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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이 작은 영화가 세계를 쏜 까닭

 

벌새는 현존하는 새 중 가장 작은 새들로 가장 작은 건 몸길이가 5cm에 몸무게는 2.8g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마치 헬리콥터처럼 정지해 서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가능한 건 엄청난 속도의 날갯짓 때문이다. 빠른 벌새는 초당 55회의 날갯짓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화 <벌새>에는 벌새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제목을 단 건 아무래도 여기 등장하는 14살 중학생 은희(박지후)라는 인물과 그 인물을 들여다보는 카메라가 마치 벌새와 그 벌새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선을 닮아 있기 때문일 게다.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며 세계와 대결하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그런 위대한 존재.

 

<벌새>가 다루는 이야기의 시공간은 1994년 대치동이다. 이 영화에서 이 시공간이 중요한 건, 그 시점에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 같은 거대한 사건과 은희가 대치동 아파트에서 당대의 가부장적 집안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그 일상이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 일상은 사실 영화가 주로 다루는 극적인 사건 같은 것들을 끌어오지는 않는다. 방앗간을 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때론 지나치게 권위적인 남편과 맞서기도 하지만 결국은 순종적인 어머니,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오빠와 그런 집안에서 탈출하듯 부모가 원하는 반대방향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언니.

 

어찌 보면 당대의 여느 집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집안 풍경들은 그러나 은희라는 섬세한 인물의 시선으로 아주 자세히 천천히 들여다보자 무수한 감정들을 품어낸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은희가 남자아이와 연애를 하고 유일한 친구인 지숙과 때론 탈선을 하기도 하며 자신을 따르는 여자 후배와도 연애 감정을 갖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자잘하게 보여진다.

 

그 평이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사건이랄 수 있는 건 힘겨워 하는 은희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유일한 어른 영지 선생님(김새벽)을 만난 일이다. 마음을 다치고 찾아온 은희에게 항상 따뜻한 차를 대접해주며 “누가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 싸워”라고 말해준 인물. 영지라는 인물의 존재는 이 평이해 보이는 일상과 대비되면서 그것이 평범하지 않은 폭력적인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준다.

 

디테일이 클리셰를 극복하게 해준다는 건 영화를 안다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다. <벌새>는 평이한 일상들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좀 더 오래도록 들여다봄으로써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 같은 인물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감정 같은 것들을 찾아내게 해준다. 그건 마치 멈춰서 있는 것 같지만 무수한 날갯짓에 의해 버텨지고 있는 것들이라는 걸 카메라의 ‘오래 들여다보는’ 시선이 보여준다.

 

이 부분은 <벌새>라는 작은 영화가 외국 영화제에서 20여개가 넘는 상을 받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의 작은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 하나의 세계가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에게 잔잔하지만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는 사건일 수 있다는 걸 영화는 은희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건 또한 당대의 가족과 사회의 공기로 자리 잡던 가부장적 세계관이 만들어낸 결과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 거대한 사건이 사실은 우리의 이런 작은 날갯짓들이 전하는 항변과 버텨냄을 무시함으로써 생겨난 비극이라는 것.

 

요즘처럼 현란하고 빠른 속도감의 영상들이 마치 콘텐츠의 금과옥조처럼 되어 있는 시대에 <벌새>는 그래서 정반대로 가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수하고 너무나 느려 심지어 정지된 영상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하는 장면들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여백이 많은 만큼, 그 영상을 통해 저마다의 추억과 생각들이 더해지면서 더더욱 풍부해지는 영화. 역주행하며 10만 돌파를 눈앞에 둔 <벌새>의 작은 날갯짓이 의외로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영화'벌새')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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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인데

 

“해방되던 날은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서 춤추고 그랬어요..” 어느덧 1주년이 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신당동에서 만난 오갑수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연세가 무려 90세였지만 정정한 모습에 귀엽기까지 한 미소를 던지며 “수박이라도 갖고 올까?” 할 정도로 따뜻함이 묻어나는 어르신. 같이 앉아 있는 장남 69세 임공혁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결혼하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했다. 정작 시어머니는 방값을 마련해 분가하라 했지만 며느리가 같이 산다 했다고 한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지만 부모 자식 그리고 며느리 사이에도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유재석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할머니는 자식 자랑하기에 바빴다. 특히 미국 사는 둘째 아들이 용돈을 붙인 이야기나 또 오라고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질문과 달리 엉뚱하게 계속 얘기하셨다. 얼마나 자랑스러우면 그럴까. 하지만 할머니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장남에 대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무일푼으로 분가를 나와 학교 보낼 형편도 안돼 첫째를 제대로 공부시키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대학에 유학까지 보내고 미국에 살고 있지만.

