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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세대 갈등? 세대는 달라도 미안함이 묻어나는 마음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엉뚱하지만 공감 가는 '명언(?)'을 남긴 수영이와 승주. 2018년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이제 중학생이 되어 돌아온 그들은 여전히 Z세대다운 재기발랄한 말들로 큰 웃음을 주었다. "중2병이 뭐냐"는 질문에 "중2병은 중2가 되면 오는 거 아니에요?"라는 답변으로 중2가 되면 오지만 지나면 낫는다는 '우문현답'을 던지는 이들은 자신의 사춘기 걱정에 엄마도 갱년기가 오시는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하는 생각이 깊은 친구들이었다.

 

빵빵 터지면서도 공감 가는 대목은 어른과 꼰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되는 게 아닐까요?"라고 답변한 수영양은, '젊은 세대와 잘 소통하는 방법'을 묻는 다른 세대의 질문에 대해 "그냥 세대 차이를 인정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라는 간단하지만 명료한 답변을 내놨다. 물론 그 답변의 의미는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나 세대 간에는 차이가 있으니 인정해야 오히려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지만 그 솔직함은 의외로 통쾌한 면마저 있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이렇게 Z세대들을 초대해 포문을 열며 특집으로 다룬 건 '세대'였다. 세대를 이야기하면 먼저 그 많은 세대론들과, 세대갈등 문제가 먼저 등장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래서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들을 초대해 그들이 살아왔던 시대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그들의 어떤 문화와 특징들을 갖게 했는가를 확인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Y세대로 출연한 이들은 <날아라 슛돌이>에 어린 나이에 출연했던 진현우와 오지우였다. 이제 대학생이 된 이들은 Y세대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2G폰에서 스마트폰까지 겪어 디지털에 특화된 세대라는 답변과 욜로족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만큼 디지털에 익숙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행복을 더 추구하는 세대라는 의미였다. 이들은 당시를 겪은 사건 중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떠올렸다.

 

X세대를 대표해 출연한 이욱진씨는 등장부터가 그 세대가 가진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남다른 끼를 보여주는 이 인물은 파티용품 쇼핑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이욱진씨는 세계여행도 다녀오고 일도 즐기며 그러면서도 가정적인 면모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풍요의 시대를 겪었던 세대가 갖고 있는 자유분방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당대에는 2002 월드컵 같은 잊지 못할 축제의 기억과 더불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안타까운 재난과 IMF의 기억도 겹쳐져 있었다.

 

386세대로 등장한 영화 <1987>의 김태리 실제인물인 이정희 YMCA 사무총장은 당시 젊은 나이에 쓰러진 고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주워 주었던 인물이었다.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 세대들을 대변해 이정희씨는 두려움 속에서도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는 이한열의 죽음이 자신의 삶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며 그의 죽음이 많은 삶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날의 '세대 특집'이 특별했던 건 젊은 세대들의 고민을 다른 세대들에게 묻는 대목에서였다. Y세대가 던진 고민 많은 20대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이정희씨는 자신의 20대에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취업 같은 문제들이 별로 없었다며 지금의 세대가 겪을 막막함을 공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민석기씨는 산업화 세대를 대변하는 분이었다. 1950년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심지어 고아원에 들어가 해외입양을 꿈꾸기까지 했던 민석기씨는 열두 살부터 일을 시작해 파독광부로 가서 지냈던 삶의 역정을 풀어놨다. 그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온 건 평생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일만을 해온 것이 그 별것 아닌 것처럼 하는 말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가족에게 부치기 위해 힘든 일을 자청하며 고국에 오고 싶은 것도 참아 다른 일까지 해가며 돈을 벌었던 그였다. 하지만 10년 정도를 돈 한 푼 안 써가며 그렇게 일하고 들어온 그는 형님의 사업 실패로 남은 게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의 고생으로 다른 가족들은 지금 잘 살고 있다는 그의 얼굴에는 안도와 아쉬움 같은 게 묻어났다. 그가 인터뷰 중 독일에서 개사해 불렀다며 부르는 송대관의 '해뜰날'의 가사가 뭉클하게 느껴졌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 날 고국 간단다. 쨍하고 해뜰 날 한국 간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마련한 세대 특집을 통해 산업화 세대부터 386세대를 거쳐 X세대, Y세대 그리고 Z세대까지를 한 자리에서 보면서 느끼게 된 건, 도대체 누가 '세대 갈등'을 이야기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시대에 따른 다른 문화를 가진 세대들이었지만 서로 다른 세대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시선에 의해 세대로 재단되어 때론 갈등이 부각되기도 했던 세대지만, 그 세대들은 전 세대와 뒷 세대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그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특집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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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던진 위로, 이런 분들이 있어 그래도 살만 한 세상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이 있고 그 직업 속에서도 빛나는 이들이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2회에 걸쳐 다룬 '직업의 세계' 편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해준 정우성과, 웹툰 작가 조석, 호텔 도어맨, 디지털 장의사 그리고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을 잡은 황상만 형사까지 소개했던 지난 1회에 이어, 2회에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때론 우리네 삶 자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직접 체험을 통해 생생한 현실을 전해줌으로써 이미 스타기자로 알려진 '체헐리즘'의 남형도 기자는 한 여름에 브래지어를 체험하고, 벚꽃 피는 시기에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 함께 하루를 보냈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그 중에서도 폐지를 하루 종일 줍는 어르신을 따라간 체험의 이야기는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숙연하게 만들었다. 165kg을 주웠지만 그렇게 주운 폐지로 번 돈이 겨우 만 원이었다는 것. 그 어르신이 지고 있는 하루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나마 각박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남형도 기자는 기사가 나간 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수많은 분들을 거론하며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전해줬다. 신문 기사라고 하면 자극적인 사건, 사고들만 넘쳐나는 세상에 이런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남형도 기자 같은 분이 있어 우리도 조금은 살만하다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에 입성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같은 인물이 장애를 가진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법안을 발의하며 노력하는 모습이나, 배틀그라운드로 K게임의 위상을 알린 김성한 대표가 전하는 성공 스토리 그리고 자동차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페라리 디자이너 마우리찌오 콜비를 초청해 전국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만나게 해준 피터, 카걸 부부의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세상은 결코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더해져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걸 보게 된다는 것.

