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국, 무엇이 이 개그맨을 주목하게 하나

 

<해피투게더> 약한 남자 특집에서 양상국은 같이 출연한 김태원, 이윤석, 김성규와 자신이 왜 함께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몸이 약한 남자들(?) 속에서 그는 마음이 약한 남자였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혹시나 사고가 날까 걱정된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양상국은 눈물 많기로 소문난 ‘국민 울보’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인간의 조건'(사진출처:KBS)

“마음만은 특별시다.”고 말함으로써 그 반전을 통해 웃음을 주지만 양상국은 뼛속까지 촌놈이다. 연예인 같지 않은 수수한 모습에 개그할 때의 사투리 그대로가 평상시 말투인 그는 콩트 속의 캐릭터와 실제 모습의 간극이 별로 없다. 물론 콩트가 만들어내는 상황 속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성향이 실제와 거의 같다는 얘기다.

 

이 일관성(?)은 양상국에게서 대중들이 어떤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을 하면서 유독 양상국이 재조명되고 재발견된 건 특히 진정성이 중요한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그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양상국은 <인간의 조건>에서 늘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부지런한 모습과, 개그맨 선배 동료들을 기다리며 때로는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따뜻한 심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개그콘서트>가 콩트 코미디라는 조금은 과장된 영역을 갖고 있다면, <인간의 조건>은 그 가면을 벗고 일상인으로 돌아온 개그맨의 맨 얼굴을 보이는 곳이다. 그런데 이 양상국이 갖고 있는 촌놈 캐릭터는 그저 콩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실제였다는 것. 양상국은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이 촌놈 캐릭터를 일관되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 본래모습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인간의 조건>이 무언가 하나를 빼냄으로써 얻게 되는 어떤 것을 그려내는 ‘아날로그형 예능’이라는 점에서도 양상국의 촌놈 캐릭터는 잘 어울린다. 첫 번째 미션으로 휴대전화와 TV,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도시인들의 필수품을 제거함으로써 나올 수 있는 해프닝을 보여주는데, 양상국은 그 자체로 도시 속의 촌놈이라는 아날로그형 캐릭터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촌놈 캐릭터가 휴대전화와 TV와 인터넷이 없어 답답해하는 반전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웃음을 주었고, 그 다음에는 본래 촌놈으로서의 진짜 푸근한 모습이 보여짐으로써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것.

 

서수민 PD는 양상국이 <인간의 조건>을 만들고 있는 신미진 PD의 기획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개그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래 <인간의 조건>은 ‘도시라는 정글 속에서 원시인처럼 살아가기’라는 콘셉트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의도된 일이라기보다는 양상국의 본래 모습이 그저 잘 맞아떨어진 것일 게다.

 

“멋있는 거 못하는 것도 있고요. 서민에다 바보 이런 걸 많이 했죠.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낮은 캐릭터에 더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주목받는 개그맨이지만 개그맨 같지 않은 수수함과 심지어 쑥스러움을 보여주는 양상국. 그를 보면서 아날로그적인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가 어떻게 이 세련됨과 첨단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오히려 주목되는가를 잘 말해준다. 촌놈 양상국에 대한 주목은 그래서 문명을 다 털어내고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진정한 ‘인간의 조건’을 떠올리게 한다.

어른들과 똑같은 아이들 예능 전쟁

 

<아빠 어디가>가 뜨니 <붕어빵>이 정글로 간다? 이제는 아이들 예능 전쟁이다. 주말 예능을 잡아야 전체 예능의 기선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한 예능 프로그램이 부상하면 타 방송국에서 비슷한 형식을 차용하는 건 이제 보통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상 <아빠 어디가>가 나왔을 때에도 많은 이들이 <붕어빵>과 <1박2일>을 퓨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니까.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1박2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갔을 때, <무한도전>이 원조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한도전>이 이미 미션의 하나로서 했던 부분을 <1박2일>이 가져와 한 분야로 만들어낸 셈이다. 이것은 비판할 일이 아니다. 창조적 수용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1박2일>의 공적은 분명하다.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분파를 확고히 만들어 <무한도전>과는 또 다른 영토를 넓혀놓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이 주말 예능의 장기집권으로 들어가면서 SBS가 내놓았던 <패밀리가 떴다>는 초창기 <1박2일>과 비교되며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여행이라는 아이템만 같았지 방향성은 전혀 달랐다. 즉 <패밀리가 떴다>는 차라리 <X맨>의 시골 버전에 가까운 게임 버라이어티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결국 무대를 시골로만 바꾸고 게임을 반복하는 그 패턴에 빠지면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생겨난 <런닝맨>은 스튜디오에 있던 <X맨>이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시골로 나온 후, 이제는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게임 버라이어티로 진화한 경우다. 물론 그 바탕에는 <무한도전>의 추격전 미션 모티브가 깔려 있다. 하지만 <1박2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런닝맨> 역시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부분을 가져와 특화시키고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진화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1박2일>이 <런닝맨>처럼 되어간다는 얘기는 이 진화의 방향이 한 방향으로만 나가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준다. <1박2일>에 많아진 게임 요소들은 본래 이 여행 버라이어티가 갖고 있던 여행에 대한 판타지를 상당 부분 희석시키면서 게임을 오히려 부각시켜 마치 <런닝맨>의 미션을 <1박2일> 멤버들이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은 진화의 극단에서 주춤하고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1박2일>의 야생성을 한 방에 눌러 버린 것은 <정글의 법칙>이다. 혹독한 정글이라는 환경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시베리아에서 얼음 물을 맨몸으로 건너는 김병만을 보다 보면 <1박2일>이 한 겨울에 계곡물에 입수하는 장면이 너무 약하게 여겨진다. <1박2일>이 언젠가부터 야생을 강조하지 않게 된 것은 아마도 <정글의 법칙>의 영향 때문일 게다.

