하게 만든다.

 

장태준은 이미 꺼낸 이빨을 거둘 수가 없다. 뭐라도 물어야 하고 상대방이 무너질 때까지 싸워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송희섭은 만만찮다. 이창진과 합세하고 최경철을 통해 압박해오며 장태준을 점점 늪 속으로 빠뜨린다. 3화의 부제는 ‘늪’이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늪.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늪이 바로 장태준이 처한 현실이다.

 

이창진에 의해 그의 지역구에서 무단으로 강행되는 철거로 그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처하고, 과거 이성민 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장태준이 불법적인 선거자금에 연루되어 있다는 걸 조사하는 최경철의 압박에 처한다. 여기에 장태준의 아버지가 선거 당시 돈을 받았다는 루머를 송희섭을 보좌하는 오원식(정웅인)이 퍼트리면서 그는 사면초가에 처한다. 점점 빠져들어가는 늪이다.

 

<보좌관2>가 흥미로워지는 건 만만찮은 정치 현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바른 뜻을 펼치면 세상이 따라준다는 식의 순진함이 이 세계에는 없다. 대신 어떤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위험천만하지만 껍질을 깨야 하고 때론 그 꿈을 방해하는 적폐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야 하며 저들이 밀어 넣은 늪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 이전투구의 리얼한 상황들이 시청자들을 빨아들인다.

 

그것이 너무나 힘겨운 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생각한다. 과연 장태준은 저 깊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들의 현실과 싸우다 어쩌면 장태준조차 저런 괴물을 닮아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수시로 만들어진다. 장태준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강선영 의원의 보좌관 이지은(박효주)이 그렇고 한도경(김동준) 비서가 그렇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엘리베이터에서 슬쩍 강선영 의원의 손을 잡아주는 장태준에게서 어떤 일말의 믿음을 갖게 된다.

 

<보좌관2>는 그래서 장태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 정치에서 어떤 꿈을 실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정치 세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다가 들어가고 나서 망가지는 걸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도했던가. 그래서 정치는 다 그래 하며 혐오하고 때론 무관심했던 시선들에 <보좌관2>는 말하고 있다. 그 망가져가면서까지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그 과정들을 통해 그래도 조금씩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거라고.(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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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2’, 본격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적인 귀환

 

JTBC 드라마 <보좌관>이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10부작으로 시즌1을 끝낸 후 어언 4개월 만이다. 이미 미드 같은 시즌제 드라마들을 우리네 시청자들도 경험하고 있지만, 한국 드라마가 이렇게 본격 시즌제를 운영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 게 다가온다. 특히 지난 시즌 이 드라마는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을 거듭하다 10회에 드디어 5.3%(닐슨 코리아)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흐름을 뚝 끊고 시즌2로 넘어간다는 건 여러모로 제작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지난 시즌 마지막회에서는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이 그토록 마음으로 따랐던 이성민(정진영) 의원의 자살을 눈앞에서 보고 그 이면에 송희섭(김갑수)의 모략과 압력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에게 무릎을 꿇어 결국 그는 국회의원이 된다. 그의 오랜 친구인 고석만(임원희)은 차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고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강선영(신민아) 의원은 그의 선택에 분노한다.

 

이 정도면 고구마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애초 꿈꿨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장태준의 꿈은 날아가 버렸고 존경하던 선배 의원과 친한 친구는 송희섭이라는 적폐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며 사랑했던 연인은 돌아서 버렸다. 그럼에도 장태준은 그 적폐 밑으로 들어가 금배지를 단다. 이런 너무나 처절한 현실적인 시즌1의 엔딩은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시즌1을 끝낸다는 것이 무리수처럼 보일 정도로.

 

하지만 시즌2로 돌아온 <보좌관>은 이런 우려를 첫 회부터 한 방에 날려버렸다. 시즌1의 충격적인 엔딩이 남긴 강렬한 여운은 시즌2의 첫 회로 그대로 이어졌다. 꽉꽉 눌러놓은 감정이 오히려 시즌2의 시작점부터 폭발력을 만들었다고 보인다. 강렬한 오프닝과 함께 시작된 시즌2 첫 회는 4.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끈 건 시즌2의 짧지만 압축적인 오프닝이었다. 일단의 무리들에게 두드려 맞고 피 흘리는 장태준의 모습은 아마도 앞으로 벌어질 일처럼 보였지만, 그건 또한 시즌1의 마지막의 그 처참한 장태준의 모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칼까지 맞고 장태준이 굴러 떨어진 곳에 있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현수막은 그의 모습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였다. 부당한 어떤 힘들에 대항하기 위해 누군가 들거나 세워졌을 그 현수막은 장태준처럼 무력에 의해 버려졌다.

