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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같은 장르물, 이건 ‘열혈사제’의 진화인가 퇴행인가

분명 장르물의 색깔을 지녔는데 어딘지 주말극 같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전직 요원 출신의 신부. 동료애 하나만큼은 분명히 갖고 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조폭들에게 휘둘리는 형사. 마음 한 구석에 살해당한 신부님을 외면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성공하고픈 욕망 때문에 흔들리는 검사. 이들이 정치인에서부터 경찰, 검찰, 조폭들까지 결탁해 구담시를 좌지우지하는 악의 카르텔과 대적해가는 이야기.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는 분명 액션이 더해진 장르물의 구조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된다기보다는 캐릭터 중심으로 자잘하고 일상적인 코미디에 더 집중하는 이 드라마는 어딘지 전형적인 주말극을 닮았다. 

시청률표를 보면 금토에 SBS가 새롭게 시간대를 마련해 들어온 이 드라마가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국시청률이 16.1%(닐슨 코리아)에 이르고, 특히 타깃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는 2049시청률 또한 9.4%를 달성하고 있다는 건 실구매층으로 여겨지는 젊은 세대들 또한 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딘지 변종이다. 지금껏 시청자들이 OCN이나 tvN 등에서 자주 봐왔던 장르물과는 너무나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OCN에서 방영됐던 <나쁜녀석들> 같은 드라마와 <열혈사제>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 <나쁜녀석들>이나 <열혈사제>나 그 이야기 설정과 구조만 보면 그리 다른 장르물은 아니다. 현실을 대변하는 악의 무리들이 존재하고(이들은 대부분 권력과 결탁해 있다), 검찰이나 경찰 같은 법집행기관은 부패해 있다. 그러니 더 ‘나쁜 놈들’이 나서 그들과 싸우거나, 참다못한 열혈신부가 나서 그들과 대적해나간다. 그리고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비슷한 부류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팀을 이룬다. 

<나쁜녀석들>과 <열혈사제>는 이야기 구조는 비슷해도 장르물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나쁜녀석들>은 긴장감 넘치는 대결구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언제 어떤 반전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반면 <열혈사제>는 정반대다. 시청자들은 이미 이 전직 요원 출신의 신부와 지금은 악의 무리들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형사와 검사가 이 구담시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선량한 이들과 힘을 합쳐 결국은 정의를 세울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야기 전개도 전혀 빠르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동어반복적인 같은 상황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드라마의 전제가 되는 이영준 신부(정동환) 살해사건은 일찌감치 벌어졌지만 아직 그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대신 악의 세력들과 결탁한 불량급식업체의 비리를 캐나가는 김해일(김남길) 신부의 이야기가 몇 회에 걸쳐 이어진다. 대신 이 드라마는 느린 전개 속에 자잘한 캐릭터 코미디를 채워 넣는다. 마치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우스꽝스런 장면들이 연출되고, 실제로 태국인 출신 노동자인 쏭삭(안창환)이나 배부르게 먹으면 놀라운 청력을 발휘하는 요한(고규필)이 보여주는 코믹한 캐릭터 플레이는 의외의 정감과 재미를 더해 넣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또 다른 의미의 ‘시간 순삭(순간삭제)’을 경험한다. 뭐 별 이야기도 아직 진행된 게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경험. 하지만 그건 긴장감 넘치는 전개 때문에 생겨나는 ‘시간 순삭’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실제로 별로 전개되지 않지만 대신 깨알 같은 캐릭터들의 유머 코드들이 채워져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그런 의미에서의 ‘시간 순삭’이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할까. 장르물이 지상파 주말극이라는 시간대를 공략하기 위해 시도된 새로운 의미의 진화일까. 아니면 본래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장르물의 퇴행일까.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지점에 서 있는 <열혈사제>지만 그 느린 전개에도 남다른 몰입감을 느끼며 젊은 시청자들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건 이런 장르의 변종이 그 안에 들어 있어서다. 

