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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대로>, 이들의 소소하지만 위대한 이야기들

 

어느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홍대의 한 카페에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그걸 듣고 느끼며 공감하는 시간. 이건 어쩌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눈 뜨면 늘 하는 것이 바로 그 말하고 듣는 일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이 그 말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지만 때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어떤 알 수 없는 위로나 위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하는대로(사진출처:JTBC)'

JTBC <말하는대로>는 아주 소소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필요로 하는 건 마이크 하나면 충분하니까. 누군가 초대된 인물이 그 마이크를 들고 어떤 생각을 이야기하면 모여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반응한다. 카메라는 그들을 담담히 담아내고 그 공감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 담담하고 소소한 프로그램은 바로 그렇기 때문인지 갈수록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이재명 시장은 이미 유력한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지만, <말하는대로>에서는 그리 거창한 정견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다만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우리 현실이 그것을 상식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담담히 전한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또 그 국민 중 가장 미래에 대한 꿈을 펼칠 이들이 바로 청춘들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그 청춘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좌절하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가장 고통받고 있는 청춘들이 직접 나서서 세상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샘 오취리는 방송에서 늘 보여주던 그 쾌활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진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화두는 우리’. 아프리카에서 온 이 청년은 물론 한국말이 여전히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우리에게 우리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으며 겪은 그 아픔이 있었지만, 또한 그 아픔을 보듬어주는 우리가 있었다고 했다. 결국 한국을 아름다운 나라로 만드는 건 바로 이 우리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김윤아는 소소한 행복과 성공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이른바 소행성토크를 보여줬다. 그녀는 자신 역시 어린 시절 많은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고, 바로 그런 결핍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창한 행복이 아닌 작은 행복들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거기 앉아 있는 청중들로부터 그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하고 듣는 순간에 그들의 얼굴은 똑같이 행복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혹자는 <말하는대로>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시국을 겪으면서 새삼 주목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는대로>에 나온 연사들이 시국 이야기만을 줄창 늘어놨던 건 아니다. 오히려 소소한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자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에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정치는 말에 의해 구현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같은 시국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는 이른바 말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큰 목소리와 거창한 이야기들이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서 흘러나와 세상을 농단한 현실이어서인지 우리는 오히려 작고 소소하지만 진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더더욱 갈급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거짓이 난무하는 연설과 담화가 쏟아지는 지금, <말하는대로>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진짜 말이 가진 가치를 드러내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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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07 16:44 신고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그렇지만 이번주 말하는대로는 참 좋았네요.
    곱씹어 생각해볼거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2. 2017.01.08 21:55 신고 BlogIcon 요즘이야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명시장 나왔군요ㅎ

<낭만닥터>,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구도가 말하는 것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돈 없고 빽 없어 아버지의 죽음을 맞게 된 어린 강동주(윤찬영)에게 다가와 남긴 김사부(한석규)의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것. 하지만 그 복수극이 여타의 복수극들과는 사뭇 다르리라는 것.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이 예감을 보다 확실하게 만드는 건 이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이라는 대결구도다. 어찌된 일인지 거대병원에서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진 외과의였던 김사부는 산 속에 위치해 환자들이 전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돌담병원의 외과과장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프로포즈를 받는 날 난 사고로 남자가 죽고 상심한 윤서정(서현진)이 등산을 하다 낙상해 손을 다친 채 이 병원에서 살아가고,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보려 무리하게 VIP 수술을 하다 사망한 환자 때문에 좌천하게 된 강동주(유연석)가 이 병원으로 온다. 결국 이 구도는 거대병원에서 어떤 사정들로 인해 밀려나게 된 인물들이 돌담병원을 통해 무언가를 이룬다는 이야기의 전제처럼 보인다.

