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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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다시 입증한 안판석 멜로의 진가와 그럼에도 남는 의구심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7. 12. 15:54
‘봄밤’이 거둔 성취와 남는 아쉬움 은 MBC가 9시 드라마 편성을 시도한 첫 작품으로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3%대에서 시작해(닐슨 코리아) 8%대 시청률까지 냈으니 말이다. 게다가 화제성도 좋았다. 소소하고 담담한 일상 멜로의 틀 안에서도, 사회비판적 코드들이 만들어내는 극성이 분명히 존재했다. 제목은 달달하기만 할 것 같은 ‘봄밤’이지만, 결코 달달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이 멜로라는 소재를 가져와 사실은 속물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심지어는 범죄적인 엇나간 인물들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전면에 보이는 건 이정인(한지민)과 유지호(정해인)의 보고만 있어도 눈 호강을 하게 되는 멜로지만,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가득한 인물들은 우리네 사회의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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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길해연·김정영, 손 맞잡은 엄마들의 연대가 뜻하는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7. 7. 11:02
포용 혹은 위계, ‘봄밤’이 그리는 두 세계의 대비 이정인(한지민)의 엄마 신형선(길해연)이 유지호(정해인)의 엄마 고숙희(김정영)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잡은 두 손에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들이 있었다. 고숙희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에는 아이가 있어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듯 살아가고 있던 아들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과, 그럼에도 신형선이 가졌을 부담에 대한 미안함, 그러면서도 그걸 받아들이고 자신의 손을 잡아준 그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었다. MBC 월화드라마 이 짧게 보여준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너무나 상반된 두 개의 기성세계를 보여준다. 그 한 세계는 자신의 마음과 달라도 이를 이해하려 하고 포용하려는 세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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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시청자마저 창피하게 만든 이런 아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7. 1. 10:27
‘봄밤’ 송승환, 가정폭력 당한 딸에게 참고 살라는 아빠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뭐 이런 몰상식하고 천박한 아빠가 다 있나. MBC 수목드라마 에서 이태학(송승환)은 이 드라마 최악의 인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이제 정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딸들의 행복이나 앞날보다 자신의 위신과 입장을 먼저 밝히는 천박함으로 시청자들마저 창피한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 둘째 딸 이정인(한지민)이 4년 간 사귀었던 권기석(김준한)과 헤어지려 하자 딸의 입장은 상관하지도 않고 “결혼하라”고 나서고, 이미 딸이 이별을 통보한 권기석을 만나 “뭐든 팍팍 밀어주겠다”며 결혼을 독려한다. 그 이유는 권기석의 아버지 권영국(김창완)이 자신이 일하는 학교 재단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후 학교 재단에서 일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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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정해인을 판타지로 만드는 찌질하고 폭력적인 남자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6. 22. 15:08
‘봄밤’, 평범한 정해인이 이토록 판타지로 보이는 건 MBC 수목드라마 에서 유지호(정해인)는 약사다. 물론 약사라고 하면 안정된 직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부유한 삶을 사는 인물은 아니다. 자기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아니라 고용된 약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까지 있지만 아내는 사라져버렸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비혼부다. 그러니 유지호라는 남자 주인공은 기존의 멜로드라마 공식 안에서 보면 어떤 판타지적 존재라고 결코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토록 평범하고 속물적인 시선으로는 결혼에 결격사유까지 가진 유지호라는 인물이 보면 볼수록 판타지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그가 무언가 특별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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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한지민의 공룡스티커에 정해인이 먹먹해진다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6. 15. 11:19
'봄밤'이 대사 없이도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 도서관에서 유지호(정해인)에게 아들 유은우(하이안)와 함께 슬쩍 빠져나가라는 이정인(한지민)의 말에 유지호는 발끈한다. 마침 도서관을 찾은 이정인의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을 피해 나가라는 뜻이었지만, 유지호는 아들 은우까지 그렇게 죄라도 지은 양 피해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자신은 어떤 취급을 받아도 좋지만 그 누구라도 아들이 그런 취급을 받게 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 그 말은 이정인의 가슴에 콕 박힌다. 그래서 결국 찾아온 권기석에게 “미안하다”며 유지호의 뒤를 따라간다. 그것은 자신이 유지호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가 알게 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유지호를 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기석은 그런 사실을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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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정해인과 한지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6. 1. 11:35
‘봄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이토록 애틋해진 건 “왜 피하는데요. 우리가 뭘했는데. 지호씨하고 내가 뭐라도 했냐고.” MBC 수목드라마 에서 이정인(한지민)은 유지호(정해인)에게 그렇게 말한다. 연락도 없이 무작정 이정인이 일하는 도서관에 왔던 유지호는 마침 그 곳에 그의 남자친구인 권기석(김준한)이 나타나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이정인이 유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새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는 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정인의 말대로 그들은 우연히 약국에서 지갑을 안 가져와 돈도 지불하지 않고 숙취해소약을 먹은 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됐고, 마침 권기석의 후배인 유지호가 그와 농구경기를 하는 걸 이정인이 보러오면서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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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과 한지민의 ‘봄밤’, 멜로 보는 맛이 난다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5. 25. 11:49
소소해 보여도 흥미진진한 '봄밤'의 멜로 MBC 수목드라마 의 멜로는 보는 맛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너무 일상적인 멜로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했다. 또 전작이었던 JTBC 의 잔상이 눈을 가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꾸만 들여다보자 이 멜로 어딘가 다르다. 보통의 멜로에서 늘상 벌어지는 사건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인물의 심리와 감정변화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정인(한지민)이 동생과 함께 기석(김준한)의 농구시합을 보러갔다가, 거기서 경기를 벌이는 지호(정해인)를 보게 되고, 그들이 다 같이 뒷풀이를 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그렇다. 그건 어떤 멜로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시퀀스지만, 이 장면에서 가게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온 정인이 마침 거기서 아들과 전화통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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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김혜자의 주름 하나까지 먹먹한 위로가 된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3. 25. 15:11
'눈이 부시게', 오래도록 연기자 김혜자를 기억하게 할 드라마“눈 쓸어요. 눈이 오잖아요. 우리 아들이 다리가 불편해서 학교 가야 될 텐데 눈이 오면 미끄러워서.” 혜자(김혜자)는 눈을 쓸고 있었다. 혹여나 다리가 불편한 아들이 미끄러져 넘어질까봐. 아마도 그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일 게다. “아들은 몰라요. 그거.” 그 사실을 아들(안내상)은 평생 모르고 있었다. 그것 역시 세상 모든 자식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이 어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몰라도 돼요. 우리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돼요.”알츠하이머를 가진 어머니 혜자. 어릴 적 사고를 당해 다리 한 쪽을 의족에 의지하며 살아온 아들. 뭐 하나 빛날 것 없는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지고 살아온 두 인생이 서로 포개진다. 아들은 그토록 자신을 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