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다른 그녀’, 낮의 이정은과 밤의 정은지 이 조합 기대되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정은지가 이정은이 됐다?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이러한 발칙한 상상력으로 시작한다. 20대에서 50대로의 급노화. 그런데 밤이 되면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20대지만 갑자기 낮동안 50대의 몸을 갖게 된 이 인물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도 못 알아보는 외형의 변화가 불러오는 충격 자체가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만들어내지만, 20대 이미진(정은지)이 8년째 열심히 공부했지만 공무원 시험에서 연거푸 불합격했다는 사실은 이 코미디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청춘들의 무거운 취업 현실이 드리워져 있다. 동명이인을 딸로 착각해 합격인 줄 착각하는 부모님 앞에서 뭐라 말도 못하고, 심지어 취업 사기까지 당한 이미진은 그 절망 끝에서 갑자기 낮이 되면 50대로 변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 

 

희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정작 불행의 연속을 당하는 이미진은 눈물의 연속이지만,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이것을 발랄한 연출로 코믹하게 그려낸다. 20대의 이미진과 50대의 임순(이정은)을 오가는 미치고 달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사업에 지원한다. 그런데 면접관이 하는 말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원자들 중에 제일 젊으세요.” 50대로 급노화한 사실에 절망하던 이미진이지만 시니어들만 모인 자리에 임순이라는 이름으로 나서자 가장 젊은 사람이 된 것. 

 

“중앙청 창살 쇠창살...” 같은 어르신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걸 척척 해내고, 엄청난 유연성에 영어, 중국어 능력까지 겸비한 임순은 면접관들을 사로잡는다. 20대 취준생으로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자존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처음으로 합격 통지서를 받고는 너무나 기뻐한다. 20대에는 하지 못했던 취업을 50대에 하게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기막힌 현실에 대한 페이소스를 담아내며 웃음을 준다. 

 

20대의 마인드와 능력들을 갖고 있으면서 50대의 몸으로 활동하는 건 이미진에게는 너무나 절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8년간 취준생으로 살아오며 그 흔한 여행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을까. 게다가 누군가와의 연애 또한 해봤을 리가 만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상황을 뒤집어 20대의 마인드에 50대의 몸을 가진 상황이 주는 절망만큼 의외로 얻을 수 있는 희망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이 들었어도(외모가) 마인드는 20대라 꼰대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살아가고, 50대의 몸 나이라고 해도 여전한 20대의 열정을 보여주려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표현을 실제로 살아간다고나 할까.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정반대로 50대를 경험하며 다시 밤이 되면 20대로 돌아가는 이미진이 이 경험을 통해 의외로 얻게 되는 일도 적지 않을게다. 아마도 멜로 상황이 만들어질 계지웅(최진혁) 검사와의 로맨스에도 이미진이 가진 이 비밀(?)은 절절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이처럼 20대의 이미진과 50대의 임순을 오가게 된 한 인물의 판타지 설정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의 충돌과 화해를 그려낼 작정이다. 발랄한 코미디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지만 어느 순간 달달해지다 먹먹해질 것 같은 기대감을 주는 작품이다. 20대와 50대를 오가는 인물인만큼, 2인1역을 해내야 하는 정은지와 이정은의 어깨가 무겁지만, 두 배우의 연기 콜라보는 환상적이다. 

 

진짜 코미디 연기는 진지함 속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는데, 정은지도 이정은도 그저 과장된 웃음을 주기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진지한 연기를 통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그 웃음 뒤에 남는 페이소스는 바로 이러한 진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낮의 이정은과 밤의 정은지를 오가는 이 인물이 피워낼 달달하면서도 먹먹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사진:JTBC)

‘눈물의 여왕’, 김수현의 시월드와 신데렐라 뒤집기는 왜 빵빵 터질까

눈물의 여왕

“나 그 때 왜 그랬지? 왜 귀여웠지? 왜 막 귀엽고 필살기 쓰고 홍애인 설레게 만들고 그래 가지고 내 팔자를 내가... 꼬았지? 안 귀여웠으면 이런 결혼도 안 했을텐데, 내가.” 술에 취한 백현우(김수현)는 울면서 절친 김양기(문태유)에게 신세한탄을 한다. 그런데 그건 자기 자랑인지 신세한탄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다. 이 웃픈 상황이 웃음을 만든다. 백현우 본인은 진심으로 펑펑 울며 속내를 토로하고 있지만 보는 이들에게 그 장면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든다.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박지은 작가 특유의 코미디로 문을 열었다. 그 코미디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아이러니로 펼쳐진다. 그많은 신데렐라 스토리들이 그려내곤 했듯이, 흔히들 재벌가와 결혼했다고 하면 인생 역전의 판타지를 떠올릴 테지만, 퀸즈그룹 재벌가의 딸이자 퀸즈백화점 사장인 홍해인(김지원)과 결혼한 백현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 때 왜 자신이 귀여워 홍애인을 설레게 만들어 스스로 팔자를 꼬았는지 한탄을 하고 있으니.