장르물은 이제 드라마의 중요한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들은 여전히 그 플랫폼이 지금껏 유지해온 색깔과 시청층들(신구세대를 모두 아우르려는)을 겨냥해 본격 장르물보다는 변종들을 시도해왔다. 멜로에 가족까지 더한 이른바 ‘복합장르물’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열혈사제>는 또 하나의 변종 장르물이라 여겨진다. 장르물이지만 주말극 같은 느슨함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열혈사제’,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SBS가 <열혈사제>로 재개한 금요일밤 드라마 공략이 첫 회부터 성공적인 신호를 보냈다. 첫 회 시청률이 13.9%(닐슨 코리아). 최근 방영됐던 그 어떤 SBS 드라마들보다 좋은 첫 회 성적표다. 


<열혈사제>가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낸 건 과감한 편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 덕분이다. 사실 SBS는 예전에도 금요일밤에 두 편을 연속해서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색깔은 장르물보다는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에 더 가까웠다. 시청률은 나와도 화제성이 별로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밤으로 편성된 <열혈사제>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장르물을 가져왔다.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휴일의 시작으로 보편적 시청층이 빠져나간다 여겨졌던 시간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해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면서 금요일밤은 오히려 뜨거워졌다. 이들 이른바 선택적 시청층들은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의 장르물들에도 익숙하다. 그러니 이들을 공략해 금요일 밤에 들어온 장르물 <열혈사제>는 거기 딱 맞는 기획이었던 셈이다. 

<열혈사제>는 여기에 장르물 중에서도 보다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액션 스릴러와 코미디를 엮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사기 굿을 하는 일당들을 맨손으로 척척 때려눕히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 김해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진 코미디 코드를 잡아낸다. “하나님이 너 때리래”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액션과 코미디가 어떻게 이 김해일이라는 사제 캐릭터에 녹아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일이 문제가 되어 김해일은 도망치듯 구담시로 오게 되고, 드라마는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폭들과 정치인 사이의 커넥션들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김해일과 이들이 어떻게 부딪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소개됐다. 한 명은 조폭들에게 두드려 맞고 홀딱 벗겨진 채 길거리에 내던져진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이고, 다른 한 명은 출세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욕망의 불꽃을 드러내는 검사 박경선(이하늬)이다. 

이들은 향후 열혈사제 김해일과 얽혀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갈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구대영과 박경선 두 인물이 모두 저마다의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대영은 형사에 걸맞지 않게 쫄보라는 것이고, 박경선은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이 김해일이라는 사제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할 거라는 점이다. 이 변화과정 또한 이 드라마가 보여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첫 회가 방영된 것뿐이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건 김남길과 이하늬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다. 김성균이야 본래부터 이런 코미디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배우다. 하지만 김남길과 이하늬는 최근 들어 코미디 연기가 점점 눈에 띈다. <명불허전>부터 영화 <기묘한 가족>까지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보이던 김남길은 과거 <선덕여왕>의 비담 역할에서 보였던 액션까지 엮어 <열혈사제>의 김해일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놀라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번 <열혈사제>에서는 이제 능청스럽기까지 보이는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해내고 있다. 김남길, 김성균과 함께 합을 이룰 이하늬의 연기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의 호연에 힘입어 첫 회부터 확실하게 잡힌 캐릭터들은 향후 이 드라마가 만들어낼 심상찮은 성과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 다 좋았는데 멜로가 옥에 티였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종영했다.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의 해피엔딩을 맞았고 새로운 출발을 그 엔딩에 담았다. 주인공 백범(정재영)이 죽은 줄 알았던 과거 사랑했던 약혼녀(한소희)와 10년 만에 마주하고 그 마지막을 보내주는 장면은 역시 법의학을 다룬 <검법남녀>다웠다. 의사가 환자의 사망을 선고하듯 사인을 얘기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법의관으로서 소명을 다해온 그렇게 집착적으로 일에만 빠져왔던 마음 속 상처를 드디어 떠나보내는 장면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검법남녀>는 그것이 엔딩의 끝이 아니었다. 갑질을 일삼던 재벌2세가 궁지에 몰리자 차를 몰고 가다 사망한 것처럼 꾸며진 현장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사체를 검시실로 가져와 백범이 다시 검시를 시작하는 그 장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자막이 더해졌다. 시즌2를 예고한 것이다. 