 

특히 두 번째 '직업의 세계"에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인물은 특수청소전문가 김새별이었다. 고독사나 살인사건 같은 뜻하게 않게 사망한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지워주는' 일을 한다는 그는 고인 앞에서도 유족들이 자신들의 욕망만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는 삶에 대한 허탈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고인을 애도하기보다는 고인이 남겨놓은 유산을 찾기 위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집을 엉망진창 만들어 놓는 유족들도 적지 않다 했다. 한번은 고인이 남긴 현금과 집문서를 찾겠다고 집을 뒤집어 놓은 유족이 버리라고 했던 고인의 액자에서 사진을 꺼내다 그 안에서 현금과 집문서를 발견했던 사연도 전했다. 삶이 무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본래 길거리로 나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메인 콘셉트였다. 어찌 보면 복불복에 가까운 현장 부딪치기 콘셉트지만 실제로는 의외로 만나는 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기 일쑤였다. 코로나19 때문에 그 길거리 토크는 콘셉트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특정 주제를 갖고 거기 해당되는 인물들을 섭외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인터뷰 쇼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본래의 색깔을 계속 유지하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었던 건 '사람여행'이라는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사람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런 잘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만 해진다는 걸 애써 보여주고 있다. 유재석과 조세호도 또 시청자들도 그래서 배우는 게 많아지는 프로그램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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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의 밤이 편안하다

 

'본 예능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화임을 밝힙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올라온 이 자막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정 반대의 고지를 담고 있다. '경찰 특집'으로 출연한 경찰 분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들은 정말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지만, 그게 모두 실화라는 것.

 

총 경찰경력 28년째인 뺑소니사건 전문 형사 유창종 경위가 들려준 사건들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 <뺑반>을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뺑소니를 치고 도망친 범인을 잡기 위해 사고지점의 피해자가 있던 자리에 누워볼 정도로 간절한 마음으로 범인을 추적하곤 했다는 그는 검거율 98%를 기록하고 있지만 남은 2%가 더 아쉬운 찐 경찰이었다.

 

현장에 떨어진 조각 하나, 심지어 흙 한 줌을 통해서 뺑소니범을 잡기도 했다는 유경위는 시력이 안 좋아질 정도로 CCTV를 돌려보는 일이 일상이라고 했다. 모든 조사관들이 사망한 피해자의 사체 앞에서 기도를 하고 꼭 잡겠다는 약속을 한 후 범인을 추적한다는 이야기에 이 분들의 간절한 진심과 의지가 느껴졌다.

 

사건 많기로 유명하다는 홍익지구대의 신참 막내라는 문한빛 순경은 우리가 드라마 <라이브>를 통해 봤던 그 이야기의 실제를 들려줬다. 불금의 의미 자체가 달라졌다는 그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야간근무를 할 때는 12시간 사이에 무려 150건에서 200건의 사건이 벌어진다고 했다. 주로 주취자와 만취자들의 사건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힘들면 지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문 순경은 눈빛부터 달랐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홍익지구대를 선택할 거라는 그는 힘든 만큼 동료들 간에 서로를 의지하고 다독이는 끈끈함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제복을 입을 때마다 사명감이 절로 느껴진다는 것.

 

영화 <범죄도시>의 실제 모델이라는 윤석호 경위 역시 실제 사건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한가를 담담한 목소리로 전했다. 칼과 도끼가 난무하는 곳에서 범인들과 싸워야 하고, 수시로 잠복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 그와 오랜 인연을 맺고 형 동생 하고 있다는 마동석은 윤 경위를 자신이 만나본 형사 중 가장 진짜 형사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 역시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직업의 특성상 핸드폰 화면이나 SNS에 가족관련 사진이나 집 같은 사진을 올릴 수 없다는 그는 오랜만에 딸과 여행을 갔다가 훌쩍 큰 키에 놀랐다고 했다. 매일 밤 늦은 귀가에 누워 있는 모습만 봐서 키가 그렇게 큰 지 알 수 없었다는 거였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지만 본인은 남모르는 고충이 있었다는 게 그 이야기에서 느껴졌다.

 

이날 가장 가슴이 아픈 사연은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고건 경위의 이야기였다. 우리에게는 도시의 쉼터 같은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한강은 때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위험천만한 곳이기도 했다. 그럴 때 목숨을 걸고 그들을 구조하고, 때론 유족들이 애타게 찾는 사체를 인양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고건 경위는 한강이 겉으로 보기엔 깨끗해 보여도 안에 들어가면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아 처음에는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넘게 해준 건 같이 들어가는 동료가 잡아주는 손이었다. 그들이 동료의 손을 심지어 '생명줄'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들의 끈끈한 동료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제 아무리 두렵고 힘겨운 일 앞에서도 굳건할 것처럼만 보였던 척 보기에도 단단하고 다부진 체구를 가진 고건 경위는 후배였던 유재국 경위가 수색도중 사고로 사망하게 된 사연을 전하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한 번 더 살펴 보자 다시 들어갔던 게 마지막이었다는 것. 그는 입술마저 부르르 떨며 그 때를 회고했다.

