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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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돌담병원 김사부처럼 ‘낭만닥터 김사부3’에 느껴지는 장인의 손길

D.H.Jung 2023. 5. 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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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낭만닥터 김사부3’의 맛, 동시다발로 터지는 사건들

낭만닥터 김사부3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앙심을 품은 군인이 군내에서 총기 사고를 내고 부상을 입은 채 도주한다. 마침 비번이던 서우진(안효섭)이 마주친 그 군인을 돌담병원으로 데려오고, 군부대에서 총기 사고를 당한 병사들도 이송된다. 아마도 보통의 의학드라마라면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풍경으로 한 2회 분량의 에피소드를 채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는 다르다. 이 사건 위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또 다른 사건들이 겹쳐진다. 

 

마침 박은탁(김민재)을 과거 괴롭혔던 불량한 이들이 병원을 찾고, 박은탁을 협박하며 마약성 약물을 달라고 요구한다. 차은재(이성경)는 총기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를 수술하면서, 아버지이자 돌담 외상센터장인 차진만(이경영)이 과잉의료가 될 수 있다고 해 하지 않은 조치 때문에 수술도중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위기를 맞는다. 총기사고로 의사들이 모두 수술방에 들어가자 신출내기 의사들인 장동화(이신영), 이선웅(이홍내)도 집도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눈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사고를 내 스무 명에 가까운 부상자들이 몰려와 병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사건에 사건이 겹쳐지고 그래서 이 모든 사안들이 과연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긴박감을 만들어낸다. 워낙 사건들이 많아서 장면들은 계속 빠르게 전환되며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들이 그 밑으로 깔린다. 시청자들로서는 시선을 뗄 수 없게 이어지는 사건들에 ‘시간 순삭’의 느낌을 갖게 된다. 

 

흥미로운 건 이 많은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지만, 하나하나 해결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총기 사고를 낸 탈영병은 서우진과 대치하며 극강의 위기감을 만들어내고, 가진 것 없는 흙수저로 태어나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 한탄하는 탈영병에게 서우진은 자신 또한 그런 처지로 태어났지만 노력으로 그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설득한다. 결국 탈영병은 총까지 겨누지만 서우진에게 쏘지는 못한다. 그렇게 탈영병 사건이 마무리된다. 

 

차은재가 수술 중 맞이 한 위기는 김사부(한석규)에 의해 가까스로 넘길 수 있게 된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차진만은 차은재에게 자신이 했던 말이 잘못된 게 아니고 환자가 특이 케이스였다고 말하지만, 차은재는 그 말을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이 곳은 외상센터이기 때문에 과잉진료라는 게 있을 수 없다며 그래서 최종결정을 내린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한다. 그런 차은재의 말에 차진만은 성장한 딸을 기특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선웅은 첫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장동화 역시 자신이 총기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수술한 환자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의사들이 수술방에 들어가 버스 사고로 몰려온 스무 명 가까운 부상자들은 윤아름(소주연)이 맡아 해결한다. 물론 협박당하던 박은탁 또한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마약 중독자로 박은탁을 괴롭히던 이들은 신고를 통해 경찰에 검거된다.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혈액운송차량 때문에 맞이한 위기 역시 마침 현장에 있던 박민국(김주헌) 원장과 양호준(고상호)이 마라톤을 하듯 혈액을 직접 메고 병원까지 뛰어옴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눈 내리는 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의 연속. 도무지 모두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사건들이 하나하나 해결되는 건 돌담병원이 김사부 하나에 의지해 굴러가는 병원이 아니라 모든 의사부터 간호사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 모두가 제 역할을 해냄으로써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들이 별 문제 없이 해결되는 것. 이것은 드라마의 긴박감을 만들어내는 에피소드 구성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실제 응급실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미션 임파서블’한 상황에서도 만들어내는 기적.

 

중요한 건 이런 상황들을 단 2회 만에 묶어내 모든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나게 그려내고 엮어내는 대본과 연출의 능력이다. 강은경 작가가 쏟아내는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그걸 하나하나 풀어내는 대본이 밑그림을 깔아 주고, 이를 복잡하지 않게 유기적으로 연출해내는 유인식 감독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인물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해내지 못하면 아예 시도조차 어려운 사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돌담병원에 마구 터져 나오는 외상 환자들을 당황하지 않고 척척 해결해가는 김사부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사건 케이스들을 유기적으로 묶어내 이야기로 풀어내고 이를 연출해내는 강은경 작가와 유인식 감독이 있다. 마치 김사부 같은 제작진이 있어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에피소드 전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봉합되고 있다고나 할까.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3까지 와서도 여전히 흥미진진한 데는 이러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제작진의 능숙함 덕분이 아닐까.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