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의 색다른 구도, 검경 대립 속 소신 지킬 수 있을까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대립하는 사이 서민들은 어떤 고통을 겪게 될까. 제 1차 검경협의회에서 영장청구권을 두고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대립을 보여주는 와중에 그 자리에 경찰을 대표해 참석한 장건(최재웅)이 던진 문제제기는 양측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서민들이 평생 번 돈을 사기 친 전세사기범을 검거했지만 범인을 추격하느라 피의자를 호송해오라는 검찰의 명령에 불복하게 됨으로써 검찰이 영장을 내주지 않아 풀어줘야 될 상황에 처한 것. 경찰은 그 사실을 꺼내놓으며 검찰이 홀로 독점한 영장청구권 문제를 거론했고, 검찰은 불가하다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범인을 놔줄 수도 뒤늦게 영장을 내놓을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의 이 에피소드는 검경의 권력을 두고 벌이는 대립이 실제 사건을 겪는 서민들에게는 억울한 결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면서 <비밀의 숲2>가 앞으로 그려나갈 독특한 구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것은 저 바깥에서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무고한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지만, 진실만을 향해 나가야할 할 검찰과 경찰이 본분보다 수사권 대결에 몰두함으로써 결국 진실이 묻힐 수도 있는 그런 구도의 이야기.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온 세곡 지구대 경찰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이제 이 검경 대립 속에서 권력 대결과 진실 사이의 갈등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서동재(이준혁)가 이 사건을 형사법제단 우태하(최무성) 부장검사에게 가져와 경찰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검찰에 유리한 카드로 쓰려했고, 그래서 그 사건은 서동재와 황시목(조승우)에 의해 재조사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알아챈 수사구조혁신단 최빛(전혜진) 단장이 한여진(배두나)에게 조사를 지시하고, 그래서 한여진이 세곡지구대를 찾아 추궁한 결과 타살의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6인의 같은 지구대원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다니는 송기현(이가섭) 경사를 집단 따돌림 했고, 그의 사망현장에도 그들 지구대원들만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검경협의회에서 검찰과 검찰이 벌일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그 사건을 경찰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려 할 것이고 경찰은 어떻게든 그것을 막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과연 사건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까.

 

<비밀의 숲2>가 흥미로운 건 그저 진실을 향해 좇는 인물들을 다루는 형사물과 달리, 검경의 권력대립이라는 구도 하에 진실이 좌지우지되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다. 검경협의회에서 물론 황시목과 한여진은 서로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되어 설전을 벌이지만, 그들은 전작에서 그러했듯이 사건의 진실 앞에서 이러한 검경대립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소신을 향해 나가지 않을까.

 

검찰 측 혁신단의 멤버로 우태하, 김사현(김영재)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거나 술을 마시러 가서도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황시목의 모습은 그래서 향후 그가 걸어갈 독자적인 길의 복선처럼 보인다. 그는 한여진과 함께 검경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서민들과 무고한 피해자들을 위해 진실을 향해 걸어 나가는 인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걸 마다치 않는 서동재와 황시목은 확연한 비교점을 만들어낸다. 진실보다는 개인의 영달이 더 우선인 서동재와 자신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진실을 향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걸어가는 황시목. <비밀의 숲2>는 이처럼 검경의 대립, 그 사이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자와 권력을 추구하는 자의 대결이 복합적으로 얽힘으로서 한 치 앞도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는 색다른 장르물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사진:tvN)

‘스토브리그’, 요란한 빈 수레 세상 남궁민의 냉정함이 주는 판타지

 

어쩌면 저렇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아마도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는 시청자들은 백승수(남궁민) 단장이라는 인물의 그 냉정함에 빠져들었을 게다. 만년 꼴찌팀 드림즈에 새롭게 부임한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한 얼굴로 팀 개혁을 위한 메스를 든다.

 

팀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결국 그만한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백승수 단장은 판단한다. 그래서 가장 주목받곤 있지만 팀 기여도가 낮은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스카우트 팀의 비리를 적발해 팀장을 해고시킨다. 게다가 미국에 귀화해 병역 기피자로 낙인찍힌 선수를 과감하게 스카우트해 국내 무대에 복귀시킨다. 결코 쉬운 일들이 아니지만 백승수 단장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해야 할 선택들을 어떤 어려움과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결국은 해낸다.