 

그게 항상 마음이 아프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아들은 애써 고개를 숙이며 겸연쩍어 하셨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시대의 흐름인데...”라며 오히려 “그건 내 복이에요. 내 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것 때문에 “섭섭하거나 서운해 한 적 없다”며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살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휴일도 없이 일한다는 미용실 원장님은 13년 전에 큰 수술을 받았고 그 때 이웃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수술 이후로 단 한 번도 휴가를 못 갔다는 원장님은 아들이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어 일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수술 당시 챙겨주지 못해 돌아왔을 때보니 초등학생 아들의 얼굴이 제대로 못 챙겨먹어 버짐이 막 폈었다며 그게 잊히지 않는다고 하셨다.

 

엄마가 쉬지도 않고 일하는 걸 안쓰럽게 여기는 아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려 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것도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대신 아들이 밖에 나가서 즐겁게 지내고 왔다고 할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아들을 자신의 심장이라고까지 표현한 원장님에게 아들은 진짜 ‘보물’이었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그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 어떤 토크쇼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몰입감. 이러니 퀴즈를 맞춰 100만원을 탄 원장님에게 내 일처럼 즐거워질 수밖에.

 

퇴근길에 유재석과 조세호를 만나게 되어 자리를 하게 된 류근오씨는 대표로 있다가 은퇴해 지금은 가끔 자문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대표 시절에는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고 현장에 나가도 차로 이동을 했었지만 이제 시장조사를 위해 직접 돌아다닌다는 류근오씨는 더운 날씨에 땀을 너무 흘려 쉰내가 난다는 이야기가 남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올라갔으면 내려오기 마련이라며 퇴근 후 휴가 나온 아들과 시원한 소맥 한 잔을 할 거라며 환하게 웃는 류근오씨는 하지만 지금도 체력이 되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어찌 보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고, 그 일상 또한 소중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마음 또한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할 때 은퇴를 맞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다보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 한 분 한 분에게서 배울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공부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분들이 선택해서 살아온 삶의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져서다. 게다가 이 분들이 그렇게 걸어온 길이 대단한 걸 원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는 우리를 먹먹하게 만든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 평범함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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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31 09:29 노랸잠수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0줄에 들어선 내게 <유퀴즈>는 신당동에서 살았던 옛 추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은퇴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 인터뷰한 곳은 초등시절 뛰놀던 곳이었고, 미용원장님이 인터뷰 한 곳은 결혼해서 분가하기 전 까지 살던 집 근처였습니다. 우리 이웃들의 일상 얘기에도 공감이 갑니다. <유퀴즈> 응원합니다.

‘봄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이토록 애틋해진 건

 

“왜 피하는데요. 우리가 뭘했는데. 지호씨하고 내가 뭐라도 했냐고.”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이정인(한지민)은 유지호(정해인)에게 그렇게 말한다. 연락도 없이 무작정 이정인이 일하는 도서관에 왔던 유지호는 마침 그 곳에 그의 남자친구인 권기석(김준한)이 나타나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이정인이 유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새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는 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정인의 말대로 그들은 우연히 약국에서 지갑을 안 가져와 돈도 지불하지 않고 숙취해소약을 먹은 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됐고, 마침 권기석의 후배인 유지호가 그와 농구경기를 하는 걸 이정인이 보러오면서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신들도 모르는 어떤 자력 같은 게 만들어졌다. 괜스레 유지호가 일하는 약국 앞을 이정인이 서성이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이정인이 일하는 도서관을 유지호가 굳이 찾아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무언가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별로 없다. 다만 불쑥 이정인이 유지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고 유지호가 이정인에게 아이가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액면으로만 보면 별 일도 벌어지지 않은 사이. 그래서 시청자들에 따라서는 <봄밤>의 이야기가 너무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기보다는 두 사람의 일상들이 교차되고 그들이 만나도 그리 극적인(?) 대화나 행동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일상적 대화와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 그러니 이정인이 화를 내듯 “우리가 뭘했는데”하고 되묻는 건 마치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묘미는 바로 그 이정인이 “우리가 뭘했는데”라고 되묻는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읽어내는데 있다. 그 말은 달리 해석하면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또한 굳이 무언가 극적인 말이나 행동을 해야 애틋한 감정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돌려 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그런 말 속에는 이정인의 흔들리는 감정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자세히 이들이 무엇이 끌렸던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건 특별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어떤 일들을 대할 때 드러나는 태도나 삶의 자세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첫 만남에서 숙취해소 드링크를 마개를 따서 주고,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하자 오히려 몇 만 원을 더 챙겨주던 지호에게서 이정인은 자신도 모르게 끌렸을 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해온 배려 없는 결혼 강권의 상황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정인이 지호의 행동들에 담긴 배려를 남달리 보게 됐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이정인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유지호가 자신은 애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유지호가 이정인에게 끌렸던 건 그게 뭐 대수냐는 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비혼부라는 늘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유지호가 아닌가. 아이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가 굳이 아이를 부모님댁에 맡기고 살아가는 건 그런 편견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에게 그게 뭐 잘못된 일이냐고 말하는 이정인에게서 유지호의 마음은 흔들렸을 게다.

