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썰전>, 강용석과의 상관관계

 

강용석을 구원한 건 물론 본인이다. 그가 꽤 치밀하게 방송인이 되기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는 것은 <슈퍼스타K4>에 참가했던 사실에서부터 알 수 있다. 누군가를 평가하던(사실은 고발하던) 입장에서 <슈퍼스타K4>의 자리는 평가받는 이미지를 부여했다. 대중들이 그를 평가하고 심지어 비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방송에 들어오는 티켓을 부여받았던 것.

 

'썰전(사진출처:JTBC)'

하지만 강용석을 좀 더 대중들 가까이로 끌어들인 인물은 김구라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은 물론 ‘김구라쇼’라고 해도 무방할 법한 김구라를 위한 토크쇼지만, 그 안에서 키워진 강용석의 존재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것이 <썰전>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하드코어 뉴스깨기’와 후반부 ‘예능심판자’에 김구라와 함께 강용석이 출연하는 이유일 게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용석에 대한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 비호감 정치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그가 방송인으로서 승승장구하던 몇 달 전을 떠올려보면 지금은 그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어마어마한 악플이 달라붙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호사로서 또 한때 정치인으로서 경험했던 것들을 토크의 무기로 장착하고 방송인으로서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감을 보여주던 강용석이었지만 이 신선감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어찌된 일일까.

 

가장 큰 이유는 <썰전>의 힘이 빠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용석의 존재감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며 심지어 종편 JTBC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지만 보편적인 시청층까지 확보한 프로그램이 <썰전>이 아니던가. 하지만 토크쇼가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썰전>에도 그대로 드리워지고 있다.

 

그나마 저력이 여전히 느껴지는 건 <썰전>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하드코어 뉴스깨기’다. 워낙 정치나 시사 문제를 소프트하게 예능으로 접근한 토크쇼가 부재했던 터라 이 코너가 가진 파괴력은 여전히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가 때론 지나치게 의견충돌을 일으켜 가운데 앉아있는 김구라를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하드코어 뉴스깨기’만의 특별함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드코어 뉴스깨기’에서도 강용석 변호사의 멘트의 힘이 초반에 비해 파괴력을 잃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초반만 해도 이 코너는 온전히 강용석 변호사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에 대해서 때론 지나치게 사적으로 접근하는(이를테면 정치인들이 목욕탕 가는 이야기 같은) 강용석 변호사의 이야기가 워낙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런 식의 엉뚱한 접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식상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들어 이철희 소장이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초반 시선을 끈 강용석 변호사의 이야기가 재미는 있었을 지 몰라도 점점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간파한 대중들의 달라진 관점 때문이다. 정치문제와 시사문제에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강용석 변호사의 접근방식이 너무 가볍게만 여겨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볼만한 부분이 많은 ‘하드코어 뉴스깨기’지만 후반 코너인 ‘예능심판자’는 그다지 확실한 재미를 뽑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허지웅 기자가 조금씩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강용석 변호사는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인 감상을 심지어 막말을 섞어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대중들에게 그다지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설국열차>를 갖고 나눈 이야기에는 강용석 변호사가 가진 한계가 드러난다. 물론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또 비판적 관점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자기만의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주입식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면서 “어떤 것을 주입받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그건 자칫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송강호가 열차의 보안설계자로 나오는데 문을 따는 방식이 “허접하다”고 표현한 것도 그렇다. 그것은 영화적 장치일 뿐이며 사실 어떻게 따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허접하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하다는 인상이 짙다. 안철수 교수를 멘토 최장집 교수가 떠난 이유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강용석은 거의 소설에 가까운 때 아닌 ‘운영자금문제’를 이유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아무렇게나 던지는 멘트는 강용석이 잠깐 방송인으로서 만들어냈던 호감의 요소마저 지워버린다. 불성실하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가 그토록 싫어한다는 ‘가르치려는 태도’의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아가 뭐든 자신이 던지는 말이면 대중들이 받아들일 것으로 여기는 태도로까지 보여질 수 있다.

