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흥행으로 유아인·박신혜가 진짜 살려낸 건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가 100만 관객을 넘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100만 관객 돌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뚝 끊겨버렸던 영화관 발길이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건 아닌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살아있다>가 이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먼저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철저한 사전방역과 검사, 마스크 쓰기 그리고 극장 내 좌석 간 띄어 앉기 같은 예비책을 통해 극장에서의 영화 보기가 어느 정도는 용이해졌다는 관객들의 판단이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예비책보다 더 중요한 건 영화가 그만큼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이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살아있다>는 확실히 코로나 시국에 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최근 <부산행>에 이어 <킹덤> 그리고 개봉 예정인 <반도>로 이어지는 이른바 K좀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데다, 이 좀비 세상이 그려내는 풍경이 지금의 시국을 통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면이 있어서다.

 

<#살아있다>는 갑자기 터진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로 공격하는 좀비들 세상에 아파트에 고립된 채 생존해가는 준우(유아인)가 건너편 아파트의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 밖에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게 된 현 상황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반드시 살아남으라는 부모의 마지막 메시지를 들은 후 홀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이겨내며 버텨내던 준우가 결국 절망에 빠져 생존의 끈을 놓으려 할 때 나타난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의 존재는 그가 살아야 하는 새로운 의미가 된다. 그는 자신의 생존은 물론이고 유빈이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좀비들과도 맞서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좀체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은 코로나 시국에 답답함과 절망감마저 느끼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준우는 과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또 가족은 살아 있을까를 궁금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그렇다.

 

영화는 아파트 한 동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채워져 있어 다소 단순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초반 3분의1 정도는 대부분 준우의 집에 카메라가 집중되어 있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한 아파트라는 공간에 집중함으로써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달려드는 좀비떼들의 움직임이 더 긴박감 있게 펼쳐지는 효과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준우와 유빈 사이에 애써 멜로 구도 같은 걸 넣지 않은 것도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위해서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들이 서로 돕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건 개인적 사랑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증명 같은 것이니 말이다. "살아있어요!"라는 외침이 "사람 있어요!"라는 외침과 겹쳐지는 대목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인간성이 살아있는 그 존재여야 비로소 사람이고, 살아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일 테니.

 

영화 제목이 <#살아있다>여서인지 이 영화가 개봉 첫 주말을 지나며 코로나 시국이후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절망적인 영화계에 여전히 영화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철저한 사전방역과 검사, 거리두기를 통해 안전한 관람이 지켜져야 하겠지만 모쪼록 이 영화를 기점으로 우리네 영화들이 살아있다는 걸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사진:영화#살아있다)

‘킹덤2’ 이 시국이어서 더 의미심장해진 이야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2가 돌아왔다. 시즌1이 방영된 지 1년 2개월만이다. 사실 우리에게 이런 휴지기를 갖고 이어지는 시즌제 드라마는 낯설 수 있지만, <킹덤2>는 충분히 그 기다림을 상쇄시켜줄 만큼의 가치를 보여줬다. 완성도 높은 대본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출 그리고 더 깊어진 연기들이 ‘조선 좀비’의 귀환에 충분히 환호할 수 있게 해줬다.

 

시즌1의 이야기는 죽었다 살아난 왕으로부터 지율헌으로 어떻게 좀비 창궐의 역병이 전파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대감 조학주(류승룡)는 이 모든 일들의 진원지로 권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죽은 왕을 생사초로 되살리는 악의 근원으로 등장했다. 세도가들이 제 핏줄에 집착할 때 학정과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은 역병에 감염된 인육을 나눠 먹음으로써 조선 좀비의 서막이 열린다.