 

이미 서로에 대한 호감이 선을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그 과정들 속에서 약국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이렇게 서로에게 빠져버린 것이 자신 탓이 아니라는 걸 변명하듯 말다툼을 하던 끝에 이정인이 “겨우 이럴 거면서 도서관에 왜 찾아왔어”라고 말하고 돌아서려 할 때 유지호는 드디어 속마음을 드러낸다. “보고 싶어서.” 그리고 진심을 털어놓으려고 “나는...”을 반복하는데 마침 약국 문 앞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한다. 그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정인은 웃음이 터진다.

 

사실 이 상황에서 유지호의 말이 뭐 그리 중요할까. 이미 그 말을 잇지 못하는 그 상황 속에 그의 마음이 이정인에게 전달되었는데 말이다. 이것은 <봄밤>이 보여주는 멜로의 풍경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보기에는 별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별 말도 오고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별 거 없는 일들과 말들 속에서 마음이 오고간다. 그리고 굳이 표현되지 못한 말은 그만큼 더 애틋해지고 더 깊어진다. 말하지 않아서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더 애틋해지는 감정들. 그것이 사랑이 피어나는 과정이라는 걸 <봄밤>은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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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가 만드는 독특한 관계망, 그 끈끈함

일주일 내내 전현무와 한혜진의 결별 이야기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동시 잠정하차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성인 남녀가 만나 사귈 수도 있고, 또 헤어질 수도 있는 일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계속 회자되고 있는 건 어딘가 좀 과한 느낌이다. 

물론 <나 혼자 산다>의 주축이었던 두 사람의 하차가 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심각한 수준의 파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윤균상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방영분은 향후 잠정적으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하차한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이 끄떡없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역적>에서 홍길동 역할로 선 굵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윤균상. 하지만 일상에서는 전혀 다른 고양이들의 윤집사가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훤칠한 키가 어딘가 강인한 인상을 주는 윤균상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들 앞에서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다. 사실 이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이것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 발톱과 털을 깎아주고 매일 하는 운동이라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 모습은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편집과 스튜디오에서 덧붙이는 이야기들은 이것을 독특한 예능의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계단 오르는 운동을 보이기 전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예인들의 몸 만드는 장면을 전제로 슬쩍 편집해 넣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예능화’는 쉽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느 카페에서 윤균상이 만난 이준혁과 심희섭과의 수다는 과거 <역적>을 찍었을 때의 이야기들과, 밀리터리 덕후인 이준혁의 엉뚱한 유머가 뒤섞이며 편안한 재미를 준다. 취미라고 보기에는 과한 듯 모형 총을 가방 가득 갖고 나타난 이준혁이 군대에서 먹는 비상식량과 맛다시 같은 걸 꺼내놓는 장면에, 마치 방문판매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더해지자 그 상황 자체가 우습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윤균상이 마치 친형들처럼 따르는 이들과의 따뜻하고 편안한 관계가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역적>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그 때의 장면들도 떠올리게 할 만큼.

요리보다는 조리를 잘 한다는 윤균상이 라면에 햄, 소시지 그리고 마라 소스를 넣은 부대찌개를 끓여내고, 소면을 삶아 골뱅이와 맛다시를 버무려 내놓은 안주에 찾아온 친구들과 술 한 잔 곁들인 수다를 떠는 장면도 그렇다. 그건 우리 누구나 한번쯤 하는 일상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니 저 반짝반짝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이 우리와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공감대가 생겨난다. 

