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했던 이태임과 방송 강행했던 예원이 만든 차이

 

사실 이태임과 예원 모두 잘한 건 없다. 방송 프로그램을 찍던 중에 발생한 태도와 욕설 논란은 정확히 보면 두 사람 모두 일정 부분 잘못이 있다. 물론 그것은 사적인 영역이라 공적인 잣대를 갖고 뭐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노출되기 마련인 연예인이라는 특성과 최근 리얼리티 예능이 들여다보는 것이 이제는 겉면만이 아닌 그 내면이라는 사실은 이 사안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사진출처:MBC)'

사적인 영역이지만 어쨌든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은 모두 잘한 것이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두 서로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이태임과 예원은 서로 다른 대중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처음 후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사실만 대서특필되면서 그 인성까지 의심받았던 이태임에 대한 지금의 대중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일정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방송복귀를 결정한 그녀에게 대중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그것은 실제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나온 반전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욕설 부분만 강조해서 호도된 이태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은 실제 동영상 속의 예원이 눈을 치켜뜨고 던진 "제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말 한 마디에 녹아버렸다. 대신 그간 마치 모든 잘못이 이태임에게만 있다는 듯 침묵하고 사과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줬던 예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예원 역시 이 반응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방송이었다. 이태임이 잠시 방송에서 물러나 자숙했던 반면, 예원은 자신이 출연하고 있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끝까지 하차하지 않고 방송을 마무리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안들을 문제 삼아 하차시킨다는 것이 과도한 선택이라 여겼을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실제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로서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알콩달콩함이 거짓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또한 그 안에서 쏟아내는 눈물이 자칫 이미지를 바꾸려는 의도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사안이 터지고도 몇 주 동안 계속 강행한 방송은 고스란히 예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 쌓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상 논란이 벌어지면 그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대중들의 정서에 반하는 결정들이다. 만일 이런 선택을 하게 되면 그것은 자칫 사안을 떠나 대중들과 대결하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만일 예원이 이 사안이 터졌을 때 그냥 지나치거나 덮으려 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잠시 방송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태임과 예원. 둘 다 잘한 건 없는 사안이었지만 그 대처에 있어서 너무나 다른 선택이 너무나 다른 결과를 낳았다.

 

자숙이란 잘못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지만, 잘잘못을 떠나 불편한 이미지가 생겨난 연예인 당사자를 위한 회복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숙했던 이태임과 달리 방송을 강행했던 예원은 그 회복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태임과 예원 해프닝은 자숙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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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다 되는 세상, <베테랑>의 서민 판타지

 

영화는 영화다. 하지만 때로는 영화가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베테랑>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배 기사(정웅인)를 재벌3세가 사무실로 데려가 두들겨 패고는 마치 맷값이나 된다는 듯이 돈을 건네는 장면이다. 우리는 이 장면을 이미 어느 재벌가의 이른바 ‘맷값 폭행 논란’을 통해 들은 바 있다.

 


사진출처:영화 <베테랑>

또 이런 장면도 있다. 위신을 지켜야 할 회장님이 아들 보좌 제대로 못한다고 상무 직함을 달고 있는 부하직원을 엎드리라고 한 후 매질을 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점원에게 아들이 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한 굴지의 재벌 회장님이 보복폭행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베테랑>은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이어서 너무 영화적인 장면들은 우리에게 전혀 영화 같은 허구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최근 몇 년 간 벌어진 이른바 재벌가의 각종 ‘갑질 논란’은 심지어 그 안에 조폭과 분간이 가지 않는 폭력의 양상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서민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맷값’이라는 말 속에 이미 들어 있듯이 돈이 있으면 누구든 팰 수 있다는 그 생각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폭과 유사하지만, 그것이 ‘주먹 vs 주먹’도 아닌 ‘돈 vs 주먹’이라는 점에서 서민들을 더욱 치 떨리게 만든다.

 

<베테랑>이 포착하고 있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을 개 패듯 패고는 마치 개에게 먹이 던져주듯 돈을 던지고, 돈을 뿌려 공권력을 움직이고 언론을 장악하고, 심지어 돈과 자리를 매개로 부하 직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빠져나가려는 비뚤어진 갑의 의식. 도무지 이 자본의 시스템 속에서는 붙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들을 영화에서나마 시원하게 두들겨보자는 것.

 

류승완 감독의 액션은 정평이 나 있는 일이지만, <베테랑>의 액션이 특히 폭발력을 만드는 건 이러한 갑질 사회 속에 늘 당하는 입장에만 서 있는 대다수 을들의 정서를 이 영화가 제대로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고 말하는 서도철(황정민)이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채워 보낸 명품 백을 쏟아 부으며 거부하는 그의 아내 주연(진경)이 “쪽팔리게 살진 않으려 한다”는 일침은 그래서 답답했던 서민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속 시원함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화는 액션보다 이런 갑질 하는 현실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인물들의 면면으로 인해 더 유쾌해진다. 윗선 눈치 보면서도 부하직원을 끔찍이 챙기는 오팀장(오달수)이 회사원들의 팀장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면, 홍일점인 미스봉(장윤주)은 약자로서의 위치에 서곤 하는 여성들의 판타지다. 이들의 액션은 그래서 단순히 나쁜 놈 멋지게 때려잡는 카타르시스에 머물지 않는다. 발길질 하나만 날려도 그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정서적 공감 때문에 그 액션의 카타르시스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역시 영화는 영화다. <베테랑>은 그 영화 같은 현실을 영화 속으로 끌어와 전혀 현실같지 않은 판타지로 ‘죄지은 놈은 재벌이라도 벌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지만, 과연 진짜 현실도 그럴까. 비록 실제 주먹은 아니라고 해도 잔뜩 혹사시켜놓고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이 노동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돈이면 사람도 팰 수 있다는 이 황당한 현실 앞에 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베테랑>에 대한 열광은 그 분노를 판타지로 풀어냈기에 가능한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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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경찰청사람들>의 아쉬움

 

MBC <경찰청사람들>이 돌아왔다. 16년 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프로그램. 당시에는 이 <경찰청사람들>의 형사들이 하는 인터뷰 말투(거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가 세간에 화제가 됐고 심지어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할 정도였다. 갖가지 실제 사건들을 재연 방식으로 보여줬던 프로그램이다.