 

낮에는 마룻바닥 밑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밤이면 밖으로 나와 사정없이 피와 살을 탐하는 좀비들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이를 막기 위해 동래로 간 세자 창(주지훈)의 백성을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한편 이 역병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의녀 서비(배두나)는 그것이 생사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하지만 시즌1 마지막에는 낮에도 밖으로 나와 공격하기 시작하는 좀비들이 등장하면서 햇볕이 아닌 기온과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시즌2는 방어막을 만들고 떼로 몰려드는 좀비들과 전쟁에 가까운 사투를 벌이는 창과 그를 돕는 안현대감(허준호)을 위시한 사람들의 대결로 문을 연다. 스케일은 훨씬 더 커졌다. 그 많은 좀비들이 한꺼번에 기이한 소리를 내며 몰려오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도망칠 차도 없는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은 피와 살이 튀는 백병전으로 좀비들과 싸우는 액션들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이렇게 사정없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좀비떼들은 어딘지 측은하고 불쌍한 느낌마저 준다. 그건 배고픔의 욕망만이 남은 민초들의 처참한 현실을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존재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좀비떼들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다.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끔찍하게 다가오는 건 이렇게 좀비떼들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감께서는 미천한 백성들을 위해 싸우셨소? 난 아닙니다. 내가 지키려고 한 건 이 나라의 근간인 왕실과 종묘사직이에요. 그 일을 위해선 난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조학주의 이 말은 왕실이니 종묘사직이니 하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정권을 쥐려는 개인적 야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그는 핏줄에 집착한다. 후계를 정하는 일도 적통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핏줄에 집착하고 정치적 야심을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은 그래서 피에 굶주린 좀비들보다 더 무섭다. 결국은 이들의 욕망에 의해 선량한 백성들조차 굶주린 좀비가 되어버린 것이니 말이다. 이처럼 <킹덤>은 조선시대에서 벌어진 가상의 사건을 다루지만 수백 년 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 은유 속에 담아내고 있다.

 

전혀 예상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마침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최고 경보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한 시국인지라 <킹덤> 시즌2의 이야기는 더 의미심장해지는 면이 있다. 도대체 이 사태에서 진짜로 무서운 일들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무섭고, 심지어 이런 사태까지 이용하려는 인간은 더더욱 무섭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태의 확산을 막고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이들이 있다는 건 <킹덤> 시즌2가 전하는 절망 속의 희망일 게다.

 

물론 <킹덤> 시즌2는 말미에 이런 일들이 또 다시 벌어질 거라는 걸 예고했다. 당장의 사태가 진정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준비하고 대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킹덤> 시즌2가 전하는 희망의 가능성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어버린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처럼.(사진:넷플릭스)

'킹덤' 김은희 작가의 조선 좀비 캐릭터 특별한 이유

김은희 작가의 신작 드라마 <킹덤>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엇갈린다.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동시 방영. 해외 반응은 폭발적이지만 우리네 반응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 이유는 지역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은희 작가는 누가 뭐래도 국내 드라마 작가 중 누구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작가다. <시그널>로 그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내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장르물로서 이만한 성취를 만들어내는 작가를 찾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한류 드라마라고 하면 늘상 떠올리는 게 멜로 아니면 가족이다. 그런데 장르드라마로도 확실한 우리만의 색깔을 지니면서 미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는 완성도를 갖는 드라마. 그 새로운 장르극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가 다름 아닌 김은희 작가다. 

그러니 그가 새롭게 시작한 <킹덤>이라는 드라마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국내 플랫폼이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기대를 높이는 이유가 된다. 게다가 <킹덤>은 국내 드라마들처럼 기획단계에서 제작이 완료되고 방영되는 그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사실 어찌 보면 국내 드라마들이 너무 완성도가 아니라 시의성에 맞춰 재빨리 기획되고 편성되는 느낌마저 새삼 확인시켜준 드라마가 바로 <킹덤>이었다. <킹덤>은 기획단계가 거론된 이후 거의 2년이나 지난 후에 첫 시즌, 그것도 6회 분량을 내보냈다. 