 

거대병원과 돌담병원. 이 대결구도는 그래서 이 작품이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기보다는 한 편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걸 잘 말해준다. 물론 김사부를 중심으로 어린 강동주와 청년이 된 강동주가 인연을 이어 돌담병원에서 다시 만나고, 또 산에서 낙상한 윤서정을 하필이면 김사부가 발견해 돌담병원에서 치료해주고 함께 지내게 되는 이야기에 개연성 부족을 지적하는 건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개연성보다는 이 구도가 가진 우화적 메시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결구도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구축된 것일까. 이미 강동주가 겪음으로써 알게 된 것들이지만, 그는 현실이 실력보다는 스펙이나 집안 같은 관계에 의해 다른 대우를 받는 차별의 시대라는 걸 드러내는 인물이다. 제 아무리 수석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는 집안 좋은 친구에게 늘 밀리게 되는 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런 부조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성공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을 바에는 차라리 힘 좋은 VIP와 친분을 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래서 무리하게 시도한 수술에서 그는 실패해 좌천하게 되지만.

 

거대병원이 권력과 성공을 지향하고 그 시스템은 실력이 아닌 스펙과 집안 같은 태생이 무엇이냐는 것에 의해 굴러간다면, 돌담병원은 그런 권력이나 성공 따위는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고 오로지 환자를 살린다는 목적이 중요하며 나아가 실력만이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곳이다. 그래서 김사부라는 캐릭터는 권력과 성공 같은 욕망이 아닌 의사의 본질적인 직업적 소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의사로 상징되는 인물이다. 그의 밑에서 진정한 의사의 길을 배워나가는 강동주와,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윤서정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스토리다.

 

돌담병원 같은 우화적인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역시 우화적인 인물들을 이 드라마가 굳이 구축해 보여주는 이유는 그것이 거대병원 같은 현실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어딘지 성공지향적인 과거의 시스템에 머물러 있으며, 생명보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굴러가는 거대병원은 어쩌면 우리네 현실의 축소판 같은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시스템을 벗어나 온전히 생명으로서의 인간에 집중하는 돌담병원의 휴머니티는 그 자체로 비판적 우화의 틀을 만들어낸다.

 

김사부에게 어떤 힐링과 위로를 기대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부조리하고 비뚤어진 욕망의 시대에 김사부가 전하는 휴머니즘이 만만찮은 의미를 던져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실력 있는 그들이 저 산골로 좌천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우화가 가진 웃픈 현실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는 말은 단순한 복수를 뜻한다기보다는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뜻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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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의 질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덮어도 될까?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유혜정(박신혜)의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의 죽음은 분명 진명훈(엄효섭)의 과실이 있었다. 진명훈도 그걸 인정했고 유혜정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유혜정은 더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과라는 것이 단 한 톨의 진심도 들어가 있지 않은 말뿐인 사과였기 때문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하지만 뒤늦게 드러난 진실로는 법적으로 진명훈을 단죄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이미 시효가 모두 지나버린 사건들이고, 당시 유혜정의 아버지가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런 과실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이 밝혀졌지만 합당한 처벌이나 진심어린 사과가 이어지지 않는 현실. 유혜정은 그 앞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멜로라는 색깔을 전면에 갖고 있는 드라마지만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현실에 던지고 있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네 법 정의의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에 있어서 피해자인 환자 가족들이 병원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맞서 싸워 이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법을 오히려 악용해 약자인 환자 가족들이 끝까지 싸울 수 없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진실을 규명해낸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집안이 몰락하고 가족들의 미래가 파괴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닥터스>의 유혜정에게 그녀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홍지홍(김래원)그만하면 안돼냐고 묻는 건 그래서다. 그 현실을 아니까. 유혜정은 과거 할머니가 수술 중 사망했을 때 합의가 아니라 싸웠어야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홍지홍은 만일 그녀가 그랬다면 지금 현재의 그녀는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 싸움이 그녀의 미래까지 파괴했을 거라고. 아픈 이야기지만 이게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닥터스>에는 왜 우리네 현실에서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더 잘 살아가고 피해자들은 더 어렵게 살아가게 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인식이 들어있다. 그것은 법 정의가 가진 자들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없는 이들은 그걸 실현하려 해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삶 자체를 오히려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그 사람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덮어도 되는 것일까.