술만 마시면 노래를 부른다는 윤균상이 그 노래 부르는 장면을 화면으로 보며 창피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은 관찰카메라가 잡아내는 일상에 자신도 모르는 모습이 담긴다는 걸 보여준다. 술에 취해 노래 부르고 들을 때는 그토록 좋았던 그 순간들이 영상으로 들여다보자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낸다. 그 민망한 순간을 스튜디오에서 MC들이 공유하며 함께 괴로워하는(?) 장면에 웃음이 터지는 건 그래서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요해진 건 시청자들이 그 출연자들에게 느끼는 친밀감이다. 멀리 떨어진 어떤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존재를 들여다본다는 그 지점은 <나 혼자 산다>가 갈수록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윤균상처럼 한번 슬쩍 나와 그 일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마치 친구 같은 친밀함을 갖게 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이면 다음에 또 만나고픈 아쉬움을 갖는 것. 

전현무와 한혜진의 잠정 동반 하차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나 혼자 산다>가 잘 될 거라는 건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잠시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유지되는 관계의 지속성 때문이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어느 순간 조금 편안해졌을 때 다시 돌아와 근황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윤균상 편을 보면서 이 인물이 언젠가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를 이어갈 거라는 예감처럼,(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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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따뜻한 해피엔딩, 모두가 제 자리로

“나만 모르는 내 마음을 봤어요. 진혁씨랑 같이 있던 시간들.. 다 웃고 있어.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줄 몰랐어.” 눈 내리는 날 오래된 놀이터에서 진혁(박보검)을 다시 만난 수현(송혜교)은 그렇게 말했다. 진혁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수현의 일상들. 까르르 웃던 순간들. 수현은 그 사진을 보고 드디어 알았다. 그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늘 무표정하게 속마음을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텼고, 타인이 아프기보다는 자신이 참는 쪽을 선택해 살아왔지만 그건 진짜 자신이 아니었다. 수현은 어쩌면 진혁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혁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했다.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난 사랑을 할게요.” 그 사랑은 결국 수현이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줬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전한 해피엔딩은 모두가 본인이 진짜 원하던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수현이 원한 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태경그룹 김화진 회장(차화연)은 수현의 눈빛이 늘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말도 행동도 순종적이었지. 하지만 말야. 그 눈빛이 늘 마음에 걸렸어. 뭐랄까. 차수현 눈엔 태경의 힘, 가치, 위엄. 이런 것에 대한 선망이 없었어.” 수현은 진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자신으로 살아왔던 거였다. 

그런 수현에게 진짜 모습을 찾아준 진혁은 “그렇게 웃고 살라”고 말했다. 수현과의 사랑을 반대했던 엄마에게, “그것 또한 사랑”이라며 자신은 두 개의 사랑을 모두 지킬 거라고 했던 진혁은 결국 말대로 사랑을 지켰다. 엄마는 수현을 찾아와 사과했고, 수현은 자신이 진혁과 헤어지려 한 것이 그와 똑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걸 얘기함으로써, 그것이 모두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확인시켰다. 

수현의 어머니 진미옥(남기애)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음으로써 김화진 회장과의 악연을 정리했고, 차종현(문성근)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모든 게 홀가분해진 얼굴들이었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차종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수현이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사실이 그를 행복하게 했다. 

다소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남자친구>가 다루려 했던 멜로는 우리가 봐왔던 멜로들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담았다. <남자친구>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남녀 구도를 바꿔놓았고, 멜로를 통한 신데렐라식의 신분상승 구도를 뒤집어 평범한 일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담았다. 성장 판타지보다는 일상의 소중함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가는 지금의 트렌드를 담은 멜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멜로 구도 이야기에서 등장하던 클리셰들(이를테면 반대하는 엄마들 같은)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드라마였다. 특히 극적인 이야기보다는 깊이 있게 담겨지는 감정선이 중요했던 이 드라마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건 다름 아닌 송혜교와 박보검이었다. 두 사람의 깊은 감정 연기가 있어 같은 장면도 남다른 공기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동화 같고 오래된 필름 같은 따뜻한 장면들로 연출해낸 박신우 PD의 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그래서인지 드라마들은 갈수록 독해져간다. <남자친구>는 그런 현재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정반대로 걸어감으로써 오히려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다. 천천히 감정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과정들이 주는 ‘느림’과 ‘아날로그’의 따뜻한 정서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정신없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있던 진짜 우리가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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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 연애담 속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건

서점에서 저 멀리 자신의 남자친구 김진혁(박보검)을 바라보는 차수현(송혜교)은 그가 보내는 미소에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한참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조금씩 눈물이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 차수현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한 장면은 그리 대단한 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수현의 눈에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이 비극적인 여인의 아픈 삶의 정체가 담겨져 있어서다. 