사실 지금은 드라마에 있어서도 시즌제에 대한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검법남녀> 같은 다양한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병렬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드라마의 경우, 시즌제는 그 어떤 작품보다 용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증적인 자료들을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다는 건 <검법남녀>가 이만한 성과를 낸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니 <검법남녀>의 시즌2는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시즌2를 만약 한다면 시즌1에서 보여줬던 약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학이 가진 과학수사의 장르물로서의 묘미는 계속 이어서 더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시즌1에서 옥에 티처럼 들어간 멜로 부분은 차라리 빼는 편이 나을 듯 싶기 때문이다. 

주인공 백범이 그려낸 멜로가 그렇다. 너무 뻔하게도 그 멜로는 아버지의 결혼 반대라는 틀에 박힌 장애요소를 끼워 넣었다. 백범의 약혼녀가 백범의 아버지가 헤어지라는 말에 엉뚱한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인 강용(고세원)이 그 약혼녀가 잉태한 뱃속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하는 대목은 사실 설득력이 별로 없다. 너무 오래된 멜로의 틀을 가져왔고 현실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멜로 부분은 백범이라는 캐릭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다뤄질 부분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장르물로서 가진 좋은 소재들과 긴장감 넘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검법남녀>가 가진 옥에 티가 바로 멜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검법남녀>는 이러한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것을 덮어버릴 만큼 사건 전개는 빈틈이 없었다. 그러니 시즌2로 돌아온다면 굳이 멜로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는 편이 낫지 않을까. 굳이 제목에 ‘남녀’를 붙인 데서도 찾아지게 되는 모든 드라마들이 여전히 갖는 멜로에 대한 강박. 

지금은 본격적인 장르물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대다. <시그널>이나 <비밀의 숲> 같은 작품을 떠올려 보라. 멜로는 어떤 면에서는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우리 사회의 많은 병변들을 검시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소재를 담아내는 것이 <검법남녀> 시즌2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만일 시즌2로 돌아오게 된다면.(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 검시된 사체가 말하는 우리 사회 현실들

전교 1등 하던 고등학생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것.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법의관 백범(정재영)이 사체를 검시한다.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팀은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자살 몇 시간 전 옥상에 함께 올라간 4명의 아이들을 의심하지만, 백범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함부로 “소설 쓰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다룬 한 고등학생의 죽음은 법의학을 통해 그 원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미드 CSI류의 장르물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법남녀>는 토착적인 우리네 정서의 느낌을 준다. 살벌한 살인사건이나 치밀한 연쇄살인 같은 걸 밝혀내는 미드와는 달리 훨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고등학생의 죽음은 애초에 타살이 아닌가 의심되었지만, 사체 속에 남겨진 음식물의 소화시간을 분석해냄으로써 사망시간에 그 아이가 혼자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결국 자살로 판정된 것. 하지만 백범의 라이벌이자 죽은 아이의 아버지인 마도남(송영규)은 이를 인정할 수가 없다. 사망 당일 아이가 돈을 아껴 주문한 프라모델이 도착한 사실 때문이다. 자살할 정도로 비관했다면 그런 주문을 할 리가 만무라는 것. 

백범 역시 타살은 아니지만 학생의 죽음에 남는 의문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찾아낸 사인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각성제 과용에 의한 환각 증상이었다. 검시된 아이의 몸에서 갖가지 약 성분들이 과다검출된 것. 전교 1등을 유지하기 위해 시험기간에 잠을 깨는 각성제를 과다 복용한 학생은 “오늘은 자라”는 엄마의 말을 환각과 환청으로 들으며 아파트 옥상에서 침대에 뛰어들 듯 뛰어내렸다. 

