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박보검이 보여준 매력 그리고 매직

 

박보검 효과일까. KBS <12>의 시청률은 무려 19.9%로 뛰어올랐다. 지난 주 14.7%에서 5% 이상이 오른 것. 물론 이번 자유여행대첩특집에는 박보검과 함께 김준현도 게스트로 출연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등장만으로도 어떤 설렘을 만들어준 박보검의 존재감은 확실히 빛났다.

 

'1박2일(사진출처:KBS)'

박보검이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건 차태현 덕분이다. 친한 선후배 사이기도 하지만 박보검과 차태현은 같은 소속사다. 게다가 박보검은 이제 새로 KBS 월화에 방영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남자주인공이다. 그러니 KBS로서는 그가 <12>에 출연하는 것이 사전홍보에도 톡톡한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홍보적 목적을 차치하고라도 박보검은 확실히 <12>에서 제 역할 이상을 해내는 매력 아니 나아가 매직(?)을 보여줬다. 특유의 환한 웃음과 긍정에너지는 짜증을 유발하는 폭염 속에서도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고, 그것은 또한 출연자들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곳을 영 싫어하고 그래서 이전에 놀이기구를 타다 욕을 해 자체 심의로 편집된 경험이 있는 김종민에게 추억이라며 네 명이 함께 타는 놀이기구를 타게 하는 과정은 박보검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박보검의 설득에 김종민은 저도 모르게 놀이기구에 타고 있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화를 내다가 또 놀라워하다가 했다.

 

차태현이 박보검을 게스트로 데려와 굳이 자유여행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여행을 하려한 건 그런 점에서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어 낸 것만은 분명하다. 예고편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러간 김종민을 박보검이 또 설득하는 장면은 이번 자유여행의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준다. 놀이기구가 무서운 김종민이지만 박보검이 함께 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그걸 타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준다는 것.

 

이것은 <12>이 게스트를 출연시켰을 때 그 게스트가 가진 특징과 개성을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준현이 게스트로 들어오자 먹는 양만큼 자동차 기름을 넣어주는 미션이 들어간 건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김준현은 결국 무려 500ml 열 잔에 해당하는 냉차를 마시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그가 김준호와 오리배를 타는 미션 또한 그 몸무게 때문에 기울어지는 오리배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본격적인 먹방이 시작될 예정이다.

 

박보검은 그 긍정에너지의 캐릭터가 이번 게스트 출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힘겨워하고 또 피하려는 출연자들을 나서서 설득하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그 긍정적인 모습은 이온 음료를 벌칙처럼 마시는 장면마저 CF로 만들고,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마저 즐거운 미션으로 바꿔놓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성패를 한 연기자가 가진 이미지만으로 섣불리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구르미 그린 달빛>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박보검의 기분 좋은 이미지가 아닐까. 그는 <12>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드라마 또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나갈까. 못내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1>, 아재력 장착하자 새 동력을 갖게 된 까닭

 

KBS <12>이 리우올림픽 특집으로 마련한 아육대(아재육상대회)’에서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이자 해설자인 하태권은 MC들보다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ㅇㄱㄹㅇ이 무슨 뜻인지 묻는 이른바 아재력(?)을 테스트하는 퀴즈에 이거레알이 아닌 아 그래요?’라는 답을 써 그는 방송 내내 아 그래요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정도였다. 의외로 게임에 몰두하고 승부욕 강하지만 또 아재스러움이 귀엽기까지 한 하태권 못지않게 이영표와 여홍철의 아재력도 큰 웃음을 주었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한 이른바 아재개그가 가진 아재들의 웃기는 면면들을 잘 뽑아낸 <12>의 괜찮은 승부수.

 

'1박2일(사진출처:KBS)'

그런데 사실 이 아재력은 <12>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김주혁이 있을 때만 해도 <12>에서 아재는 마치 그 혼자인 것처럼 캐릭터화 된 바 있다. 즉 김주혁 같은 선배가 있는데 김준호나 차태현이 아재 같은 모습을 보이기가 애매모호 했던 것. 하지만 김주혁이 자진 하차하고 윤시윤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윤시윤 같은 젊은 피는 오히려 정준영을 제외한 김준호, 차태현, 김종민, 데프콘까지를 확실한 아재캐릭터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12>의 팀 구성은 자연스럽게 젊은 윤시윤, 정준영과 대비되는 나머지 아재들로 나눠져 미션을 할 때 이를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자유여행 콘셉트로 게스트 섭외를 직접 하게 된 김준호와 차태현이 각각 자신의 인맥을 드러내며 만들어낸 기대감과 웃음은 바로 이런 아재력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었다.