차수현에게 김진혁의 어머니가 찾아와 눈물로 “미안하다”며 “헤어져 주세요”라고 간곡히 요청할 때 차수현의 눈에 차오르던 눈물은 그 말에 대한 서운함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이 더 컸을 게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차수현에게는 도저히 그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가온다.

차수현은 그런 삶을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정치인 아버지 차종현(문성근)의 딸로 살았고, 태경그룹 정우석(장승조) 대표와 정략적인 이유로 결혼했으며, 이혼 후에도 태경그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 남자친구 같은 소소한 일상은 허락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수현이 포장마차에서 그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이자 비서인 장미진(곽선영)에게 “진혁씨는 모든 게 처음”이지만 자신은 결혼도 했었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고 말했을 때, 장미진이 그에게 “너도 처음이잖아. 너도 첫사랑이잖아.”라고 말하며 함께 눈물 흘리는 장면은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는 결혼도 했었지만 누굴 사랑한 적은 없었다.

차수현은 “정말 헤어지기 싫다”고 장미진에게 말하지만, 혼란스럽다. 자신에게 한 번도 허락된 적 없던 일상의 행복. 그런 그에게 다가온 김진혁이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 하지만 자신과 가까워지면 자신이 겪었던 그 일상이 없는 삶으로 김진혁과 그 가족들까지 끌어들일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차수현으로서는 고민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는 그래서 마치 차수현과 김진혁이라는 두 사람이 만나 어느 쪽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드라마 같다. 차수현이 살아왔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지워진 삶인가 아니면 김진혁이 살아왔던 그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채워진 삶인가. 차수현의 삶이 김진혁의 삶을 덮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김진혁의 삶이 차수현으로 하여금 그 일상 없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인가.

그저 차수현과 김진혁의 연애담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친구>가 어떤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바로 그 이면에 담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갈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차수현의 아버지 차종현이 “내려 놓는 삶”을 살겠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차수현은 과연 모든 걸 내려놓고 잃었던 자신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혼을 하거나 연애가 이뤄지는 것만큼 중요한 이 드라마가 엔딩에 담아야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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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틀 뒤집기, ‘남자친구’ 박보검과 송혜교 역할이 바뀌었다는 건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첫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진혁(박보검)을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다 보게 된 대표 차수현(송혜교)이 보고는 차를 돌린다. 그냥 지나치려다 멈춰서 경적을 울리자 깜짝 놀라 깨어난 진혁이 술에 취해 꼬인 혀로 대표를 반가워한다. 대표는 차에 진혁을 태워 데려다주는데, 술 취한 진혁은 혼자 가는데 졸릴 것 같다고 주머니에서 안주로 가져왔던 오징어를 꺼내 굳이 대표의 입에 물려주고 차에서 내린다. 혼자 차를 몰고 가던 대표는 입에 오징어를 문 채 미소를 짓는다.

평범한 시퀀스지만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장면은 익숙한 듯 낯설다. 익숙한 건 우리가 그토록 멜로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캔디와 실장님, 대표님의 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낯설기도 한 건 그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어서다. 이 드라마에서는 진혁이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면서도 밝고 건강한 캔디이고, 수현은 호텔체인의 오너로서 모든 걸 가진 듯한 특별한 삶을 살지만 웃을 일이 별로 없는 대표님이다. 

<남자친구>는 단지 성 역할 설정만 바꿔놓은 게 아니라, 그 클리셰들이 그려내던 풍경까지 모두 바꿔놓았다. 이를 테면 신입사원들에게 환영사를 하는 자리에서 진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수현이 비서에게 신입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달라고 하고, 이를 통해 진혁의 자기소개서를 읽은 후 거기 등장하는 오래된 놀이터에 갔다가 거기서 진혁을 만나는 장면 같은 것도 우리가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이야기의 남녀를 바꿔놓은 버전이다. 

인형 뽑기를 하는 장면도 그렇고, 술 취해 진혁이 실수한 대목을 계속 물고 늘어지며 장난을 치는 수현의 모습이나, 주말에 휴게소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제안하는 대목도 그렇다. 그 주말 데이트에 멋진 차를 끌고 나와 진혁을 태우고 가는 장면도 그렇고. 이런 세세한 대목들까지 모두 기존의 여성 신데렐라 클리셰를 뒤집고 있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늘 힘 있고 능력 있으며 심지어 지위까지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남성이 리드하고 힘은 없어도 밝고 맑고 건강한 여성캐릭터가 따르곤 하던 연애방식을 이 드라마는 정반대로 담아낸다. 

