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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글로벌과 복고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확장

 

사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이전에 했었던 싹쓰리나 환불원정대 같은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소박한(?)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가 강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잠시 쉬어가는 아이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소박함 속에도 '특별함'은 존재했다. 물론 에일리와 김범수의 듣기만 해도 힐링되는 노래와 하모니가 주는 즐거움이나, 오랜만에 돌아온 윤종신의 감성 가득한 열창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었지만, '겨울노래 구출작전'의 백미는 존 레전드 같은 월드 클래스 아티스트와 오랜만에 옛 감성에 푹 빠뜨린 우리의 레전드 이문세의 무대였다. 

 

유재석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존 레전드의 'Bring me love'가 요즘 최애곡으로 여기에 푹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 계기가 됐다. 제작진에게 직접 연락을 해온 존 레전드는 유재석이 자신의 곡을 좋아한다고 말한 영상을 봤다며 그 곡을 유재석은 물론이고 한국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로써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월드 클래스 존 레전드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유재석"이라 말하며 한국의 팬과 유재석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만들어졌다. 존 레전드는 "사랑해요"라고 말하고는 직접 피아노를 치며 'Bring me love'를 불렀고, 노래 끝에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최근 들어 K콘텐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이제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에 존 레전드 같은 인물이 방송에 등장하는 풍경은 이례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세상은 점점 지구촌화되어가고 있고, 또한 우리네 콘텐츠들에 대해 해외에서 느끼는 친밀함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존 레전드는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존 레전드의 <놀면 뭐하니?> 출연이 공간적으로 확장되고 연결된 지금의 문화 환경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어진 이문세의 무대는 시간적으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문화 환경을 잘 드러내준다. 이문세가 이 무대에서 부른 1985년 발표된 이문세의 3집 앨범에 수록된 '그대와 영원히', '소녀' 같은 곡들은 벌써 35년이 지난 현재를 그 때의 시간대와 연결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단출한 기타 연주 하나에 이문세의 목소리만 얹어 부른 1991년 발표됐던 7집에 수록된 '옛 사랑'은 마치 그 시간대를 천천히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또 유재석과 함께 하모니를 맞춰 부른 '소녀'가 주는 아련한 감성이나, 공식 무대가 다 끝나고 스텝들을 위해 선물처럼 전한 '붉은 노을'이 주는 감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놀면 뭐하니?>의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그래서 다음으로 이어질 '카놀라유' 프로젝트로 가는 길 잠시 간의 휴식처럼 등장했지만, 그 안에 들어온 존 레전드와 이문세의 무대는 우리가 현재 들어와 있는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 문화의 색다른 지대를 확인하게 해준 면이 있다. 공간적인 확장을 보여주는 글로벌과 시간적 확장을 보여주는 복고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일까. <놀면 뭐하니?>가 올해 걸어갈 새로운 길들은 더더욱 큰 기대를 만든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이 프로그램이 열고 있는 이러한 확장된 시공간 속에서 펼쳐질 수도 있을 테니.(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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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04 15:37 BlogIcon 진서연 문화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정덕현 문화평론가님
    저는 고려대학교 학보사 고대신문 진서연 기자입니다.
    먼저 고대신문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고대신문은 매주 12면 분량의 신문을 제작하며 학생기자가 주축이 되는 신문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고대신문에서는 이번 방학호에 '부캐'(멀티 페르소나)를 대주제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제와 관련하여, 정덕현 평론가님께 인터뷰를 요청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이번 주제에 대해 취재하면서, 평론가님의 글과 평론가님의 말씀을 인용한 다양한 기사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평론가님과 인터뷰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캐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평론가님께서 가장 정확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멀티 페르소나의 유행이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평론가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다양한 인터뷰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만큼, 저는 평론가님께서 고대신문을 읽는 우리 학생, 교수, 교직원 분들에게 이 주제를 가장 정확하고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인터뷰는 2019년 말부터 우리나라에 부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왜 이렇게 뜨거워졌는지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출발하고 싶습니다. 또 여기서부터 '부캐' 유행으로 인한 문화계의 변화 등과 관련하여 평론가님의 의견을 담고 싶습니다. 평론가님께서 취재에 응해주신다면 인터뷰 전에 질문지를 작성해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standup@kunews.ac.kr 또는 010-3441-2467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로나19가 또 다시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 유의하시고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진서연 문화부기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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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제발 시대착오적인 드라마였으면 좋겠지만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에서 손녀딸 아이 백일잔치에서 며느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아들 무구일(조완기)이 아이를 보는 모습을 본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은 입이 삐죽 나온다. 그래서 못마땅한 얼굴로 보다 못해 자신이 아이를 볼 테니 아들보고 식사를 하라고 한다. 며느리 정혜린(백은혜)이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빨리 먹고 아이를 보겠다고 하고 아들도 나서서 자신이 아이를 잘 본다고 말하자 박기동은 아예 대놓고 며느리 들으라는 듯 이렇게 말한다. "애는 엄마가 봐야지?"