 

유혜정이 하려는 일은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규명이고 그녀가 바라는 건 처단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 그러니 마치 유혜정이 하려는 것을 복수에 눈이 멀어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로 보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걸 홍지홍도 알고 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그는 그녀가 진실규명을 위해 나섰다 다시 상처를 받는 걸 원치 않는다. 그건 아마도 이런 상황에 처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잘못된 일을 들춰 바로잡으려 하는 일을 복수라는 잘못된 욕망으로 치부하며, ‘참고 사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일이고, 내가 잘 되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는 식의 체념적 사고는 어찌 보면 우리네 사회에 끊이지 않고 반복해서 터져 나오는 사건 사고들의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이처럼 진실규명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미래까지 걸어야 하는 현실에서 잘못은 고쳐지기 보다는 덮여질 테니. 가진 자들의 돈과 권력으로.

 

<닥터스>의 유혜정이 하려는 진실규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못내 궁금해지는 건 이처럼 이 사안이 우리네 현실의 중차대한 문제들을 끄집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연 바라는 대로의 진실규명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까.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도. 과연?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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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웨딩싱어즈, 왜 하필 축가를 선택했을까

 

사실 <무한도전>에서 음악을 소재로 한 아이템들은 많았다. 대표적인 게 2년마다 치러지는 가요제이고 연말에 가끔 한 해를 보내는 의미로 하던 콘서트도 있었다. 최근에는 토토가가 또 하나의 음악 소재 빅 이벤트로 떠올랐다. 젝스키스가 다시 모여 했던 게릴라 콘서트는 그 다시 모였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 <무한도전>의 음악 소재 아이템에 이제 웨딩싱어즈가 포함되어야 할 듯 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많은 다른 아이템들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부터 웨딩싱어즈 특집이 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팀이 꾸려지는 과정은 그저 소소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실제 결혼을 앞둔 커플들의 사연을 받고 그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면서 아이템은 생각보다 훨씬 커졌다. 부랴부랴 <듀엣가요제>의 무대를 빌려 중간점검 경합을 벌인 건 어떤 면에서는 너무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 모두 챙기지 못하는 마음을 콘서트 형식으로나마 챙겨보려는 데서 생긴 일일 게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진짜 결혼식 이벤트는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첫 번째로 보여준 광희, 정용화, 이준이 꾸린 웨딩보이즈는 제자의 신청으로 스승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것으로 큰 감동을 주었다. 마치 대단한 작전이라도 치르듯 몰래 결혼식장으로 들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신랑 신부들 앞에서 정성껏 준비한 축가를 부른다는 그 마음 자체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환하게 웃는 신랑 신부와 이들의 등장만으로도 반색하는 하객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순간을 <무한도전>은 담담히 포착해냈다.

 

두 번째로 하하와 그의 아내인 별이 함께 축가를 부른 부산의 결혼식장은 눈물바다였다. 암 투병을 하시면서도 딸에게 좋은 결혼식의 기억을 남기고픈 아버지와, 역시 아버지에게 행복한 결혼식의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딸의 이야기는 사연만으로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역시 결혼식 한 달여 만을 남기고 고인이 되신 별의 아버지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나 이 사연의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사실 결혼식장에서 딸이 부모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컥할 일이었다. 하지만 암 투병하는 아버지를 대하는 딸은 오죽할까. 하지만 행복한 결혼식으로 기억되기 위해 애써 눈물을 참는 딸과, 최대한 즐겁게 축가를 부르는 하하와 별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여기에 사위가 장인에게 편지로 전한 마음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웨딩싱어즈특집은 노래와 춤을 경연하던 여타의 <무한도전> 음악 소재 아이템하고는 그 지향점 자체가 달랐다. 그것은 온전히 <무한도전>이 전하는 팬들에 대한 마음이었고, 결혼식이라는 누구에게나 클 수밖에 없는 이벤트의 순간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 당사자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사연들이었다.

 

무엇보다 그 분들을 위해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겠다는 <무한도전>의 마음은 고스란히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되었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같이 행복해지는 느낌. 그것은 <무한도전> 웨딩싱어즈가 생각보다 커져버린 감동의 정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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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이성민만 봐도 빠져드는 까닭

 

역시 이성민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드라마다. 새로 시작한 tvN 금토드라마 <기억>은 인물의 감정선이 드라마에 얼마나 몰입감을 주는가를 잘 보여줬다. 사실 이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는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심지어 기억상실이란 소재는 과거 드라마에서 툭하면 나오던 설정이 아닌가.