 

비호감 정치인이었던 강용석이 방송인으로서 승승장구하는 것에 대해서 SBS 박상도 아나운서가 걱정스런 비판을 내놓았을 때 또 그걸 보고 대중들이 공감했을 때조차 강용석 본인은 아무런 입장이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아무런 자숙기간 없이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여전히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 더 많은 방송으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은 방송인 강용석에게 좋은 이미지로 작용하기 어렵다. 그는 좀더 방송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안타까운 점은 강용석이 비호감으로 점점 전락하는 과정에서 그를 끌어내주고 함께 방송을 하고 있는 김구라의 이미지도 같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김구라의 진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함께 방송을 하다 보니 강용석이 하는 멘트에 때로는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 과정에서 김구라가 마치 동조자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김구라로서는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강용석이든 김구라든 어떤 능력을 통해 방송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능력보다는 그 사람이 주는 호감이 우선한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볼 때다. <썰전>은 지금 바로 그 능력과 호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실로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병든 세상까지 고치는 심의(心醫), <허준>

 

오로지 올곧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일까. <구암 허준>이 그려내는 이른바 심의(心醫)의 길에 어떤 감동이 느껴졌다면 그것은 아마도 허준(김주혁)의 그 고군분투가 지금 현재 우리네 현실에 어떤 울림을 던져주기 때문이었을 게다. 오로지 병자만을 바라보는 심의의 길은 부조리한 세상에서는 그 자체로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길을 통해 허준은 아픈 병자들만이 아니라 아픈 세상까지 고쳐나간다.

 

'구암 허준(사진출처:MBC)'

혜민서(惠民署). 말 그대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곳이지만, 부패한 관리들이 있어 이 곳 역시 병이 들었다. 순번을 바꿔주는 식으로 백성들의 돈이나 뜯어내고, 약재나 빼돌려 착복하는 곳이 되어버린 것. 허준은 이를 엄금하려 하나 서리들의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국법 또한 허준이 가려는 심의의 길을 방해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병자를 외면하지 말라는 스승 유의태(백윤식)의 가르침을 지키려 하나, 국법은 집으로 찾아오는 가난한 병자를 도운 허준에게 벌을 내린다. 내의원은 사사로이 병자를 볼 수 없다는 국법 때문이다.

 

‘중문과 정청을 오가며 어필 현판을 천 회 낭독하라’는 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허준이 수행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잘못된 법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어의 양예수(최종환)는 자신이 책임을 질 것이니 앞으로는 내의원도 돈을 받지 않는다면 병자를 사사로이 봐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다. 결국 허준은 병자만 고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법도 바로 잡았던 것.

 

또한 자신을 모함했던 혜민서 서리가 온 몸에 농가진이 생겨 혜민서로 실려 오자 허준은 자신이 심지어 농가진에 전염되면서도 끝까지 병자를 고쳐낸다. 이 사실에 감복한 혜민서 서리들은 허준을 마음 속으로부터 존경하게 되고 결국 혜민서를 바로잡겠다는 그의 뜻에 따르게 된다. 허준은 병만 고친 것이 아니라 병든 마음까지 고친 것이다.

 

<구암 허준>이 단지 조선시대의 한 명의가 성취한 의술의 이야기만을 다루었다면 어쩌면 얄팍한 잔재미에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암 허준>은 병자들을 구하는 허준의 모습을 통해 한 가지 뜻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성인의 길을 모색한다. 병자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한 가지로 병만이 아니라 병자들의 마음까지 고쳐주고, 올곧은 심의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병든 세상까지 고친다는 건 이 이야기가 가진 묵직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실로 병든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돈 많은 세상의 갑들은 바로 그 돈으로 을들을 유린하고, 국민의 종이 되어야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국민들을 기만한다. 광주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했던 전직 대통령에게 공소시효를 늘리고 벌금을 받아내기 위해 추징법을 세우려 하자 ‘인권침해’ 운운하는 세상이다. 법이 범법자들을 오히려 보호하게 될 때 그 누가 그 법을 믿으려 할 것인가.