 

<눈물의 여왕>은 재벌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남녀를 뒤집어 놓은 이른바 ‘남데렐라’ 버전으로 꺼내놓은 후, 그렇게 막상 신데렐라가 되어 재벌가의 사위가 됐지만,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마치 현실 버전의 처월드(시월드의 처가버전)가 열리게 됐다는 기막힌 블랙코미디로 또 한 번 뒤집는다. 이 재벌가 처월드에 빠져버린 남데렐라가 눈물을 흘리며 결혼을 후회하고 이혼까지 결심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래서 그간 우리가 봐왔던 시월드와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두 뒤틀어놓은 지점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든다. 

 

“나만 보면 돼.” 재벌가 입성이 결코 만만치 않을 거라 여긴 백현우에게 홍해인이 하는 이 말은 그 숱한 왕자님들이 신데렐라들을 재벌가에 들일 때 했던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이고, 저녁 9시마다 모여 ‘종례’하듯 대화를 나누고 크리스마스니 생일이니 제사니 하는 걸 함께 가족이 하다보니 ‘내 시간’이 사라진 백현우의 처지 역시 숱은 시월드에 입성했던 며느리들이 겪던 일들이다. 

 

백현우가 일년에 15번이나 차린다는 제사는 어떤가. 옛날 진짜 양반가에서는 남자들이 다 제사준비를 했다며 저마다 빵빵한 전문 이력을 가진 사위들이 제사상을 모두 준비하는 풍경이라니! 그러면서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홍애인의 동생 홍수철(곽동연) 같은 인물은 시월드에 시어머니도 보다 더 얄미운 ‘시누이’의 처가 버전처럼 그려진다. 이건 마치 시집살이에 손과 눈에 물 마를 날 없는 며느리의 재벌가 처가 버전 미러링 같다. 그래서 백현우의 신세한탄과 눈물이 주는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서는 블랙코미디적인 통쾌함이 묻어난다. 

 

이 블랙코미디에는 박지은 작가 특유의 디테일들이 채워져 있다. 제사상 차림에 하버드에서 케미컬 전공한 사위가 그 전공으로 전이 제대로 익혀졌나를 파악한 후 “뒤집어!”를 외치는 장면이나,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나온 또 다른 사위가 플레이팅을 하는 제삿날 장관(?)을 보며 “재능 낭비”라는 백현우의 툴툴대는 모습이 그렇고,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은 백현우의 처가살이 신세한탄을 다 듣고 난 후 의사가 도리어 상담이라도 받은 듯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장명도 그렇다. 평범한 삶이 오히려 재벌가 사위의 삶보다 낫다는 반전과 더불어, 환자가 오히려 의사의 마음을 다독이게 만드는 아이러니까지 그 코미디에는 담겨 있다.

 

재벌가 딸과 결혼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 그 자체로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구도지만 성역할을 뒤집고 신데렐라 판타지를 혹독한 처월드 현실로 뒤집어 놓는 것으로 <눈물의 여왕>은 새로운 웃음과 색다른 기대감을 만들었다. 과연 이 처월드로부터 탈피하려는 백현우는 그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되찾고 사랑 또한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펑펑 울면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 김수현의 열연과 더불어, 이 인물이 그려나갈 색다른 관계의 판타지와 웃음에 시청자들의 마음도 빠져들기 시작했다.(사진:tvN)

세작, 매혹된 자들

어린 아이의 얼굴에서는 그 자체로 빛이 난다. 무언가 삶의 무게가 전혀 느끼지지 않아 가볍고 그래서 해맑게 웃는 모습에는 누구나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그 해맑은 웃음에 가슴까지 환해지는 빛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걸 바라보고 있는 어른의 무거운 시선 때문이다. 삶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충분히 경험한 어른들은 이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해맑음 앞에 순간 한없이 가벼워져 하늘 위로 떠올랐다가 금세 그만큼의 중력으로 무겁게 땅으로 내려앉는다. 희극 속에 비극이 느껴지는 페이소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너무나 웃음이 터져나오지만 그 이면에 깔리는 어떤 현실감 같은 것들이 환한 빛만큼 길어진 그림자로 느껴지는 것. 조정석은 바로 그 희비극이 공존하는 페이소스의 배우다. 