 

"그런 경우를 처음 당해봐서.. 같이 있던 동료가 그래 버리니까. 전에는 글 같은 거 읽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이라고 표현들 하는데 상상이 되니까 더 슬프더라고요." 특히 추위를 많이 탔다는 유 경위를 생각하며 동료가 느꼈을 추위와 두려움을 떠올리며 그는 눈물을 흘렸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경찰들은 멋진 모습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이 실제 현실이라면 어떨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찰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면이 있었지만 그것이 더 이상 허구가 아니라 실제라는 사실에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좀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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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재석 토크가 봇물 터졌던 까닭

 

그저 앉아서 토크만 하고 있는 데도 이렇게 빵빵 터질 수 있을까.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포상으로 얻은 여행에 오래도록 함께 동고동락해온 지석진, 조세호, 이광수를 초대했다. 얼굴 표정 하나만 봐도 또 습관적인 동작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심리를 알 정도로 가까운 그들은 남산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남다른 웃음을 줬다.

 

찐캐미(진짜 관계에서 우러나는 찰떡궁합)’라는 표현이 딱 맞는 조합이었다. 지석진과는 30년 가까이, 이광수와는 <런닝맨> 등을 통해 10년 동안 함께 활동을 해왔고, 조세호는 최근 <유퀴즈 온 더 블록>은 물론이고 유산슬의 매니저 짜사이로 부쩍 유재석과 케미를 맞춰왔다. 조세호의 표현대로 초대된 이들은 유재석이 가장 ‘편하게 막 해도 되는’ 만만한(?)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취향의 부딪침만으로도 유재석을 눈물 나게 웃게 만들었다. 특히 지석진이 당황할 때마다 다리를 떨고 팔짱을 끼고 안경을 끌어올리는 그 습관은 유재석을 빵빵 터트렸고, 펭수와 만나 자극을 받은 조세호는 올해에는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를 모토로 한다며 명품 사랑을 있는 그대로 늘어놓는 것으로 큰 웃음을 줬다. 이광수는 오랜 관계를 통해 유재석의 음료 취향까지 파악하고 있었고, 지석진과 은근히 치고받는 토크로 웃음을 줬다.

 

‘인문학’의 뜻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주, 브런치의 의미 같은 단순한 걸 두고 벌이는 ‘무식 토크’는 오랜만에 보는 <노브레인 서바이버>의 재미를 끄집어냈다. 무엇보다 웃긴 건 이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무식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건 오랜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서 나오는 경험의 결과처럼 보였다. 특정 상황들을 워낙 많이 함께 겪다보니 어떤 상황에 어떤 태도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재미를 극대화 하는지 알고 있는 것.

 

돈가스집을 찾아가 나누는 토크에서도 이들이 얼마나 가까운가를 실감하게 했다. 특히 지석진은 자신이 형의 위치에 있다는 걸 슬쩍 무너뜨리는 후배들과 기꺼이 합을 맞춰 웃음을 만들었다. 조세호가 웃음을 위해 “어디까지 허용되냐”고 묻는 질문에 지석진은 “침만 안 뱉으면” 되고 “감정 없는 코미디 따귀까지 OK”라는 이야기로 약간의 허세를 더해 웃음을 줬고, 은근히 유산슬 이야기를 꺼내며 ‘지루박’ 캐릭터를 욕망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복 없이 먹는 스타일’이라는 유재석의 이야기에 이광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밥 맛 없는 스타일”이라고 던지자 조세호가 “이게 허용이 되냐”고 놀라고 지석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다”고 말하는 대목은 한 편의 잘 짜인 콩트 코미디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토크만으로도 유재석을 실제로 눈물이 날 정도로 웃게 만든 이유였다.

 

사실 이들이 이 날 한 거라곤 카페에 모여 토크를 나누고 돈가스집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토크하고 이태원의 서점을 찾아가 이야기를 한 게 전반부의 내용 전부였고, 방탈출카페를 찾아가 의외의 긴박감 넘치는 탐정놀이의 재미를 전한 게 후반부였다. 어찌 보면 어디선가 늘 봐왔던 토크와 게임의 향연이었지만, 의외로 <놀면 뭐하니>가 유산슬 성공의 포상으로 유재석에게 준 이 시간들을 빵빵 터지는 유쾌한 웃음을 만들었다.

 

도대체 뭐가 달랐던 걸까. 그건 그간 유재석이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그리고 이제 앞으로 이어질 유케스트라까지 다양한 부 캐릭터 활동을 해왔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혼자 활동하면서 갈증을 느꼈던 토크 욕구를 제대로 풀 수 있게 기회를 줬다는 점이 주효했다. 유재석은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쉬지 않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걸 가능하게 한 건 유재석 스스로 편한 인물들을 초대해 한 자리에 모았기 때문이었다. 굳이 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얼굴 표정 하나만 봐도 다 알 수 있는 인물들이니 유재석은 마음껏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게다가 그건 그간 다양한 부 캐릭터로 당황하고 힘겨워했던 유재석을 봐온 시청자들에게도 흐뭇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부 캐릭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유재석을 우리는 언젠가부터 기대하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또 이어질 유재석의 하프 도전이 주는 기대감은 더더욱 크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유재석 본 캐릭터로서 이렇게 깨알같이 웃고 떠들고 게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유재석으로서도 이 프로그램의 팬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주 가끔 부여되는 포상이어야 그 효과가 발휘되겠지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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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이 찾아내는 우리네 서민들의 위대함, 그리고 공감

 