 

<며느라기>가 보여주는 백일잔치 풍경은 아마도 아이가 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게다. 아이가 생기면 가족모임이 있을 때마다 누구나 한 명은 아이를 돌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아이 엄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들은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인 양 저들끼리 떠들고 식사하기에 바쁘고, 심지어 아이 엄마도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기도 한다. 박기동의 말에 들어 있듯이 '애는 엄마가 봐야한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다.

 

백일잔치에서는 또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하나 더 낳으라는 말과,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이게는 언제 아이를 낳을 거냐는 말 그리고 엄마가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아이도 똑똑하고 엄마도 힘이 덜 부친다는 말 등등. 게다가 하나로 족하다는 말에는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같은 시대착오적인 말도 등장한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들과 그 속에서 당연시 되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나오는 성 차별적인 말들. 며느리들이 백일잔치, 생일, 명절 제사 등등.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어딘가 불편하고 꺼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일인가.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일하고 차별 없이 대화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그 훈훈한 분위기에서 혼자만 소외되고 있다는 상실감이 배로 느껴질 게다.

 

그래서 민사린(박하선)은 남편 무구영(권율)과 호캉스를 가기로 한 날 박기동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말에 회사 워크샵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박기동은 사실 민사린의 생일을 기억하고 한 끼를 같이 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늘 불편했던 시댁 가족모임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평소 시댁이 뭐든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줬다면 민사린은 솔직히 이야기했을 게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알게 된 박기동은 왜 며느리가 거짓말을 했을까는 생각하지 않고 서운함에 화를 낸다.

 

이런 일들이 매번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 누군가의 생일, 특별한 날을 축하하는 잔치, 명절은 그래서 며느리에게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불편하고 불행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된다. <며느라기>는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어 당연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이나, 어떤 관례화되어버린 행동들이 어떻게 며느리의 숨통을 조금씩 조여 오게 되는가를 디테일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혹자들은 요즘 세상에 이런 집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타인의 과는 잘 보면서도 자신의 과는 보지 못하는 게 사람의 편협한 시각이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을 보며 저건 '나의 일'이 아니다 라고 부인할 일이 아니다. 혹여나 나도 저런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해왔던 건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그건 어디나 있는 일이니까.

 

<며느라기>가 민사린이 무구영과 결혼해 시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상처들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 그래서 가치가 있다. 문제의식 없이 지나치던 일들을 다시금 곱씹어보고 그것이 타인에게 줬을 상처들을 생각해볼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집이 어디 있느냐고 치부되는 시대착오적인 드라마였으면 좋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현실이니 말이다.(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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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여서 가능한 드라마의 진화, 우리의 선택은?

 