 

그런데 그렇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백승수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다는 게 드러난다. 그것은 한 때 야구선수였지만 무리하다 결국 장애를 가져 걷지 못하게 된 동생 백영수(윤선우)다. 본인이 힘들어 그만 두고 싶어 했지만 좀 더 들여다보지 못하고 “열심히 뛰라”고 했던 그 말이 그에게는 고스란히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동생이 그렇게 된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그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백승수가 그토록 냉정하게 팀의 시스템을 개혁하려 한데는 그 아픈 상처가 작용했다고 보인다. 백승수는 결국 사고를 당한 후에야 동생이 야구선수로 뛸 때 체벌까지 받아왔던 걸 알게 됐다. 잘못된 관행이나 시스템이 선수들을 어떻게 망치는가를 직접 경험한 셈이다. 그러니 그의 개혁은 자신이 그 때 동생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들어있을 수밖에 없었을 게다.

 

<스토브리그>는 백영수가 드림즈 전력분석팀 면접에 등장하는 것으로 백승수가 가졌던 과거와 대면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렇게 야구를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그래서 야구를 미워하기보다는 여전히 사랑하는 백영수가 야구분석가가 된 사실을 알게 된 백승수는 애써 동생을 그 길로 들이지 않게 하려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동생이 오히려 백승수를 설득하는 대목에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동생이 아니라 백승수라는 게 드러난다.

 

전력분석팀장 유경택(김도현)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세이버매트릭스를 믿지 않고 선수로서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와중에, 백영수가 그 팀에 들어오게 되는 건 향후 그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도 한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기보다는 냉철한 분석에 의한 결정이라는 시스템적인 조직운용이 팀에 훨씬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백영수는 개인적인 아픈 경험을 했지만 그걸 극복하고 보다 냉철하게 야구를 들여다본 인물이다. <스토브리그>는 백영수라는 특별한 상처를 극복한 인물을 통해서도 시스템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

 

<스토브리그>가 시청자들을 점점 빨아들이는 방식 또한 백승수나 백영수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냉정함과 냉철함을 그대로 닮아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이들, 예를 들면 드림즈 구단주의 조카인 권경민(오정세)이나 스카우트 팀에서 방출된 후 백승수에게 앙싱을 품고 있는 고세혁(이준혁) 같은 인물들의 대결구도로서 냉정한 백승수에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 요란한 빈 수레들을 냉철한 분석과 대처로 이겨나가는 백승수라는 리더는 그래서 어쩌면 지금처럼 어렵게 버텨내고 있는 우리네 현실에 어떤 희망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사진:SBS)

‘60일, 지정생존자’, 이준혁 같은 인물의 권력이 위험한 이유

 

저런 인물이 권력을 잡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과는 달리 이런 관점에 더 집중한 건 아닐까. <60일, 지정생존자>는 박무진(지진희)이라는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에 오르게 된 인물이 그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대처하며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부각된 건 오영석(이준혁)이라는 국회의사당 테러범들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 권력을 농단하는 모습이다.

 

몇 회에 걸쳐 박무진은 오영석의 배후세력들에게 철저히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무진은 무너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관임명식을 하다 총격당하고, 배후세력을 은밀히 추적하던 국정원 요원 한나경(강한나)과 정한모(김주헌) 역시 수세에 몰린다. 정한모는 아이가 납치당하자 생포한 전직 북한 장성인 명예준을 자신이 죽였다 거짓 증언한다. 한나경도 국정원에 체포되어 심문을 받다 박무진의 도움으로 풀려나 은밀하게 배후세력들을 수사한다.

 

수술을 받게 된 박무진이 권한대행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공백을 국방부장관이 된 오영석이 채우게 된다. 그런데 오영석이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그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박무진을 총격한 테러범을 포획하지 않고 사살하라 명령하고, 양진만 전 대통령(김갑수)이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된 해군기지사업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켜 진행한다.

 

그런데 그것은 오영석의 결정이라기보다는 그의 배후세력을 이끄는 ‘어르신’과의 결탁에 의한 것이다. 해군기지사업을 그들은 비즈니스로서 재개하고, 그것을 통해 양진만 전 정권이 만들어놓았던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깨버리려 한다. 국민들을 불안 속에 몰아넣고 그것으로 권력을 공고하게 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함이다.