“제가 유퀴즈를 1년 넘게 했잖아요. 하여튼 이렇게 앞을 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유퀴즈를 통해서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약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참고가 되는 것 같아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부암동 어느 한옥. 고종이 잠시 머물렀다는 그 곳에서 저 아래 풍광들을 내려다보며 유재석은 새삼 그간 이 프로그램을 해온 1년을 되새긴다. 유재석의 말 그대로다. 처음에는 낯선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통해 참 많은 걸 배웠고 느꼈다. 그건 유재석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하루 부암동에서 만났던 일련의 사람들에게서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결코 쉽지 않은 현실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열혈팬이라며 과거 안쓰럽던 시절의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던 유명한 만두집에서 일한다는 서담희씨는 핸드폰 커버 안쪽에 빼곡하게 적혀진 메모로 유재석과 조세호의 시선을 끌었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나 정도면 충분해’, ‘날 믿어주는 사람이 참 많아’, ‘나는 아직 소중한 기회가 많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 같은 글귀들이 적힌 메모지.

 

서담희씨는 그런 글귀들을 그저 읽고 지나치기보다 차라리 세뇌가 될 정도로 봐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 커버 안쪽에 메모지로 붙여놓고 전화를 꺼낼 때마다 읽었다는 것. 웃는 얼굴이 그의 평소 삶의 태도를 잘 말해주고 있었지만, 서담희씨는 사실 홀로 굉장히 빈궁했던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 겨울에 온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서담희씨는 그 시절의 기억을 ‘깜깜한 터널 속을 벽만 짚고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이제 다시 긍정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다시 그런 어려움이 닥쳐도 한 번 경험해본 것이니 괜찮다고 할 정도로.

 

길을 걷다 만난 산책을 하는 모자는 늦둥이 딸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어머니 때문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아들도 당황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그렇게 아들 자랑하는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정도로 ‘여심저격수’라는 아들은 나이 터울이 있는 동생들을 그렇게 세심하게 챙긴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챙겨주었는가를 알게 됐다는 아들은 제대한 후 알바를 하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평범해 보이는 모자의 흔한 풍경이지만, 그렇게 서로서로 챙기는 가족이 있어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주말부부로 지낸다는 오진우씨와 이현주씨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지만 그래서 더 애틋해지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삶의 속도에 관한 이날의 공식질문에 대해 오진우씨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시간의 흐름은 규정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가는 것 같지만 자신의 삶의 속도는 천천히 간다는 오진우씨는 보통의 삶이 그러하듯이 뭘 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간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젊었을 때는 “왜 그러고 살아?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자신이 그 나이가 되니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또 자신의 속도보다는 아이의 속도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현주씨의 말에서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것이 대부분의 부모의 삶이니.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마시며 앉아있던 이규형씨는 취업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힘들 때마다 그 곳을 찾아왔다는 이규형씨는 삼수를 하며 어려웠던 그 때를 이야기했다. 산에서 트럭에 어묵을 파시는 일을 했다는 어머니. 겨울에는 트럭 배터리가 방전되어 차갑게 식은 차 안에서 양말을 서너겹씩 신으시고 일을 했다는 어머니는 700원짜리 어묵을 팔아 한 달에 70만원인 자신의 미술학원비를 내주셨다고 했다. 그게 못내 죄송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합격 소식을 받았다는 이규형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려워도 버텨나간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어머니의 그 헌신 앞에서 애써 웃으며 노력했을 그의 모습이 생생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좋은 건 그 자연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처한 결코 만만찮은 현실들을 발견하지만, 그 팍팍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위대함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깊게 우리를 감동시키고 큰 위안을 준다. 또한 그건 바로 우리 옆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어떤 희망이 결코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이 하는 이야기에서는 그래서 깊은 진심과 삶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침반이 많이 흔들린 후에 딱 그 곳이 북쪽이라고 알려줘요. 살아가며 흔들릴 일이 참 많지만 결국 방향을 찾게 될 거에요.(진명희)”,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최병윤).” “안된다고 해도 수능이나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런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이진경)” “너무 수고했고 너희들의 육년 삼년 삼년이 어떤 일을 했던지 간에 공부를 했던지 취업을 했던지 간에 여태까지 해왔던 게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은 없었다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용길).”(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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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이토록 짧게 삶의 위대함을 보게 해주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동화 같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떻게 매번 이런 놀라운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걸까. 서울 후암동 어느 골목길을 걷다 발견한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문방구 이야기다. 40년이나 된 문방구이니 어찌 이야기가 없을까마는, 남편을 2년 전 갑자기 여의고 홀로 그 곳을 지키고 계신 함범녀 할머니와 그 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기적 같았다.

 

2년 전 갑자기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나서 가게 문을 닫을까 생각했던 할머니의 마음을 돌린 건 아이들이었다. 청소를 하다 발견하게 된 아이들이 남긴 쪽지. 거기에는 빼곡하게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 너무 힘들어하시지 마시고 언제나 힘내세요(수민)’, ‘할머니 제가 문방구 많이 올게요. 힘내세요(예지).’, ‘할머니, 힘드시겠지만 열심히 지내세요!(별아)’, ‘할머니, 힘들어하시지 마세요 항상 밝게 웃고 힘내세요(서영)’, ‘슬퍼하지 마시고 힘내세요(하령)’, ‘할머니! 혼자 사셔도 힘내세요. 제가 많이 찾아갈게요(장연)’

 

할머니는 학생들을 부를 때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하셨다. 아들 하나를 뒀지만 손주가 아직 없다는 할머니는 이 어린 학생들이 다 당신의 손주라고 하셨다. 애들이 너무나 따뜻하고 자신에게 잘한다고 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빵을 갖다 주기도 하면서 자신을 좋아하고 따라주는 것 때문에 40년 동안 그 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40년을 일해 쉰두 살까지 된 졸업생이 가게를 찾아오기도 한다며 할머니는 최근 일이 다시 떠올라 울컥 하셨다. 찾아온 졸업생은 울면서 할아버지가 옛날에 잘 해줬던 이야기를 했단다. 김치찌개 끓여서 점심을 먹을 때면 막 찾아와 자기도 달라며 퍼먹던 애들이란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니 할아버지가 생전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살아왔는가가 느껴졌다. 할머니는 늘 자기 건강만 걱정해주고 매일 아침 녹즙을 갈아주던 할아버지가 본인 건강 생각은 안했다며 마음 아파 하셨다.