 

“막 비벼! ×× 비벼!”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그게 키스야?”라고 물으며 연애 쑥맥 승민이에게 진짜 키스에 대해 알려주는 납뜩이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승민의 친구로서 아주 적은 분량의 출연이었지만 그가 영화만큼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데는 특유의 잔망미로 관객들을 여지없이 빵빵 터지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여서다. 그런데 그 웃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납뜩이라는 인물이 가진 페이소스 같은 게 숨겨져 있다. 자신은 연애 고수라며 승민에게 스킨십 하는 법이나 밀당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강남보다는 강북이 더 잘 어울리는 이 촌티가 묻은 인물 역시 연애를 마치 드라마나 영화로 배운 듯한 어설픔이 느껴진다.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가. 터프하게. 절대 뒤 돌아보면 안돼. 뒷모습은 컨셉이야.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런..,” 이런 식의 연애학(?)이 그것이다. 자칭 ‘연애고수’라고 하지만 승민과 하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허당기가 그 웃음의 원천이고, 그래서 거기에서는 반어법적인 쓸쓸함이 묻어난다. 

 

2016년 ‘질투의 화신’이 조정석의 인생 캐릭터라고 불리는 이유 역시 그가 연기한 이화신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웃기지만 슬픈 페이소스를 그가 200% 납득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 고정원(고경표)과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공효진)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도 억지로 괜찮은 척 하는 인물이 이화신이다. 고정원과 갯벌에서 주먹다짐까지 하고 홀로 쓸쓸히 걸어가던 이화신이 목 뒤에서 꿈틀대는 낙지를 쑥 꺼내놓으며 “떨어지라고!” 화를 내는 장면은 조정석 특유의 페이소스가 묻어나며 이 웃픈 작품의 명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화를 내지만 어딘지 쓸쓸해 보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게 안쓰럽게 느껴지며, 지독히 슬픈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는 힘. 조정석의 디테일한 페이소스 연기가 아니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또 9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엑시트’ 역시 조정석의 웃픈 연기가 웃음과 눈물의 롤러코스터 같은 힘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재난 상황이 주는 위기감과 슬픔의 비극들 속에서 조정석은 이를 살짝 뒤틀어 스릴과 웃음으로 바꿔냄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의 납뜩이가 남긴 강력한 잔상 때문에 조정석을 코미디 배우라 여기는 건 대단한 착각이고 오해이며 실례다. 사실 ‘건축학개론’이 개봉됐던 해에 조정석은 드라마 ‘더킹 투하츠’로 진지한 정극 연기를 함께 선보인 바 있다. 또 ‘녹두꽃’ 같은 사극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밑바닥 인생이었지만 혁명에 참여하며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백이강이라는 인물을 무게감있게 그려낸 바 있다. 또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어떤가. 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빠이자 만나면 웃게 만드는 쾌활한 친구이면서 환자들 앞에서는 마음까지 돌보는 의사 이익준을 연기하지 않았던가.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은 특유의 코미디 연기도 선보였지만 거기에서도 특유의 쓸쓸한 페이소스 같은 걸 놓치지 않았다. 

 

이 일련의 필모그래피를 염두에 두고 보면 최근 방영되고 있는 ‘세작, 매혹된 자들(이하 세작)’에서의 조정석이 보여주는 연기가 그간의 경험치들이 쌓인 결과물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세작’은 감정 연기가 복잡한 사극이다. 세작이라는 존재는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접근하는 인물인데,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세작의 감정은 복합적으로 뒤엉킬 수밖에 없다. 애초 대의적 목표는 상대를 제거하려는 것에 맞춰져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누게 되는 감정의 교류는 그 목표를 실행하는 것을 꺼려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사극에서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인(이름부터가 2인 같은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이라는 인물은 왕이 되기 전 자신이 몽우라 이름 붙여준 바둑 친구 강희수(신세경)와 우정을 쌓았다. 하지만 왕좌에 오르는 순간 자신이 더 이상 ‘필부’가 아니라며 살려달라 간청하는 그를 버린다. 3년 후 다시 살아돌아온 강희수가 이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남장여자였다는 걸 알게 된 강희수와 이인이 연정을 나누게 되면서 두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게 얽힌다. 그런데 팽팽한 대결구도와 달달한 멜로구도를 오가는 전개는 조정석이 보여주는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연기를 통해 납득이 된다. 한없이 비정한 모습을 보여줄 때는 살벌한 긴장감을 유발할 정도로 냉혹해 보이지만, 눈빛이 풀어지며 더할 나위 없는 연인의 다정함을 보여줄 때는 모든 경계심을 무장해제시켜버리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의 눈빛과 목소리 변화에 따라 순간 순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드라마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조정석의 웃픈 얼굴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그건 우리네 삶의 비의다. 결국은 삶의 빛은 죽음이라는 어둠을 향해 가는 여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끝은 결국 쓸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웃는다. 그건 삶의 비의를 모르는 무지함의 웃음이 아니고, 오히려 그 의미를 알고 있어 하는 능동적인 행위다. 조정석의 웃음이 담는 희비극은 그래서 우리의 삶을 납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페이소스 가득한 삶을.(사진:tvN)