 


'기억(사진출처:tvN)'

하지만 <기억>은 기억상실이란 소재를 그저 극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대신 이 드라마는 기억을 잃어가게 되면서 차츰 삶의 본질을 찾게 될 한 중년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결코 가벼울 수 없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진지한 삶에 대한 질문이 담길 드라마다.

 

드라마는 박태석(이성민)이 방송 녹화 도중 전화를 받고는 지금 농담 하는거야?”하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짜고짜 치고 들어오는 이 드라마는 한 시간 동안 그에게서 벌어졌던 며칠 전의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담아낸다.

 

그는 성공한 변호사다. 하지만 그 성공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가진 자들을 비호하기 위해 심지어 할 수 있는 비열한 짓까지 모두 동원해서 얻어낸 성공이다. 그는 의료사고를 덮으려는 병원 측을 변호하기 위해 내부고발을 한 의사의 자식이 과거 유학 중 마약을 했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거래를 하는 이른바 속물변호사다.

 

물론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주치의인 재민(최덕문)이 그 사실을 알고 그를 포장마차에서 나쁜 놈이라고 욕할 때, 본래 태석이라는 인물이 속물은 아니었다는 게 슬쩍 드러난다. 그는 변호사로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한 인물이었고 심지어 아들을 뺑소니로 잃고는 그 충격으로 이혼까지 하게 된 인물이었다. 결국 바닥까지 내려왔던 그는 어떻게든 성공하고 힘을 갖기 위해 속물이 되는 것조차 받아들였던 인물이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한 의사가 말했듯, “인생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단 며칠 사이에 로펌의 최고 승률을 달리는 변호사에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기억을 잃어가는 중년 남자로 추락한다. 마침 그가 협박과 거래를 통해 무마시킨 의료사고 사건의 내부고발자였던 의사가 자살하게 됨으로써 태석은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속물변호사라는 자책감, 그러면서도 성공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너무나 능숙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 아이의 죽음과 이혼이라는 깊은 상처, 재혼해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잊지 못하는 것 같은 옛 아내에 대한 감정, 재벌가 사람들에 빌붙어 살고 있지만 거기서도 슬쩍슬쩍 느껴지는 어떤 구토감 등등. 태석이란 인물은 굉장히 복잡한 감정선을 갖고 있다.

 

<기억>은 이 태석이란 인물이 계기를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 동기가 되는 여러 감정선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놀라운 건 이 복잡해 보이는 감정선이 하나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감정들이 뒤얽혀 있는 태석이란 인물의 여러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이 그리 복잡하게 여겨지지 않는 건 역시 이성민의 믿음직한 연기력 덕분이다.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는 그만한 몰입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갖게 되면서 자신의 실체를 알게 된 태석은 어떤 삶의 변화를 겪게 될까. 속물이지만 성공한 변호사라는 위치가 주는 달콤함에서 벗어나 자신이 본래 서려 했던 그 자리로 돌아올 것인가. 그것은 추락인가 아니면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길인가. 태석의 행보가 궁금하다. 그 행보를 일으키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 이성민의 연기를 통해 드러날 그 감정변화를 들여다보는 맛이 <기억>이라는 드라마가 끌리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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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왜 그들에겐 평범한 행복조차 허락되지 않나

 

저는 형사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형사님 곁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어요.”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서 박해영(이제훈) 경위는 과거로 연결된 무전을 통해 이재한(조진웅) 형사에게 인주시 집단 성폭행 사건의 수사를 그만 두라고 말한다. 미래에 있는 그는 이 미제사건을 재수사하다 결국 이재한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그널(사진출처:tvN)'

박해영은 이재한의 유골을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찾아온 이가 바로 차수현(김혜수)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인주시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억울하게 소년원에 갔다 온 자신의 형이 자살하고 혼자 남게 됐을 때 사실은 어린 그를 뒤에서 돌보고 있던 인물이 다름 아닌 이재한이라는 걸 알게 됐다. 박해영으로서는 자신의 형이 쓴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는 일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이재한 형사가 살고 그가 사랑하고 그를 사랑하는 차수현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되었다.

