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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맥주 한 캔 나눠 마시는 짜릿함, '거기가'가 발견한 소확행KBS 예능 프로그램 에는 자막에도 그림자를 만들어 넣는다. 사실 처음 이 그림자가 들어간 자막을 봤을 때는 그저 디자인적인 표현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사막 횡단이 본격화되면서 그것이 그저 디자인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제작진도 똑같이 경험했던 그 사막의 땡볕 속에서 한 자락의 그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시청자들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을 걸어서 횡단하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해 보이는 ‘탐험’이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도 특별한 재미요소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는 그 단순함 속에 담겨진 의외의 관전 포인트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한낮이면 심지어 50도까지 올라가는 ..
‘독전’, 마약 범죄 느와르에 숨겨놓은 우리네 삶의 풍경들영화 은 제목처럼 독하다. 이야기가 독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독하며 그걸 연기해내는 배우들은 더더욱 독해 보인다. 한 마디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들, 조진웅, 故 김주혁, 류준열, 차승원, 김성령, 박해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진서연까지 모두가 소름끼치는 연기 몰입을 보여준다. 관객으로서는 그들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어떻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마약을 두고 벌어지는 느와르 영화의 전형처럼 강렬한 장면들이 관객의 시선을 온통 집중시키는 바람에 이해영 감독이 이 느와르를 통해 담아놓은 많은 종교적 뉘앙스들이 슬쩍슬쩍 뒤로 숨겨진다. 이건 이라는 영화 제목의 영문명이 조금은 엉뚱하..
'스푸파', 식욕유발자 백종원 특유의 감탄사에 담긴 진정성도쿄의 우에노역 근처 아메요커 시장의 어느 고깃집. 우리에게 ‘야끼니꾸’로 알려진 양념고기를 백종원은 앞뒤로 잘 익혀 밥 위에 얹어 먹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음식 먹는 법을 이야기한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건 겨우 150년 정도라며 그 음식에 깔린 역사적 배경이 밑반찬처럼 올라온다. tvN 예능 가 백종원을 통해 보여주는 일본 도쿄의 미식 기행 풍경이다.쓰키지역의 시장에 들어선 백종원의 얼굴은 벌써부터 상기되어 있다. 그는 그 곳을 찾을 때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단골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가를 걱정하고, 여전히 2대째 영업하는 그 음식점을 발견하고는 ..
'숲속집' 소지섭·박신혜가 우리 대신해주는 행복 실험이란tvN 은 나영석 PD가 말했듯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숲 속에 덩그러니 집 한 채 지어놓고 지내보라고 한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미션들이 부여된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거나 잠만 자거나 하는 모습은 물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는 로망이지만, 방송으로 계속 보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미션들은 조금 황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3시간 동안 밥 먹기 같은 미션이 그렇다. 물론 그 미션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인문학적’ 실험을 해보기 위한 미션들이다. 한 끼를 먹는데 보통 우리가 쓰는 시간은 극히 짧을 수밖에 없다. 직접 해먹기보다 사먹는 일이 익숙해진 도시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숲속의 작은 집’, 저들이 이상한 걸까 우리가 이상한 걸까이상한 즐거움이고 이상한 재미다. 도시에서와 정반대로 살아보는 재미와 즐거움. 뭐든 돈만 주면 다 만들어진 것들을 척척 살 수 있는 도시에서라면, 직접 물건을 만드는 일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 정도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숲 속에 덩그라니 놓인 작은 집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톱으로 썰어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선반 지지대에 걸어 옷걸이 하나를 만드는 일이 꽤 즐겁다. tvN 예능 이 보여주는 새로운 재미거리다. 늘 그냥 놓여져 있던 외투가 눈에 걸렸다는 박신혜. 만일 그런 작은 집이 아니라 도시의 아파트였다면 그런 게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일이다. 이미 마련된 수납장이나 장롱에 걸어두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은 집에는..
‘우리가 만난 기적’, 김명민이라 더 기대되는 기적들나는 도대체 왜 나인가. 그것은 내 육체일까 아니면 내 영혼일까. KBS 새 월화드라마 은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 설정을 갖고 있다. 이름과 생일이 같지만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남자. 한 남자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냉혹한 사회생활로 신화은행 최연소 지점장이 된 송현철(김명민)이고 다른 한 남자는 고생 고생해 이제 겨우 은행 대출로 중국집 만호장의 주인이 된 송현철(고창석)이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신의 실수’로 죽어야 할 지점장 송현철 대신 만호장 송현철이 죽게 된다. 육체가 사라져버리자 만호장 송현철은 지점장 송현철의 육신을 빌어 겨우 살아나고, 그래서 벌어지는 일이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이야기다. 육체는 지점장의..
배우는 게 더 많았던 ‘윤식당2’, 우리도 이들처럼 살려면저들의 아름답고 여유 넘치는 삶을 바라보다 보면 자꾸만 우리네 삶이 눈에 밟힌다. 우리는 어째서 저들처럼 살지 못할까. tvN 예능 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걸 확인하는 건 바로 이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만 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볼 뽀뽀를 나누는 모습에서는 이들이 남이 아니라 마치 가족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이웃이라서가 아니다. 그건 타인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달라서다. ‘윤식당’이라는 음식점이나 거기서 일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그들에게는 완전한 타인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식당’을 찾아온 그들에게서 배타적인 시선은 거의..
'윤식당2', 이런 회식이라면 누가 핑계 대고 빠지려 하겠나어쩌면 저렇게 훈훈할 수가 있을까. tvN 예능 에서 식당을 찾은 경쟁식당 사장과 셰프, 직원들은 거의 5시간 가까이 즐거운 회식 시간을 가졌다. 한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13명의 단체손님들은 ‘윤식당’에 나오는 모든 한식들을 골고루 나누어 먹었고, 음식과 빠질 수 없는 와인이 잔에 채워졌다. 그들도 가라치코에서 맛좋은 음식점을 하는 이들이라 음식에 일가견이 있을 텐데, 한식을 맛본 후 나온 반응들은 ‘어메이징’이었다. 달콤하면서 짭짤하고 바삭하기까지 한 닭강정에 매료됐고, 투명하지만 남다른 식감에 맛을 지닌 잡채를 먹어보고는 이 스파게티면이 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전분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 음식점의 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