그러니 기대감이 한층 높이진 국내의 시청자들이 이제 도입 부분에 불과한 6회분을 보고 그만한 기대감을 맞춘다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네 제작 풍토와 그 제작의 속도가 과연 글로벌 시장에 우리도 진입한 현 드라마 환경에서 적절한가 싶은 부분이다. 조금 속도가 느려도 제대로 한 편씩을 만들어내고 그런 완성도가 더 오래도록 또 더 폭넓은 나라에서 소비될 수 있게 하려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우리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킹덤>을 보며 느끼는, 뭐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사극의 틀은 외국에서 보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워낙 현실을 반영하는 사극을 하면서 힘없는 왕과 조정을 농단하는 신하의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본 바 있다, 그러니 그 틀을 가져온 <킹덤>이 어딘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킹덤>은 그 사극적 틀만이 아니라 거기에 좀비라는 장르물의 특성을 섞어낸 새로운 작품이다. 만일 좀비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네 사극의 틀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킹덤>은 지금까지의 좀비 장르와는 색다른 해석이 담겨있다는 것에 놀라울 수 있다. <킹덤>이 다루는 조선 좀비는 서구에서 만들어낸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좀비들은 대부분 위협적이어서 ‘박멸해야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대부분 액션 장르로 구현되면서 무차별적으로 살육되는 좀비들이 그려지곤 했다. 물론 <웜바디스> 같은 영화에서 좀비는 ‘공감의 대상’으로 바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멜로의 대상으로서 그려진 새로운 해석이다. 하지만 <킹덤>에서 등장하는 조선 좀비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춥고 배고픈 민초’로 해석된다. 이것은 대단히 새로운 우리식의 해석이다. 다닥다닥 붙어 잠이 들고, 깨어나면 누군가의 살을 물어 뜯으려하는 욕망으로 그려지는 조선 좀비는 그래서 그 어느 좀비 장르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새로운 해석이 더해진 좀비가 아닐 수 없다. 

<부산행>의 좀비가 ‘다이내믹’을 특징으로 삼았다면 <킹덤>의 좀비는 배고픔에 굶주려 있어 다이내믹함을 보여줄 만큼 폼 나는 그런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딘가 배가 고파 무언가를 먹고 싶어 달려드는 좀비의 색채를 <킹덤>은 새롭게 그려낸다. 한편 좀비 창궐의 근원이 되는 왕은 이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욕망을 위해 누군가를 덮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킹덤>의 이런 색다른 해석이 가능한 건 다름 아닌 좀비 장르를 가져오면서도 이를 우리 식으로 해석한 김은희 작가가 있어서다.(사진:넷플릭스)


'킹덤'이 열어놓은 조선판 좀비세상, 시즌1은 시작일 뿐

(본문 중 드라마 내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죽은 왕을 되살리려는 욕망에서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은 자를 살릴 수도 있다는 생사초. 그걸로 살아난 왕은 그러나 괴물이 되어버린다. 죽었지만 살아난 왕. 그리고 살아났지만 죽은 왕. <킹덤>의 전제가 되는 이 설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이다. 한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자가 살아있어도 산 자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나라 전체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 하는 건 굳이 조선이 아니어도, 또 좀비라는 특이한 존재들이 아니어도 우리는 근현대사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좀비는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살아있지만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존재’라고도 볼 수 있다. <킹덤>이 죽은 왕을 통해 담은 좀비의 의미는 후자에 가깝다. 나라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존재가 ‘죽은 거나 마찬가지’로 전락했을 때, 그 비어있는 권력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들이 창궐한다. 혜원 조씨의 수장으로 조선을 쥐락펴락하는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의 욕망이 그것이다. 그는 죽은 왕을 살려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더 이어가려 한다. 그의 딸인 중전(김혜준)이 가진 복중태아를 통해 왕좌를 이어가려는 것. 조학주는 ‘비선실세’로 왕과 중전을 대신해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쥔다.