 

저도 경위님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한 지붕 아래서 따뜻한 밥상에 함께 모여 같이 먹고 자고 외롭지 않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박해영의 권고에도 이재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박해영의 행복을 빈다. 자신이 죽을 수 있다고 해도 인주시 집단 성폭행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려는 것.

 

아마도 이 장면은 <시그널>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들이 이토록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는 그 이유가 고작 가난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한 지붕 아래서 따뜻한 밥상에 함께 모여 같이 먹고 자고 외롭지 않게 남들처럼 평범하게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외식이 꿈이었던 어린 박해영이 혼자 껍데기집을 찾아 오무라이스를 시켜먹는 그 마음이 슬프고, 그를 따라온 이재한이 그가 올 때면 언제나 밥을 챙겨주라며 주인아주머니에게 돈을 주는 그 마음이 슬프며, 서민의 마음은 서민이 안다고 묵묵히 그 아이가 클 때까지 밥을 챙겨주다 나중에는 마치 친엄마처럼 잔소리를 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마음마저 저릿하다.

 

<시그널>은 이 없는 자, 아니 없어서 당하는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비리에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사건을 포기하지 않았던 대가로 살해당한 이재한, “돈 없고 빽 없고 힘 없어서누명으로 형이 자살하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박해영, 그리고 그 이재한을 마음 깊숙이 두고 있었지만 끝내 사랑한다말 한 마디 전하지 못하고 싸늘한 유골로 돌아온 그의 마음을 뒤늦게 알고는 오열하는 차수현.

 

<시그널>이 우리의 마음을 그토록 잡아끄는 이유는 바로 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네 서민들의 삶을 극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제사건이란 결국 그 무고한 희생자들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져 간다. 굳이 사건이 아니라도 해도 일상에서 우리도 모르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삶은 그래서 억울한 희생자를 남기는 미제사건을 닮았다. 그들을 위해 누가 울어주고 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시그널>은 이런 서민들의 열망을 시간을 뛰어넘어 미제사건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오죽 그 열망이 크면 타임리프라는 판타지적 설정마저 선선히 허용하겠는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 이재한의 그 불굴의 의지가 뭉클해지건 그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서민들의 안타까운 삶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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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왜 사랑보다 우정이 더 소중해보일까

 

MBC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저 <섹스 앤 더 시티>를 닮았다. 전직 걸 그룹 출신인 네 여자들이 함께 모여 신세한탄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한 때 누군가에게는 로망이었을 잘 나갔던 걸 그룹이지만 현재 나이 들어 살아가는 모습들은 하나 같이 쉽지 않다.

 


'한번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이혼 후 재혼 컨설팅 업체를 차려 일하는 한미모(장나라)는 오랜 만에 구해준(권율)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남자 결코 쉽지 않다. 어딘지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 욕심이 강해보이는 남자. 친절해보이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에 한미모는 어딘지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그에게 이혼한 전처가 자꾸 마음을 보낸다.

 

모태 솔로로 살아온 고동미(유인나)는 기껏 만난 남자가 사랑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다. 한미모와 함께 일하는 백다정(유다인)은 힘겹게 이어온 결혼생활을 이제 끝내려 한다. 불임인 남편 때문에 겨우겨우 시험관시술로 득남했지만 몸이 망가져 부부관계를 갖지 못한 지 오래됐다. 그러더니 덜컥 유방암에 걸려 수술까지 받게 된다.

 

홍애란(서인영)은 걸 그룹 당시 섹시 천사였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모두에게 잊혀진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어쩌다 남자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지만 어째 막상 하려니 마음이 찜찜하다. 결국 결혼을 앞두고 모든 걸 뒤집어버린다.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결혼 혹은 재혼을 앞둔 네 여자들의 고민들을 담았다. 어딘지 <섹스 앤 더 시티> 혹은 그 드라마를 우리 식으로 풀어냈던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빼닮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혼과 재혼이 이제 그리 낯설지 않게 된 현재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 여자들 모두 남자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혹은 저마다 겪어온 삶이 있어서인지 이제 결혼을 얘기해도 넘어서야할 산들이 너무 많다. 여주인공인 한미모의 상황은 대표적이다. 그녀는 사실 송수혁(정경호)을 좋아하지만 자식을 둔 처지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는 그 때문에 구해준 사이에서 헷갈린다. 게다가 송수혁은 아이를 낳은 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아내 때문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사랑이 쉽지 않은 그들이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네 사람의 우정은 빛난다. 사기를 당한 고동미와 함께 홍애란은 그 사기꾼을 찾아가 그를 무릎 꿇린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방암이라고 말하는 백다정의 말에 친구들은 진심으로 걱정해준다.