 

할아버지가 쓰던 연장을 볼 때 가장 할아버지가 떠오른다는 할머니는 일하다 펜치를 보고는 눈물이 나서 혼자 막 울었다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손때가 잔뜩 묻은 연장은 거기 그대로 남아있는데 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란다. 하지만 연장에 담겨진 할아버지의 남다른 노력과 마음은 여전히 그 곳을 찾던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아주 작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친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있던 걸, 삼광초교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은혁이는 어느 날 ‘오늘은 문방구를 쉽니다’라는 표지판을 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다고 했고, 조이는 처음엔 어디 가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없으시니까 깜짝 놀랐다고 했으며, 태희는 원래부터 알고 지냈던 할아버지인데 돌아가시니까 좀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한 건 평소 할아버지와의 자잘하지만 따뜻한 기억 때문이었다. 가은이는 뭘 떨어뜨렸을 때 할아버지가 주워 주였다고 했고, 서현이는 감기에 걸렸다며 마음으로 걱정해주셨다고 했다. 은석이와 우준이는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시고 밴드도 붙여주셨던 할아버지를 기억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의외로 무거운 질문을 툭 던졌다. “죽음이라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한 답변은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이 세상일을 다 한 거요! 자기가 땅에서 할 일을 다 한 거요” 재차 “할아버지는 그 할 몫을 다하고 떠나셨을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네! 충분히 하셨어요.”라고 답했다.

 

과연 우리네 삶이 누군가에게 저렇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의 작은 배려가 깃든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저토록 크게 자리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전해줬다. “이번 생에서는 할아버지가 저를 챙겨주셨고 만약에 또 만나게 되면 다음 생에서는 제가 할아버지 챙겨드릴게요(이가은).” “할아버지 저한테 잘해주신거 감사하고 다음에 또 뵙게 된다면 제가 더 잘 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동욱).”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뭔가 마음에 뭔가 빈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전 지금까지 몰랐는데요 우리에게 많이 자상하게 해주셨던 걸 그 때까지 잘 몰랐던 거 같아요. 할아버지 하늘에서도 잘 계시길 바랍니다(박조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재석과 조세호는 주변 사람들의 작은 위로 하나가 힘겨운 삶에 크나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것은 어쩌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분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고 소소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한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거기에는 넘쳐난다. 너무나 힘들어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런 실제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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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통해 본 몸으로 웃기는 예능의 부활 가능성

 

tvN 새 예능 프로그램 <돈키호테>에는 ‘미치거나 용감하거나’라는 표현이 붙었다. 여러모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둘시네아를 구하기 위해 풍차를 향해 달려들었던 인물. 보는 관점에 따라 그건 미쳤거나 혹은 용감한 행위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돈키호테>의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가져온 이 예능 프로그램은 그래서 프로그램 소개에서도 소설 <돈키호테>의 대사 중 하나를 가져온다. “꿈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 도대체 누가 미친 거요?” 그럴 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막상 <돈키호테>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어떻게든 과거 우리가 봐왔던 몸으로 웃기는 예능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걸 애써 강변하려는 안간힘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첫 회만 슬쩍 보고도 이건 MBC <무한도전>의 시작점이었던 <무모한 도전>을 떠올린다. 삽질로 포크레인과 대결을 벌이고, 버스와 달리기를 하며, 무참히 깨지는 모습을 통해 큰 웃음을 주었던 예능 프로그램. 처음엔 무모했던 도전들이지만 그것이 성공하진 못해도 최소한 웃음을 주었다는 점에서 박수 받으며, 나아가 그 땀들이 모여 도전의 가치를 세워줬던 프로그램. 그래서 <무한도전>이라는 레전드 예능의 밑거름이 된 예능.

 

실제로 <무모한 도전>과 비슷하다는 반응들에 대해 손창우 PD는 애써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김태호 PD와 5년 간 함께 <무한도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감성’이 비슷하게 전달된 것일 수 있다고 했고, 특히 “어떠한 종목에 도전한다는 형식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절대 똑같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무모한 도전>과 살짝 다른 지점들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꿈잣돈’처럼 이들이 도전에 성공할 때마다 모아 꿈을 위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준다는 장치가 그렇다. 하지만 그런 장치 하나로 이 유사함이 다르다고 말하긴 어렵다. 육상 꿈나무들과 계주 대결을 벌이고 자동화 로봇과 즉석밥 포장 대결을 벌이는 그 형식은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의 연장선이다.

 

멤버 구성은 <무한도전>과는 사뭇 다르지만 어딘지 <1박2일>의 구성을 닮았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적인 팀 캐릭터 구성이 아닌가 싶다. 김준호가 맏형으로 들어갔고 조세호와 이진호가 웃음 담당 개그맨으로서 참여했으며 저세상 텐션을 보여주는 배우 송진우와 이 프로그램의 얼굴담당이자 젊은 피인 이진혁이 포진했다. 맏형을 세워 찧고 까부는 설정 개그가 기본으로 깔려 있고 분량 욕심을 내보이는 조세호와 이진호가 별 노력 안해도 존재감을 보이는 막내 이진혁과 묘하게 세워지는 대결구도가 있으며, 여기에 의외의 예능감을 선보이는 송진우가 조커처럼 포진했다. 도전은 이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과정은 이들의 성장담을 그려낼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렇듯이.

