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light’, 예능적인 맛은 덜해도 임영웅과의 평화로운 시간들이니

삼시세끼light

등장부터가 조심스럽다. 다른 게스트도 아니고 임영웅이 아닌가. tvN ‘삼시세끼 light’의 10년 차 베테랑들인 유해진, 차승원조차 말을 쉽게 놓질 못한다. 워낙 존재감이 큰 게스트지만 임영웅 본인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전날 미리 그 곳에 왔었다는 임영웅은 소주라도 한 잔 하고 방송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긴장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임영웅에게도 이런 예능은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삼시세끼’라는 레전드 예능이고 대선배들인 유해진, 차승원과 함께가 아닌가. 

 

이등병의 마음으로 왔다는 임영웅은 그래서 자기에게 이 일 저 일 시켜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편안하게 해주려는 심산이다. 유해진과 차승원도 조금씩 마음을 놓고 “이제부터는 손님 아냐”라며 일을 시켜본다. 첫 번째 일로 주어진 마늘까기. 사실 뭐 어려운 일일까 싶지만 처음 하는 사람한테는 낯선 일이기도 하다. 마늘까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막걸리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잔잔한 웃음을 준다. 어딘가 서툰 모습에 마늘까기 달인(?) 수준인 유해진과 차승원의 시선은 자꾸 임영웅에게 간다. 

 

이런 일이 익숙지 않은 임영웅은 어딘가 엉성하다. 요리부인 차승원을 도와주는 역할에서도 그렇지만, 작업부 유해진이 양념통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일을 도와주는 데서도 그렇다. 호기롭게 어렸을 때부터 가구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며 나섰지만 톱질이 삐뚤빼뚤 엉성하다. 유해진은 그걸 콕 집어 “임! 이거 상당히 삐뚤어”라고 말해 웃음을 준다. 도와주려 열심히 했는데 엉성하게 된 상황에 멋쩍어 하는 임영웅의 모습이라니. 

 

하지만 엉성해도 그렇게 익숙지 않은 요리와 작업을 하고, 잘 하면 잘 한다 못 하면 못 한다고 말하며 웃고 떠들면서 조금씩 임영웅과 유해진, 차승원 사이에 존재하던 어색함은 사라진다. 웰컴 드링크로 막걸리 한 잔을 주고, 특별 코스요리(?)라며 부추전에 수육 그리고 임영웅이 가져온 수박으로 후식까지 챙겨먹으며 식구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물론 농촌에 왔으니 노동이 빠질 수 없다. 수육거리로 산 고기 대신 빚으로 갖게 된 감자 캐기 140Kg을 채우기 위해 세 사람은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한다. 허리를 굽힌 채 하는 안해본 감자캐기 역시 만만찮은 노동이지만 커다란 감자가 쏙 나왔을 때의 즐거움이 교차된다. 일하고 함께 끼니를 챙겨먹는 평범한 시골에서의 일상이 후루룩 지나간다. 오롯이 삼시 세 끼 챙겨먹는 일에만 집중함으로써 복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그 ‘삼시세끼’ 특유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드라마처럼 예능도 어떤 갈등이나 대결 같은 것들이 들어가야 극적인 재미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시세끼 light’는 아예 ‘light’를 표방한 것처럼 그다지 극적인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이제 어언 10주년을 맞이한 ‘삼시세끼’가 이 프로그램의 본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본래 ‘삼시세끼’는 그 시절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가득해 있던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던 프로그램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풍경처럼 자리한 평창의 산세들과, 그 사이를 유유히 움직이는 구름들, 어스름해지는 저녁에 식사 후 감자밭 저편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정서적인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라면 대단한 사건보다는 밥 한 끼 같이 해먹고 수다를 떠는 일조차 푸근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밍밍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도록 함께 해온 유해진과 차승원은 이 평범한 시골에서의 하루에도 깨알같은 재미들을 채워놓는다. 고추장찌개에 유해진이 시큼한 김치를 썰다가 충동적으로 맛있을 것 같아 그걸 찌개에 몰래 넣자 차승원이 “안 만든다”며 국자를 놓고 나가버리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유해진이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에 막걸리를 권하며 “한 잔 해”라고 하는 말에 금세 풀어지는 차승원의 모습은 그 짧은 장면 하나에 마치 드라마 같은 극적 상황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어제는 뭐 하셨어요?”라는 임영웅의 질문에 “어젠 좀 싸웠어.”라고 너스레를 떠는 유해진의 말은 전 날의 그 사건을 가져와 그 때와는 너무나 다른 임영웅과의 평화로운 하루를 그려낸다. 대단한 일이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낯선 손님들에게도 배를 다 드러내고 누워 애교를 부리는 집주인의 반려견 복구만 봐도 힐링이 되는 그런 평화로움이랄까. 