 

하지만 장태준은 그 쓰레기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오르고 또 오른다. 드라마는 이 인고의 과정을 ‘껍질’을 벗고 날개를 펴려는 곤충에 비유한다. 그렇지만 드디어 꼭대기에 올라 그 껍질을 벗고 날아오르려 할 때 보호막이 사라져버린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한다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향해 달려오는 차량을 통해 보여준다.

 

이건 장태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의해 가능해진 서사다. 보통의 정치드라마들은 대부분 선악을 구분해 이편과 저편의 진영을 갖춰 싸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이 드라마는 정치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란 걸 이 껍질의 비유를 통해 또 장태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드러낸다. 민심을 위한 정치를 꿈꾸지만,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손을 더럽히기도 해야 하는 그 이전투구의 장이 정치라는 걸 장태준은 보여준다. 껍질을 깨지 않은 순수한 상태로는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정치 현실의 실상을.

 

그래서 <보좌관2>는 시즌1의 바통을 첫 회 강렬한 오프닝만으로도 제대로 이어받는다. 장태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그가 이제 손에 피를 묻혀가며 해나갈 일들을 예고한다. 그건 가깝게는 송희섭이라는 뿌리 깊은 고목을 제거해가는 일이지만, 스스로에게는 자신의 껍질을 벗고 온 몸으로 정치 현실과 부딪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뻔한 선악 구도가 아닌, 현실정치의 처절함을 드러내는 장태준이란 캐릭터가 있어 <보좌관2>의 정치이야기는 더 실감나고 기대된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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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폭주하는 이정재는 시즌2에서 어떻게 될까

 

아무리 시즌제 드라마라고 하지만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시즌1의 마지막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보통의 마지막 회와는 달리 그 어떤 속 시원한 마무리도 보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주인공 장태준(이정재)은 공천을 받기 위해 폭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사이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의 마무리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충격적이었을 게다.

 

사실 시즌1에서 가장 시청자들을 괴롭힌(?) 캐릭터는 송희섭 의원(김갑수)이었다. 그는 이성민 의원(정진영)에게 장태준이 과거 선거자금을 받게 해줬다는 사실을 통해 두 사람을 모두 궁지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법무부장관이 되려는 그를 막기 위해 이성민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세웠던 강선영(신민아) 의원 역시 미혼모 낙태 수술을 도왔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려 위기에 빠뜨렸다. 결국 이성민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밑바닥으로 떨어진 장태준은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후 송희섭 의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송희섭 의원의 요구에 장태준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서북시장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공청회로 상인들을 끌어 모으고 뒤로는 시장 철거를 할 수 있게 도운 것. 그 철거를 장태준이 모두 계획했다는 걸 알게 된 한도경(김동준)은 항상 존경해왔던 장태준 앞에서 각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겠다며 “끝까지 살아남아 보좌관님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장태준의 변화에 그를 늘 믿어주고 도와주었던 연인 강선영 의원도 흔들리게 됐다. 장태준은 그런 행동을 하기 전에 강선영에게 어떤 선택을 해도 자신을 끝까지 믿어 달라 했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강선영의 보좌관인 고석만(임원희)이 송희섭을 무너뜨릴 증거를 갖고 만나러 갔다가 차 안에서 자살한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과연 그건 장태준의 짓일까. 물론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드러난 정황은 장태준이 자신이 무너뜨리려 했던 송희섭 의원과 그를 지원하는 세력들의 편에 서게 된 상황이다.

 

사실 이런 식의 시즌1의 엔딩은 미드 같은 경우 흔한 일이다. 시즌제가 일찍이 자리 잡혀 있어서인지 오히려 시즌1의 엔딩을 파격적으로 그리는 일은 하나의 전략처럼 활용되곤 한다. 그래야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즌제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보좌관>의 시즌1 엔딩이 주는 파격은 심지어 신선하게까지 다가온다.