 

이런 주말 버라이어티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성장시켜왔는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번 아이들 예능 전쟁을 이 맥락에서 보면 <붕어빵>이 정글로 떠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정글의 법칙>이 <1박2일>을 약화(?)시킨 것처럼 <붕어빵>판 <정글의 법칙> 키즈편은 아이들의 <1박2일> 같은 <아빠 어디가>와 비교될 것이 뻔하다.

 

실로 원본 없는 복제의 세상이다. 이제 무엇이 원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쩌면 바로 그 접합을 통해 진화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치열한 경쟁으로 되는 아이템을 반복 복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아빠와 함께 시골에 가서 하루를 지내고 오던 아이들이 이제는 정글로 가서 며칠을 지내게 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만큼 치열해진 예능 경쟁의 씁쓸함이 묻어난다.

그러면 풍자를 존대로 하란 말인가

 

뭐 대놓고 욕을 한 것도 아니다. 정책을 잘 지키란 얘기였고 그간 정치인들이 해왔던 웃지못할 코미디 같은 짓은 하지 말아달라는 뼈있는 <개그콘서트>식의 덕담이었던 셈이다. 정치와 코미디의 유사점에 대한 농담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 방송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바람직한 정치풍자로 보기 어렵다며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치풍자’란 도대체 뭘 말하는 걸까.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참으로 애매모호한 표현이 아닐 수 없지만, 적어도 방통심의위측의 말을 잘 새겨보면 적어도 그들이 말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풍자’가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 있겠다. 방통심의위는 “정치풍자라 함은 정치권의 부조리나 과오 등을 빗대어 폭로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도 않은 대통령 당선인을 대상으로 ‘훈계조’로 발언한 것을 두고 바람직한 정치풍자라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에는 묘한 엇나감이 있다. 즉 개그맨 정태호가 한 발언은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당부이지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다. 비판의 대상은 박근혜 당선인이 아니라, 그간 웃지못할 코미디를 대중들에게 제공(?)했던 정치인들이었던 것. 더 이상 그들처럼 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의 개그식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방통심의위의 말에는 그 비판을 마치 박근혜 당선인에게 직접적으로 던져진 것처럼 받아들인 뉘앙스가 묻어난다.

 

아마도 그 대상이 대통령 당선인이 아니라 한 정치인이었거나 아니면 그저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발언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이나 그저 일반인에게는 해도 되는 훈계조의 풍자가 왜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안 되는 걸까. 늘 정치인들이 대선 때만 되면 얘기하는 ‘대통령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은 대선 지나고 나면 잊혀지고 지워지는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그 권한은 국민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 어느 누가라도 당부는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가 말하는 대통령 당선인에게 “잘 들어”, “지키길 바란다”, “절대 하지 마라” 같은 반말이나 ‘훈계조’의 표현이 잘못됐던 걸까. 이 말 역시 특별히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해서 풍자를 하는데 있어 반말이나 훈계조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고 앞서간 생각이다. 이것은 풍자의 사전적 의미는 알아도 그 진짜 의미는 잘 모르며, 또 그 효과적인 풍자의 방법도 잘 모르는 데서 기인한 생각이다.

