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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블로거의 시선

'신불사', 맥락없는 볼거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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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드라마 볼거리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과거에는 해외 로케만 하더라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차량 추격전이나 총격전만으로도 볼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 그런 단순 볼거리는 더이상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 못합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했던 일련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볼거리라도 어떤 스토리와 맥락을 갖거나 아니면 새로운 연출로 만들어진 볼거리가 아니라면 이제 '돈낭비'했다고 비난할 정도로 시청자의 눈은 높아졌죠.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그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통상적인 볼거리에 이야기를 끼워맞추다 실패한 대작드라마들인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의 후속작을 보는 것 같았죠. 다분히 의도된 첫 시퀀스로서의 스카이다이빙 장면은 마치 007시리즈의 한 장면처럼 멋진 것이었지만, 아무런 드라마의 이야기와 맥락을 갖지 못했습니다. 스카이다이빙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툭 끊어지고 다음으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최강타(송일국)의 모습, 그리고 앞에 나타나는 성. 액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야기 전개도 아닌 이 그저 순전한 볼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장면들은 송일국의 잘 다듬어진 몸이 아까울 정도로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 첫 장면은 그 후에도 계속 이 드라마가 가진 '맥락없는 볼거리'의 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수영장 신, 요트를 타는 송일국의 동작 신, 본부(?)에서 펜싱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등은 이야기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보다는 그저 "이 장면 멋있지 않아?"하며 볼거리에 집착하려는 드라마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주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이야기로만 본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 복수극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전략을 어떻게 짰어야 했을까요. 볼거리 위주, 즉 액션 위주로 가되 그 볼거리가 독특한 연출 등을 통해 말 그대로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리스'는 영화적인 연출을 통해 볼거리 자체를 즐기게 해주었습니다. '추노' 역시 레드원 카메라를 통해 액션만 쳐다봐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죠. 물론 이 두 드라마의 성공은 볼거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리스'는 배우들의 호연이 그 뒷받침을 해주었고, '추노'는 연기는 물론이고 대본의 완성도까지 연출, 대본, 연기의 삼박자를 갖춘 드라마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죠. 이들 작품에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가 들어있었습니다. 즉 연출의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죠. '아이리스'는 그 국가를 넘어서는 집단들이 만들어놓은 미궁 속에서 끝없이 허우적대고 흔들리는 개인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가 연실 흔들렸고 그 생존의 몸부림은 수없이 많은 컷으로 빠르게 나뉘어짐으로써 긴박감을 연출했습니다.

'추노'는 몸뚱어리 하나로 부조리한 세상과 대결하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그 몸에 집중했고, 그 처절한 몸부림이 심지어 아름다울 수 있게 연출되었습니다. 이 '아이리스'와 '추노'가 보여준 볼거리는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가 보여주었던 그저 '볼거리를 위한 볼거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 '신불사'가 '아이리스'나 '추노'의 볼거리가 아니라 '로비스트'나 '태양을 삼켜라'의 볼거리를 선택했다는 점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위해 수개월 동안 몸을 만들어온 송일국의 노력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배우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걸 받쳐주는 대본과 연출이 없는 한 그 비난은 심지어 배우에게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드라마에 있어서 볼거리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야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볼거리는 그저 스펙타클이 아닙니다. 이야기의 맥락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볼거리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을 때, 그저 볼거리를 위한 볼거리로 전락할 때, 드라마는 매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만을 찍어서 대중들을 매료시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우리네 대중들은 수많은 볼거리를 경험해왔고, 또한 드라마들도 새로운 볼거리를 보여주면서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