‘밤에 피는 꽃’, 드라마가 꽃 필수록 배우들의 매력도 꽃이 핀다

밤에 피는 꽃

낮에는 과부 밤에는 서민영웅.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은 홍길동의 과부 버전 같은 느낌으로, 조여화(이하늬)를 지칭하는 제목으로 시작했다. 이 의미는 포스터에도 그대로 담겼다. 밝은 낮 조여화가 수절 과부로서 집안에 갇힌 거나 마찬가지로 앉아 있지만, 지붕 위에는 복면을 한 조여화가 달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건 밤이 되어야 비로소 진면목을 드러내는 조여화의 모습, 그건 제목 그대로 밤에 피어나는 꽃이다. 

 

열녀의 길을 요구받는 수절과부와 담장을 넘어 영웅적인 일들을 해내는 조여화의 대비효과가 만들어내는 극적 재미. 그것이 <밤에 피는 꽃>이 가진 서사의 핵심이지만, 이 드라마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조여화와 금위영 종사관 박수호(이종원)의 15년 전 가족들에게 벌어진 사건과 연결되며 그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깜깜한 밤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꽃처럼 피어난다는 의미로 제목이 다시 읽히게 된 이유다. 

 

그런데 이제 시청자들은 <밤에 피는 꽃>의 의미를 조여화와 박수호 역할을 연기하는 이하늬와 이종원의 케미가 꽃 핀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재미는 조여화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기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작품 속 인물들이 겪은 일들은 집안이 풍비박산나는 참변에 가깝다. 조여화는 오빠가 실종됐고, 원치않는 좌상 집 며느리가 되지만 남편이 사망함으로써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수절과부가 된다. 박수호의 집안은 누군가에 의해 도륙당한다. 모두가 죽고 박수호만 박윤학에 의해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이런 비극을 밑그림으로 두고 있지만, <밤에 피는 꽃>은 무겁지 않고 지나치게 진지하기보다는 발랄하고 경쾌하게 그려진다. 거기에는 이하늬라는 배우가 가진 밝은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밤 같은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그 안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캐릭터가 조여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이토록 씩씩하고 유쾌하게 그려져 비극을 희극처럼 그려낼 수 있게 된 데는 이하늬의 공이 적지 않다. 밤의 비극을 웃음 꽃 피는 희극으로 그려낸이하늬의 존재감을 제목을 통해 읽어낼 수 있게 되는 이유다. 

 

동시에 상대 역할인 박수호는 초반에는 다소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한 종사관으로서 그 내적 감정들이나 인간적 면모가 숨겨졌지만, 조여화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고 공조하면서 점점 사적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모습을 통해 그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무표정해 보였던 얼굴이 조여화와 우연히 갖게 되는 스킨십 같은 상황들을 통해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비극의 주인공으로서 밤 같은 무거움에 짓눌려 왔던 감정들이 조여화를 통해 꽃피고 있다고나 할까. 

 

초반에는 진중했지만 차츰 말랑말랑해지기도 하는 면면들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박수호를 연기하는 이종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커지고 있다. 이것은 이하늬가 보여주는 연기와 정반대의 흐름으로 두 사람이 케미를 맞춰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즉 이하늬가 연기하는 조여화가 초반에는 밝고 가벼운 모습에서 점점 과거사를 알아가며 무겁고 진중한 모습으로 변해간다면, 이종원이 연기하는 박수호는 초반에는 무겁게 등장하지만 차츰 조여화와의 케미를 통해 말랑말랑한 사적 감정들을 드러내기도 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결국 연기도 작품도 앙상블에서 완성된다고 하던가. 조여화와 박수호가 함께 수사를 공조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쌓아나가는 그 케미는 다름 아닌 이하늬와 이종원의 연기 앙상블로 완성되어가고 있고, 그것은 결국 이들이 끝내 어두운 밤처럼 가슴 한 켠에 두고 있던 미혹들을 밀어내고 진실도 사랑도 꽃피우는 이야기의 앙상블로 이어지고 있다. 제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고 해도 피어나는 꽃처럼, 무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어떤 꽃의 희망과 위로를 전해주는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배우들의 연기 꽃도 활짝 피어나고 있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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