법의학은 ‘사체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런데 <검법남녀>는 그 사체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려준다. 결국 이 고등학생을 죽음으로 내몬 건 무엇일까. 그 사체 가득 채워져 있던 독 같은 각성제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 그건 입시경쟁이 학생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현실이다. 심지어 그 부모가 ‘공부 잘하는 약’이라며 불법 유입된 약을 사다 주는 현실이라니.

그래서 <검법남녀>가 다루는 사건과 그 사건에 등장하는 사체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드러난다. 첫 번째 사건으로 다뤄진 한 여성의 사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가정폭력’의 비극을 담았다.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한 여성의 사망. 결국 그 죽음은 이 여성이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자작극으로 판명난다. 

고인의 냉동정자를 통해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며 그 유산을 주장하는 한 여인의 사건은, 유산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친족 간의 갈등을 담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던 이야기는 결국 그 여인이 유산을 노리고 벌인 범죄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씁쓸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인의 유산을 두고 종종 벌어지곤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체를 검시하고 그걸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법의학이라는 소재가 가진 힘이 남다르다는 점은 <검법남녀>가 애초의 예상과 달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은 힘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만이었다면 어딘가 부족했을 게다. <검법남녀>는 백범이라는 법의관이 검시하는 사체에 우리네 현실의 문제들을 담았다. 이 드라마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미드 장르물과 달리 토착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미스 함무라비’, 법정물에 담아낸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민낯

가해자의 고통과 피해자의 고통이 과연 등가의 저울에 올려질 수 있을까.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사내 성희롱 사건의 판결이 벌어지는 법정을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박차오름(고아라)은 가해자가 해고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한세상 부장판사(성동일)는 “한 가장의 밥줄을 끊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가장의 밥줄’이라는 말이 꽤 그럴 듯하게 들리는 대목이었지만, 사실 그 가장의 다른 이름은 상습적인 성희롱 가해자였다. 법정에 나와 자신의 성희롱 사실이 가족에게까지 다 드러나는 그 일이 자신에게는 큰 고통이라고 강변하고 있었지만, 그건 어차피 가해자가 스스로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지고 감수해야할 고통일 뿐이었다. 

희한한 건 법정에서 이상하게도 피해자가 더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피해자의 변호사는 아예 변론을 하지 않고 있었고, 가해자 측의 변호사는 피해자를 과잉 반응을 보이는 이상한 직원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증인으로 나온 다른 직원들조차 가해자의 성희롱적인 발언을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피해자는 그들의 말에 더 심각한 2차 피해를 겪게 됐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고 사측의 사주를 받은 가해자의 입장만을 두둔하는 상황. 심지어 그와 가장 가까웠던 선배 사원조차 등을 돌리는 모습에 눈물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미스 함무라비>의 이 법정 풍경은 하나의 판결 사례처럼 그려진 것이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면이 있다. 가해자는 억울하다 주장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입는 상황을 우리는 현실에서 자주 목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성폭력 같은 사안에서 이런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지만 사실 그 근원을 찾아 들어가면 비뚤어진 권력 구조가 거기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일방적인 피해를 계속 당하게 된 건, 가해자가 가진 권력이 여전히 회사와 결탁되어 발휘되고 있어서다. 증인으로 나온 직원들은 거짓 증언을 하고 심지어 피해자를 정신병자로 몰아가야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을 거라는 사측의 반 협박을 받고 있었다.

결국 법정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판사들은 섣불리 판결을 내리지 않고 다시 기일을 잡아 사측의 술수를 파헤쳤다. 다시 법정에 나온 여직원의 마음이 흔들리고 결국 자신 또한 인턴 시절 가해자에게 당했던 성희롱의 증거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여준 것.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아내 역시 변호사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이다. 권력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그런 일들은 부메랑처럼 가해자에게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이 사례는 보여준다. 

