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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미지는 득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냥 배우로만 살면 편한 걸 왜 저러시나? 그랬던 나를 어머니께서 말보다 행동으로 바꾸셨다. 어머니는 지난 4년간 그 예뻐하는 손주들을 한 달에 한 번 볼 정도로 열심히 일하셨다. 어머니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길게 말씀드렸다.” 배우 송일국은 4.13총선에서 송파 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어머니 김을동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 아버지로서 송일국은 확실히 대중들에게 존재감이 있는 배우다. 최근에는 KBS 대하사극 <장영실>에도 출연해 주목받았다. 그런 그의 지지 발언은 어찌 보면 어머니 김을동 후보에게는 천군만마의 힘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김을동 후보는 40.3%의 득표율을 기록해 44.3%를 득표한 남인순 더불어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났다.

 

부모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지한다는 송일국의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보면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삼둥이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도는 높다. 하지만 그런 호감을 바탕으로 한 가족관계를 통한 지지 호소가 국민의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선거는 보다 냉철하게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관계를 통해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는 걸 이번 선거는 잘 보여줬다.

 

경남 김해시 을 새누리당 후보로 나왔던 이만기 역시 34.4%의 득표율을 얻어 62.4%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은 더불어 민주당 김경수 후보에게 밀려났다. 이만기는 이번이 무려 4번째 정계 도전이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SBS <백년손님-자기야>를 통해 투덜대면서도 장모님의 머슴(?) 역할을 확실히 보여주며 좋은 이미지를 쌓았던 그였다. 하지만 역시 투표는 냉철했다.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그의 방송 이미지와는 상관없이 유권자들은 소신대로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가끔 방송에 출연했던 표창원 후보는 경기 용인시 정에서 51.4%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그 역시 방송 이미지로 좋은 평판을 얻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그저 방송 이미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가 해온 행보들과 일치하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는 방송에서도 또 선거유세에서도 그가 줄곧 주장해온 이야기다.

 

사실 방송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없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방송인들이 정치일선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방송 이미지와 실제가 항상 같지만은 않다는 걸 대중들도 간파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것은 또한 정치와는 상관없이 방송으로 쌓여진 이미지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 대중들이 그 방송인을 외면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선거는 이렇게 달라진 대중들의 시선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변화 모색하는 <런닝맨>, 단순 게임 탈피하나

 

SBS <런닝맨>선거 특집을 했다. 아무래도 오는 413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기획이었을 것이다. 선거철에 맞춰진 선거 소재의 예능 아이템이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런닝맨>에 있어서 이런 선택은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그간 <런닝맨>이라는 제목의 강박 때문인지 쉴 새 없이 달리며 정신없이 게임을 하던 그 방식에서 잠시 멈춰선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선거를 게임 아이템으로 차용하면서 <런닝맨>이 내세운 룰은 흥미로웠다. 아침 9시에 출근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오후 1시에 출근하는 게 좋은가에 대해 멤버들에게 투표를 하게 하고 그 다수결의 결과대로 게임을 진행하지만 만일 만장일치가 되어 버리면 혹독한 벌칙수행이 따르는 룰이다. 이렇게 되자 단순히 투표를 통해 서열 놀이를 하게 될 수 있는 선거 아이템은 두뇌 싸움이 되어버렸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심리들은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본인이 원하는 건 오후 1시 출근이지만 아침 9시에 도장을 찍는 유재석에서 전체를 생각하는 그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식이다.

 

이어진 즉석으로 주어진 미션에 따라 인물을 섭외해 소원을 들어주고 도장을 받아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게임에서는 서로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도 게임에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하하와 이광수의 배신 유전자(?)가 드러났고, 설현이나 박보검 같은 대세 스타들 앞에서 마음 설레는 개리나 송지효의 속내가 드러났다. 물론 그 짧은 만남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설현이나 박보검이 왜 대세인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게스트 활용법 또한 기존의 <런닝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실 설현이나 박보검 같은 게스트를 아예 섭외했다면 더 화제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런닝맨> 선거 특집은 게스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롯이 고정 멤버들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즉석에서 이뤄진 섭외다 보니 더 오랫동안 게스트들을 붙잡아두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게스트가 중심이 되었다면 <런닝맨>이 지금껏 계속 해왔던 게스트 홍보성 게임 버라이어티의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을 게다. ‘즉석 섭외라는 조건이 게스트도 또 고정 멤버들도 모두 제 자리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

 

