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미드 리메이크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연기자들

 

사실 tvN <굿와이프>는 전도연 같은 연기자들에게는 부담스런 작품이다. 본래 리메이크라는 것이 원작과 늘 비교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굿와이프>2007년부터 CBS에서 방영되어 무려 시즌7을 이어오고 있는 인기 미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알리샤 역의 줄리아나 마굴리스는 이 연기로 여러 차례를 상을 받은 바 있다. 그 알리샤라는 인물을 이제 김혜경이라는 인물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전도연으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미드를 리메이크하는 것도 낯선 일이다. 미국적 정서는 아무래도 중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권보다 우리에게는 더 멀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굿와이프>의 알리샤라는 인물은 남편의 불륜 스캔들이 터져도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물론 화는 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쿨함을 유지하는 여성이다. 이것은 우리네 정서와는 조금 다른 면면일 수 있다. 조금만 엇나가면 공감대가 일어나지 않아 그 연기가 어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원작에서 알리샤는 그래서 감옥에 들어간 남편 때문에 다시 변호사 일을 하게 되고, 집안 일을 시어머니가 와서 돕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이것 역시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리메이크는 그 설정 자체를 바꾸었다. 밖에서는 변호사로 일하고 집에 와서는 엄마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우리네 워킹우먼들 중 한 명이고, 시어머니는 원작과는 달리(원작에서 알리샤는 시어머니와 그래도 같은 여성으로서의 쿨한 공감대가 있다) 그녀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다.

 

리메이크된 <굿와이프>는 원작의 내용들을 세세한 장면의 디테일들까지 그대로 가져올 정도로 충실히 따라고 있다. 물론 한국적 정서와 다른 점들은 바뀐 요소들도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원작에서 집으로 불쑥 배달된 불륜 스캔들 사진을 아이들이 먼저 보게 되고 컴퓨터에 능숙한 아이가 그 사진을 분석해 그것이 합성이라는 걸 발견해내는 장면 같은 건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아 빠져 있다.

 

원작의 알리샤 남편이자 함정에 빠진 검사인 피터 플로릭(크리스 노스) 역시 미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다. 그 역할을 맡아 이태준 검사를 연기하는 유지태는 우리 정서로 보면 자칫 뻔뻔해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스캔들 상대였던 여자를 붙잡아 수틀리면 죽일 수도 있다는 식의 은근한 협박을 하기도 하는 자다. 하지만 유지태는 이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인물을 어딘가 미스테리한 인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가 진짜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아내 김혜경을 위한 일처럼 보이게도 만든다.

 

<굿와이프>의 리메이크는 커다란 이야기의 줄기를 바꾼 게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실제 변호사를 직업으로 갖고 있던 작가들이 여럿 모여 쓴 대본인 만큼 그 디테일들이 워낙 좋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굿와이프>는 좀 더 표현적인 면들에서 섬세한 변화들을 통해 이질감을 없애는 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결국 그걸 떠안은 건 전도연이나 유지태 같은 연기자들이다. 일종의 우리 식의 연기 해석이 똑같은 설정과 장면에도 조금씩 달리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전혀 미드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도연과 유지태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유해진의 사람냄새, <삼시세끼>의 정서

 

tvN <삼시세끼> ‘고창편에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색했다. 사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새롭게 남주혁이 합류했지만 영화 스케줄 때문에 유해진의 참여여부가 미정이라는 소식은 아쉬움을 넘어서 <삼시세끼> ‘고창편에 대한 불안감까지도 갖게 만들었다. 역시 완전체는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조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스케줄을 조정해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불안감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토록 대중들의 환호를 이끈 것일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만재도에서 찍은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화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는 차승원이다. 이른바 차줌마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차승원은 뭐든 척척 요리를 해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섬이라는 공간에 붙박여 있으면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을 즐겁게 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차승원과는 사뭇 다른 정서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유해진이다. 물론 하루의 저녁거리를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는 그 갈증이 분명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유해진에게서 남은 인상은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채 헛헛한 발걸음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주던 쓸쓸함같은 것이다.

 

아무런 소득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웃어 보이고 허세를 떨기도 하지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서민들의 퇴근길 정서다. 쥐꼬리 만 한 월급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돌아오는 가장의 발길. 가족들의 저녁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애써 가장으로서 웃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모습 같은 것들이 유해진에게서 전해지는 짠한 정서였다. 물론 그러다 어느 날 물고기 횡재를 얻어 어깨가 들썩들썩하는 모습도 정겨웠지만.

 

차승원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나서 어스름해지는 시각, 술 한 잔의 힘을 빌어 이런 저런 살아왔던 이야기를 건네는 유해진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찍는다기보다는 그저 오래도록 함께 해온 동료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진솔한 마음을 털어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유해진의 이러한 힘을 쭉 뺀 자연스러운 모습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는 특유의 공기 같은 걸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옛날식 라디오를 찾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신청한 노래를 들으며 흥겨워하는 모습. 이만한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그것은 서민들 누구나 퇴근 후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차승원이 <삼시세끼>를 지루할 틈 없이 음식의 향연으로 채워준다면, 유해진은 그 음식을 놓고 갖는 저녁 시간의 사람 냄새 가득한 정서를 채워준다. 입도 즐겁고 속도 든든하지만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건 다름 아닌 유해진의 이런 사람 냄새 덕분이다. 그의 합류에 팬들이 환호하는 건 그래서다.