 

사실 어찌 보면 이 네 사람이 서로 우정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삶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굳이 결혼을 목표로 남자를 만나고 만나려하는 일들이 너무 피곤해보이기도 한다. 이미 한번 겪어 본 결혼을 왜 또 굳이 하려고 하는지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과연 지금도 행복을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 번 더 해피엔딩>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남녀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를 다루지만 그럴수록 커지는 건 행복의 조건이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결국 제목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네 여자들이 다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꼭 결혼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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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아들들이 아버지를 위해 전쟁을 치르는 까닭

 

아버지들은 모두 실패했거나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아들들은 그 아버지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다. 서진우(유승호)는 억울하게 강간살인죄로 잡혀 들어간 아버지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박동호(박성웅)는 서진우의 아버지에게서 권투선수였지만 초라하게 죽어간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서진우와 박동호는 그렇게 아버지를 위한 아들의 전쟁에 뛰어든다.

 


'리멤버(사진출처:SBS)'

그렇다면 그 전쟁의 상대는 무엇일까. 서진우의 아버지를 무고하게 철창에 갇히게 만든 건 남규만(남궁민)이라는 금수저 재벌 후계자다.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줄 아는 인간. 그래서 사람 하나쯤 죽는 것이 뭐 대수냐는 그런 인간이다. 게다가 서진우의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제대로 된 변호사다. 법정 불안증이 있어 말조차 더듬는 국선변호사로는 백전백패. 서진우는 박동호에게 매달리지만 박동호가 서진우에게 요구하는 건 돈이다. 결국 이 전쟁의 궁극적 상대는 돈인 셈이다.

 

<리멤버>의 윤현호 작가는 영화 <변호인>의 작가답게 그 작품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왔다.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 변호사는 본래 세테크를 하는 속물변호사였다. 그러다 국밥집 아주머니와 인연을 맺으면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난다. <리멤버>의 박동호는 좀 더 극화된 송우석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역시 돈 밝히는 속물 변호사였지만 서진우와 그 아버지를 만나면서 인권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돈이냐 인권이냐. 이 문제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양면적 얼굴을 드러낸다. 그것은 자본이냐 정의냐는 질문과도 다르지 않다. 무수한 변호사들이 등장하는 작품들 속에서 그들은 양쪽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 자본을 비호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가 되거나, 가난이 죄가 되어 억울하게 잡혀온 이들을 위해 정의를 세우는 변호사가 되거나.

 

특이한 건 서진우와 박동호라는 캐릭터다. 이들은 지금껏 우리가 무수한 콘텐츠 속에서 봐왔던 그런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아니다. 서진우는 아버지를 구해내려는 순수한 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다. 아무런 힘이 없을 것 같은 서민의 모습이지만 숨겨진 능력이 있다. 박동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겨우겨우 변호사가 된 인물이지만 다른 변호사들에겐 없는 주먹의 세계가 있다. 그저 그런 서민 같은 서진우나 돈만 밝히는 박동호가 변화하는 동기는 아버지다. 서진우는 아버지를 구하려하고, 그를 도우려는 박동호는 그 일이 마치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복권하는 일인 양 여긴다.

 

좋은 기억이 많으면 부자야.” 사고로 죽기 전 서진우의 엄마가 한 이 말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갑질 하는 세상, 돈이면 인권 따위 짓밟히는 세상에서 돈의 힘은 무소불위처럼 보인다. 남규만이라는 악당은 그런 세상을 표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이 드라마가 말하는 진정한 부자란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이니까. 서진우나 박동호는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좋은 기억을 더 많이 갖기 위해 뛰고 또 뛰는 인물이다.