 

조인성, 김우빈, 송중기까지 늦은 밤 전화통화를 한 차태현의 미친 인맥은 선배로서의 아재들이 갖는 매력을 드러내준다. 사실 이런 인맥이 가능하다는 건 차태현이 평소 얼마나 후배들을 잘 챙겨왔는가를 말해주는 일이다. 그가 원하면 언제든 준비된 듯한 말투는 그들이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한류스타들이라는 점에서 <12>에는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반면 차태현과는 조금 다른 결로 김준호는 자신만의 개그맨 인맥을 드러냄으로써 웃음을 준다. 차태현이 송중기와 전화통화를 하자 김준호가 송준근을 전화 연결해 빵빵 터트리게 하는 건 아재개그스러운 섭외 코미디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그 전화 통화를 통해 김준호 역시 개그맨 후배들에게는 얼마나 믿음직한 선배인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렇게 어찌 보면 막강한 선배들이지만 이들은 아재라는 캐릭터로 자신을 한껏 낮춘다. 게스트로 결국 섭외된 박보검과 김준현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박보검과 통화하는 것만으로도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재들. 그들은 한껏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지만 알고 보면 <12>을 지금껏 오래도록 해온 김종민이나 힙합과 예능을 오가며 자리를 잡아온 데프콘이나 또 현역 코미디의 최고참이 되어있는 김준호나 역시 배우들에게 대선배로 자리한 차태현 모두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아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낮추는 힘. 그것이 아재력이 탄생하는 지점이고 그것이 또한 10년 동안 달려오면서도 <12>이 여전히 낮은 위치에서(이것이 예능인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웃음을 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박보검과 김준현이 섭외됐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이처럼 스스로를 아재 캐릭터로 낮춰 게스트를 주목시키는 출연자들 덕분이다. 아재력을 장착하자 <12>은 새 동력을 갖게 됐다

<복면가왕>에 밀리는 <판듀>, <1> 못 따라가<런닝맨>

 

제 아무리 주말예능이 예전 같지 않아도 해도 지상파3사의 예능에 있어 주말예능이란 자존심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말예능이 엎치락뒤치락 할 때마다 지상파3사의 예능 이미지도 달리 보인다. 주중에 다소 부진해도 주말예능이 살아있다면 해당 방송사의 예능 이미지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판타스틱듀오(사진출처:SBS)'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SBS 주말예능은 SBS 예능의 이미지 전체를 깎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현재의 주말예능경쟁은 이미 전반전을 MBC <복면가왕>이 후반전을 KBS <12>이 양분하는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복면가왕>13.3%의 시청률을 냈고 <12>은 무려 16.5%의 시청률로 주말 예능의 최고 위치에 올라섰다. 반면 동시간대에 방영된 SBS<판타스틱듀오>5.3%, <런닝맨> 역시 5.3%에 머물렀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의 반절도 되지 않는 성적을 낸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전적으로 SBS 주말예능의 안이한 전략과 프로그램 만듦새에서 비롯된 일이다. <복면가왕>은 복면 콘셉트를 새롭게 도입해 주말 음악 예능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뒤늦게 주말에 편성된 <판타스틱 듀오>는 어딘지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봤던 아이템들을 섞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연가수들도 그다지 새롭지 않고 무엇보다 여전히 가창력 대결에 목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었다.

 

<복면가왕> 역시 가창력을 선보이는 음악 프로그램은 맞지만 거기에 집착하기보다는 복면 뒤의 가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가수들의 풀도 굉장히 다양하다는 장점을 가졌다. 그러니 뒤늦게 시작한 <판타스틱 듀오>는 무언가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을 극대화해 어필했어야 하지만 음악 예능 대결에서 <복면가왕>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 머무르고 말았다.

