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오지헌, ‘유퀴즈’가 끄집어낸 세상 따뜻한 사람냄새

유퀴즈 온 더 블럭

“등반을 하다 보면 셰르파들이 필요하잖아요. 셰르파들이랑 같이 등반을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급하고, 잘하니까 3일 정도 갈 길을 하루 만에 간 거죠. 근데 셰르파들이 인제 나 더 이상 못가겠다고 주저앉은 거에요. 왜 못가냐. 이대로 가면 히말라야 등반할 수 있는데. 셰르파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대요. 내가 몸은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마음은 못 따라왔다. 제가 그런 상태였던 거 같아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DNA편’에 젊어서 국사 1타 강사로 유명했던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개그맨 오지헌은 20대 때의 자신의 감정을 셰르파의 이야기로 전해줬다. 부모가 이혼한 후 지냈던 아버지와도 서로 표현이 어긋나 각자 살아가게 된 그는 재수를 하고 대학을 간 후 입대를 했고 군 제대 후 6개월 만에 개그맨이 되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너무나 짧은 기간에 일어난 그 많은 일들 속에서 오지헌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컸다고 했다. 

 

의외의 모습이고 의외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오지헌은 과거 <개그콘서트> 초창기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박준형, 정종철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빵빵 터트리던 개그맨이었다. 지금은 감수성이 달라져 외모 개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과거와는 달라졌지만, 한때 고 이주일 선생님이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외모 개그는 코미디의 한 분파였다. 그 흐름이 계속 이어져 <개그콘서트>에서 박준형, 정종철 그리고 오지헌이 가운에 수영모를 쓴 채 나와 했던 ‘사랑의 가족’은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지헌은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개그 무대에서도 사라져 버렸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 날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오지헌은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감정을 셰르파의 이야기로 들려줬다. “내 마음이 아직 못 따라왔는데 내 몸은 여기 가 있는 상태인 거예요.” 우리의 기억에는 그저 유쾌하고 ‘웃기는’ 인물로만 각인되어 있었던 오지헌. 하지만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오지헌은 의외의 진지하고 따뜻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냄새가 묻어났다. 

 

아버지와 소원했던 관계가 풀어진 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 할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먼저 전화를 해 병문안을 오라 했던 것. 오지헌은 당시를 회상하며 결국 아버지가 먼저 손을 내민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 시대의 부모님들이 표현이 참 어려웠을 텐데 먼저 손을 내밀어준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가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걸 자신이 너무 잘 안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가 이 세상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저라는 걸 너무 잘 알아요.” 다만 표현이 서툴렀다는 것. 

 

아마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건 본인도 아버지가 됐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 역시 아이들에게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잘 모르는 때가 많다고 했고 그럴 때마다 그런 것들을 “아내한테 많이 배운다”고 했다. 그는 그 젊은 시절 미처 따라오지 못했던 마음과 크게 소용돌이치던 감정을 이제 조금씩 마주하고 있었다. “뭔가 성공을 위해서 달려가거나 돈을 위해서 달려가는 게 아니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결혼 후 30대부터 방송이 들어와도 잘 하지 않았다는 오지헌은 대신 아내와 아이들과 지내는 소소한 행복들이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10년이 지났고 동료 개그맨들은 스타가 되어 있었지만 자신은 저 멀리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 시간을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10년 동안에 마음이 많이 따라온 것 같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제는 손녀들에게 아버지가 너무나 끈끈하게 잘 해주고 있다는 오지헌. 그는 과거 ‘사랑의 가족’으로 관객들에게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주며 살았지만, 10년 간의 공백기에는 자신의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만들고 소원했던 아버지와도 다시 끈끈해지며 진짜 ‘사랑의 가족’을 삶에서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진:tvN)

'삼시세끼', 물고기·문어 한 마리에 이토록 행복할 수 있는 판타지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온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유해진은 오랜만에 얼굴 가득 웃음이 피어났다. 낚시를 하러 갈 때면 으레 "오래 걸려" 하며 옆에서 같이 고생할 제작진을 먼저 걱정하던 유해진이었다. 몇 시간 째 같은 바위 위에서 미끼를 갈아 끼우며 묵묵히 던져 놓는 낚싯대지만 그의 모든 신경은 항상 그 낚싯대 끝에 가 있었다. 어떻게든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잡아야 매 끼니를 준비하는 차승원에게도 또 막내 손호준에게도 면이 서는 그였다.