 

이렇게 보면 <돈키호테>는 대놓고 예전 몸으로 웃기고 부딪치는 예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리얼리티쇼 즉 관찰카메라의 시대 깊숙이 들어와 이제는 캐릭터쇼가 한 물 간 것처럼 여겨지는 지금 어째서 <돈키호테>는 과거로 회귀한 것일까. 이건 퇴행일까 아니면 빠른 변화에서 오히려 과거가 그리워지는 복고 현상일까.

 

어찌 보면 관찰카메라 시대로 들어오면서 웃음의 강도는 상당 부분 약화된 게 사실이다. 즉 웃기기보다는 좀 더 진지해진 부분에 무게를 두는 예능의 시대랄까. 예능도 그런 진지함을 담아낼 수 있다는 외연의 확장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줄어든 것이 별 생각 없이 한없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예능 프로그램이다. 재미가 웃음만이 아닌 다양한 영역으로 넓혀지면서 상대적으로 웃음의 영역은 축소되었다는 것.

 

퇴행이든 복고든 <돈키호테>가 지금 기능하는 지점은 바로 이 결핍이다. 그게 무엇이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온 몸을 던지는 그런 예능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결핍. <무한도전>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1박2일>은 다시 돌아온다고 하지만 아직은 빈자리다. 웃음을 주겠다는 그 진정성이 통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여겼을 법 한 상황이다.

 

다만 그토록 오래도록 해왔던 <무한도전>의 많은 스토리텔링들과의 비교를 <돈키호테>가 어떤 새로움으로 넘을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무언가 새로운 포인트나 소재들이 등장한다면 시선을 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복고가 복제가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진정성은 알겠지만, 그걸 얼마만큼 신선하게 끌어갈 것인가는 이 프로그램의 중대한 숙제로 남았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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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유재석도 한 수 배운 춘천의 재밌고 먹먹한 입담꾼들

 

사랑에 대해 제대로 한 수 배웠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춘천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우연히 만난 부부는 무려 21년 간을 함께 세차를 해왔다고 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어찌 다툼이 없을까. 웃으며 맨날 싸운다고 털어놓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부부는 아침에 헤어졌다 저녁에 봐야 제일 좋아요”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아침에도 싸웠다”는 남편의 말에 “금방 풀려요”라고 말하는 아내의 말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춘천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윤연기(59), 이순자(58) 부부. 보통 여름에 더 세차가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겨울에 세차가 제일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 추우면 셀프세차 하시는 분들도 스스로 세차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추우니까 손 발 시린 게 제일 힘들다”는 부부의 말에 성수기인 겨울을 맞는 반가움과 힘겨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 매일 다툰다는 부부에게 “혼자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냐”고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아내는 냉큼 그럴 때가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남편의 얼굴은 사뭇 다르다. 그는 진지하게 “전 혼자 하고 싶을 때는 없어요. 매일 옆에 달고 있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 사랑이 묻어나는 말에 유재석의 광대는 승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부부의 사랑이야기는 의외였다. 연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단 세 번 만나 결혼했다는 것. 남편은 “꼭 사랑만 해야 사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고 아내 역시 그 말에 동조했다.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시쳇말로 젊은 날 청춘들이 뜨겁게 사랑하다 결혼하는 그런 사랑의 의미는 아니라는 뜻일 게다. “총각 때 삶의 회의를 많이 느꼈다”며 아내를 그 삶에서 건져준 사람이라는 남편과 “진실하고 열심히 사니까. 착하고 오로지 아이와 가정을 위해 사니까”라고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이미 사랑이 가득했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겠냐”는 통상적인 유재석의 질문에 의외로 이 부부가 살아왔던 결코 쉽지 않았던 삶과 애틋한 두 사람의 사랑이 전해진다. 단박에 “안한다”고 말하는 아내와 “저는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남편. 왜 안한다고 했냐 묻는 질문에 아내는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대신 아내는 꽃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잠시 잠깐이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꽃으로.

 

남편에게 재차 다시 태어나고 싶냐고 묻자, 남편 역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오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들어요.” 부부가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까가 그 얘기에 묻어났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남편이 어렸을 때 겪은 아픈 기억을 꺼냈다. 어머니가 재가를 하셔서 일찍 헤어졌다는 것. 그래서 요맘때 시월만 되면 우울하다고.

 

“초등학교 1학낸 땐가 2학년 절 보러 오셨었어요, 고향으로. 그 때 가시면서 거기 계시는 주소를 알려주고 가셨어요. 그 주소를 잊어버리지 않고 머리에 기억을 했다가 나중에 그 주소를 찾아갔었어요. 어머니가 재가를 하셔서 거기서 다시 살고 계시니까, 같이 융화를 못해요. 남편 분께서 아무래도 어머니하고 계속 트러블 있고 그래 가지고 제가 그냥 두 분이 나 때문에 싸우시지 말고 내가 가면은 두 분 행복하게 사시라고 울면서 떠나왔어요 강릉에서. 밤에 눈물을 흘리고 찾아가서 눈물을 흘리고 나온 데가 강릉이에요.”

 

그 어린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었지만 남편분의 말에 담긴 존칭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지금도 여전하고 그것이 미움보다 더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아픔보다 ‘어머니의 밥’을 기억했다.

