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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블로거의 시선

김태원과 김C, 록커들의 웃음이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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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에 나온 김태원, 윤도현, 김C는 기타 하나만 들어도 충분히 함께(투게더) 행복(해피)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 부활의 김태원은 처음 토크쇼에 나왔을 때부터 주목해서 봤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의 토크 속에 있는 그 무엇이 이다지도 우리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의 삶이 그 툭툭 던지는 토크 속에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태원은 토크쇼에 나와서 젊은 시절의 큰 인기와 또 그만큼의 좌절, 그리고 긴 무관심의 터널을 걸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죠. 그런데 그의 화법이 독특했습니다. 늘 진지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남 이야기하듯 객관화시키는 그 화법은, 사실 뼈저리게 힘겨운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듣는 이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합니다."라는 어투로 바꾸는 순간, 힘겨웠던 삶들은 하나의 추억, 재미있는 삶의 이야기로 전환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화법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것은 록커로서의 자존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냉대받고 당장 라면 한 그릇으로 배고픔을 때우면서도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펄펄 날던 가난한 록커들을(아마도 모두 이 시절을 겪었겠죠) 그렇게 멋지게 설 수 있게 해주는 자존심말입니다.

김태원이 자주 하는 말, "전 백프로 실화만 얘기합니다"라든가, "이건 아주 슬픈 이야기입니다" 같은 말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바로 이 삶의 무게로 다져진 진지함과 그것을 웃음으로 포장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아닐까요.

윤도현과 김C 역시 같은 록커로서 이 비슷한 상황 위에 서 있습니다. 그들도 꽤 오랫동안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우리 앞에 서 있죠. 특히 김C는 윤도현이 말하듯 "참 좋은 캐릭터를 잡은" 예능인이기도 합니다. 늘 힘겨워 보이는 얼굴 그 자체가 모든 걸 말해주는 상황에서 김C는 가만히 있는 것조차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죠. 그런 자칫 동정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 상황에도 김C는 자신만의 어떤 아우라를 늘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역시 록커로서의 자존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황에 록커들의 웃음이 특별하고 좋은 것은 그들이 힘겨운 일상에서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그네들의 삶을 통해 던져주는 격려의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리 힘겨워도 자존심만은 지키며 살자고, 그 힘겨움을 자신이 열정을 쏟아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면서 이겨내자고, 그리고 그러다보면 세월이 지나고 그 힘겨웠던 시절이 웃음으로 회자될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