 

함께 낚시를 하겠다며 나섰다가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 절감한 차승원은 돌아와서는 새삼 유해진이 "힘들었겠다"고 말한다. 잡고 못 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심리적 부담감이 컸을 거라는 것.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몇 시간씩 그 자리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웠을 거라는 거였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간 만재도에서부터 그가 겪었던 부담감을 영상을 통해 경험한 바 있었다. 그래서 차승원의 그런 공감은 뭉클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기 마련이라고 말하듯, 유해진은 거의 포기 직전에 흔들리는 낚싯대를 발견하고 결국 쏨뱅이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이전에 배를 타고 나가 잡았던 엄청난 크기의 참돔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작아 보이는 쏨뱅이 두 마리였지만, 기다림 끝에 겨우 잡아서인지 그 물고기들만으로도 유해진의 입 꼬리는 한없이 올라갔다. 그 날도 P(Potato 감자)나 SP(Sweet Potato 고구마)로 때우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유해진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만면에 웃음 가듯 낚아서 돌아온 유해진을 보며 차승원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그 어려움을 몸소 겪어본 터라 더더욱 그랬을 게다. 하지만 그건 그 날 만찬(?)의 끝이 아니었다. 통발을 확인하러 간 유해진은 놀랍게도 꽤 큰 붕장어가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는 환호를 질렀다. 결국 그 날은 쏨뱅이 튀김에 붕장어 구이를 반찬으로 풍족하고 행복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엔 비가 내리는 통에 낚시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유해진은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차승원은 괜스레 물회 양념을 미리 만들어 놓는 등 어딘지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통발을 확인하러 갔다가 유해진은 문어가 잡혀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나.

 

한 마리가 워낙 커서 다른 작은 놈은 바다에 놔주고 왔다는 유해진에게서 과한 욕심 없는 이들만이 얻게 되는 행복의 크기가 느껴진다. 손호준이 먹고 싶다는 문어짬뽕을 즐겁게 만드는 차승원의 잰 손끝에서도 느껴지는 행복감. 사실 이 죽굴도에 처음 들어와서 첫 날에 우연히 전복을 찾아내 먹은 후에 수확이 없어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우며 너스레로 애써 웃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들이 이 곳에서 얻은 수확이 의외로 많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전복, 문어, 참돔, 쏨뱅이에 붕장어까지 풍족한 섬 생활이었다는 것.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요즘처럼 답답한 시기에 작은 위로 하나를 던졌다. 힘겨운 나날들이지만 살다보면 그래도 좋은 날도 온다는 것이고, 그래서 힘들어도 웃으며 지내다보면 언젠가 돌아봤을 때 꽤 풍족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회고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그건 물고기, 문어 한 마리에도 자족할 수 있는 마음에서 가능한 것이지만.(사진:tvN)

 

‘유퀴즈’가 길에서 찾은 우리들의 이야기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흔쾌히 인터뷰를 응해주신 6.25 전쟁 전사자 유가족인 공창순 어르신은 갑자기 선물로 뽑게 된 최신휴대폰을 영 부담스러워 하셨다. 자신이 한 게 뭐가 있냐며 손사래를 쳤다. 어떻게든 선물을 주려고 유재석과 조세호가 초콜릿이라도 달라며 ‘물물교환’ 하듯 선물을 내밀었지만 끝내 거부하셨고 결국 남편분인 김주호씨가 선물을 대신 받았다.

 

6.25 전쟁 당시 오빠 둘을 잃었다는 공창순 어르신은 그 후 지금까지 연락이 끊겨버린 오빠들을 지금도 그리워하고 있었다. “오빠”하고 나지막이 외쳐보는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했다. 꿈 속에서 딱 한 번 봤다는 오빠. 하지만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는 공창순씨는 아들이 오빠를 똑 닮았다고 했다. 그리움이 깊어 아들까지 닮은 것인지, 아니면 아들에게서 오빠를 떠올릴 정도로 그리움이 깊은 것인지,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르신은 현충원 국군묘지를 보면 “내가 당신들 덕분에 이렇게 살아서 댕기지 않나...” 그런 마음이 생긴다고 하셨다. 그리고 군인들을 보면 괜히 자꾸 한 번 더 보게 된다며 ‘군인’이란 단어 하나에도 울컥해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군대 가서 살아가지고 제대했다면 참 너무 반가워요. 남의 집 자식이래도.” 어르신은 “아는 사람이 군대 가서 잘 하고 복무하고 왔다면 아이고- 고맙네요 고맙네요” 하셨단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동작구를 찾은 건 이 프로그램의 방영일이 6월 25일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작구에 있는 현충원을 찾아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려 했던 것. 그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지금도 유해를 발굴해 유가족의 품에 돌려보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전쟁 당시 산화했던 이름모를 전사자들의 가슴 뭉클하고 아픈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 날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러나 현충원과 6.25 전쟁 전사자의 이야기들만을 담은 건 아니었다. 이 날의 주제는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포괄적인 주제 아래 프로그램은 길거리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한 학생은 ”뭔가 하나에 미칠 수 있는 열정 같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어려서는 그렇게 하고 싶은 일에 미쳐서 빠져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면서 점점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 학생은 아버지에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와서 좋아하셨는데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금은방을 하고 계시지만 직접 시골에서 지은 마늘을 팔아 마늘 냄새가 가득한 금은방 주인아저씨는 경기가 안 좋아 주변 가게들에 손님이 없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셨고, 20년 동안 식당일을 하며 조그마한 만두집을 차린 중국 동포 모녀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애써 웃으며 들려주셨다.