 

좋은 기억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그건 어쩌면 사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좋은 기억들이 많은 사회가 진정 부유한(행복한) 사회가 아닐까. 우리 사회는 그런 면에서 진정 부유한 사회일까. 툭하면 터져 나오는 갑질 논란과 서민들을 한숨짓게 만드는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들, 반복해서 터지는 사고들, 불의들 그리고 그런 분노조차 잠시 지나면 잊어버리고 살게 만드는 각박한 삶들.

 

<리멤버>가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들을 가져왔어도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이 좋은 기억에 대한 대중들의 희구가 그 판타지들을 허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돈이 아닌 인권을 선택하는 변호사나 자본의 힘을 이겨내는 좋은 기억의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잡아끈다. 좋은 기억을 찾기 힘든 현실에서 드라마 속 판타지를 통해서나마 좋은 기억을 만들어보려는 소망. 그런 것이 <리멤버>에서는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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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의 속물 의사 주원, 굿닥터로 돌아가다

 

종영한 <용팔이>에서 최고의 수훈갑을 꼽는다면 역시 주원이 아닐까. 과거 <굿닥터>의 박시온 역할로 어눌하지만 착한 심성이 전하는 울림을 제대로 전해준 주원이었다. 그런 그가 <용팔이>로 와서는 자칭 속물의사를 연기했다. 돈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속물의사. 그래서 병원에 가기 힘든 조폭들을 맨 바닥에 눕혀 놓고 치료하는 장면은 <용팔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용팔이(사진출처:SBS)'

하지만 자칭 속물의사는 사실은 돈 없고 배경이 없어 수술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속물의사는 껍데기고 사실은 저 굿닥터에 가까운 휴머니스트였다는 것. 겉으로는 까칠하고 돈만 밝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김태현(주원)이란 의사는 서민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휴머니스트의 심성을 숨긴 채 속물의사의 가면을 쓰고 12VIP병동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은 또 다른 기대감을 이어갔다. 거기 오래도록 감금된 채 누워있는 한여진(김태희)과 김태현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의 멜로 속에서도 주원은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태희를 상대로 하는 멜로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여진을 깨워낸 김태현은 그녀를 보호해주려 하면서도 그녀의 복수를 멈추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한 명의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그는 이 사회와 현실이 만들어낸 피의 복수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처럼 한여진을 치료하고 있었다. 김태현이라는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사람을 죽이라 사주하는 복수의 화신 한여진이 그저 악역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쁜 존재가 아니라 아픈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와서 김태현의 분량보다 한여진의 분량이 훨씬 많아졌고, 그 복수극이 오래도록 펼쳐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현의 존재감은 늘 드라마의 다른 한편을 차지했다. 즉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건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복수로 전염되는 질병일 뿐 피로써 치유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니 모든 걸 버리고 일층의원으로 돌아간 김태현은 한여진이 돌아가 치유 받아야 하는 곳이자 이 드라마의 주제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진짜 복수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며 손에 더 많은 것을 쥘수록 점점 피폐해지는 한여진과 모든 걸 내려놓고 사람들 가까이에 선 의사로 돌아가자 한없이 행복해진 김태현은 이 드라마가 말하는 진정한 복수극의 해법을 드러낸다. 저들은 끊임없이 투쟁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배신하면서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시스템은 저들을 부유하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결코 행복하게는 해주지 않는다는 게 <용팔이>가 전하려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 메시지를 앞에서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한 캐릭터가 바로 김태현이라는 의사다. 주원은 이 의사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사랑과 치유까지의 변화과정들을 김태현이라는 캐릭터 하나로 제대로 꿰어냈다.