이런 변화는 새로운 PD들이 투입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조효진 PD와 임형택 PD1세대의 <런닝맨>을 만들고 이끌었다면 이제 젊은 피로 투입된 이환진, 정철민, 박용우 PD들은 특유의 패기로 새로운 <런닝맨>을 만들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들은 아마도 최근 몇 년 간 반복적인 단순한 게임의 연속과 게스트 출연이라는 고정적인 틀을 깨려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게임으로 가져온 것이나, 게스트를 쓰면서도 고정 멤버들에 대한 집중을 놓치지 않는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그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좀 더 버라이어티한 캐릭터쇼로의 변환은 새로운 <런닝맨>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물론 달리고 몸으로 부딪치는 것은 <런닝맨>의 변함없는 모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달리기만 하면 그 달리는 것에 대한 실감이 사라져버린다. 가끔 멈추고 그 달리는 존재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런닝맨>은 무작정 달리기보다 이제 가끔 멈춰 서기로 한 모양이다. 반가운 변화의 선택이다

Posted by 더키앙

정관용과 박원순의 올바른 선거 문화 독려

 

<무한도전> 선거특집에 <100분토론> 진행자인 정관용은 왜 출연했을까. 시사평론가인 정관용과 예능 프로그램은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만의 절묘한 한 수가 되었다. ‘선택 2014’ TV 최종 토론회의 진행자로 깜짝 등장한 정관용은 그 웃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참고 진지한 모습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려 애썼다. 바로 그 진지한 모습은 그래서 오히려 큰 웃음을 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정관용의 진지한 진행은 순간적으로 <무한도전><100분토론>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현상을 일으켰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그 진짜 같은 토론회 분위기에서 어처구니없는 토론을 보여주는 것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토론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이러한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웃음 속에서 정관용은 때때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선거가 고작 아이템 선정이나 회의할 때 무게가 실리는 권한을 위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런 선거 꼭 해야 하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관용의 출연은 이번 선거특집이 가진 정치 풍자와 무관하지 않다. 현실성 없는 자극적인 공약으로 시선을 끌려는 노홍철 후보나 자신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자 이 쪽 저 쪽에 달라붙으며 자기 이득만을 취하려는 철새 정치인 박명수 후보, 공약이 아니라 의리만을 내세우는 하하 후보나 소탈한 모습을 강조하며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정형돈 후보의 모습은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그 안에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우리네 선거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TV 토론회에서도 공약을 얘기하기보다는 타인을 깎아내리는 폭로와 비방을 우리는 흔히 봐오지 않았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한도전>이 이렇게 대담한 풍자를 하는 이유는 그 웃음 속에 담긴 씁쓸함으로 제대로 된 선거문화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다소 부담일 수 있었을 정관용의 예능 출연은 그 자체로 <무한도전>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또한 정치에 대한 혐오감으로 선거에 대해서도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이번 선거 특집을 통해 조금은 선거에 대한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능이지만 현실에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순 시장이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사전투표소를 찾아 <무한도전>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원순 시장은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달리 말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해야 하는 투표에 대해 직접 몸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정관용 시사평론가와 박원순 시장의 <무한도전> 출연이 박수 받는 이유는 이번 지방선거의 올바른 선거 문화를 독려하는 이 선거특집에 자신들도 참여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뜻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보여진 그들의 소탈한 모습 또한 대중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예능이지만 그 어떤 선거 관련 프로그램보다 더 신랄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는 <무한도전> 선거특집. 정관용과 박원순의 참여는 이 어찌 보면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에 진중한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런닝맨>과 <남격>, 투표 소재 참신하네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 하였거늘, 뽑아준 백성들의 은혜는 잊은 듯, 그래도 백성들에겐 언제나 투표의 힘이.’ <런닝맨> 왕의 전쟁 편에 나온 이 짧은 자막은 대선에 즈음하여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게임 속에서 잘 표현해냈다. 이름표를 떼도 죽지 않는 왕과 오로지 투표를 통해서만 왕을 바꿀 수 있는 백성의 대결. <런닝맨> 특유의 게임으로 보여진 1시간 반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왕(王)자를 완성해 가는 ‘맛 대 맛 선택 레이스’는 최종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후보들의 레이스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예능적으로 장작을 패고, 기와를 깨고, 콩을 옮기고, 브로콜리를 멀리 불어 보내는 경기를 통한 은유였지만 막판에 한효주와 이광수가 왕 유력후보가 되어 양자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작금의 대선 구도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왕의 전쟁’이라는 본격적인 게임에서 왕과 백성의 대결을 그린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것이 대결구도를 이루는 것은 권력 관계 때문이다. 왕은 백성들의 투표에 의해 뽑혀지지만 막상 왕이 되서는 백성들을 잡아먹는 권력자로 변모한다. 초대 왕(?)이 된 광수는 권좌에 올라 이렇게 말한다. “왕을 시해하고 이름표를 떼려했던 그 모든 역적들. 투표를 통해 왕이 되고 싶어하는 나의 왕 권력을 탐하는 자들. 내 반드시 하나하나 잡아내서 기필코 뿌리째 뽑아 버릴 것이다. 나는 광해다. 김종국 넌 죽었다.”