작년 한 해 드라마들 중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가 가보지 않았던 세계를 탐험한 작품들을 고르라면, <킹덤2>, <인간수업>, <스위트홈>이 아닐까.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이 이끌어낸 이 작품들은 그간 우리네 드라마가 가보지 않았던 신세계를 열어 보였다. 그리고 그 신세계는 로컬에 머물러 있던 우리네 드라마가 이제 글로벌로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재작년 초에 방영되어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이끌었던 <킹덤>은 애초 우리네 드라마 플랫폼들에서는 제작 자체를 얘기하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고 그것을 조선시대를 바탕으로 하는 사극으로 연결한다는 파격이 그렇다. 좀비 장르의 특성상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신체 절단이나 식인 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종편이라고 해도 제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고, 19금 드라마는 물론 JTBC <부부의 세계>로 인해 활짝 그 성공의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보편적 시청을 지향하는 기성 플랫폼들이 꺼려지는 요인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사극에 대한 보수적 시선이나, 제작비 같은 현실적 문제들도 <킹덤>의 드라마화에는 넘어야할 장벽이 됐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을 단번에 넘겨줄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워킹데드> 같은 좀비물의 성공을 통해 이 플랫폼에 좀비 장르에 대한 보편적인 마니아층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거기에 <킹덤>은 딱 맞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좀비 장르의 보편적 대중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선시대 배경이라는 차별점이 확실한 작품. 또한 이 플랫폼에서 19금은 결코 장벽이 아니었고, 제작비도 타 드라마들에 비해 엄청난 가성비가 있었다. <킹덤>은 그렇게 이 플랫폼을 만나 성공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인간수업>이라는 드라마 역시 우리네 드라마 플랫폼에서는 결코 시도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지만 19금 드라마인 이 작품은 청소년들의 성매매 같은 소재가 가감 없이 등장했고, 그 파격 위에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들이 해보지 않았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었다. 자극적이지만 완성도는 높은 넷플릭스의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진 이 작품은 그래서 우리 드라마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한 해의 성과로 남을만한 작품이 되었다.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시즌2가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스위트홈>은 이러한 넷플릭스여서 가능한 세계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크리처물 자체가 드라마화된 일이 별로 우리네 드라마 현실에서는 대단히 이질적이면서 동시에 우리식의 연민의 시선이 들어간 '괴물화'라는 콘셉트는 독특하고 신박한 세계관을 그려냈다. 물론 웹툰을 통해 먼저 이 작품을 만난 시청자라면 드라마 리메이크에서 호불호가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드라마만으로 보면 <스위트홈>은 확실히 글로벌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을 법한 우리네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그들의 로컬 전략에 맞춰 투자됨으로써 탄생하게 된 이 새로운 드라마의 세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촉발된 일이긴 하지만, 이것은 우리네 드라마가 지금껏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같은 기성 플랫폼에 매여 있어 나가보지 않았던 세계를 이제는 탐험할 때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넷플릭스가 우리네 일상 깊숙이 들어왔고, 이를 통해 우리네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을 통해 볼 수 있었듯이 갈수록 로컬에 머무는 드라마업계는 소소해지고 외면 받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열게 된 새로운 세계지만, 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드라마 스튜디오들의 좀 더 과감한 투자와 플랫폼 다양화가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제 2의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같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게 할 것이니 말이다. 이미 이 세계는 활짝 열렸고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사진:넷플릭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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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용'이 출연 배우 교체에도 이어가는 진정성의 실체

 

 '이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나 일부 상황, 인물, 이름, 사업체, 사건, 지역에는 극적효과를 위해 허구를 가미했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그런 고지로 시작한다. 보통 '실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고지하는 내용과는 정반대다. 이런 고지를 하게 된 건 이 작품이 재심 전문변호사 박준영 변호사와 이를 기사화해 유명해진 박상규 기자의 실제 사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들이 쓴 '지연된 정의'에 등장하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 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이미 영화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뤄졌던 실제 사건들이고, 이 사건들의 재심과정은 <날아라 개천용>의 주된 스토리다. 

 

실제 현실에서 재심으로 승소하는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날아라 개천용>의 특별한 이야기는 판타지와 현실이 공존하는 이 지점에서 폭발력이 생겨난다. "저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하고 속 시원하게 펼쳐지는 드라마 내용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도 그것이 현실과는 다르다고 질문을 던질 때, 이 드라마는 말한다. 그것이 실제 벌어졌던 일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날아라 개천용>에 박상규 기자의 드라마 속 인물인 박삼수 역할을 연기한 배성우의 음주운전 적발사실이 알려지면서 암운이 드리워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진정성이 가장 강력한 힘이었던 <날아라 개천용>은 더 이상 배성우를 박삼수 역할로 세울 수 없게 됐다. 박삼수는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정의를 위해 진실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닌가. 그러니 시청자들로서는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배성우가 연기하는 박삼수에 몰입하기가 어렵게 됐다. 

