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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만번'과 '그대웃어요', 같은 해피엔딩 다른 느낌
    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10. 3. 8.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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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만번 사랑해'와 '그대 웃어요'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종영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의 해피엔딩이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왜일까요. '천만번 사랑해'는 사실상 그 해법을 찾기 어려운 거미줄 같은 관계를 인위적으로 얽어놓았습니다. 자신이 결혼한 남자가 하필이면 자신이 대리모로 한 아이가 사는 집이라는 우연은 오로지 여주인공의 신파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극적인 설정이었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고은님(이수경)은 자식을 선택할 수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살 수도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극단적 상황의 해결은 결국 극단적인 처리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죠. 고은님의 위암과 시어머니인 손향숙(이휘향)의 치매 설정은 이 무리하게 얽힌 관계를 풀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고은님은 결국 위암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이루지만 그간 자극적인 신파 설정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절망 속에 허우적대야 했던 주인공을 생각해보면 그 짧은 해피엔딩 역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막장에 가까운 전개에서 급속히 가족 간의 화해로 봉합되는 과정은 이 드라마가 가진 작위성을 잘 보여줍니다. 드라마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꾸 작가의 의도된 손길로 흘러갈 때, 그것은 자칫 시청자를 두고 벌이는 감정 놀음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천만번 사랑해'는 결과적으로 보면 작가의 손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캐릭터 게임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을 TV앞에 끌어들인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막장은 바로 이런 작가의 과도한 개입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한편 '그대 웃어요'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대 웃어요' 역시 공교롭게도 '천만번 사랑해'에서 설정된 암과 치매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지만, 그 소재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사용되었습니다. 그것은 소재가 이 드라마의 주제인 가족의 단합, 화해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천만번 사랑해'처럼 '결국은 병을 이기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섣부른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대 웃어요'의 강만복(최불암)은 여전히 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 가족들은 그것을 희망으로 바꿉니다. 이것은 '그대 웃어요'라는 드라마의 독특한 태도입니다. 제목에서 풍겨나듯, '그대 웃어요'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라는 전제를 그 앞에 괄호로 채워놓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웃다보면 희망이 올 것이라는 전언이지요. 결국 강만복은 가족들이 하나로 묶이고, 또 점점 다복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속에 두었지만 좀체 내뱉지 않았던 그 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외칩니다.

    '천만번 사랑해'가 인위적인 비극을 인위적인 해피엔딩으로 처리했던 반면, '그대 웃어요'는 비극을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를 통해 희망의 해피엔딩을 연출했습니다. 이것은 극단적으로 이른바 막장드라마와 착한드라마 사이에 놓여진 거대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진정성은 '그대 웃어요' 같은 자연스럽고 진지한 드라마의 태도에서 느껴지게 마련이죠. 두 드라마의 종영. 똑같은 해피엔딩이지만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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