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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이병훈 사극의 리트머스 시험지 는 전형적인 이병훈 PD표 사극이다. 이미 MBC 사극의 한 틀을 만들어낸 이병훈 PD가 지금껏 보여준 사극의 정점을 는 보여준다. 거기에는 운명에 의해 변방으로 내쳐지는 아이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선한 의지로 노력해 차츰 차츰 중심으로 돌아오는 영웅의 서사가 있다. 마치 옛 이야기에서 문제가 주어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듯, 하나하나의 주인공에게 주어진 미션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하다. 그리고 그렇게 미션을 푼 주인공은 이른바 포상을 받는다. 이 포상을 통해 인물은 성장한다. 동물을 돌보는 마의라는 당대의 비천한 수의사가 어의가 되는 그 성장 과정을 담는 그 이야기 구조는 이미 이병훈 사극을 통해 여러 차례 봐왔던 것들이다. 이 그렇고..
'무신'이 정통사극을 고집하는 이유 '무신'은 기묘한 조합의 사극이다. 이환경 작가는 '용의 눈물', '태조 왕건' 같은 정통사극의 정점을 찍은 작가로 KBS 사극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MBC에서 사극을 한다. 알다시피 MBC 사극 브랜드는 정통사극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이병훈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대장금', '허준' 같은 일련의 퓨전사극이 새로운 브랜드가 되었다. 이런 퓨전화되고 허구화된 MBC 사극의 경향은 지금도 여전하다. '해를 품은 달'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무신'은 MBC가 회귀한 정통사극일까. 아니면 정통사극을 쓰던 이환경 작가의 퓨전화일까. 정통사극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면 후자에 가깝다. 물론 '무신'은 고려시대 역사 속 실존인물인 김준(..
퓨전사극 ‘돌아온 일지매’의 실험성과 한계 “빅뉴스입니다. 빅뉴스!” ‘돌아온 일지매’에서 소문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배선달(강남길)에게 차돌이(이현우)가 달려와 이렇게 외쳤을 때, 순간적으로 이 퓨전사극은 현대극과 사극 사이의 경계를 넘어섰다. 하긴 시작부터 도심 속의 일지매를 보여주었으니, 이 조선시대에 등장한 영어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일지매’가 넘어서는 경계는 단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사극이라고 지칭하기가 애매해진) 장르적으로는 액션과 멜로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시청 소구층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매체적으로는 만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퓨전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돌아온 일지매’. 그 실험성과..
‘일지매’라는 테크노 영웅의 탄생, 그 의미 원작의 ‘일지매’는 천으로 된 복면을 썼다. 하지만 2008년 찾아온 ‘일지매’는 금속과 가죽 느낌의 재질로 만들어진 가면을 쓴다. 갑옷도 화려해졌고 무기도 다채로워졌다. 제작사측은 이 갑옷을 만드는 데만 5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사극의 의복으로서는 파격적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찮은 이 갑옷에 ‘일지매’는 왜 그만한 돈을 투여했을까. ‘일지매’, 새로운 테크노 영웅의 탄생 이것은 다분히 현 세대들의 기호를 반영한 결과다. 갑옷은 게임에 익숙한 현 세대들에게는 하나의 아이템에 해당한다. 이 아이템을 입고 작렬하는 음악과 함께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화려한 가면의 영웅은, 이 시대의 청춘들의 감성이 반영되어 있는 테크노 영웅이다. 그리고 이 지..
퓨전사극? 시대극? 아니면 제3의 무엇? ‘쾌도 홍길동’을 사극으로 볼 수 있을까. 흔히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과거이기에 이를 사극으로 생각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극이라 말할 때 그 범주 안에 이 드라마도 포함될 수 있는 것일까. 요즘은 참 쉬운 말이 퓨전사극이란 말이다. 역사를 다루되 사료와는 달리 상상력이 개입된 사극을 지칭하는 이 말은, 대충 정통사극이 아닌 것을 모두 지칭하는 개념처럼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정통사극에서 한참 멀어져 있는 ‘쾌도 홍길동’도 퓨전사극으로 부르면 무방한 것일까. ‘쾌도 홍길동’에는 역사적 시점이 없다 그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극이라고 지칭할 때 그것은 주로 TV드라마를 말하는 것이며, 거기에는 최소한의 역사적 실제 사건이 들어 있을 때 그..
퓨전사극, ‘300’의 역사논쟁 영화 ‘300’에 대한 간략한 스포일러. 다가오는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 앞에 맞서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 그들의 숫자는 불과 300명. 팬티 하나에 망토 하나씩 걸친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창과 방패, 헬멧 그리고 칼이 전부다. 시간적으로는 단 3일이며 공간적으로도 영화는 테르모필레 협곡이라는 천혜의 요새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300’의 단순한 줄거리다. 그런데 이렇게 줄거리를 다 얘기해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건, 이 영화가 스토리를 보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스토리는 하나의 장을 마련해줄 뿐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역사보다는 재미이며, 멋진 대사보다는 그림 같은 액션이고 스토리보다는 근육이..
역사와 재미 사이에 선 퓨전사극 ‘드디어 ‘주몽’이 막을 내렸다. 35주 연속 주간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시청률 50% 넘겨 또 한 편의 국민드라마가 된 ‘주몽’. 그러나 ‘주몽’은 그런 성공 이면에 다양한 숙제들을 남겼다. 그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퓨전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다. ‘주몽’만큼 퓨전사극이 가진 장점들을 잘 활용한 드라마가 있을까. 과거 ‘다모’, ‘상도’, ‘허준’, ‘해신’ 등에서 그 새로운 사극의 묘미를 맛보게 해주었던 퓨전사극은 ‘주몽’에 와서 그 정점을 이룬다. 이것은 퓨전사극의 중흥을 이룬 최완규(허준, 상도), 정형수(상도, 다모), 정진옥(해신)이란 작가들이 ‘주몽’이란 한 작품에 모두 모여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주몽’은 이들 작품들의 요..
퓨전사극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역사를 날 것 그대로 꺼내 보여준다면 재미있을까. 예상은 부정적이다. 그래서일까. 역사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퓨전사극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퓨전사극의 계보는 과거 ‘다모’, ‘대장금’, ‘해신’ 등에서부터 내려오고 있지만 최근 열풍의 진원지는 역시 ‘주몽’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주몽’이라는 강력한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소재에, 역사라는 무거운 갑옷을 벗고 더 전개가 자유로워진 퓨전사극이라는 형식이 맞물린 결과다. 결과적으로 시청률면에서 승승장구한 주몽은, 최근 연장방영에 대한 논란들마저 연착륙시켰다. 이례적으로 MBC 신종인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그간 거듭돼온 방송사의 고무줄편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주몽 만큼은 끝까지 완성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