 

결국 배성우는 하차하고 대신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그 역할을 맡아봐야 그 배우가 얻을 건 별로 없는 그런 상황. 배성우의 입장을 챙길 수 있는 건 소속사뿐이 없었다. 애초 같은 소속사 배우였던 이정재가 거론되었지만 대신 소속사 대표인 정우성이 대신 그 역할을 떠안았다. 그리고 몇 주 간의 휴방을 거쳐 드디어 1월 1일 방영을 재개했다. 

 

정우성은 17회부터 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약 2주간은 배성우가 나오는 <날아라 개천용>을 계속 봐야 한다. 최대한 배성우가 맡은 박삼수 기자의 분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박태용 변호사(권상우)와 함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역할을 줄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박태용 변호사가 맡은 재심사건이 가까스로 증거를 찾아내 승소의 실마리를 잡게 되고 그걸 기사화했던 박삼수 기자의 '기사 펀딩'에 5억이 넘는 기부금이 모이면서, 그 돈의 쓰임새를 파고든 장윤석(정웅인) 검사와, 박태용 변호사를 아예 당으로 끌어들이려는 강철우(김응수) 시장으로 새로운 갈등국면이 생겨났다. 

 

결국 펀딩 받은 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박태용 변호사의 선언은 그래도 현실적인 생계를 챙기려던 박삼수 기자와 갈등을 일으키고, 여기에 정치권에서 박태용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이들이 애초 꿈꾸던 초심을 흔들어 놓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박삼수 기자의 역할을 줄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배성우가 연기하는 박삼수 기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이제 17회부터 이를 이어받을 정우성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지점은 배성우에서 정우성으로 배우가 바뀌게 되는 사태를 겪고 있는 <날아라 개천용>의 힘이 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1월 1일 방송된 13회 시청률은 5.7% 휴지기 전인 12월 12일 방송된 12회 시청률 5%보다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음주 사건 이후 떨어진 시청률이 배성우가 계속 출연하고 있음에도 오름세로 전환된 것. 어째서 이런 특이한 흐름이 생기고 있는 걸까. 

 

그건 그나마 이 작품이 허구가 아니라 실화에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부적절한 사유로 인해 배성우가 하차하고 정우성이 그 역할을 이어받게 됐지만, 그래도 그 배우들이 연기하는 박삼수라는 인물은 가상이 아닌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 진정성을 그나마 붙잡아주고 있다. 즉 실화의 실제 인물을 저들이 재연하고 있다는 이 작품의 특이한 관전 포인트는, 배우 교체라는 사태 속에서도 그나마 작품을 계속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부여하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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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드라마 패권 경쟁, tvN·JTBC·SBS·넷플릭스였던 까닭

 

지난 2020년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을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지상파의 드라마 위상이 과거보다 급격히 추락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상업방송인 SBS만이 그래도 지상파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말할 수 있지만, MBC와 KBS는 이렇다 할 성공작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드라마가 극히 적었다. 

 

먼저 SBS는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남궁민이 생애 첫 대상을 거머쥐게 한 <스토브리그> 같은 좋은 작품이 있었고, <펜트하우스> 같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파괴력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나 <하이에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이 고르게 수상을 했고, 그건 SBS가 2020년 한 해 꽤 선전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반면 <2020 KBS 연기대상>을 보면 대상을 받은 천호진이 출연했던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여자 최우수연기상(이민정), 장편 여자 우수연기상(이정은), 장편 남자 우수연기상(이상엽) 등등 10여 부문이 넘는 상을 쓸어갔고, <오! 삼광빌라> 역시 만만찮은 상들을 가져감으로써 사실상 KBS의 한해 성과가 주말드라마에 거의 집중되어 있었다는 걸 드러냈다. <바람피면 죽는다>, <출사표>, <포레스트> 같은 미니시리즈들이 있었지만, 그 존재감은 낮았다. 