 

드라마의 겉면은 김태희가 연기하는 한여진이라는 캐릭터가 화려하게 이끌었을지 몰라도 드라마의 실제는 주원이 연기하는 김태현이라는 캐릭터의 소박함이 밀어주었다는 것.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저들의 세계가 겉에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작아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 의해 세상은 살만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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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가 해부하고 있는 시스템의 밑바닥

 

수 백 억씩 주무르던 펀드매니저가 하루 아침에 노숙자 신세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JTBC <라스트>는 이른바 작전 주식을 쥐고 흔들던 장태호(윤계상)가 오히려 누군가 주도한 역작전에 걸려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책상머리에서 숫자로만 수 십 억씩 봐온 돈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지만, 막상 노숙자 신세가 되어보니 단 몇 천 원이 아쉽다. 배고픔은 밥 한 끼에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처절함을 안겨준다.

 


'라스트(사진출처:JTBC)'

그런데 이 <라스트>가 그리고 있는 밑바닥의 풍경이 심상찮다. 거기에는 노숙자들 위에 군림하는 지하 경제 시스템이 있다. 그 시스템의 맨 꼭대기에 있는 곽흥삼(이범수)은 길거리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은 펜트하우스에서 지내며 100억 규모의 지하 경제를 움직인다. 넘버1 곽흥삼부터 넘버7까지 서열로 이뤄진 시스템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파티라고 불리는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파티에서 지면 그 패배자의 몸은 공장으로 가서 해체되는 최후를 맞이한다.

 

살벌한 시스템이지만 이 구조는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시스템 그대로다. 태생으로 결정되는 일종의 사회적 서열 구조는 그 한 단계를 뛰어넘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서열 위치에서 윗 서열을 위해 열심히 봉사해야 한다. 그것이 시스템에서 생존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 넘버 1은 마치 맨 꼭대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위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윗 서열들이 숨겨져 있다. 밑바닥은 그것이 주먹의 논리로 돌아가지만 윗 세상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인다.

 

<라스트>가 그리고 있는 건 장태호라는 인물을 통한 이 시스템의 모험이다. 맨 밑바닥으로 떨어져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며 알게 되는 시스템의 생리들. 저 위에서 펀드 매니저로 있을 때만 해도 잘 몰랐던 시스템의 구조를 온 몸으로 겪으며 체험해가는 것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다. 장태호는 그래서 서울역 노숙자들의 세상으로 내려와 거기 길거리를 전전하는 이들의 삶을 조금씩 알아간다. 또 신나라(서예지) 같은 길거리의 천사가 어떻게 그 시스템 바깥으로 나와 노숙자들을 돕는 삶을 살아가는지를 목도하게 된다. 길거리에 버려져 죽을 뻔 했던 삶에 내밀어준 누군가의 손길을 이제는 그녀가 내밀며 살아가게 된 것.

 

흥미로운 건 <라스트>의 밑바닥 시스템 안에 살아가는 인물들은 그 서열이 어떻든 결코 행복해보이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장태호가 제끼려고 하는 넘버1 곽흥삼 역시 때때로 쓸쓸한 어깨를 드러내준다. 과거 그가 살아왔던 어두운 삶에서 그가 잔혹해진 건 어찌 보면 시스템에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처럼 다가온다. 서로 대결하는 것처럼 보여도 한 때는 곽흥삼이나 넘버 2 류종구(박원상)나 서로 의리로 뭉쳐 있던 인물들이다. 그들은 내색은 안 해도 서로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사리지 않고 서로를 도우려고 한다.

 

즉 이들의 밑바닥 삶은 그 서열로서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들의 피땀으로 적셔진 생존이 거대한 지하경제를 만들고 그것이 저 지상의 삶을 사는 상류층의 삶들에 이익으로 상납되고 있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어떻게 구획되어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즉 저들의 밑바닥이 누군가의 호화로운 삶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시스템의 부조리는 그래서 밑바닥들이 그 부조리한 시스템과 대적하기보다는 그들끼리의 살기 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장태호의 모험은 그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의 세계와 밑바닥의 세계를 모두 들여다본 자로서의 장태호는 그 부조리한 관계를 아는 인물이다. 그들을 비참하게 만든 건 저 바깥에 있는데 그들끼리 파티라는 이름으로 생존경쟁을 하는 그 광경들이 씁쓸하게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라스트>가 액션 느아르 같은 장르적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 어떤 쓸쓸한 밑바닥 정서를 담고 있는 건 이것이 우리 현실의 일단을 해부하듯 잘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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