 

물론 웃음을 위해 설정된 연기지만 왕의 변심은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을 잘 드러내준 말이다. 이것은 투표에 의해 교체된 새로운 왕 한효주나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백성으로서는 도망 다니기 바쁘다가 막상 왕이 되자 걷는 태도나 말투부터 바뀌는 그 모습은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결국 투표용지를 찾아서 새로운 왕으로 바꾸라는 이 <런닝맨> 게임의 룰은 왕을 견제할 수 있는 백성의 유일한 힘이 투표에서 나온다는 걸 말해준다. 이만한 예능의 투표 독려법이 있을까.

 

한편 <남자의 자격>에서는 ‘남자 그리고 절대권력’이라는 주제로 역시 대선에 즈음하여 의미심장한 소재를 선보였다. 즉 새로운 리더를 뽑는 선거를 통해 절대 권력을 잡기 전의 모습과 잡은 후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투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줬던 것. 투표 전에는 “촬영을 쉬게 하겠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확실한 과거 청산. 과거의 잔재를 모조리 불사르겠다.”고 각오를 보이던 후보들이 막상 리더로 뽑혀 절대 권력을 쥐게 되자 전횡을 일삼는 모습은 웃음 뒤에 쓰디쓴 현실을 실감하게 했다.

 

대선 막판에 즈음하여 <런닝맨>이나 <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것은 결국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막상 쥔 권력은 국민을 잊기 일쑤다. 그러니 국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투표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밖에. 이번 대선이 그 국민의 힘을 가장 크게 보여준 선거가 되길 기원한다.

Posted by 더키앙

'MB의 추억', 유인촌도 울고 갈 명연기 

 

“맨날 쓰잘데기 없이 쌈박질이나 하고 지럴 에이 우린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겄어.” 우리는 욕쟁이 할머니가 이렇게 맛깔난 욕을 툭툭 쏟아냈던 이명박 대통령의 당시 선거 광고를 기억한다. 뜨거운 국밥을 연거푸 입에 넣으며 욕을 듣는 이명박 당시 후보. 그런데 욕쟁이 할머니의 욕들은 조금씩 뉘앙스를 바꿔나간다. “청계천 열어놓고 이번엔 뭐 해낼껴, 밥 더줘? 더 먹어 이놈아.” 이제 욕은 욕쟁이 할머니의 진술과 행동을 통해 밥이라는 격려로 바뀌게 된다. “밥 쳐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잉 알겄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져지는 이 말은 설사 욕먹을 짓을 했더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밥이라도 챙겨주자는 경제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끌어낸다. 밥은 여기서 표와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사진출처:영화

기가 막힌 이 이미지 광고는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주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MB의 추억>은 이 광고를 다시 끄집어낸다. 당시 광고에 자막과 함께 내레이션으로 들어간 “이명박은 아직 배고픕니다”라는 말은 그러나 이제 전혀 다른 의미로 우리를 아프게 한다. 그것이 사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 의지의 배고픔이 아니라,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탐욕의 배고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모든 게 거짓 이미지였다.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는 사실 연기자였고, 광고 속 내용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는 제작진의 칭찬을 들을 정도로 명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정산 코미디’라고 붙였고, 그래서 이명박 당시 후보가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끝날 때까지 웃음이 빵빵 터지지만 절대 웃을 수만은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MB의 추억>이다. 그 화면 속에는 유인촌 전 장관이 등장해 “지금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한 시절, 그분은 누구인가”하고 소리친다. 그리고 그 유명한 747공약(7% 성장, 4만 달러 시대, 7대 강국)을 설파한다. 유인촌은 90년에 방영되었던 KBS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드라마는 이명박을 모델로 했다)을 했던 연기자. 그런 그가 ‘영웅의 시대’를 말한다. MBC에서 당시 방영되었다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를 미화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영웅시대>를 끄집어낸 것. 이미지는 그렇게 당시 힘겨웠던 서민들의 눈을 현혹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당시 대선의 풍경을 조목조목 잡아내가며 그것이 일종의 쇼였음으로 상기시킨다. 대선 후보들이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주는 음식을 꾸역꾸역 받아먹는 장면은 실로 압권이다. 여기서 이명박 당시 후보는 국수를 두 그릇이나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동영 당시 야권 후보가 연설 도중에 한 유권자가 자꾸만 먹으라는 음료를 “연설 끝나고 먹겠다”고 버티는 장면과 병치된 이 국수 시퀀스는 당시의 야권의 무능까지도 포착해낸다. 당시 야권은 이 정치쇼에서 연기조차 출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면 이명박 당시 후보는 안 해본 것 없는 백전노장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뭐든 다 해봤다고 말하는 그는 풀빵 장수에게 자신이 어설프게 만들어 잘 익지도 않은 풀빵을 서민들에게 건네면서 불이 약하다고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단한 순발력이다.