 

<2020 MBC 연기대상>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박해진이 대상을 또 김응수가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꼰대인턴>과, 신성록이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카이로스>, 남지현과 이준혁에게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이 돌아간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 하지만 <꼰대인턴>이 6%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카이로스> 역시 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MBC 드라마가 점점 대중적인 힘을 잃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SBS를 빼고는 사실상 소소해진 지상파 드라마들의 상황은, 드라마의 패권이 tvN, JTBC 같은 비지상파와 넷플릭스 같은 OTT로 이동하고 있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tvN은 2020년 한 해의 드라마 이슈를 거의 쓸어가다시피 할 정도로 화제작들이 쏟아졌다. 일본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킨 <사랑의 불시착>을 위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청춘기록>, <비밀의 숲2>,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뒀다. JTBC도 하반기에 주춤했지만 상반기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끌어 모았다. 

 

무엇보다 2020년은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드라마들이 우리네 드라마의 지평을 넓히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한 해였다. <킹덤>, <인간수업> 그리고 <스위트홈>에 이르는 2020년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갔다. 

 

2021년은 아마도 이런 지상파에서 점점 비지상파와 OTT로 드라마의 패권이 옮겨가는 흐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들도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지되는 상황 속에서 사실상 실제 대결은 제작사들인 스튜디오의 대결이 되어가고 있다. SBS의 스튜디오S, tvN의 스튜디오 드래곤, JTBC의 JTBC스튜디오 같은 제작사들이 그들이다. 이 제작사들은 모회사에 대한 드라마 수급은 물론이고 타 방송사, 타 플랫폼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말이면 기대되곤 했던 빅이벤트로서의 지상파 연기대상은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만큼의 위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플랫폼의 역할만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 힘은 제작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면, 좀 더 방송3사는 물론이고 비지상파, OTT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연말 시상식이 이제는 필요해지지 않았나 싶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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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한 해의 마무리에 들려준 해고, 은퇴, 사별의 이야기

 

"기장님들이나 나이가 좀 있으신 사무장님들은 가정을 책임지셔야 하고 자격증이 되게 전문적이잖아요. 항공쪽 아니면 이걸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간담회 같은 데 가보면 택배 알바를 가셔서 다리를 다치셔서 목발을 짚고 오신 분도 계시고... 거의 눈물바다였던 것 같아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한 해의 마무리 방송에 '시작과 끝'이라는 주제로 초대한 한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정리해고된 류승연씨는 의외로 너무나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어려움보다 간담회 같은 데서 봤던 나이가 있으신 선배들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했다. 선배들은 늘 밝고 긍정적인 류승연씨를 보며 힘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너무나 잘 구해서 '알바몬(알바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류승연씨는 무급휴직 7개월 동안 전시회 안내, 텔레마케터 꽃집 판매원, 피부 테라피샵 접수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야기를 꽤 밝은 얼굴로 웃으며 전해줬다. 지난 2월에 입사해 비행을 1년 정도 하다 해고통지를 받았다는 류승연씨. 취업 시험에만 30번 정도 떨어져 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된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자신에게 "넌 잘하고 있어"라고 스스로 자꾸 이야기한다며 밝게 얘기하던 류승연씨는 그러나 다른 동료들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먹먹해했다. 그는 자신을 보며 힘이 난다 말해주는 선배, 동료들의 이야기 때문에 애써 밝게 웃고 있었다. 힘겨워도 애써 웃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잘 될 거라 말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분들이 있어 이 어려운 시국에도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올해의 마지막 초대손님으로 소개한 허필용씨의 이야기 역시 이 날의 주제였던 '시작과 끝'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36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허필용씨. 하나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마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평범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위대함이 느껴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직장에서 아내도 만나 결혼하고 한 평생을 보냈던 허필용씨는 직장이 그저 일터가 아닌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니 그 곳을 떠나는 소회와 상실감이 어찌 없을까. 은퇴자가 갖게 되는 막막함이 있지만 함께 온 아들과 딸은 그가 그래도 든든해하는 의지처이기도 했다. 12월 31일자로 정년퇴직하지만 3개월 휴가를 줘서 마지막 출근을 하게 됐던 날 딸이 차려줬다는 아침상의 이야기에서 그가 느꼈을 고마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왜 아침상을 차려주셨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딸은 "일부러 기억을 했다"고 했다. "아빠가 마지막 출근인데 어떤 심정이실까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해드릴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딸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또한 따뜻하게 느껴졌다. 허필용씨는 조심스럽게 올해 먼저 떠나간 아내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직장을 떠나게 됐는데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고. 딸이 아버지에게 마지막 날 아침상을 차려드린 데는 바로 그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해드리려는 마음이 있었던 거였다. 