 

모든 드라마가 권선징악이거나 정의의 승리만을 단순하게 담아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만일 <보좌관>이 시즌1을 마무리하며 어설픈 사이다를 그리려 했다면 그건 조금은 맥 빠지는 일이 됐을 수 있다. 비정한 현실 정치를 떠올려보면 그런 사이다란 너무나 쉬운 판타지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태준의 폭주와 한도경의 각성 그리고 연인이지만 그 변화를 바라보며 흔들리는 강선영의 정치인과 보통 사람 사이에서의 갈등. 게다가 장태준을 짝사랑하며 그의 행보를 돕고는 있지만 자신이 과거 썼던 기사 때문에 제보자가 자살하는 사건을 겪었던 윤혜원(이엘리야)의 갈등까지 뭐 하나 쉽게 시즌2를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 없다.

 

여기에 송희섭 의원과 그를 뒤에서 지지하는 이창진(유성주) 대표와 성영기(고인범) 회장을 위시한 삼일회 같은 적폐세력들을 어떻게 대적할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장태준은 자신 역시 그들과 같아지는 걸 막아내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오는 11월 돌아올 <보좌관> 시즌2가 만일 성공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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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이정재와 신민아의 멜로가 특별해진 건

 

뭐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멜로가 다 있나. 사실 장르드라마에 끼어드는 멜로는 잘못 섞이면 긴장감만 풀어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은 예외인 것 같다. 여기 등장하는 장태준(이정재)과 강선영(신민아)의 멜로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한 면이 있어서다.

 

<보좌관>의 멜로의 활용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 미묘하게 얽혀있는 관계 때문이다. 송희섭 의원(김갑수)의 보좌관인 장태준은, 당내에서 원내대표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조갑영(김홍파)의 러닝메이트로 정계에 들어온 초선의원 강선영(신민아)과는 비밀연애를 나누는 연인 관계이지만, 공적으로는 서로를 견제하는 입장이다. 송희섭 의원과 조갑영 의원이 서로 으르렁대는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단물 빠지면 버리는 조갑영 의원이 강선영을 내칠려고 하자, 강선영은 장태준에게 슬쩍 조갑영 의원의 약점이 되는 자료를 넘겨 한 방을 먹인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조갑영에서 송희섭으로 라인을 갈아타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송희섭과 함께 한부모 가장 지원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송희섭은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라인을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조갑영과 손을 잡는다. 강선영의 법안 대신 조갑영이 사적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법안을 지지하는 것.

 

결국 이 과정에서 강선영은 조갑영에게도 또 송희섭에게도 밀려나게 되는 입장에 처하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송희섭 의원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장태준은 강선영을 돕기가 어려워진다. 두 사람의 멜로 관계는 서로 도움이 될 때는 윈윈이 되기도 하지만, 정가의 의원들 사이의 관계는 하루만 지나도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를 저격하는 관계로 돌변하기도 한다.

 

<보좌관>의 멜로는 이 관계 변화 속에서 아슬아슬해진다. 그 사적인 사랑이 공적인 성취를 서로 돕게 하기도 하지만, 공적인 관계 때문에 사적인 사랑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것.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장태준은 묘수를 내놓는다. 조갑영이 차기원내대표가 되는 걸 탐탁찮게 여기는 이상국(김익태) 법사위 위원장을 이용해 조갑영의 법안을 보류시키고 대신 강선영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

 

마침 조갑영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고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송희섭은 얻을 걸 다 얻었다며 조갑영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걸 내버려둔다. 결국 장태준의 묘수로 송희섭은 법무부장관 후보가 되고, 강선영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 당연히 장태준과 강선영의 사랑은 더 공고해졌다. 하지만 이들의 사적 관계는 그들의 공적인 위치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태준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오원식(정웅인) 보좌관이 둘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보좌관>의 장태준과 강선영의 멜로는 여타의 장르물에 끼어든 멜로와는 결이 다르다. 사적관계와 공적관계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그래서 멜로라인 자체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달한 멜로와 긴장감 넘치는 장르의 결합이 제대로만 엮어지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좌관>은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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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시점을 바꾸니 달라 보이는 정치의 세계

 

사실 ‘국회 파행’이라는 뉴스 제목은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무덤덤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시큰둥하게 “또야?” 하고 넘어가게 되는 정치권 이야기들... 대중들은 정치 이야기에 흥미를 갖긴 하지만, 그 반복되는 스토리에 신물이 난다. 어째 정치권 이야기는 매번 똑같이 반복되고 달라지는 게 없어 보일까. 이런 식상함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그런 무관심은 또 다시 정치권의 눈치 보지 않는 ‘파행’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도는 조장된 무관심이다.