 

도시에서라면 지나쳤을 찌개 끓는 소리도 더 잘 들리고, 날이 어둑해져 가는 그 시간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는 평창의 시골집이니 그런 낯설음에 엉성함 또한 작은 재미들이 된다. 유독 뜨거웠던 늦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너무 좋다”고 말하는 평화로움이 있으니. “이거 평화를 어떻게 하면은 쉽게 깨는 방법을 알려줘? 뭐 넣으면 돼.” 유해진의 말은 그래서 본질로 돌아온 ‘삼시세끼 light’ 본연의 맛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그런 별 것도 아닌 자잘한 일조차 사건처럼 느껴지게 되는 재미가 그것이다. (사진:tvN)

'히든싱어6', 트로트 열풍 속 김연자를 첫 가수로 세운 건

 

첫 회부터 대박이다. JTBC 예능 <히든싱어6>는 무려 8.3%(닐슨 코리아)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히든싱어6>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대의 강자는 트로트 열풍에 동승하던 MBN <보이스트롯>과 tvN <삼시세끼> 어촌편5였다. 하지만 <보이스트롯>은 11.7%를 찍던 시청률이 지난회부터 주춤해 9%대로 주저앉았고, tvN은 <삼시세끼> 후속으로 들어온 <여름방학>이 기대와 달리 갖가지 논란에 휘말리며 2.5%까지 추락했다.

 

이렇게 된 건 내외적인 요인이 <히든싱어6>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트롯>은 스타들의 트로트 오디션이라는 기치를 내걸었고 그래서 그들의 출연 자체가 화제가 됐지만 바로 그 점이 족쇄가 되었다. 스타들이 출연하니 편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래서 방송은 선택과 집중 없이 나열되기만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난점은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노래 실력이 타 오디션들과 비교해 너무 하향평준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름방학>은 동해안 바닷가 집이 왜색논란을 겪었고 심지어 게임과 유사하다는 표절논란까지 겪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너무 지나치게 밋밋하다는 점이다. 동해안 바닷가 집에서의 한 달 살기 같은 콘셉트로 되어 있어 여유로운 시간들이 채워지고 있지만 그래도 <삼시세끼>처럼 소소한 재미나 캐릭터들 간의 케미가 만드는 재미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다는 반응이다.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이유다.

 

<히든싱어6>가 첫 회부터 대박을 친 건 이런 외적인 상황과 더해 첫 출연자로 김연자를 출연시킨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최근 트로트 열풍 속에서 트로트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물론 여러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히든싱어6>는 확실히 그 프로그램의 형식에 따라 김연자의 트로트세계와 늘 도전해왔던 음악인생에 대한 다양한 맛을 보여줬다.

 

젊은 나이에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가요계를 주름잡게 된 이야기나 다시 국내로 돌아와 화려하게 복귀해 당시 트로트가수로서는 최정상 가수들의 반열에 오르는 유일한 인물이 됐던 이야기, 또 '아모르파티'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엑소의 팬들에 의해 역주행을 하게 된 이야기 등등이 김연자의 '수은등', '10분 내로', '아모르파티', '진정인가요' 같은 미션곡과 함께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김연자를 첫 번째 원조가수로 세워놓자, 연예인 판정단으로 자리한 임영웅과 이찬원의 활약도 첫 회 대박을 이끌어낸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찬원은 '찬또위키'라는 별칭에 걸맞게 김연자에 얽힌 이야기들이나 정보들을 술술 풀어 놓았고, 추리에 있어서도 세세한 발성 하나까지를 거론하며 실제로도 진짜 김연자를 맞춰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임영웅은 첫 라운드부터 잘 맞추지 못해 이찬원과 묘한 대결구도를 이루면서도 김연자의 노래를 즉석에서 두 사람이 같이 불러주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탈락자가 눈물을 보이자 자신도 눈물을 보이며 "왜 우냐"는 질문에 자신은 "누가 울면 자기도 운다"고 말해 남다른 감수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날 모창가수로 출연한 도전자들은 누가 진짜 김연자인지를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목소리와 창법을 들려줘 모두를 멘붕에 빠뜨린 주역들이었다. <히든싱어> 시즌 초반부터 김연자를 출연시키고 싶었지만 모창가수를 찾기 어려워 무산됐던 시도가 이들 도전자들 덕분에 제대로 치러질 수 있었다.