 

'경찰철사람들2015(사진출처:MBC)'

돌아온 <경찰청사람들>은 어땠을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여전히 재연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거기에 단지 현역 경찰들을 스튜디오로 출연시켜 그 사건을 추리하게 했다는 것을 빼고 나면 그다지 진화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이런 현역 경찰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사건을 추리하는 포맷은 이미 JTBC에서 2012년 12월에 했던 <당신을 구하는 TV, 우리는 형사다>에서 시도된 바 있다. 구성이나 스튜디오 연출은 <우리는 형사다>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경찰청사람들>이 첫 회에 다뤘던 두 개의 사건도 그리 낯설지 않다. 사채업자에 몰려 결국 돈 때문에 아내까지 살해하는 남편의 이야기나 회사의 경영권을 쥐기 위해 남편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병동에 감금시키는 아내의 이야기. 이미 어디선가 봤던 소재들이다. 추리 형식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쉽게 결말이 노출되는 아이템을 세운다는 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경규가 메인 MC로 투입되어 있지만 그 역할도 모호하다. 그저 스튜디오에서의 진행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던지고 받는 역할만을 한다면 굳이 이경규 같은 인물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출연자로 등장하고 있는 경찰들은 직업적 특성상 조금은 경직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스튜디오 토크의 긴장감을 살리는 연출적 기법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추리 방식을 가져오면서 그저 사랑방 토크식으로 흘러가는 건 이 프로그램을 밋밋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가장 의아하게 여겨지는 건 <경찰청사람들>이 왜 리얼리티쇼 방식을 추구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16년 전 <경찰청사람들>은 해외의 리얼리티쇼 트렌드에 의해 나왔던 프로그램이다. 이미 <캅스>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나오던 시절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정서적인 불편함이 존재했기 때문에 완전한 리얼리티쇼 방식은 구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재연 방식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이제는 우리도 관찰카메라라는 이름으로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시 <경찰청사람들>이 돌아온다면 본래 어울렸던 그 리얼리티쇼 방식을 시도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 물론 이것이 여전히 지상파에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돌아온 <경찰청사람들>의 방식은 너무 방송 편의성에만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장성이 하나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과거 16년 전 <경찰청사람들>이 갖고 있던 우리식의 정서라도 이어줬어야 하지 않을까. <경찰청사람들>이 당대에 화제가 됐던 것은 사건도 사건이지만 거기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범인 잡는 형사들이라고 해도 한 가족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인 그들의 모습이 보였고, 또 범인들도 때로는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내는 이야기가 있었다. 돌아온 <경찰청사람들>을 보며 ‘왜 옛날이 그립지’ 하고 느끼는 것은 이런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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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세금문제, 정서적 지지가 관건인 <삼시세끼>에는 큰 부담

 

“장근석의 세금신고누락 관련 보도에 관해 소속사에 확인해 본 결과 고의성은 없었다. 이미 과징금을 납부하여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라는 해명을 들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장근석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시기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장근석 측과 합의해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삼시세끼> 하차를 결정한 tvN측의 이야기 속에는 제작진의 고충이 엿보인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이미 몇몇 티저 예고들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이미 시작 전부터 대중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터져 나온 장근석의 세금 논란은 이 모든 열광의 불씨를 순식간에 꺼버릴 수 있는 문제로 다가왔다.

 

이미 찍어놓은 분량에서 장근석만을 편집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삼시세끼>는 무엇보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거기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교감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프로그램 콘셉트가 아니기 때문에 이 방송 편집의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작품을 스스로 망가뜨려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는 장근석의 하차를 결정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대중들에게는 민감하게 다가오는 세금문제가 정서적인 지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삼시세끼>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걸 그 역시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강원도편이 그랬던 것처럼 ‘정서적 지지’가 프로그램의 전제가 되고 그 위에 재미요소들을 얹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이 기반이 되는 정서적 지지가 깨진다면 재미요소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장근석의 세금누락관련 사안은 tvN측이 밝힌 것처럼 법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사건은 아니다. ‘이미 과징금을 납부해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정서는 법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물론 장근석의 소속사인 트리제이컴퍼니측은 이 사안이 장근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사의 회계상 오류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대중들에게도 납득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제작진은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시기상 적합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나영석 PD 특유의 ‘보편타당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대중들의 눈높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연출자다. 그의 프로그램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온다. 끊임없이 대중들의 생각과 공감하려는 노력.

 

그러니 장근석의 세금 논란을 대하는 대중적인 정서가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나영석 PD가 첫 방송 하루를 앞두고 ‘하차’라는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재편집 때문에 한 주가 늦춰지게 되었고, 또 편집을 하게 되면 그만한 프로그램의 손실을 겪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나영석 PD는 대중들과의 지속적인 공감대를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들 입장에서도 지지할만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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