 

“열여섯 살 때. 한 6개월 정도 어머니의 밥을 먹어봤어요. 밥이 참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눈물을 흘리면서도 먹는 밥이 되게 맛있더라고요. 처음 해주시는 밥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먹을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어머니의 자식을 태어나서 진짜 부모 자식의 정다운 정을 느끼면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리광도 피워보고 효도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솔직히 지금도 될 수만 있다면...”

 

그 말을 들으며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보니 이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위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사랑해야 사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이들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사랑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해보지 못한 어리광을 아내에게 한다는 남편과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며 웃는 아내. 사랑을 못 느껴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다는 남편이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행복하다”는 아내에게서 그 사랑이 얼마나 큰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춘천에 유독 사랑꾼들이 많은 것인지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어느 빵집에서의 사연 역시 사랑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수공예 일을 하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통보로 쫓겨나 춘천으로 오게 됐다는 권성기씨와 그 아내 권진미씨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시종일관 웃으며 밝은 모습을 보여준 권성기씨지만 그 사연 속에서 어찌 힘겨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도중 외곽에서 카페 한다는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 마침 퀴즈 맞혀 100만원 받으면 어떻게 할거냐고 유재석이 묻자, “결혼 10주년인데 아내에게 주고 싶다”고 남편이 말했던 참이었다. 그 말을 유재석이 아내에게 전하자 갑자기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아내. “너무 고마워서”라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단지 그 10주년과 100만원에 대한 고마움만이 담긴 게 아니었다.

 

“일이 많이 힘들었는데 남편이 옆에서 다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그래서 여기까지 버티고 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자기 거는 하나도 안하고 저한테만 다 주기만 하니까. 그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의 눈이 촉촉해졌다. 아마도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낙엽이 익어가는 가을에 춘천을 찾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청춘(靑春)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아마도 춘천이란 지명에서 청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번 편이 보여준 건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사랑이 남달랐던 건 그 열렬하고 달달한 사랑이 아니라 이제 겨울을 앞둔 스산한 그 힘겨움들 앞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사랑이었다. 스산한 가을에 찾아갔지만 거기서 느껴진 따뜻한 봄의 풍경들. 오늘도 사랑에 대해 한 수 배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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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존경스런 만학도 노부부, 한글날 의미 되새겼다

 

이런 분들의 삶이 진정 존경받아 마땅한 게 아닐까.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한글날 특집으로 특별히 찾아간 문해학교에서 만난 만학도 노부부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행복감에 가득 차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그 먼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고 온 길이었다. 나이 들어 운신이 쉽진 않지만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가는 노부부의 얼굴은 밝았다. 그들은 그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 그토록 행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 대신 남편이 짊어진 가방의 무게는 두 배였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들어보고는 놀랄 정도로 무거운 그 짐은 남편은 아침마다 메고 그 공부길을 나섰을 게다. 늦은 나이에 그토록 공부를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간 한글을 몰라 겪었던 어려움과 설움이 겹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을 가서도 스스로 적지 못하고 “적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음식점에 가서도 메뉴판을 읽지 못해 중국집이나 한식집 같은 데만 가끔 갔을 뿐이라고 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를 읽지 못해서 롯데리아 가서 맥도날드 달라 했다는 이야기는 웃음을 줬지만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어린 시절의 서울 식모살이 이야기는 글을 몰라 더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동태머리를 넣고 밥과 끓여 놓은 사람이 먹기 힘든 걸 먹으며 식모살이를 했다는 어르신은 겨울에는 꽁꽁 언 밥을 끓이지도 않고 입에 넘기며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하셨다. 그 힘겨움을 편지로 써서 가족에게 보내고 싶었지만 글을 몰라 쓰지도 못했다는 것. 3년 동안 손이 퉁퉁 부울 정도로 고생을 한 끝에 결국 수소문해 찾아온 오빠 덕분에 어르신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힘겨운 삶이었지만 어르신의 삶에 그래도 볕이 들었던 건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면서였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망설이는 남편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구애했다는 어르신은 결국 결혼해 성실하게 살았다고 했다. ‘우리 신랑’이라고 부른다는 그 목소리에서 여전히 아내의 남편 사랑이 느껴졌다. 남편은 아내 덕분에 지금껏 이렇게 살아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힘겨운 삶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각별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왔던 그 따뜻함 때문에 꽁꽁 얼었던 삶이 조금씩 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식모살이 시절 주인 부부가 싸우면 뾰족 구두로 발목을 밟아 발이 부어올랐다는 어르신의 글을 읽으며 유재석도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영상편지로라도 한 마디 하라고 하는데 어르신의 하는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줌마, 어느 곳에 계실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 얼굴을 보면 아줌마는 알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때 아주머니가 나한테 행했던 것은 아실 겁니다. 아줌마, 편안한 마음으로 잘하고 사십시오. 우리도 잘하고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 아픈 고통의 시간들이 기억에서 선명할 텐데도 어르신은 나쁜 말 한 마디 보태지 않았다. 한글을 제 아무리 알고 공부를 많이 하면 뭘 할까. 이 어르신만큼 따뜻하고 긍휼한 마음이 없다면 그 말과 글은 가시가 돋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지 않을까. 어르신이야 말로 그 말과 글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통질문으로 노부부에게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알려달라는 요구에 남편은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 ‘박묘순’을 꺼냈다. “항상 나를 옆에서 이렇게 살아가도록 해주니까 좋은 일만 있고 지금까지 어려서부터 이 세상을 버텨온 게 다 이 사람 때문에 산 거 거든요.” 남편이 아내의 이름을 좋아하는 단어로 꼽은 이유였다.