사이다 <욱씨남정기>, 대중은 무엇에 열광했을까

 

사실 갑과 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2013년에 쏟아져 나와 이슈화되었다. 땅콩 회항 사건이 한참 전이지만 당시에는 이른바 라면 상무빵 회장그리고 조폭우유가 있었다. 대중들이 갑질에 대한 문제들에 민감해 할 때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은 통쾌한 을의 반란을 일찍이 보여준 바 있고, <그것이 알고싶다>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갑질 세상을 낱낱이 폭로한 바 있다.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그리고 3년이 지난 2016. <시그널>의 과거 인물인 이재한(조진웅) 형사가 현재 인물인 박해영(이제훈) 경위에게 그토록 세월이 흘러도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고 절망했던 것처럼,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갑과 을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욱씨남정기>는 바로 이 정서를 빙빙 돌지 않고 정공법으로 건드려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한 드라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이 정도까지 신선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저 소소한 직장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의 신>의 미스 김 캐릭터 이후 <욱씨남정기>의 옥다정(이요원)만큼 시원한 캐릭터는 없었다. 갑질하는 직장 상사에게 물 싸대기를 날리고 사표를 던지고 나와 을의 입장에서 좀 더 당당하게 갑과 대적하는 인물로서 옥다정은 단박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청업체로서 늘 황급화학의 을이었던 러블리 코스메틱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고 성공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는 현실에서 좀체 느낄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황금화학의 김상무(손종학)는 급기야 기업사냥꾼까지 손잡고 러블리 코스메틱을 인수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욱씨남정기>는 직장에서 드러나는 갑과 을의 관계들을 디테일한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미생>과 유사한 지점을 갖는다. <미생>이 이제 갓 입사한 인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욱씨남정기>는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버젓한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회사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욱씨남정기><미생>은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미생>이 좀체 웃기 힘든 비극을 기조로 깔아놓았다면 <욱씨남정기>는 코미디를 장르로 삼아 훨씬 더 경쾌하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미생> 나왔던 2014년과 <욱씨남정기>가 방영된 2016년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4년만 해도 당대 현실에 대한 공감만으로 충분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면 이제 2016년에는 현실 공감을 넘어서 일종의 판타지가 있어야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실이 그만큼 더 어려워져 똑같은 현실을 드라마에서조차 보기 힘겨워진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했다는 건 아니다. <욱씨남정기>는 남정기(윤상현) 과장이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세워진 판타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늘 자신을 희생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남정기 과장은 그래서 늘 당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옥다정이라는 인물이 하나의 판타지로 들어서게 되는 것. 이 남정기와 옥다정,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 감각이 <욱씨남정기>에 대중들이 열광한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이토록 혹독한 갑을 관계를 보여주는 드라마에 대중들이 열광한다는 건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나 힘겨우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숨통을 트려 했던 걸까. 하지만 <욱씨남정기>의 남정기 과장이 옥다정을 통해 조금씩 보여준 을의 각성은 저 <미생>의 장그래나 <송곳>의 이수인의 현실 인식만큼 소중한 면이 있다. 어느덧 종영이지만 <직장의 신>부터 <미생>, <송곳> 그리고 <욱씨남정기>를 잇는 샐러리맨들의 현실공감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대박>, <조들호>, <몬스터>, 강점과 약점들

 

월화극 대전의 첫 방이 끝났다. 시청률로 보면 첫 방의 승자는 SBS <대박>. 시청률 11.8%(닐슨 코리아)10.1%를 기록한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 MBC <몬스터>는 아쉽게도 7.3%로 최하위 시청률로 시작했다.

 


'대박(사진출처:SBS)'

하지만 이 첫 방송의 시청률만으로 이 순위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대박>이 첫 방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건 이전 작품이었던 <육룡이 나르샤>의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사극이라는 점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포획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일 수 있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현대극이면서 첫 회에 <대박>을 거의 따라잡는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다는 건 아마도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이 드라마가 이 정도의 성과를 가져갈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법 정의의 문제가 대중들의 정서를 그만큼 파고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잘 나가던 검사가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가난한 자들을 변호하는 인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최근 권력의 문제에 대해 민감한 대중들에게는 정서저격이 될 만한 소재다.

 

SBS <대박>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박이라는 소재를 덧붙였다는 점에서 그 극성이 어느 것보다 높다는 장점을 가졌다. 조선판 타짜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 하지만 숙종(최민수)이 노름꾼인 백만금(이문식)과 그의 아내인 복순(윤진서)을 걸고 벌이는 도박 한 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만큼 사극으로서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법 하다. 제 아무리 드라마지만 도박하는 숙종이라는 설정이 역사에서는 너무 벗어난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은 앞으로도 <대박>이 가진 강점(사극+도박)이 또한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한편 첫 방송에 꼴찌 시청률을 기록한 MBC <몬스터>는 한 회에 무려 세 사람이 죽고 주인공은 시력을 잃고 길바닥을 전전하는 노숙자신세가 되는 이야기를 말 그대로 폭풍전개로 밀어붙였다. 이야기의 풍부함은 아마도 <몬스터>의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미 <대조영>에서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같은 작품들을 통해 끝없이 펼쳐지는 풍부한 서사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들이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폭풍 전개의 스토리, 게다가 복수극이라는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막장드라마의 전개 구조처럼 오인될 수 있다. 빠른 전개는 장점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 부족은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첫 방송이 끝났을 뿐이지만 방송 3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 자신들이 내놓은 작품들에 최고’, ‘대박이라는 표현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 지상파 3사의 세 가지 색깔을 가진 드라마들의 장점이 분명하지만 또한 단점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가 왕좌에 오를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치열해진 방송3사 드라마들의 3색 대결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장단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 재미있게 월화극 대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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