 

사실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복면가왕>과 유사한 콘셉트의 음악 예능을 경쟁적으로 붙여놓는다는 건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독보적인 새로움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잘해도 2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듀오>의 실패는 새로움에 도전하지 않은 SBS 예능의 전략적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런닝맨>의 경우는 유재석이 작년 시상식에서 반드시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하면서 절치부심했던 걸 떠올려보면 지금의 흐름은 너무 소소해진 느낌이다. 물론 올 상반기 초반에는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 노력한 면들이 있었지만(그래서 시청률도 괜찮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적 틀이 보편적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런닝맨>은 중국판이 대박을 내면서 SBS 예능의 효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중국의 이야기다. 게다가 <런닝맨>은 초반의 참신하고 새롭던 게임들의 시도들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지금은 또 다시 게스트를 초대해 단순한 게임만 조금 달리하는 형식적인 틀에 점점 매몰되어 가고 있다. 한 번을 해도 임팩트 있고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아이템들이 제시되지 못하는 한, <런닝맨>은 갈수록 주말예능 경쟁에서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SBS 주말예능은 한 때 <K팝스타><런닝맨>, <정글의 법칙> 등이 주도하면서 힘을 발휘한 적이 있다. 그 때 이들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수위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를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 그건 다름 아닌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걸 했다는 점이다. 그저 당장의 리스크를 줄이려 누군가 했던 성공 공식들을 가져와 조합하는 방식으로는, 또 매번 치열한 아이템을 내놓기보다는 그저 매주가 흘러가는 듯한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것으로는 부활을 꿈꾸기가 요원할 수밖에 없다

KBS 시스템에 최적화된 <12>만의 강점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서 PD가 가진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스타 PD가 나올 정도로 프로그램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그 색깔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태호 PD 없는 <무한도전>을 생각할 수 있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2>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명한 PD가 처음 시작했고 나영석 PD가 꽃을 피운 <12>은 두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최재형 PD와 이세희 PD가 했던 시즌2는 시청률도 빠졌고 화제성도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유호진 PD가 새로 진영을 꾸려 시작한 시즌3부터 <12>은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유호진 PD가 일선에서 뒤로 물러나고(그렇다고 아예 빠지는 게 아니라 기획에 참여한다고 한다), 대신 유일용 PD 체제로 바뀌면서 또다시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유호진 PD가 워낙 잘 하고 있던 터라 이런 교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체제를 또 바꿔 새롭게 시작한 <12>을 보면 전혀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다.

 

방학식 콘셉트로 유일용 PD가 선보인 초등학교에서의 게임은 가벼운 몸 풀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의외로 괜찮은 느낌을 주었다. 단순 게임이라면 조금 식상했을 테지만, 이 게임들에는 일종의 추억 같은 정서적인 면들이 깔려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들에게 주는 그 정서란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일 게다.

 

그래서 철없는 복장(?)으로 차려 입고 등교(?)한 출연진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서 벌인,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게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정서적인 동감 위에 여학생으로 분장한 험상궂은(?) 스텝들은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주었고, 역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출연진들은 게임에 몰입해 다른 멤버를 혹독하게 물에 빠뜨리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어진 도시락 먹기 게임 역시 그저 게임이 아니라 옛 추억을 환기시켰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수업 시간에 도시락 까먹기를 게임화 한 것. 선생님으로 등장한 박영진은 걸릴 때마다 출연진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마치 <개그콘서트>의 콩트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고, 그럴 때마다 역시 베테랑 개그맨답게 김준호는 엉뚱한 변명으로 우스운 상황극을 연출했다.

 

즉 유일용 PD로 체제가 넘어왔지만 그 정서적인 느낌은 유호진 PD 때와 달라지지 않음으로써 그 연속성이 유지되었다는 점은 PD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별로 주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KBS의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물론 스타 PD를 키우지 않는다는 이 시스템의 약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력이 바뀌어도 프로그램은 공고히 굴러가는 시스템의 강점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PD들에게는 자칫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KBS의 많은 PD들이 다른 방송국으로 이동한 데는 이처럼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국이 만일 이런 PD들의 공적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이처럼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12>에서만큼은 이 KBS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한 느낌이다. 김주혁이 빠지고 새로 윤시윤이 들어오는 것에 있어서도 <12>은 큰 충격이 없었다. 이번 유호진 PD가 빠지고 유일용 PD로 바뀌었지만 역시 <12>은 공고하다. 물론 이 시스템의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보완해나간다면 오히려 이건 KBS만의 저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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