 

<구암 허준>을 보면서 현재를 개탄하게 되는 것은 허준이 걸어가는 그 올곧은 길이 이 시대에는 이미 사라져버린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오로지 병자만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허준처럼,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들은 기대하기가 어려운 세태일까. 병든 세상까지 고치는 허준의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그만큼 크다.

정치인 유정현이 방송인 유정현의 발목을 잡다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유정현이 정치를 접고 방송복귀를 선언했다. tvN <택시>에 강용석과 출연한 유정현은 여배우와의 모텔 출입 루머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유정현이 복귀한 첫 방송으로 김구라가 진행하는 <택시>에 강용석과 함께 동승한 데는 그만한 포석이 있다고 여겨진다. 유정현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강용석 못지않게 비호감을 산 인물이다. 강용석이 김구라를 통해 부활할 수 있었듯이 유정현도 그런 일종의 김구라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택시(사진출처:tvN)'

하지만 강용석과는 달리 유정현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곱지 않다. 아무래도 그가 정치인으로 보였던 일련의 모습들이 대중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과정에서도 꽤 많은 말들을 남겼다. 그다지 정치적인 소신을 보인 적이 없고, 그렇다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그가 갑자기 정계 입문을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 행보에 공감하지 못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에 몇 차례 나왔을 뿐 특별히 정치와 관계가 없어 보이던 그가 정치참여의 변으로 밝힌 “한류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다.

 

어떤 정치적인 행보나 뜻이 삶에 묻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대중들로 하여금 방송인으로 얻은 인지도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인물로 각인되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했던 일련의 정치적인 행보들은 대중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다. 이런 그가 결국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하자 다시 방송인으로 돌아온 것이 대중들에게 좋게 보이기는 어렵다. 너무 쉽게 정치계에 들어갔다가 또 너무 쉽게 방송계로 돌아오는 모습이, 소신 있는 정치인들이나 방송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송인들과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이다.

 

사실 유정현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유머감각이 뛰어난 아나테이너로서 주목을 받았다. 아나운서로서 시작했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특유의 느물느물한 언변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깔끔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풍모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 하지만 몇 년 간의 외도(?)는 그 이미지에 상당한 흠집을 만들었다. 유정현은 그래서 스스로도 방송계에 들어와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오로지 방송인으로서의 유정현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것.

 

하지만 이른바 소셜테이너가 일상화되어가는 요즘 연예인이 사회적인 이슈나 정치적인 안건에 대해 무관한 존재라는 인식은 사라져가고 있다.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정치에서 유리될 수 없는 대중정치 시대에, 개념 발언을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들에 대한 주목도는 이제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어떤 식으로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말해준다. 하물며 유정현처럼 정치인으로서의 강한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대중정치 시대에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은 점점 닮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 둘 사이를 오가는 것도 과거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른바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분들이 그 어떤 정치인들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실제로 하는 모습을 목도한 대중들로서는 심지어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으면서도 당리당략에만 휘둘리며 정작 국민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모습에 염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연예인이 대중적 이미지를 통해 정치인이 되고, 또 정치인이 어떤 계기로 인해 정치를 나와 방송인의 길을 택하는 최근의 이 일련의 흐름은, 정치와 연예 그 두 분야에 모두 똑같은 대중과 매체가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이렇게 연예인이 정치인이 되고 정치인이 방송인이 되는 행보를 잘못됐다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진정성 없는 선택의 반복은 자칫 방송인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그 진심을 대중들에게 전하기가 어렵다. 유정현의 방송복귀 앞에 놓여진 벽은 바로 이것이다.

케이블, 종편에서 부활한 강용석, 공영방송에서 추락한 최효종

 

“국회의원 중에서 예능감이 뛰어나신 분 계십니까?” Jtbc <썰전>에서 강용석에게 박지윤이 이렇게 묻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홍준표, 남경필 의원을 꼽고 또 누가 없냐고 묻자, 어딘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진심 없는 리액션을 보이고 있던 강용석은 결국 “강용석이죠 뭐.”하며 자신을 꼽았다. 그러자 김구라는 <썰전> 기사에 달린 강용석에 대한 댓글 이야기를 꺼내며 ‘칭찬 일색’이었다고 증언해주었고, 허지웅은 “‘썰전’이 강변호사한테는 <힐링캠프>”라고 덧붙였다.