 

벌써 시즌6를 이어갈 정도로 <히든싱어>는 어느 정도 그 프로그램의 형식 자체가 대중들에게는 입증된 프로그램이다. 원조가수의 음악을 듣는 것이고, 모창가수와의 대결이긴 하지만 그건 또한 스타와 팬 사이의 만남 같은 훈훈함이 담겨있다. 여기에 누가 원조가수인가를 추리하는 연예인 판정단의 멘트들이 더해져 스토리텔링은 더욱 풍부해진다.

 

이 안정된 형식 속에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선 김연자는 물론이고 임영웅, 이찬원 같은 인물들이 가세하니 그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보증된 형식에 트렌디한 선택이 만든 예상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마침 경쟁 프로그램들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은 향후에도 <히든싱어6>의 상승세가 지속될 거라는 걸 기대하게 만든다.(사진:JTBC)

'구해줘 홈즈'가 그리는 주택 판타지는 왜 긍정적일까

 

MBC 예능 <구해줘! 홈즈>가 제대로 시청자들의 로망을 건드렸다. 사실 의뢰인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맞춰 어디든 어떤 집이든 대신 구해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의도지만, 실상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로망을 건드려주는 집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꾸밀 장미정원을 위한 단독주택을 원하는 의뢰인에 이어 이번 주 아파트 생활에 지친 부모님을 위한 전원주택을 찾는 의뢰인은 바로 그 로망을 건드리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들은 그런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이천의 시네마 하우스나 넓은 마당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부는 모던한 모던보이 하우스는 매매가가 각각 3억9,500만 원, 3억6,500만 원이었다. 지난 7일 방영된 반려견과 함께 살 남매가 원했던 강남의 집들과는 너무나 큰 대비가 아닐 수 없다. 입지조건이 완전히 다르지만, 당시 그 강남의 집들은 10평이 조금 넘는 집의 전세가가 5억 원을 호가했다.

 

물론 의뢰인마다 저마다의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 보고픈 건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가성비 좋은 주택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동산의 현실을 보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 현실적으로 꿈꿀 수 있는 진짜 주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장미정원을 위한 단독주택에 이어 아파트 생활을 탈출하기 위한 경기 북부에 위치한 전원주택 역시 시청자들의 로망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포천의 아들 임영웅과 동두천에서 살았던 기억을 가진 김희재가 양세형과 함께 찾아간 첫 번째 집은 임영웅이 자신의 친구들도 살고 있는 동네라며 소개한 이른바 '포천 히어로' 하우스였다. 버스정류장까지 1분 거리에 위치한 그 집은 소나무가 한 가운데 자라있고 천천히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꾸며진 정원을 갖고 있었다. 특히 2층 유리통창으로 꾸며진 발코니는 아름다운 정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집이 매매가 4억 원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그 실제를 몰랐을 때는 막연한 로망으로 여기던 것들이 원한다면 실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장미정원을 위한 단독주택으로 소개된 무려 200평이 넘는 계피하우스의 경우 대저택에 가까웠지만 매매가는 5억이 채 되지 않았다. 이런 대비효과는 시청자들에게 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기도 한다. 지역과 부동산 가격으로만 인지되고 있는 집이 아니라 진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집.