그러고 보면 <남자친구>라는 제목 또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과거의 흔한 멜로드라마의 틀이었다면 ‘여자친구’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게다. 연애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지목하는 우리네 성 고정관념이 그런 제목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게 했던 시대였으니.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정반대로 ‘남자친구’라는 제목을 달고 연애의 대상으로서 남성을 지목하고 있다. 주체는 당연히 여성이 된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이 드라마를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성 역할을 바꿔놓은 대목만을 통해 이 드라마가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그 흔한 신데렐라의 멜로를 통한 신분상승을 담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성공한 삶이 갖는 화려함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큰 가치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그래서 수현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자신이 하는 일에서의 성취와 성공이 아니다. 데드 마스크처럼 공식적인 일정 속에서 살아가다 잠시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일상의 틈입 속에서 비로소 수현은 잊고 있었던 듯한 웃음과 표정이 살아난다. 그 일상의 틈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물이 바로 진혁이다. 

그래서 진혁에게 수현이 처음 제안한 데이트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소하게 보이는 휴게소에서 라면 먹기다. 그것 하나 하기가 쉽지 않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비어있는 그 삶에서 수현은 탈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라면을 먹는 장면을 누군가 사진에 담고, 그것이 대서특필되면서 그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걸 수현은 알게 된다. 심지어 그건 진혁의 일상까지 파괴시킬 수 있는 일이다. 

<남자친구>는 단지 성 역할만 남자와 여자를 뒤집어 놓은 게 아니다. 그걸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꿔 놓았다. 화려한 성공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부유하고 힘 있는 공적 생활보다는 가난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사적인 삶을 가치로 세웠다. 이건 그래서 ‘신데렐라’ 이야기 자체도 뒤집는다. 수직상승하는 성공의 꿈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공유하려는 행복의 꿈을 담고 있어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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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자친구’가 박보검과 송혜교의 멜로로 말하려는 건

캐스팅만으로 드라마가 이만한 화제가 됐다는 건 박보검과 송혜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준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첫 방송으로 8.7%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역대 tvN 수목극 첫 회 최고 기록을 만들었다. 

실제로 <남자친구>의 첫 회 방송은 온전히 쿠바의 이국적인 풍광과 그 속에서 돋보이는 송혜교와 박보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워낙 햇볕이 좋고 색감이 좋은 쿠바의 말레콘 비치에서 바라보는 석양 속에, 나란히 앉아 있는 송혜교와 박보검의 모습은 한 장의 화보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주얼 뒤에는 이들이 엮어갈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를 예감케 하는 포석들이 존재했다. 차수현(송혜교)이 재벌가 자제와 결혼했다 이혼한 이혼녀이고 그 후 동화호텔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대표라는 사실이 짧지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에 전제를 깔았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딸로 살았고, 재벌가에 입성한 며느리였다가, 이제는 이혼해 성공한 사업가로 살고 있는 차수현은 꽤 오랫동안 사적인 일상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쿠바에 호텔 사업을 하기 위해 갔다가 우연히 김진혁(박보검)을 만나 보내게 된 1박2일 간의 일들이 굉장한 ‘모험’처럼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엽서에 담겨진 말레콘 비치의 석양에 이끌려 무작정 홀로 길을 나섰다가 가방을 소매치기 당하고 앞서 먹었던 수면제 기운에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김진혁은 그의 어깨를 내어주었다. 

차수현이 나중에 다 돈으로 갚겠다며 김진혁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함께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샌들 하나를 사서 신는 것이며, 배고픔을 달래줄 한 끼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모이면 어디서든 춤을 춘다는 쿠바 사람들이 추는 살사 춤 속에 슬쩍 들어가 함께 춤을 추는 정도만 해도 그에게는 일상의 모험이 된다. 

차수현이 김진혁에게 이끌리는 건 자신이 살던 세계의 사람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진혁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청년이다. 차수현이 탄 차가 그가 앉아 있던 테이블을 들이받아 상처 입은 카메라를 굳이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하지만 거기 담겨진 추억까지 살 수는 없다며 그걸 거부하는 인물. 사람의 손때와 흔적들이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쿠바의 풍광은 그래서 김진혁이 소중히 여기는 일상과 어울리는 면이 있다. 그 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것도.