 

물론 미드 원작에서도 전복을 꿈꾸는 배후세력들이 등장하지만,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이나 그 배후세력들의 이야기는 어딘지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에 겪었던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떠오르고, 또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겪었던 4대강 사업 같은 국가 재난급의 사업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그래서 박무진이 위기 상황 속에서 선한 선택을 하고, 그것이 이기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 궁극적인 이야기의 메시지지만, 오영석 같은 자격 없는 인물이 권력을 갖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려는 이야기도 상당히 부각되어 있다. 드라마가 다소 지지부진하고 고구마 가득한 상황들이 전개됐던 건 바로 이런 오영석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부각되게 되면서 생겨난 일이다.

 

드라마는 오영석과 박무진을 그래서 극적으로 비교해 놓는다. 이를테면 킹메이커를 꿈꾸는 차영진(손석구)의 시선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 박무진과 오영석의 다른 자세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차영진은 그간 박무진이 단 한 번도 대통령의 책상에 앉지 않았다는 걸 되새기며 그와 정반대로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앉아 집무를 보는 오영석과 비교한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그 자리에 앉으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걸 보여주는 것.

 

<60일, 지정생존자>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건 바람직한 리더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박무진처럼 타협하려 하지 않고 항상 곧게 진실만을 향해 나가는 인물을 그 누구도 정치에 적합하다 여기진 않는다. 반면 오영석처럼 권력을 위해서는 엄청난 짓까지 서슴없이 하고 연기를 하는 인물이 오히려 정치에 더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차영진은 오영석이 아닌 박무진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선이 이기는 걸 보고 싶어서”다. 우리네 정치도 이런 게 가능할 수 있을까.

 

물론 그건 요원한 일이고 순진한 판타지일 게다. 대신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대중들이 생각하게 된 건 선은 아니더라도 부적절한 악이 그 자리에 앉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점이다. <60일, 지정생존자>가 박무진의 선만큼 오영석의 악에 시간을 할애한 건 이런 반면교사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사건 전개가 지나치게 느리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보다보면 어째서 이렇게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이야기에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이 드라마는 미드 원작과 달리 우리네 헌법에 맞게 ‘60일’이라는 시간제한을 뒀다. 그래서 드라마의 연출에서도 시작과 함께 자막으로 ‘○○일’ 같은 시간의 흐름을 적시해 놓았다.

 

보통 이런 구조의 시간제한은 마치 시한폭탄 같은 장치를 만들어 드라마를 긴박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여기서 60일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게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은 그 60일의 국정운영을 대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60일 후 대통령 선거에서 박무진이 대행이 아닌 진짜 대통령이 되는 그 과정까지 담아낼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시간제한이 갖는 긴박감을 살리지 못하고 자잘한 에피소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회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한껏 증폭되어 있던 인물은 바로 오영석(이준혁) 의원이었다. 그가 사실상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 진실에 다가가려는 한나경(강한나)과 정한모(김주헌) 국정원 요원들이 오히려 누군가에 공격을 받고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시청자들로서는 오영석 의원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갑자기 ‘스캔들’이라는 부제로 박무진 권한대행과 아내 최강연(김규리)이 어떻게 만났고 친부로부터 버려진 박시완(남우현)을 박무진이 어떻게 친자식으로 끌어안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드라마의 흐름을 꺾어버린 전개고, 어떤 면에서는 시간 끌기를 함으로써 맥을 풀리게 만드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박무진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려는 이 에피소드가 그리 대단히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 안에 머물고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 박무진이 유부녀였던 최강연과 불륜을 통해 박시완을 갖게 됐다는 식의 제보가 등장하고, 차마 박시완을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박무진이 그 거짓 제보를 그대로 인정하는 대목에서 이미 시청자들은 그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게다.

 

나아가 이 이야기 자체도 허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박시완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라면, 아들에게 아빠가 불륜남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괜찮은 걸까. 이런 논리적인 허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는 과도하게 박무진의 인간적 캐릭터를 짜내서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피소드의 허점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지부진한 전개가 만들어내는 피로감이다. 빠른 전개를 해도 시청자들이 채널을 유지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정공법으로 이야기의 속도를 내지 않고 자잘한 에피소드로 변죽만 울리다 시청자들이 다 떠나버릴까 우려되는 지점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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