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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아테나', 조직이여! 사랑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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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로 보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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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사진출처:태원엔터테인먼트)

왜 일과 사랑 사이에서 여성들은 늘 고민해야 할까. 멜로드라마의 단골소재인 이 여성들의 일과 사랑은 최근 들어서 더 많이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늘어난 워킹우먼을 반영하는 것. 2005년도에 방영되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파티쉐(제빵기술자), 2007년도에 방영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바리스타, 올해 방영되었던 '파스타'의 쉐프 같은 직업을 가진 여자주인공들은 워킹우먼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왜? 거기 자신들이 현재 직장에서 겪고 있는 일이 있고, 그것과 마치 병행할 수 없는 것처럼 치부되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속에서나마 그 둘을 함께 하고픈 워킹우먼들의 욕망은 이들 드라마 속에서 꿈틀댄다.

그런데 어디 이런 말랑말랑한 감성을 자극하는 직종만일까. 여성들의 일과 사랑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어떤 현장에서든 늘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아테나'라는 어딘지 하드보일드해 보이는 액션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총알이 날아다니고 칼과 도끼가 허공을 갈라놓는 장면 속에서도 여성들의 판타지로서의 일과 사랑은 여전히 드라마의 메인테마다. 거기에는 조각상 같은 멋진 남자들이 즐비하고, 감정이입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이들 사이에 로맨스가 없으랴. 설마.

총칼이 난무하는 일터에서 매력적인 남자를 만났을 때
"이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아테나'의 남자 주인공 이정우(정우성)가 같은 국정원 요원인 윤혜인(수애)에게 사적으로 접근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조직은 원천적으로 사내 연애가 금지되어 있다. 이유는 당연하다. 국가의 일급정보를 다루고 있는 요원들은 최대한 감정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편이 조직에 효율적이다. 이것은 누군가 납치되거나 했을 때를 가정해보면 분명해진다. 작전에 사적인 감정이 끼어든다는 건 이런 조직에서는 조직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것은 여전히 기업의 조직관리 속에 스며있는 테일러식 시스템의 잔상이다. 물론 시대가 변해 이제 기업은 조직원들을 하나의 생명체로서 저마다의 창의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최적화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효율성이라는 측면을 여전히 버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여성 노동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있어서 사내에서 벌어지는 연애나 결혼은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취급되기도 한다. 사내 커플이 되면 여성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 상황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아테나'는 어쩌면 이러한 사회의 조직시스템을, 좀 더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국가비밀조직이라는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어디 기계인가. 조직의 부품처럼 살기에는 뜨거운 피를 가진 존재가 사람이 아닌가. 이정우와 윤혜인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화학작용은 그래서 이 기계적인 조직에 위협을 준다. 윤혜인은 사실 아테나라는 비밀조직의 요원으로 국가대테러조직인 NTS로 잠입한 스파이다. 그러니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멜로처럼 보이다가도 보이지 않는 스파이들 간의 대결처럼 보이기도 한다. 윤혜인이 이정우에게 접근하는 건 정보를 캐내려는 아테나 조직의 명령 때문이지만, 그 과정에서 윤혜인은 이정우에게 사적 감정으로 흔들린다. 일과 사랑의 부딪침.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과 사랑, 왜 둘 다 가지면 안 돼?
먼저 조직을 되돌아봐야 한다. 과연 일과 사적인 감정을 분리하고 구분하는 조직이 작금의 경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적인 감정은 과연 일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방해물일까.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일과 사적 감정을 구분하던 사고방식은 사람이라는 존재를 기계적으로 바라봤던 시대의 산물이다. 지금은 사적 감정의 만족감이 오히려 일의 창의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아닌가. 가정생활 같은 사적인 생활들의 자잘한 경험들이 조직의 자양분이라 생각하지 않는 그런 조직은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만일 그런 조직에 있다면 조직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변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회사에 대한 개념은 과거, 모든 일의 1순위에서 이제 2순위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선 먼저 중요한 것이 나이고, 그런 나를 잘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조직으로서 회사가 공존하는 것이다. 나와 조직 간의 이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노력은 나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조직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요하게 되었다.

가끔 '아테나' 같은 거대 조직 사이에 끼어 있는 사적인 인물들을 볼 때마다, 이것이 마치 과거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조직에게 보내는 사적 인물들의 저항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조직이여! 그들의 사랑을 허하라. 그리고 개인들은 절대로 일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하려 들지 마라. 그 하나를 포기할 때, 결국은 다른 하나도 결코 성공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 글은 현대모비스 사보에 연재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