흥미로운 건 괴물이 되어버린 왕으로부터 ‘좀비로 변하는 역병’이 민초들에게 퍼져나가는 그 과정이다. 죽은 왕을 살려낸 의원과 함께 갔던 소년이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고, 의원이 동래 지휼현으로 그 시신을 데려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병자들에게 의문의 남자 영신(김성규)이 그 시신을 요리해 먹이고, 이로써 좀비로 변하는 역병이 창궐하는 것. 역병의 과정은 그래서 왕의 부재와, 그로인해 굶주리는 백성들이라는 ‘통치의 문제’를 그대로 담아낸다. 결과는 이렇게 탄생한 좀비들이 마치 세상을 뒤집기라도 할 것처럼 쏟아져 나와 피와 살점이 튀기는 아비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김은희 작가가 <킹덤>을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로 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가진 자들이 배불리 먹는 장면들과 배고픈 민초들을 대비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백성들이 먹을 게 없어 초근목피는 물론 벌레까지 다 잡아먹는 상황 속에서도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이 주연을 벌이고 떨어뜨린 음식을 버리는 장면이 그렇다. 이러한 대비효과 때문에, 지휼현에서 나온 시체들이 어둑어둑해지자 하나둘 깨어나 동래부사 조범팔과 그 무리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수탈하는 저들과 그래서 배고픈 민초들의 대결처럼 읽히는 면이 있다.

<킹덤>은 물론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역병을 좀비로 해석했다는 새로움이 더해져 신선함을 주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배고픈 좀비’라는 존재들을 민초로 해석하면서 권력과 정치의 문제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극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왕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왕이나, 그래서 권력을 쥐고 흔드는 비선실세 신하의 이야기는 그리 새롭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를 ‘좀비’라는 존재를 통해 정치 권력의 문제로 풀어낸 점은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보면 사극이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해외팬들에게 더 큰 흥미를 줄 수 있는 지점이다.

<킹덤> 시즌1은 김은희 작가의 야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사실 6회로 마무리되는 시즌1은 이 거대하게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의 겨우 도입부분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시즌1은 무언가 왕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한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의원을 찾아 동래 지휼현까지 갔다가 역병의 실체를 보게 되고, 그의 호위무사인 무영(김상호)과 함께 이 병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그 모험담을 담고 있다. 그는 조학주에 의해 역모로 몰려 금군과도 대적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즌2가 더욱 궁금해지는 건 시즌1이 깔아놓은 인물들이 어딘가 비밀스럽고 저마다의 욕망들을 숨기고 있어 향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왕세자 이창은 조학주처럼 백성을 절대 버리지는 않는다며 그들을 위해 위험한 상황 속에도 뛰어들지만, 그건 어찌 보면 조학주에 대한 철저한 증오에서 비롯되는 행동처럼도 보인다. 그는 실제로 왕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역모의 연판장에 스스로 이름을 적어 넣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자기만의 욕망을 숨기고 있다.

조학주는 딸 중전을 통해 비선실세의 욕망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조학주와 중전이 서로를 돕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권력의 왕좌를 두고 조학주와 중전 또한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 또 이창이 의탁한 상주의 안현대감(허준호)은 왕세자의 어린 시절 스승으로 그를 돕는 충신처럼 보이지만, 의문의 인물 영신이 살던 마을이 수몰된 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어딘가 제2의 조학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시즌1에 깔아놓은 인물들은 향후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이야기의 변주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시즌1은 시작일 뿐이다. 김은희 작가가 <킹덤>으로 열어놓은 조선판 좀비세상은 앞으로도 여러 시즌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가 적지 않다고 보인다. 결국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욕망과 무고한 민초들의 배고픔이 좀비라는 존재로 창궐하여 부딪치는 이야기이고, 좀비들보다 더 좀비가 되어가는 욕망에 눈 먼 이들의 이야기가 결국 이 거대한 <킹덤>이라는 제국이 그려내려는 세계가 아닐까. 도입 부분만으로도 앞으로 펼쳐질 세계가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이유다.(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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