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한효주, 그 블랙홀같은 매력의 정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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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 그 블랙홀같은 매력의 정체

D.H.Jung 2009. 6. 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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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을 찬란하게 만드는 인물은 단연 한효주일 것입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고은성은 이 드라마에서는 블랙홀 같은 인물이죠. 그녀의 매력은 뻗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먼저 우연히 만나 생명을 빚지게 된 장숙자(반효정) 여사는 그녀의 사람 됨됨이에 푹 빠져 유산까지 물려주려고 하죠. 아무리 힘겨워도 늘 기본을 지키는 고은성이라는 캐릭터라면 자신의 기업이 가진 뜻이 망가지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장년층의 마인드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성공한 그들은 때론 뭐 하나 어려움 없이 자라 당연한듯 유산을 받아 살아가려고 하는 현 세태가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죠. 하지만 고은성 같은 사심 보다는 그 유산을 남기는 분의 뜻을 깊게 이해하고 그 뜻에 맞게 유산을 쓰려는 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그런 인물을 드라마 속에서 대하는 순간, 중장년층은 고은성 같은 인물을 후계자 혹은 며느리감으로 상상해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고은성을 무작정 뒤에서 바라보며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준세(배수빈) 역시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있죠. 힘겨워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하고 그러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집안의 도움 받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려는 준세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고은성 같은 인물이라면 자신의 삶과 평생을 같이 해도 좋을 듯한 생각을 하는 건 준세 같은 자기 인생을 개척해가며 살아가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갖게 될 것입니다.

반면 늘 화분 속의 화초처럼 귀공자의 삶을 살아왔던 환(이승기) 역시 고은성이라는 들판에 흩날리는 야생화 같은 매력에 빠져버립니다. 부잣집 아들이 가난한 여인에게 빠져버리는 이것은 흔하디 흔한 공식적인 스토리의 하나지만, 여전히 힘을 발휘합니다. 게다가 그를 얻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는 승미(문채원)와 그녀의 어머니 백성희(김미숙)와 대비되는 고은성이라는 캐릭터는 환이라는 인물이 선택해야할 지상과제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고은성의 매력에 빠지는 인물은 이 뿐만이 아니죠. 그녀의 절친인 혜리(민영원)이 그렇고 환의 집의 집사인 성철(이승형)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중심에 고은성이라는 긍정적인 인물을 세워두고 주변 인물들이 그 매력에 빠져드는, 그래서 결국에는 그녀를 지지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구조는 그 중심에 블랙홀처럼 자리한 고은성의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키는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죠.

게다가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고은성에 대한 집중도는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부터 나이든 세대에 이르기까지 그 지지가 폭넓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이런 캐릭터라고 해도 그것을 연기자가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효주는 인상녀라고 불릴 만큼 자체발광의 연기자입니다. 굳이 예쁜 척, 착한 척 하지 않아도 그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외모가 주는 이미지도 그렇지만 또한 연기자로서의 아우라 또한 충분합니다.

한효주라는 블랙홀 같은 매력의 정체는 이처럼 캐릭터가 주는 힘과 연기자가 내뿜는 아우라가 잘 맞아 떨어져 생겨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녀에게 빠져드는 인물들, 환이나 준세가 그녀에게 부여하는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찬란한 유산'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은 이 모든 힘을 하나로 받아 빛을 내는 고은성이라는 캐릭터와 그걸 연기하는 한효주라는 연기자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