사실 장르물들이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법정물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을 소재로 하고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법정물’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실 공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미투 운동을 포함해 권력을 이용한 갑질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그 권력의 언저리에서 살아가지만, 피해자들은 오히려 2차 피해를 입는 상황들. 여기서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것이 가해자들 역시 고통 받고 있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어찌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을까. “가해자의 고통과 피해자의 고통은 같은 저울로 잴 수 없다”는 이 드라마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검법남녀’, 정재영과 정유미의 쿨&핫 케미가 만든 매력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첫 회는 시청률 4.5%로 지상파 3사 드라마 중 꼴찌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6.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2위인 SBS <기름진 멜로>의 6.8% 시청률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SBS <기름진 멜로> 역시 5%대에서 6%대로 올라섰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 <우리가 만난 기적>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0%대로 떨어진 만큼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판도는 향후 어떤 변화가 생겨날지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검법남녀>다. 최근 들어 MBC 드라마가 월화수목을 통틀어 3%대를 넘지 못했고 심지어 월화에 편성됐던 <위대한 유혹자> 같은 경우 1%대를 전전했던 걸 떠올려보면 <검법남녀>가 이틀 만에 6%대를 회복한 건 놀라운 반전이다. 지난 10년 간 벌어졌던 MBC의 퇴행이 최근 사장이 바뀌며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아 드라마의 경우는 연말이나 되어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거라 예측됐던 게 사실이다. 도대체 <검법남녀>의 무엇이 이런 반전을 만들어낸 걸까.

가장 큰 것은 <검법남녀>가 지금의 드라마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위대한 유혹자>나 <손 꼭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같은 작품은 그 작품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소재적으로 시청자들의 손이 선뜻 가지 않는 작품이다. 어딘지 지금의 트렌드와는 잘 맞지 않는 옛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검법남녀>가 취하고 있는 검사와 법의관이 등장해 사건을 추리해가는 CSI류의 장르물은 그래도 트렌디한 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사실 이제는 장르물 역시 너무 많아져 그저 그런 법정극이나 형사물로는 이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법남녀>가 상승세를 기록한 건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이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인 법의관 백범(정재영)과 신입검사 은솔(정유미)의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다.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한 여성의 사망을 두고 벌어지는 법정 싸움에서 은솔은 신입검사로서 냉정을 유지하기보다는 분노를 드러내며 ‘촉’을 더 믿는 그런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누가 봐도 범인인 남편을 어떻게든 증거를 찾아 살인죄로 구속시키려 한다. 사건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청자들로서는 바로 이런 은솔의 분노에 공감하며 몰입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가 증거를 찾아 ‘법꾸라지’인 범인을 잡아넣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분노는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주기보다는 오히려 가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이 부분을 채워주는 인물이 바로 법의관 백범이다. 법의학은 죽은 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고 했던가. 그는 감정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법의학자로서 사체가 말해주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은솔의 분노에 좀체 이 과학적 판단은 쉽게 동조해주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은 남편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오던 여성이 자살을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자작극이었다는 걸로 결론이 난다. 쉬운 카타르시스를 전하기보다는 법의학과 법 정서 사이에 놓여져 있는 긴장감을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 것. 바로 이 점은 <검법남녀>라는 법의학을 담은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 대목이다. 섣부른 판타지가 아니라 진실을 밝힌다는 보다 진지한 이 직업의 진정성을 담으려 했다는 것.

<검법남녀>는 뜨거운 신입검사 은솔과 냉정한 법의관 백범의 상반된 캐릭터가 서로의 빈 구석을 채워주는 그 상보적 관계로 기대감은 높이고 있다. 물론 냉정한 척 하지만 자신의 법의학적 판단에 의해 범인을 살인죄가 아닌 특수폭행으로 기소하게 된 후, 마치 숨겨진 분노를 풀어내기 위해 사격을 하는 백범은 그 속에 숨겨진 뜨거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은솔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어떤 동조의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사실상 ‘저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MBC 드라마가 최근 겪고 있는 난항은 쉽게 풀릴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어서일까. <검법남녀>가 만들어내는 이런 심상찮은 상승세는 미세먼지 가득한 MBC 드라마의 공기를 잠시나마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준 단비처럼 느껴진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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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에 화제성까지 가져간 ‘하얀거탑’, 드라마 관계자들 반성해야

어째서 11년 전 드라마인 <하얀거탑> 재방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걸까. 11년 전 드라마를 다시 틀어주는 건 MBC 파업의 후유증으로 인해 결방된 월화극을 채우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재방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만만찮다. 