 

그러니 이 정치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신물 나는 정치에 아예 무관심해진 이들은 보지도 않고 “또야?” 할 테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익숙한 국정감사니 선거자금후원이니 당내 경선 같은 소재들은 이미 뉴스로 봤던 그 식상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은 정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이런 ‘위험한 선택’들을 절묘하게 비켜나간다. 그것은 정치권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점을 보좌관이라는 그간 수면 밑에 존재했던 이들로 바꾸면서다. <보좌관>의 정치 이야기를 흔히 미디어에 들어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로만 들여다보면 얼마나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송희섭(김갑수) 의원과 조갑영(김홍파) 의원이 당내에서 원내대표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 그들만의 이야기로 처리된다면 어땠을까. 한참 밀리고 있던 송희섭 의원의 패색이 짙어질 즈음 갑자기 조갑영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하는 걸 보며 시청자들은 또 뭔가 약점을 잡혔나 보네 했을 게다.

 

하지만 <보좌관>은 이런 사안의 겉면이 아니라, 송희섭 의원의 보좌관 장태준(이정재)과 조갑영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쓰고는 이제 팽하려던 강선영(신민아) 당 대변인의 기묘한 역학 구도 속에서 조갑영 의원의 정치자금 후원 비리를 찾아내는 이면의 모습을 그려낸다. 즉 <보좌관>은 우리가 정치판 뉴스에서 자주 봐왔던 노동자 문제나 공적제보자 문제 같은 것들이 처리되는 과정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움직임이 동원되었는가를 담아낸다. 정치란 그저 맨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무수한 역학관계 안에서 많은 이들의 말과 행동들이 겹쳐져 나타나는 거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사실 정치인에 대해 대중들은 그리 호의적인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것도 송희섭이나 조갑영 같은 노회한 정치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들의 면면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이 <보좌관>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그 노회한 정치인들이 군림하고 있는 그 밑의 보좌관이나 비서, 인턴 같은 인물들의 고군분투는 그들을 위한 행동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장태준처럼 의원이 되고픈 야망 때문에 하는 행동이거나, 아픈 과거사를 숨긴 채 나름의 소신을 이어가려는 윤혜원(이엘리야) 비서의 선택이고, 하다못해 막연히 장태준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는 인턴으로 들어와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른 채 뭐라도 도움이 되어 자기 존재를 알리고픈 한도경(김동준) 같은 인물의 열정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갖는 다층위의 인물들과 그 다양한 시선의 결합이다. 맨 위에 송희섭이나 조갑영 같은 인물이 서 있다면, 그 밑으로 장태준과 강선영의 시선이 교차되고 그 밑으로는 또 윤혜원이나 한도경 같은 인물의 시선이 겹쳐진다. 장태준은 노회한 정치인인 송희섭과 이제 풋내기로 들어와 여전히 정치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한도경 사이에 서 있는 인물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낸다. 여기에 강선영과 윤혜원이 보여주는 유리천장을 겪는 여성들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드라마의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같은 소재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식상해질 수도 있고 흥미진진해질 수도 있다. <보좌관>은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많이 봐왔던 그 식상한 정치이야기들을 가져와 다양한 인물군들의 시선과 입장으로 녹여낸다. 이를 통해 그 식상하고 나아가 신물 나는 정치이야기들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고 한 걸음 다가가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 안에 그 식상함을 깨주는 다양한 시점들이 있으니.(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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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의 몰입감 만들어낸 연기 베테랑 김갑수

 