 

마침 요즘 대세인 임영웅과 김희재가 게스트로 출연해 전원주택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더더욱 일요일 밤의 행복감을 더해준다. 간간이 노래를 불러주고 자신이 살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며 찾아가는 전원주택. 이런 기분 좋은 경험은 <구해줘! 홈즈>를 통해 접하는 '진짜 집들'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테니.

 

그래서 <구해줘! 홈즈>라는 제목은 의뢰인이 구하는 집을 대신 찾아준다는 의미지만, 마치 아파트와 부동산으로서의 집에 매몰되어 묻힌 진짜 집을 구해달라는 의미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로망을 건드리는 집들이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MBC)

음원차트·광고·방송 모두 장악한 임영웅 신드롬의 실체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현역부로 첫 출연한 임영웅이 노사연의 '바램'을 불렀을 때부터 이 신드롬은 시작됐던 것으로 보인다. 노사연이 부르는 '바램'은 온전히 임영웅의 '바램'으로 바뀌어 있었다. 특유의 속삭이듯 말을 건네는 듯 시작하던 곡은 완벽히 통제된 완급을 통해 오히려 그 꾹꾹 눌려진 감정들이 증폭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클라이맥스에서 터트릴 때는 확실히 터트렸다가도 그 마무리에 있어서는 다시 감정을 추스르듯 절제된 목소리로 차분히 내려앉았다.

 

그 때 아마도 시청자들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트로트에 대해서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는 소리를. 트로트하면 꺾기 같은 기교가 먼저 떠오르고 조금은 과장된 감정 표현과 약간의 느끼함 같은 것들을 막연히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임영웅의 노래는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트로트의 맛을 보여줬다. 물론 그건 오해다. 과거 이미자가 부르던 트로트가 전해주던 담백함과 절제되면서도 절절한 감정들을 떠올려보라. 다만 최근 들어 트로트가 침체기를 겪으며 세미 트로트가 쏟아져 나오고 그러면서 마치 과거의 정통 트로트는 조금 느끼한 어떤 것으로 치부되면서 막연히 갖게 된 편견이자 선입견.

 

지금이야 트로트가 여러 음악 장르 중 하나로 분명히 구분되어지지만,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가요의 중심적인 정서를 이루던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른바 '뽕끼'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민요와 국악 베이스의 우리 식 정서는 서구식 장르들과 접합되면서도 늘 뿌리 깊숙이 내려 있었다. 가왕 조용필의 초창기 음악이 민요 창법 특유의 색채를 얹어 절절하게 부르던 트로트였고 거기서부터 끊임없이 진화해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그 과정은 트로트라는 장르가 얼마나 우리네 가요에 뿌리 깊은가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K팝이 마치 우리네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가요계 전면을 덮어버리면서 트로트는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것을 다시 중심으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TV조선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트롯>이었다. 이들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트로트는 젊어졌고 본래 자리였던 다양한 장르들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우리네 가요가 갖는 정서의 뿌리였다는 새삼 되새기게 했다.

 

임영웅이 최근 들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건 트로트의 본래 맛을 가져와 임영웅 특유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면서 노래 한 곡 안에 세대를 통합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그에게서 차분하면서도 진심어린 가사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털어놓는 정통 트로트 특유의 맛에 감탄하고, 젊은 세대들은 그것이 진정 트로트인가 싶을 정도로 편안해진 임영웅식의 노래에 빠져든다. 사실 조영수 작곡가가 쓴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는 굳이 트로트가 아니라 발라드라고 해도 괜찮을 듯한 색깔을 갖고 있다.

 

마음을 담아 진심을 이야기하듯 차분하게 부르며, 때론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로 듣는 이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폭발적인 시원함을 보여줬다가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마무리를 선사하는 임영웅의 노래는 그래서 그냥 트로트라고 표현하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건 마치 이미자가 이미자를 부르고, 조용필이 조용필을 부르는 것처럼, 장르적 구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임영웅이 임영웅을 부르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이로써 꽤 길었던 침체기를 지나 본래 자리였던 우리네 가요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같은 트로트 오디션이 만들어낸 젊은 트로트라는 새로운 무대와 그 무대에서 탄생한 송가인, 임영웅 같은 가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트로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려, 장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신구 세대를 모두 빠져들게 하는 임영웅의 지분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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