첫 회 시청률도 4.3%(닐슨 코리아)로 낮은 편이 아니다. 물론 동시간대 타방송사 드라마와는 격차가 있다. KBS <저글러스>가 8.2%, SBS <의문의 일승>이 7.7%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얀거탑>이 재방 드라마인 걸 감안하고 보면 이만한 성적과 특히 여기 쏟아지는 화제는 결코 작다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된 건 지금 현재 지상파의 드라마들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월화극은 어디에 채널을 고정시켜야 할지 확실한 승부수를 찾기 어려운 드라마들로 배치되어 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저글러스>만 봐도 그렇다. 비서와 상사 사이의 직장 내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어딘지 11년 전 드라마인 <하얀거탑>보다도 더 퇴행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저글러스>의 여성 캐릭터만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능동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사내 연애가 들통 나며 갖가지 오해와 추문이 생겨나는 위기를 맞이한 좌윤이(백진희)는 집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닫아걸고 울며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남치원(최다니엘)이다. 이건 신분을 속이고 비서로 입사했다 상사에게 들통 난 왕정애(강혜정)도 마찬가지다. 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본인이 아니라 그의 상사인 황보 율(이원근)이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는 물론이고 기승전멜로 같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드러난다. 어찌 보면 직장 내의 성차별이나 권력 다툼 같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충분한 드라마지만, <저글러스>는 그런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사회적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 차원(멜로)으로 넘어서려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실 11년 전 <하얀거탑>이 처음 방영됐을 때도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전문직이라고 내걸고는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라거나 ‘가운 입고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이른바 의학드라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기승전멜로의 틀로 장르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멜로드라마였다는 비판을 받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얀거탑>은 그래서 당시 이런 환경 속에서 우뚝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온전히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에만 집중해 장준혁(김명민)이라는 천재 외과의사의 성공을 향한 무한질주와 좌절에만 집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11년 후인 지금 <하얀거탑> 재방에 쏟아지는 관심과 호평은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긴다. 그건 마치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들이 무려 11년 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상파 드라마들을 보면 새로움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전한 선택 안에서 어딘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격 장르물 같은 시도들이 잘 보이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하얀거탑> 재방에 쏟아진 관심은 어찌 보면 그 반작용처럼 보인다. 11년 전에도 나타났던 그 반향이 지금도 반복된다는 사실을 지상파 드라마의 관계자들은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듯싶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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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이 깬 주말드라마의 공식들