결국 <남자친구>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멜로를 그릴 게다. 그렇다면 그 멜로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과거 신데렐라 이야기를 담던 멜로들은 왕자님에 천거되어 신분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를 담곤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오히려 거꾸로 된 상황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 남자친구가 갖고 있는 일상과 소소함 속으로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황량한 성공으로 치장된 삶에 지친 차수현이 빠져드는 이야기. 

하지만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소소한 일상을 세상은 가만히 놔둘까. 이미 공적인 얼굴을 갖게 된 차수현에게 이런 일상이 허락될까. 심지어 그가 다가옴으로써 김진혁의 일상까지 파괴되어 가는 건 아닐까. 이 긴장감이 <남자친구>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려는 특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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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각시별’, 공항은 어째서 드라마의 공간이 되었나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고 만나는 곳. 또 날고픈 비행의 설렘과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하는 운명을 가진 우리네 현실이 교차하는 곳. 공항은 어쩌면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이 담으려 하는 ‘평범’과 ‘비범’이 교차하는 지점으로는 최적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사고로 인해 비범한 몸을 갖게 된 이수연(이제훈)과, 누구보다 비범하게 인정받고 싶지만 실상은 지극히 평범해 오히려 사고만 치고 다니는 한여름(채수빈)이 만나는 공간.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그 길 위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설렘을 공항이라는 공간을 통해 풀어냈던 것처럼, <여우각시별>은 가까이서 보면 별의 별 인간 군상들이 모여 복작대는 그 공간이지만 밤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여우각시별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공항처럼 그 부대낌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비행기들이 오르내리는 그 여우각시별에는 그래서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일상이지만 그 곳을 지나쳤던 우리들에게는 특별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최근 들어 공항이라는 공간이 자주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우각시별>은 아예 공항을 소재로 삼았고, JTBC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남자주인공 서도재(이민기)는 티로드항공 본부장으로 공항에서 그 첫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 2007년에 방영된 <에어시티>가 그저 공간으로서의 공항만을 차용한 느낌에 머물렀다면, 2016년 방영됐던 <공항 가는 길>같은 작품은 공항에서 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정서를 통해 풀어낸 바 있다. 이처럼 이제 공간은 그저 배경이 아니라 드라마가 담아내는 정조를 표징하는 곳으로까지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가 다루는 공간은 당대의 대중들이 갖는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테면 의학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꽤 오래도록 드라마의 공간이 되고 있는 병원은 ‘생명’과 ‘자본’이 뒤얽혀 있어 극적인 사건들이(심지어 사람들이 살고 죽는) 벌어지는 곳으로서, 대중들이 갖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축소해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 법정드라마의 법정은 대중들이 갖는 ‘법 정의’에 대한 갈증이 투영되는 공간이고.

<여우각시별>의 공항은 갖가지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때로는 날아든 새 때문에 프로펠러에 불이 붙어 비행기가 불시착하기도 하는 그런 큰 사건들이 벌어진다. 또 난동을 부리는 진상 여객들 때문에 기물이 파손되거나 사람이 다치는 사고들이 벌어진다. 물론 국가와 국가가 나뉘어지는 일종의 접경지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특별하고 비범해 보이는 많은 사건들 속에서 <여우각시별>이 집중하고 있는 건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이수연과 한여름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의 진전과 저마다의 성장담이다. 좌충우돌의 사고뭉치로 보이는 한여름을 마치 젊은 날의 자신처럼 바라봐주고, 또 남다른 몸을 갖게 된 이수연을 지극히 평범한 직원처럼 보듬어주는 양서군(김지수)이라는 인물은 이들의 나날이 벌어지는 사건들의 지향점이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평범과 비범 사이에서 저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우거나 넘치는 걸 덜어내 가면서 삶의 균형을 찾아간다. 냉철하고 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감성을 가진 양서군의 모습 같은.