 

올 7월 암으로 사별했다는 아내를 매일 생각한다는 허필용씨는 "퇴직의 의미"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상실감"이 더 많고 늘 함께 했던 사람을 먼저 보냈다는 사실에 마음이 저리다고 했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보다는 남편과 아이들 걱정 때문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아내에게 전한 허필용씨의 영상편지는 짧아도 우리네 삶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사랑하는 박순애. 나란 사람 만나서 6년 연애하고 29년 동안 우리가 부부로 살았어. 인생 살다보니 이런 일 저런 일도 많이 겪었고, 같이 살면서 나는 그대와 같이 살았던 시간들이 내 몸 속에 다 녹아있어. 행복했어.. 자기가 걱정하지 않게 아이들 잘 뒷바라지하고 하늘에서 만났을 때 나 이렇게 살았다고 자랑할게. 그 때 다시 만나면 말 많다고 흉봐도 좋아. 할 얘기 많이 있어." 

 

유재석은 엽서로 보내 준 자기님들의 사연 중, 올 해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누구냐는 질문에 어느 한 사람을 꼽을 수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한 분 한 분 인생을 어떻게 보면 다 드라마이고 영화입니다." 실로 이 말은 사실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지금껏 만난 분들의 이야기는 뭐 대단할 것 없는 소박한 삶들이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편의 드라마, 영화 아닌 게 없었다. 누구나 그렇게 한 세상 살다 떠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삶이 이토록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비춰주고 있었으니까. 한 해를 마무리하지만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점에 있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한 편의 드라마고 영화라는 걸 말해주며.(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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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남궁민의 연기에 깃든 드라마의 메시지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은 시청자들을 그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진 집단 사망 사건이 그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면, 28년 후 발생하는 연쇄 예고 살인은 그 미궁이 갈수록 깊어진다는 예고였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아무런 단서 없이 툭 던져진 미궁 속에서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그 28년의 간극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사건들을 연결시켜준 건 특수팀 팀장 도정우(남궁민)다.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지만 냉소적인 말투에 어딘지 허무 가득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던 도 팀장은 죽은 자들에게서 아무런 망설임이나 공포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연쇄 예고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것이 자각몽을 이용한 것이란 게 밝혀진다. 

 

이 과정에서 범죄심리학박사로 미국 FBI에서 파견된 제이미(이청아)가 도정우와 함께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생존해 탈출한 인물이라는 게 밝혀지고, 그가 우연히 만난 문재웅(윤선우) 또한 그 때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들은 당시 생체실험으로 죽어나간 아이들 속에서 살아남아 남다른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 또한 밝혀진다. 

 

애초 도정우라는 인물은 그래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과 현재 발생한 연쇄 예고 살인을 연결하는 존재로서 등장해, 과거에 벌어졌던 생체실험이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가는 인물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백야 재단과 자신의 방식으로 맞서는 인물이 된다. 처음에는 특수팀 팀장이었다가, 연쇄 예고 살인의 용의자가 됐던 도정우는 이제 과거 생체실험으로 갖게 된 능력으로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또 다른 아이들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는 거대 권력 집단인 백야 재단과 맞서는 다크 히어로로 변신한다. 그 미로 같은 이야기에서도 시청자들이 길을 잃지 않은 건 바로 이 인물 덕분이다. 