KBS 주말드라마는 우리에게 오래도록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해왔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 시간대에 들어가는 주말드라마는 기본이 시청률 20%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건 선입견이다. 요즘은 작품이 시원찮으면 곧바로 채널이 돌아간다. 채널도 많아졌고 볼 것도 많아진 탓이다. 주말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잘 된다는 건 옛날이야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주말드라마가 주로 다루는 가족극의 형태는 이제 현실성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과거의 주말드라마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가족을 보여주고, 그 안의 인물들이 서로 관계로 얽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안이한 전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던가 아니면 그 가족 속에 깃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제 중간 기점을 돌기 직전인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이토록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 시간대는 여전히 그간의 가족드라마가 가진 익숙한 코드들을 다뤄야 이물감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 다루는 방식을 달리 해줘야 지금의 시청자들의 달라진 시선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소현경 작가가 이미 <찬란한 유산>을 통해 성공적인 실험을 보여줬던 것처럼 연속극과 미니시리즈가 겹쳐진 장르적 혼재를 보여준다. 매회 사건이 이어지며 다음 회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하면서도 동시에 미니시리즈가 갖는 분명한 메시지들을 곳곳에 박아 넣었다. ‘출생의 비밀’ 같은 연속극의 주요 소재를 가져와 우리 사회가 가진 금수저 흙수저의 계급문제를 비틀어 보여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것은 소현경 작가가 가진 특유의 경력과 성장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소현경 작가는 그 시작을 연속극으로 했던 작가다. 하지만 소현경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찬란한 유산>같은 미니시리즈가 접목된 연속극의 실험을 보여줬고, <검사 프린세스>, <49일>, <투윅스> 같은 로맨틱 코미디와 장르물까지를 섭렵했다. 그러면서 <내 딸 서영이> 같은 주말드라마를 성공시킨 소현경 작가는 한 마디로 연속극과 미니시리즈 같은 장르물을 모두 다룰 줄 아는 작가로 성장했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느껴지는 뚝심과 자신감 같은 건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주말드라마가 가진 틀에 박힌 가족주의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극으로서의 면면을 드러내는 이례적인 작품이다. 그것은 진짜 딸을 바꿔치기 하는 범죄 행위가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뿌리 깊은 핏줄의식과 그로 인해 판이하게 나눠지는 빈부와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를 문제의식을 갖고 다루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기존의 가족드라마들이 대부분 흔한 신데렐라 판타지 같은 걸로 다루던 문제를 <황금빛 내 인생>은 처참하게 망가지는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주말드라마는 밝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젊은 청춘이 항상 등장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있으며, 혼사 장애의 갈등도 코믹한 유머가 동반된다. 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은 다르다. 이 드라마는 어떤 면에서 보면 요즘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본격 드라마가 가진 비극성 같은 걸 그려내고 있다. 이것 역시 소현경 작가가 깨버린 주말드라마의 공식 중 하나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족의 양태가 달라지면서 그 가족을 담아내는 주말드라마 역시 다른 모습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황금빛 내 인생>은 앞으로 주말드라마들이 어떤 변화를 담보해야 비로소 달라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달라진 가족 양태 속에서도 주말드라마가 지속 가능한 유일한 길이 될 지도 모르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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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 하지원 뜬금 키스, 차라리 러브보트라고 하던지

기승전멜로. 우리네 드라마에 대한 비판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물론 멜로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특정 장르물로 흘러가는 듯 싶었던 드라마가 어느 순간 갑자기 흐름을 멈추고 멜로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이런 ‘멜로의 틈입’을 허용했고, 어느 정도는 시청자들도 이를 즐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확실히 달라졌다. 장르물은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으로 즐기고 싶어 하고, 멜로라면 차라리 제대로 된 멜로를 그리라고 한다. 

'병원선(사진출처:MBC)'

그런 점에서 보면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다 멜로로 방향을 틀어가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난 회 마지막 부분만 보면 <병원선>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의학드라마가 가진 긴박감이 드디어 제대로 펼쳐지는가 싶었다. 아이들을 태우고 소풍을 떠나던 버스가 사고로 구르면서 ‘병원선’ 사람들의 응급 처치 상황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긴박한 상황은 의외로 빨리 정리됐다. 버스 안에 남아 있던 한 아이를 구조하러 들어간 곽현(강민혁)이 송은재(하지원)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기도 삽관에 성공하는 장면이 흘러나왔지만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마침 현의 생일을 맞아 두 사람은 아름다운 섬의 정원을 돌며 조금씩 마음을 열고, 급기야 곽현은 송은재에게 입을 맞춘다.

물론 의학드라마가 오로지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을 담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르적 특성을 살려 주된 사건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남녀의 멜로로만 한 회가 거의 채워지는 건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특히 ‘병원선’이라는 지금껏 의학드라마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 좀 더 그 특수한 상황에 천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병원선>이지만 러브보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병원선>이 아쉬운 건 어디선가 봤던 상황들이 자주 클리셰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송은재의 상황은 이미 <낭만닥터 김사부>의 윤서정(서현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밀려나 오지로 가게 된 의사가 결국 그 곳에서 진정한 의사의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캐릭터가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전편에 깔려 있는 서울의 병원과 시골 오지의 병원 사이에 만들어지는 대결구도도 그렇다. 그것이 제아무리 지금 우리네 의료의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이미 너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병원선>이 그 제목처럼 달리 보였던 건 초반 배 위에서 벌어진 몇몇 수술 장면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며 의료 사각지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 소재에 비해 특이점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는 키스와 같은 멜로의 급 전개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곽현의 약혼녀로 소개하는 영은(왕지원)의 등장은 그나마 남았던 기대감마저 빼버린다. 