물론 진짜 정치인들은 조금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의 송희섭 의원(김갑수)을 보다 보면 그 모습이 진짜 정치인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난다. 카메라 앞에 서면 짐짓 국민을 위해 뛰고 또 뛰는 듯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진중한 낮은 목소리로 소신을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원실로 들어가면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발을 벗어 아무 데나 던지는 안하무인격의 권위적 모습은 기본이고, 내뱉는 말들은 칼만 안 들었지 살벌하고 경박한 폭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이런 인사가 4선이나 의원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만, 그것이 일종의 허허실실이라는 건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가를 감지해내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대중들에게 동정심 같은 걸 유발하기 위해서 심지어 자신이 두들겨 맞는 모습까지 쇼로 연출해낼 정도로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위해서 뭐든 하는 인사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필요하면 적과도 연대한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에게 차기 의원직 약속을 하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대하지만, 그가 너무 잘 나가고 힘을 얻기 시작하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오원식(정웅인) 보좌관 같은 인물을 부르기도 한다. 궁지에 몰렸던 오원식이 결국 장태준의 개인서랍을 열어 그 안에 숨겨진 송희섭 의원의 약점이 담긴 USB를 빼내오자, 송희섭은 금세 태도를 바꿔 장태준과 거리를 두며 오원식을 가까이 한다.

 

하지만 장태준에게는 자신을 법무부장관이 되게 해줄 능력이 있다는 걸 송희섭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허위진술을 해서 위증죄를 갖게 만든 장태준을 너무 멀리도 또 너무 가까이도 대하지 않는다. 그 적당한 거리감은 장태준을 더 죽을 힘을 다해 뛰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의원이 되고픈 야망을 위해 송희섭에게 바친 세월이 그의 한 마디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장태준이기 때문이다.

 

송희섭은 자신의 약점이 담긴 USB를 흘린 인물을 잡아다 놓고 장태준이 보는 앞에서 마치 들으라는 듯 그를 질타한다. 자신이 정치인이 되면서 버린 것이 바로 “수치심”이라고 한다. 그 말은 자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수치심 따위는 버린 채 온몸을 던져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노회한 정치인이 무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치심을 버렸는데 도대체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보좌관>은 정치인들을 보좌하는 이들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래서 이들의 생사여탈부를 쥐고 있는 정치인의 존재감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의 동력은 사실상 송희섭 의원이라는 만만찮은 인물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이 인물의 변화가 사실상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관들의 갈등 양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김갑수의 미친 연기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이지만, <보좌관>에서 그 연기가 돋보이는 건 그래서다. 진짜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김갑수가 있어 <보좌관>의 힘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막연히 뉴스 등을 통해 봐왔던 정치인의 모습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미친 연기의 힘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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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군’, 왕과 백성은 어떻게 소통하고 성장하는가

‘남을 대신해 군역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대립군>이라는 제목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허깨비가 되어 오로지 살아남아야 그 존재가 의미를 갖는 ‘대립질’을 하는 민초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임진왜란 시절 선조의 분조에 의해 반쪽짜리 왕으로 추대된 광해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군’은 군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임금을 뜻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사진출처:영화<대립군>

영화 <대립군>은 그래서 임진왜란이라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 상황을 전제하고, 그 안에 왕과 백성이라는 두 존재를 ‘대립군’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낸다. 애초에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유약한 왕 광해는 대립군과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백성들의 고단함이 무엇인지 또 그들이 원하는 왕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깨달아간다.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광해를 절벽 끝에 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용감하게 적과 맞설 수 있는 그 힘은 바로 그 절벽 끝에 서있어 갖게 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광해에게 말한다. 편안한 삶을 살아왔을 광해는 이 대립군과 함께 지내는 절벽 끝의 시간들을 통해 점점 왕으로서의 자신을 세워나간다. 

자신을 죽이려는 조정의 세력들과 또 왜군들에게도 추격당하며 굶주림 속에 산속을 헤매던 광해가 일단의 백성의 무리들을 만나는 장면은 드디어 왕과 백성이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백성들로부터 식량을 빼앗으려는 신하들을 광해는 제지하고, 그래서 백성들이 밥을 지어 왕과 나누자 광해는 자신이 그들에게 해줄 게 잠시간의 고단함을 풀어줄 춤사위밖에 없다며 춤을 춘다. 백성 앞에서 춤을 추는 왕. 그렇게 한껏 자신을 낮추는 순간, 백성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왕이 제대로 된 왕으로 서게 되고, 또 백성이 백성의 자리를 찾아가는 그 과정은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대신하는 삶을 살아온 광해와 대립군이 절벽을 뒤로 한 작은 성에서 결사항전을 하며 그들은 그 전쟁이 이제 누군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사투라는 걸 확인한다. 광해는 그 결사항전을 거쳐 스스로를 왕이라고 자인하게 되고, 대립군들은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서 당당히 서게 된다. 

