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장서희, 막장에도 꽃은 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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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희, 막장에도 꽃은 핀다

D.H.Jung 2009. 3. 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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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에 나온 장서희는 '막장드라마' 논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그렇게 열심히 찍고 있는데 '막장'이라 표현되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배우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배우가 대본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는 없는 일이죠.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살리는 것이 배우의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 '막장드라마' 논란에 대해 강호동이 장서희에게 던진 질문은 화살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죠.

드라마를 막장으로 만드는 것은 때론 배우가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대본의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설정, 자극으로만 치닫는 이야기, 완성도는 포기하고 시청률에만 목매는 드라마 진행 같은 것들이 그 주된 원인이 되죠. 장서희는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고, 그 최선을 다한 만큼 받을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막장을 막장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장서희가 은인으로 여기는 임성한 작가는 막장드라마 이전부터 이른바 논란드라마라고 불렸던 일련의 드라마들을 써온 작가입니다. 비상식적인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등장하고 그 캐릭터들이 제시하는 수많은 논란의 낚시질들에 일단 시청자들이 걸리기만 하면 그 포인트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더 극화시키는 방식으로 시청률을 사냥합니다. 이 방식은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조강지처클럽'을 쓴 문영남 작가도 일단 캐릭터를 던져놓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극적 조합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데, 애초에 어떤 구체적인 이야기를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 반응에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어떤 부분은 더 극적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행은 완성도를 저당잡힐 수밖에 없죠. 또 캐릭터들이 과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막장 논란은 이렇게 시청률을 위해서는 정교한 선택이지만 완성도를 위해서는 막 만들어지는 드라마 작법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죠.

장서희를 스타덤에 올린 '인어아가씨'도 그렇고 작금의 '아내의 유혹' 또한 막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본이 막장인 드라마라고 해서 거기 출연하는 배우들이 막장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경우가 많죠. 대본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메워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조강지처클럽'의 오현경, 김혜선, 오대규, 손현주, 안내상, 김희정 같은 배우들은 정말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었죠.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와 김서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서희는 '무릎팍 도사'에서 밝혔듯이 꽤 오랜 세월 동안 단역과 조역으로 자신을 단련시켜왔고 기회가 왔을 때, 목숨 걸고 연기하는 열정으로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수상자리에서 그 모든 영광을 조연으로 잊혀져가는 동료 배우들에게 넘김으로써 자신의 성공을 모든 배우들과 나누었습니다. 실로 대댠한 배우인 것 만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열정적인 배우들의 호연을 등에 업고 시청률에만 올인하는 막장드라마는 더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아내의 유혹'의 시청률이 30%대에서 20%대로 떨어졌다고 하는군요. 이제 시청자들도 서서히 막장의 실체를 알아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