 

아내는 ‘사랑하는 우리 신랑 너무너무 사랑해요 행복하게 삽시다’라고 쓰셨다. 그러면서 어르신은 “정말 사랑하거든요”라고 부연해 말씀하셨다. 그 모습에 그 광경을 찍고 있던 제작진도 눈물을 터트렸다. 그건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이었다. 노부부의 쉽지 않았던 힘겨운 삶이 거기서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그 삶을 버텨내왔던 두 사람의 남다른 사랑이 전해졌다. 그건 위대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노부부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온 건 한글날 특집을 맞아 그 이야기를 담은 말과 글들이 한글을 더욱 빛나게 했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마음들이 이렇게 전해질 수 있었던 건 결국 우리가 가진 말과 글이 있어서가 아닌가.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글날 특집은 한글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분들을 찾아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별 생각 없이 쓰는 한글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글이 더더욱 의미 있어지는 건 만학도 노부부처럼 그걸 쓰는 이들의 마음이 더해져서라는 것 또한. 이런 존경스런 분들이 있어 한글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 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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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이토록 따뜻한 미래의 의사들이라니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아니라 한편의 휴먼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료인과 미래의 의사들이 있을까. 흔히 병원과 의사라고 하면 느껴지던 차갑고 돈만 잘 버는 그런 이미지들이 선입견과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혜화동에 간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런 병원의 의료진과 미래의 의사들을 담게 된 건 거기 있는 서울대 의대가 있어서다. 그 병원과 캠퍼스를 찾아가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직원과 미래의 의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반듯하고 따뜻한 면모들을 보여줬다.

 

이 날의 공식 질문으로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걸 치료하고 싶냐”는 질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혜린양은 “저는 다리를 완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생각보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진짜 많으셔서요.”라고 말했다. 평소 넓은 병원에서 이동이 불편하신 환자들이 못내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그는 “얼른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들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얼른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또 의사라고 해도 아픈 이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신아영양은 이 질문에 “엄마의 수술로 인한 림프 부종을 낫게 해드리고 싶고 아버지가 택배 일을 하셔서 허리를 요새 다치셨나 봐요. 그래서 그런 허리를 낫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고, 최은진 양은 “저는 아빠요. 요즘에 일이 힘드셔 가지고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그거를 치료해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문원숙씨는 “우연찮게 내가 2017년도에 암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누구라도 암 환자들을 다 고쳐주고 싶다”는 얘기를 내놨다. 암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한편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아들 유경현씨는 바로 옆에 앉은 어머니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최근 들어 옆에서 아들로서 계속 봤을 때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걸 옆에서 봐왔고 동생이랑 제가 있는데 저희라도 신경을 덜 쓰시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못한 것 같고..”

 

가슴 아픈 사연을 내놓은 손훤영씨는 동갑인 사촌이 지적장애인데 그 장애를 고쳐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랑 나이는 동갑인데 지능은 여덟살이어서 사실 대화 자체가 좀 안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친구의 장애를 고쳐주고 싶어요.” 또 의대생인 송해수양은 최근 벌어졌던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에 강원도 가족여행을 갔는데 거기 아직 산불 피해 부분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까맣게. 그것 때문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아직까지 치유가 안되고 그 산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했어요. 아픈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해주고 싶어요.”

 

바람일 뿐이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치료해주고픈 마음이 담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건 세상이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 곳에서 만난 미래의 의사가 될 학생들의 포부도 남다른 것이었다. 성공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본과에 편입한 김건호 학생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 미국과 달리 성적마다 순위가 떠서 당황했다”며 그럼에도 소신있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무슨 과 이런 거는 크게 상관은 없고 의사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여기저기 베풀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의사... 여러 의사 중의 하나는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없어도 충분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치료만 해주고,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고요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나름 내 삶을 살 수 있는 것 하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본과 4학년 학생인 이현지양은 “차트로만 계속 환자를 확인하는 게 아니고 자주 얼굴 보면서 어떤지 물어보고 직접 얘기도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병만 잘 치료해주면 되지 아마 환자들도 빠른 시간에 딱딱 해결해주는 의사를 좋아할 거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그건 당연한 거고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했을 때 병 얘기 말고 일상생활에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류현보군은 “공부량에 치여서 살다보니까 그런 생각을 자주 못하긴 한다”며 “못하긴 하는데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했고, 이준현씨는 “매정하면서도 실력있는 의사가 될까 아니면 조금 실력은 부족해도 따뜻한 의사가 좋을까 이런 것을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까 따뜻한 의사 쪽으로 계발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겸손한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나 성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픈 열망을 이야기했다. 그것 모습만으로도 어떤 희망 같은 게 느껴졌다. 특히 이현지양이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며 들려준 당뇨병 환자의 이야기는 이들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아버지랑 딸이랑 병원을 같이 왔는데 당뇨병 때문이었어요. 당뇨병 때문에 아버지가 한쪽 눈을 잃으셨는데 반대쪽까지 실명 위기가 온 거에요. 딸은 수술하면 시력이 돌아오나요 하고 묻는데 의사는 안돌아와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 딸은 안 돌아오면 왜 수술을 해요 라고 말하면 또 의사는 더 안 나빠지게 하는 거예요. 수술을 안 받으면 무조건 실명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환자는 이해가 안 간다고 똑같은 질문을 하고 의사는 같은 대답만 하는 거예요. 결국에 그 두 분이 나갔는데 평소에는 울음을 잘 참겠는데 그 때는 못 참겠는 거예요. 매번 증상이 안 좋은 환자를 만나게 됐을 때 그렇게 매번 감정이입을 해서 나도 울고 그렇게 하면 오래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슴 속에는 냉정함이 있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공감을 표현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죠.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입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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