 

풍자란 결국 권위의 해체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그러니 풍자에 존댓말을 쓰는 것은 실로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비아냥이 아니라면 말이다(만일 비아냥이 담긴 존댓말이라면 그것이 또 문제로 지목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풍자가 들어가는 개그코드들은 심지어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에게도 반말을 쓰고 훈계를 던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것이 풍자의 진면목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풍자를 하지 말라고 하든지, 다 해도 좋으니 높으신 분들을 대상으로는 하지 말라고 했다면 좀 솔직했을 게다. 하지만 같은 풍자를 놓고서 ‘바람직한 풍자’와 ‘바람직하지 않은 풍자’를 나눠놓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논리를 만들어 행정지도 조치를 내리는 것은 자칫 정치 풍자 같은 개그의 소재 표현을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이 정도 풍자는 당사자라도 허허 웃으며 넘어갔을 일이다. 하지만 더 좋지 않은 건 당사자도 가만있는데 알아서 앞서가는 과잉된 행동들이다. 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적어도 풍자의 영역만큼의 숨통은 마음껏 열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를 내버려둘 순 없는 걸까. 풍자는 본질적으로 대상의 고저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권위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반말이나 훈계조의 표현 정도는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치풍자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

점점 어려지고, 빨라지는 스타탄생

 

저스틴 비버의 'Baby'로 직접 짠 안무와 랩을 새롭게 시도한 방예담의 오디션 영상은 방송 직후 15시간만에 100만뷰를 돌파했다. 방예담과 같은 조에서 경쟁했던 악동뮤지션은 안타깝게도 조 2위에 머물러 생방송 진출을 단번에 이루지 못했지만, 이것은 역시 과정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오디션 무대에서 발표(?)한 음원들이 모두 차트 상위에 오른 악동뮤지션은 이미 오디션 참가자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음악적 세계와 스타일을 갖춘 악동뮤지션에게 혹평이 나온 것은 그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기대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사실 지금까지 탈락하지 않고 올라온 <K팝스타>의 참가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결성된 라쿤보이즈,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화제가 되었던 신지훈, 독특한 감성과 필로 심사위원들을 그 매력에 빠뜨린 최예근 같은 참가자들 역시 그 영상이 100만뷰를 돌파한 바 있다. <K팝스타>라는 방송이 가진 힘과 거기에 얹어진 어린 참가자들의 놀라운 음악적 가능성, 그리고 여기에 기획사 3사의 트레이닝이 삼박자를 이루어 만들어낸 사건이다.

 

어쩌면 이 삼박자란 기존 기획사들이 가수들을 발굴하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그 익숙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음악적 가능성을 갖춘 예비 가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트레이닝을 시킨 후 데뷔와 함께 방송의 힘을 덧붙이는 것. 하지만 이건 엄연히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신인가수의 데뷔무대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웬만한 신인가수들보다 더 빨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오디션 무대는 그 자체로 신인들의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인상이다.

 

과거 <슈퍼스타K>가 처음으로 서인국을 우승자로 뽑아놓고도 그가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인지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슈퍼스타K2>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을 열광시켰던 허각과 존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그 후 음악활동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획사에 소속되고 트레이닝 받고 음반을 내고... <슈퍼스타K2>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음악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강승윤은 오디션과 실제 가요데뷔 사이에 놓여진 간극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작곡한 ‘강북멋쟁이’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현재 방송의 힘을 극대화하기 마련인 오디션 프로그램 그 자체가 데뷔무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디션의 과정 그 자체가 신곡 발표의 장이 되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오디션을 통해 그 짧은 기간에도 놀라운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 방예담 역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능성을 발굴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자체가 가수인 무대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

 

<K팝스타>가 스웨그(Swag)를 외칠 때부터 이런 변화는 감지되었다. 독특한 개성과 끼라는 것은 이제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더라고 그 자체가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대중들이 ‘만들어진 스타’보다는 본래 그가 가진 것으로 ‘이미 스타’인 이들을 더 발견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다. <K팝스타>는 만들기보다는 발견하려고 했고, 그 발견은 이제 그 자체로 가수 데뷔와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 오디션은 따라서 그 자체로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해진 건 기성 가요계에 ‘손이 타지 않은’ 끼와 개성의 소유자들이다. 따라서 악동뮤지션이나 방예담처럼 주목받는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바로 그 트레이닝이라는 인위적 손길을 거의 거치지 않은 개성 덩어리들을 거기서 만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만이 갖고 있는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기획사 3사는 그 개성을 어떤 틀에 넣기보다는 그 자체로 극대화시키고 살려내는 작업을 해주며 방송사는 그것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점점 더 어려지고, 또 그들의 데뷔 과정이 점점 더 빨라지는 건 이제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이미 익숙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결과의 우승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자신들의 감성을 건드린 누군가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노래가 좋다면 기꺼이 음원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커버스커는 작년 한 해 가요계의 파란을 일으킨 인물들이지만, 정작 <슈퍼스타K3>에서는 톱10에도 들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물론 그는 2위를 차지했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데뷔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방송이 만들어내는 서바이벌 경쟁의 강한 스토리텔링 위에 꾸며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인 친구들이 매 회 등장해 노래를 발표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만들어낸 변화지만 <K팝스타2>는 그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이제 기획사들이 발굴해 트레이닝시켜 방송에 내보내는 과정은 너무 구식이 되어버렸다. 이제 오디션은 기획사가 방송사와 함께 그 과정을 통해 트레이닝하고 방송에 데뷔시키는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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