설렘이 익숙함으로 바뀌고, 익숙해도 여전히 설레는 감정. 아마도 우리가 공항을 떠올리면 항상 반복해서 느끼는 그 감정의 교차는, <여우각시별>이 공항이라는 공간을 통해 궁극적으로 담아내려는 그 특별함과 일상의 균형과 닮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진면목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담아내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복작대는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지만 부감으로 내려다보면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운 특별한 여우각시의 형상을 닮은 우리네 삶이라는.(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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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배두나에게 버림받은 차태현 통해 '최고의 이혼'이 하고픈 이야기

“10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모르네. 나 너와의 사이에 좋은 추억 같은 거 하나도 없어. 헤어질 때 생각했어.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이런 남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 첫사랑 진유영(이엘)이 갑자기 내뱉은 이 말에 조석무(차태현)는 충격에 빠진다. 조석무는 진유영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목격한 후, 그 찜찜함을 견디지 못한다. 결국 진유영을 찾아가 생각해준답시고 그 사실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진유영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우리가 흔히 이혼이나 헤어짐에서 상상하는 그런 극적인 이유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 이혼이라고 하면 계기가 되는 엄청난 사건을 떠올린다. 무수한 드라마들이 불륜을 다루고 끔찍한 사건들을 그 헤어짐의 이유로 제시하듯이. 하지만 <최고의 이혼>은 그 사유가 자잘한 일상의 누적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들, 혹은 하필이면 상대방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기막힌 타이밍’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첫 회 만에 이혼을 하게 된 조석무와 강휘루(배두나)의 이혼 전 분위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어지자”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강휘루의 그 지점에서 되돌아보면 아주 자잘한 일상 속에 담겨진 무수한 상처들이 느껴진다. 강휘루의 앞에서 습관처럼 나오는 조석무의 한숨이나, 조금이라도 어질러진 걸 견디지 못해 잔소리를 해대며 치우고 또 치우는 조석무의 행동은 강휘루의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른다. 

물론 조석무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출동해야 하는 보안업체 직원으로 고객들의 자잘한 요구들에 힘겨워한다. 그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요구처럼 보이지만 조석무는 그걸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그래서 조석무는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비관주의자가 됐다. 젊은 날에는 꿈도 있어 기타를 치고 음악을 했지만 지금 그의 소망은 고양이와 함께 아무도 없는 산골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거나, 커피 한 잔에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즐기고 싶은 정도다. 하지만 그것을 강휘루는 ‘별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한다. 

그런 일상들이 오래도록 겹치고, 거기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해가 깊어지다 결국 사건이 터진다. 동화작가가 꿈인 강휘루는 자신이 쓴 원고를 조석무가 한번쯤 읽어봐 주기를 바라며 식탁 위에 흩어 놓지만, 실수로 물을 흘려 젖은 원고를 조석무는 정리하지 않고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잡동사니 정도로 여긴다. 결국 폭풍우가 치던 날, 문을 두드리는 게스트하우스 손님 때문에 두려워 조석무에게 빨리 와 달라 보낸 문자의 답변으로, 문밖에 있는 화분을 들여놓으라는 문자를 받게 된 강휘루는 “헤어지자”고 말하게 된다.

이런 사정은 조석무가 첫 사랑인 진유영과 헤어지게 된 이유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어째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는가의 이유는 진유영의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부였던 아버지에 그토록 의지했던 이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게 되면서 자우림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고, 자신도 음악의 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진유영이 작곡한 곡을 조석무는 그가 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표절”이니 “쓰레기”니 하는 지독한 표현으로 폄하해버린다. 물론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한 이야기지만, 그 말은 아마도 진유영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상처로 남았을 게다. 그리고 심지어 밴드부에서 진유영이 만든 곡에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싸구려 꽃무늬 변기 커버 같은 음악”이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의 뉴스를 보면서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사람은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니 조석무를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한 진유영의 마음이 이해될 밖에.

물론 여기에는 일본 원작 특유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즉 일본인들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그 정서가 깔려 이런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석무가 충격을 받는 건, 그가 무심하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해서가 아니라 다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몰라서다. 알고 보면 조석무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에 걸린 반려견을 어딘가로 데려가 버린 일 때문에 지금껏 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충격적인 경험은 조석무에게 알 수 없는 분노와 체념, 깔끔한 것에 대한 집착, 부정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들을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최고의 이혼>이 하려는 이야기는 무얼까. 그건 아마도 ‘연민’이 아닐까. 본래 비극이 가진 가장 큰 기능은 위에서 인간사를 내려다보며 그들이 저도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아픔이나 슬픔, 관계의 비틀어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갖게 되는 ‘연민’의 감정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가 아니라 한 치 눈앞의 비극적 상황들을 모른 채 그 속으로 발을 들이는 인간의 소소함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연민의 감정. 

<최고의 이혼>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비극적인 선택들이 굉장한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일상들 속에서 저도 모르게 벌어지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살아가고, 뒤늦게 그 이유들을 발견하며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알아가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최고의 이혼>은 그래서 제 아무리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최악의 결혼’의 반대말처럼 다가온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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