 

사경을 헤매는 딸을 두고도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한 달에 하루를 쉬며 내내 일해 번 돈을 모두 고향으로 보냈던 사연이며, 그 긴 시간을 지나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딸과 지내게 된 행복에 대해 말씀하셨다. 딸은 엄마가 “건강하게 못 낳아줘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딸은 “엄마랑 다신 떨어지기 싫다”고 말했다. 좁고 작은 만두집이지만 모녀는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중국 동포 모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다시 저 현충원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 곳에 누워계신 순국선열분들이 있어 우리는 지금도 그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길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삶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일관된 스토리텔링으로 묶어주었다. 동작구에서 담은 스토리텔링은 상실이 주는 아픔과 고귀한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믿음이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해하는 대학생은 1+1 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으며 나머지 기부금 100만원을 저소득청소년 생리대 지원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우리 사회가 그래도 괜찮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현충원에서 만난 공창순 어르신이 휴대폰을 선물 받고도 애써 부담스럽다며 자신은 한 게 없다는 말씀에 프로그램 제작진은 ‘우리에게 오늘을 선물해주신 6.25 참전용사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을 전해주고,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오빠들을 그림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게 그려 영상에 담아주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는 일 자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걸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 연애담 속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건

서점에서 저 멀리 자신의 남자친구 김진혁(박보검)을 바라보는 차수현(송혜교)은 그가 보내는 미소에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한참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조금씩 눈물이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 차수현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한 장면은 그리 대단한 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수현의 눈에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이 비극적인 여인의 아픈 삶의 정체가 담겨져 있어서다. 

차수현에게 김진혁의 어머니가 찾아와 눈물로 “미안하다”며 “헤어져 주세요”라고 간곡히 요청할 때 차수현의 눈에 차오르던 눈물은 그 말에 대한 서운함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이 더 컸을 게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차수현에게는 도저히 그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가온다.

차수현은 그런 삶을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정치인 아버지 차종현(문성근)의 딸로 살았고, 태경그룹 정우석(장승조) 대표와 정략적인 이유로 결혼했으며, 이혼 후에도 태경그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 남자친구 같은 소소한 일상은 허락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수현이 포장마차에서 그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이자 비서인 장미진(곽선영)에게 “진혁씨는 모든 게 처음”이지만 자신은 결혼도 했었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고 말했을 때, 장미진이 그에게 “너도 처음이잖아. 너도 첫사랑이잖아.”라고 말하며 함께 눈물 흘리는 장면은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는 결혼도 했었지만 누굴 사랑한 적은 없었다.

차수현은 “정말 헤어지기 싫다”고 장미진에게 말하지만, 혼란스럽다. 자신에게 한 번도 허락된 적 없던 일상의 행복. 그런 그에게 다가온 김진혁이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 하지만 자신과 가까워지면 자신이 겪었던 그 일상이 없는 삶으로 김진혁과 그 가족들까지 끌어들일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차수현으로서는 고민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는 그래서 마치 차수현과 김진혁이라는 두 사람이 만나 어느 쪽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드라마 같다. 차수현이 살아왔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지워진 삶인가 아니면 김진혁이 살아왔던 그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채워진 삶인가. 차수현의 삶이 김진혁의 삶을 덮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김진혁의 삶이 차수현으로 하여금 그 일상 없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인가.

그저 차수현과 김진혁의 연애담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친구>가 어떤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바로 그 이면에 담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갈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차수현의 아버지 차종현이 “내려 놓는 삶”을 살겠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차수현은 과연 모든 걸 내려놓고 잃었던 자신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혼을 하거나 연애가 이뤄지는 것만큼 중요한 이 드라마가 엔딩에 담아야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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