 

'썰전'(사진출처:Jtbc)

2년 전 강용석이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으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최효종을 고소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놀라운 변화다. 게다가 강용석은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아나운서들에게 명예훼손으로 피소되기도 했던 인물이 아닌가.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던 강용석은 어떻게 이처럼 화려한 재기를 할 수 있었을까.

 

강용석의 인기비결은 지난 <썰전>의 방송 한 대목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이 날 주제는 지상파 봄 개편이었는데, 강용석은 “지상파 방송이 차별성을 잃었다”고 자못 진지하게 꼬집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공중파에서 섭외 들어오냐?”고 슬쩍 치고 들어오자 강용석은 굳이 부인하지 않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다. “오매불망”이라는 것. 김구라는 “만약 들어오면 어떤 프로를 하고 싶냐”고 되묻는다. 강용석은 냉큼 ‘그것이 알고싶다’를 지목한다. 그러자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윤석이 마지막 일침을 던진다. “사회자로서요? 아니면 소재로서요?”

 

이 짧은 대화 속에는 강용석이 어떻게 방송에 소비되고 있는가가 들어있다. 강용석은 정치인이나 변호사로서의 위치에 걸맞는 진지함을 먼저 보이다가도 김구라가 속내를 건드리면 거침없이 그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과거나 비호감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거기에 대한 공격 또한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김구라가 그의 방송 멘토라고 강용석이 얘기했듯이 그의 방송 존재 기반은 초반 김구라가 대중들을 대신해 그를 공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강용석은 반발이 아니라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꾸준히 보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강용석이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정서적인 전략이라면, 그가 정치인으로서 변호사로서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은 그의 말에 대중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정보적인 전략이다. 그의 정보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쾌감을 선사한다. 국회의원이 어느 사우나를 가고 술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하는 점은 대중들에게는 흥미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즉 강용석에게는 김구라라는 천군만마의 지원자가 있는데다, 정서적인 전략과 자신만의 특별한 정보를 자원으로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Jtbc나 tvN 같은 지상파 바깥의 매체가 갖는 비주류적인 방송의 특징은 때론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이야기에 멍석을 확실히 깔아주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것은 강용석의 고소로 한 때 주가가 100배 이상 올랐다(최효종 스스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고 했던 최효종은 어째서 현재 그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까. 최효종은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애니뭘’과 ‘위캔척’ 등에 출연하고 있는데 그 반응은 확실히 예전만 하지는 못하다. ‘위캔척’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 할 수 있는 몇 가지 용어들을 알려주는 코너. 군대에 대해서 ‘꿀 빨았네’나 ‘치약미싱’ 같은 용어로 아는 척을 해보라 권하는 식이다. 최효종이 늘 해왔던 이른바 ‘공감 개그’의 하나지만 과거처럼 세태를 꼬집는 힘은 좀 약한 편이다.

 

강용석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최효종이 점점 주목받지 못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그들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사(혹은 프로그램)의 이른바 ‘멍석 차이’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과거 정치인이건 경제인이건 상관없이 던져지는 최효종식의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그콘서트>가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일종의 책임의식은 소재의 제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기검열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런 분위기에서 헝그리한 개그가 나오기는 어렵다.

 

반면 바닥을 친 강용석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케이블과 종편에 출연했다. 그의 이 배수진은 논란이나 자극 자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케이블과 종편으로서는 오히려 자산이 되는 셈이다. 어쨌든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을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한때 정점을 찍었던 연예인은 여러 환경적 조건에 의해 평범해진 반면, 그 연예인을 고소함으로써 국민적 비호감이 되었던 정치인은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효종이 정치적인 이미지로 자꾸 포장되는 것과 달리, 강용석은 연예인의 이미지로 포장된다. 어쩌면 바로 이 점이 두 사람의 길을 갈랐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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