<대립군>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겪고 있는 정국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접하고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통령을 세우는 그 과정을 온전히 해낸 건 다름 아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갔던 국민들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이라고 말하며 그 힘겨운 여정을 통해 대통령이 된 과정에는 항상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국가의 위기상황에 힘을 모으고 그럼으로써 대통령과 국민이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저 영화 <대립군>의 광해와 대립군 사이의 소통과 성장을 닮았다. 

<대립군>은 물론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들이 있지만 그런 액션 장르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왕과 백성의 소통을 통한 성장과정을 그들이 겪는 혹독한 전쟁을 통해 담아낸다. 그래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기보다는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영화다. 특히 지금의 정국을 영화 속 상황과 견주어보면 더더욱 큰 울림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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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어째서 현 시국을 악의 연대기라 명명했을까

 

이건 차라리 소설이나 영화여야 하지 않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파헤친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40년 고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다만 그 영화가 평이한 드라마가 아니라 악에서 악으로 이어지는 사회극이자 스릴러 나아가 <곡성> 같은 오컬트 장르까지 연상시킨다는 게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일제강점기에 일본 순사를 지낸 최태민이 독립운동을 위한 밀정이라 주장했다는 내용은 영화 <밀정> 이야기의 최태민식 해석처럼 보였다. 전문가는 시험도 안보고 순사 추천을 받았다는 건 그가 일제에 충성도가 높았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그의 밀정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확인했다.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친일파들이 자기 친일 경력을 숨기기 위해 많이 한다며 해방 후 최태민이 개명을 한 걸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암살>의 염석진(이정재)을 떠올리게 했다.

 

최태민이라는 인물의 삶은 마치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처럼 거짓말과 사기로 점철된 삶의 연속이었다. 무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 훗날 만들 사이비 종교를 준비하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살다보니 교주가 된 것인지 각종 종교를 전전하다 박근혜와 인연이 되어 구국선교단으로 승승장구하게 된 삶. 그리고 그 인연의 고리에는 육영수 여사의 서거로 인해 생겨난 약해진 감정을 최면으로 파고들었다는 마치 <곡성>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의혹 제기도 들어 있었다.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끝장나고 청와대를 떠나 박근혜가 자리한 육영재단은 사실상 최태민 일가의 사적 축재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적 조직에 가까웠다. 여기서 최태민에서 최순실로 이어지는 악의 연대기가 본격화됐고 10.26 사건으로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의 대통령 만들기는 마치 종교나 군사조직처럼 진행되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리 분석은 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는 2년 전 60명을 상대로 조사한 이미지 분석 결과, 60명 중 40명이 박 대통령을 혼군, 즉 어리석은 지도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다음이 얼굴마담’. 황 전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전 교수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직 사퇴를 말실수해 대통령직 사퇴로 얘기한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는 “15년간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도 그냥 대통령이라는 마음으로 지냈다는 것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심리가 내가 자라던 집에 돌아가서 우리 아버지의 나라를 내가 주인으로서 지키는 것, 거기에서 내 집을 뺏겨가지고 쫓겨났을 때 그 이후에 아버지에 대해서 상당히 욕되게 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의 사회 작동 원리에 맞지 않는 박정희식 통치의 방식들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주 최선을 다해서 사익을 추구했다, “권력을 가지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방식 때문에 결국 오늘의 이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고 지적한 김윤철 경희대 교수의 이야기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한 악의 연대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그 어두운 시기를 하나의 실타래로 꿰어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결코 영화가 돼서는 안되는 현실이기에 보는 내내 참담함을 금치 못하게 했지만. 우리가 살아온 한 시대가 어쩌면 한 사기꾼에서 사기꾼으로 이어지는 농단의 연대기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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