 

‘우리가 강제한 것이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대가를 치르는 거야.’ 이 괴벨스의 어록으로 시작해서 이 어록으로 끝나는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단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정치를 혐오하고 그래서 무관심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각종 거짓말과 연기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호도되어 치렀던 그 대선이 가져온 대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그 아픈 꾸짖음을 감독의 목소리가 아니라 당시 선거운동을 하며 소리쳤던 이명박 후보의 목소리로 전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잘한다고 할 게 아니라 지난 5년간 잘했어야지, 어제 못한 사람이 내일 잘할 수 있어요? 정권을 바꿔야 합니다." 이 당시 유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발언은 2012년 <MB의 추억>이 보여주는 것처럼 다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날아온다.

 

“국민에게 겁을 먹어야 하는데,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국민을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알아요. 기가 막혀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을 다시 만들어놔야 합니다.” <MB의 추억>을 통해 보여주는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당시의 이 유세 발언은 지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X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문제”라고 한 전여옥 전 의원의 발언도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렇게 <MB의 추억>은 우리에게 거짓말과 명연기로 코미디가 되어버린 당시 대선의 풍경을 아프도록 웃기게 보여준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 명연기.

Posted by 더키앙

오디션 프로그램과 투표가 해줄 수 있는 일

 

바야흐로 '투표의 시대'. 우리는 이제 어디서든 투표를 만나고 투표를 행하고 그 투표가 미치는 영향을 목도하며 살고 있다. '슈퍼스타K2'는 투표로 우리들의 스타를 우리들의 손으로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허각 같은 스펙은 없어도 실력이 뛰어난 인재를 당당히 무대 위에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위대한 탄생'의 투표는 백청강 같은 조선족 동포를 그 맨 꼭대기에 오를 수 있게 해주었고, '나는 가수다'의 청중평가단들은 투표를 통해 임재범이나 박정현, 윤도현, 김범수 같은 레전드 중에서도 레전드를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슈퍼스타K'(사진출처:엠넷)

우리는 이 투표 시스템을 통해 투표가 가진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슈퍼스타K2'에서 우리가 허각에 투표한 이유는 세상이 얼마나 스펙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처절히 느꼈던 탓이었을 게다. 변변히 교육도 받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그 진심을 우리는 봤고, 그래서 적어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그가 오로지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정상에 서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투표가 실제로 현실이 되는 것을 우리는 지금도 무대에 선 그를 통해 보고 있다.

 

또 겉으로는 투표 시스템을 세워두고 마치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 결국은 연줄에 의해 제 자식 챙기듯 이뤄지는 영향력 있는 자들의 사심에도 우리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들이 동시에 심사를 하면서 빚어진 '내 자식 챙기기'에 대해 비판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그것이 현실의 줄과 관계에 의해 구조화되는 권력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실력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조성되는 그 유착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그만큼 우리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그런 상황에 좌절했던가를 말해주는 대목일 것이다.

 

의견을 묻지 않고 제멋대로 투표 시스템을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분개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가 투표에서 탈락이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도전을 하려던 것을 우리는 여론을 통해 거부했고, 그렇게 김건모와 재도전을 결정했던 PD 역시 동반 하차하게 했다. 물론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투표란 어쩌면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그 규정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대중정서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만큼 투표를 대중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는 어쩌면 투표에 갈급한 대중들의 갈증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힘 있는 자들의 권력에 의해, 또 그들이 공고하게 만들어놓고 그 누구도 진입하기 어렵게 구축해놓은 네트워크에 의해, 또 어쩌면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선별된 정보의 힘에 의해 제멋대로 농단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중들은 어쩌면 이 자그마한 프로그램 안에서라도 자신들이 투표한 이가 그 꼭대기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는 거꾸로 대중들이 투표를 통해 누군가를 지지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좌절되곤 했던 현실의 욕망을 채우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투표가 물론 세상을 바꾼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자그마한 현실을 바꾼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투표는 일상화되었고, 그 일상화된 투표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이렇게 우리가 축적해온 경험들을 통해 이제 좀 더 큰 현실을 꿈꾸어야 하는 시간이다. 누군가에 의해 기획되고 주어진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기획하는 삶을 살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큰 꿈에 좌절했기에 작은 꿈에 투표해왔던 우리들이라면, 이제 그 작은 꿈이 투표를 통해 실현되었듯이, 큰 꿈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걸 알 것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투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 시간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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