멜로를 하려면 차라리 그냥 제대로 멜로장르로 정면승부를 하는 편이 낫다. 굳이 ‘병원선’이라는 특이한 배 위에까지 올라가서 멜로를 할 필요가 있을까. 과거에도 의사 가운 입고 멜로 한다며 ‘무늬만 의학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통하지 않는 게 바로 이 기승전멜로다. 시청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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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남궁민의 코믹과 진지로 풀어낸 사회극

이건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아예 작정하고 만든 작품일까 아니면 어떤 장르물도 남궁민이 소화하면 그만의 색깔을 내는 걸까. SBS 월화드라마 <조작>은 그의 전작이었던 <김과장>과 더불어 마치 ‘남궁민표 사회극’ 2부작을 보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 들어가 툭툭 건드리며 결국은 거대한 적폐를 치워내는 소시민 영웅의 이야기. 그래서 <조작>은 바로 그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색깔과 더불어 기대감이 생기는 작품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이른바 찌라시라 불리는 애국신문과 권력과 결탁한 거대 언론 대한일보의 대결. 애국신문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내세우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정론인 양 권위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사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 상무(문성근)의 대결. 아마도 현실이라면 이런 대결의 결과는 뻔할 것이다. 힘 있는 언론이 영세한 인터넷 타블로이드 하나 무너뜨리는 게 어디 대수일까. 

하지만 <조작>은 바로 이러한 적폐언론에 대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반감을 끄집어내 한무영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거대 권력과 싸우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언론이 흘러가는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는 적폐언론을 무력화시키는 게릴라식의 대적이 된다.

적폐청산에서 그 대상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사법정의와 언론인 것은 그것이 일종의 엇나간 권력의 쌍둥이처럼 공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된 사법이 무고한 이들을 희생자로 삼을 때, 언론은 그것을 기정사실인 양 조작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잘못된 사법과 언론은 마치 짝패처럼 기능한다. 권력 유지를 위해 기능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조작>은 그래서 한무영이라는 좌충우돌 돈키호테 기자가 중요하다. 물론 현실성은 그다지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판타지가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몰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적당히 눙치며 들어가는 코미디적 요소와 이 사회적 문제를 건드릴 때는 심각해지는 진지한 요소의 결합이다. 

대한일보에 의해 살인자 누명을 쓴 채 5년 째 복역 중인 윤선우(이주승)가 재심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자신의 무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한무영과 공조하는 과정은 전혀 현실적이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건 다름 아닌 한무영이라는 캐릭터가 은근슬쩍 넘어가는 코미디적인 접근이다. 스스로 윤선우의 인질이 되어 탈주한 후 마치 인질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한 방송을 내보내는 척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한무영 스스로 말하는 이른바 찌라시, 기레기의 방식이다. 하지만 대한일보의 구악을 이미 목도하고 그것이 실제 우리네 언론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그 찌라시, 기레기라는 지칭이 반어적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저런 돈키호테식 행동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진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이야말로 찌라시, 기레기라는 것.

한무영의 코믹함과 진지함은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그 양면적인 결을 통해 제대로 그려진다. 남궁민은 이미 <김과장>을 통해 우리가 확인했듯 코미디적인 과장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서도, 동시에 절절한 진지함을 순간적으로 드러낼 줄 아는 배우다. <조작>에서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대체불가로 다가오는 건 그 캐릭터와 그의 연기의 결이 너무나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남궁민은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향후 또 다른 남궁민표 장르물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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