 

그런데 도정우는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그려내려 하는 '모호한 경계'라는 메시지를 캐릭터적으로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생체실험을 통해 보통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되지만, 그 부작용으로서 뇌에 이상을 갖게 된 시한부이기도 하다. 그는 초능력자이지만 그 능력의 대가로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낮인 듯 보이지만 밤이 겹쳐져 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미스터리한 스릴러가 그 복잡한 미궁 속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낮과 밤>에는 우리가 분명하다 믿고 있던 어떤 것들이 사실은 모호한 경계에 서 있어 그것이 낮인지 밤인지를 알 수 없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줘야 할 보육원은 생체실험을 위해 아이들을 수급하는(?) 일을 하고 있고, 공혜원(김설현)에게는 그저 일만 아는 평범한 아버지인 줄 알았던 공일도(김창완)가 바로 그 실험을 28년 간이나 하며 이를 숨겨왔던 인물이다. 

 

진범을 잡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경찰 조직은 하얀밤 마을의 그 집단 사망 사건의 증거들을 은폐하고, 심지어 이 엄청난 범죄를 자행한 백야 재단에는 오정환(김태우) 같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개입되어 있다. 게다가 이 실험에서 나온 공식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백 살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하얀밤 마을의 집단 사망 사건이나 연쇄 자살 사건을 일으킨 것도 이른바 '자각몽'을 이용한 범죄로서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이용한 사건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얀밤 마을에서 비공식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 셋 중 하나인 문재웅(윤선우)은 이 낮과 밤을 해리성 인격장애를 통해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함께 하얀밤 마을에서 탈출한 장용식(장혁진)에 학대당하며 포털 MODU를 통해 여론 조작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살인자의 또 다른 얼굴이 등장하며 장용식을 오히려 지배하는 존재로 변신한다. 이러한 해리성 인격장애는 제이미 또한 겪던 일이라는 점에서 하얀밤 마을의 생체실험이 야기하는 뇌 이상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런 경계가 모호한 상황, 사건, 인물들을 통해 <낮과 밤>은 우리가 명징하다 여겼던 세계가 사실은 무수히 그 범주를 넘나드는 경계 위에 존재한다는 걸 드러낸다.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세상도 없고, 심지어 사람도 없다. 그래서 도정우라는 인물은 주인공이면서도 시청자들조차 이 인물의 실체를 의심하게 되는 놀라운 캐릭터다. 그는 살인자인가 아니면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자들을 처단하는 영웅인가. 그는 피해자인가 아니면 가해자인가. 그는 초능력자인가 아니면 죽을 날을 앞둔 시한부인가. 

 

남궁민은 이 '낮과 밤'의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동시에 가진 도정우라는 인물을 놀랍도록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낸다. 그의 섬세한 연기는 항상 입에 물고 다니는 막대사탕 하나만으로도 그의 이중성을 드러낼 정도다. 달콤해 보이는 사탕이지만, 그것은 먹지 않으면 뇌가 터져버릴 수도 있는 약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처럼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리며 막대사탕을 빨지만, 거기서 도정우라는 인물의 현실적인 고통이 느껴진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표정을 잔뜩 짓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이 연민을 자아내게 만드는 인물. 남궁민이 아니었다면 이 복잡한 감정을 시청자들이 따라갈 수 있었을까 싶다. 그의 연기는 실로 이 미궁에서의 실타래가 되어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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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대상 수상 소감에 담긴, 가족애·동료애·인간애

 

<2020 MBC 연예대상>의 대상은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대상 수상이었다. MBC를 넘어서 올해 방송 전체를 통틀어 봐도 <놀면 뭐하니?>가 가장 독보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한 해였고,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재석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은 <2020 MBC 연예대상>에서 <놀면 뭐하니?>가 각 부문에서 상을 휩쓰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상의 유재석은 물론이고, 최우수상을 화사, 이효리가 각각 받았고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도 <놀면 뭐하니?>였다. 그밖에도 올해의 예능인상(유재석), 우수상(김종민, 엄정화, 제시), 베스트 커플상(지미유, 린다G), 올해의 작가상(최혜정)이 모두 <놀면 뭐하니?>로 돌아갔다.

 

유재석 대상에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겹쳐졌다. 수상 소감에서도 밝힌 것처럼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한 후 새로 돌아온 <놀면 뭐하니?>가 1년 반 만에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나,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로 인해 바뀌고 있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 유재석이 이른바 '부캐'의 세계로 또 다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는 사실도 놀라운 것이었다.

 

유재석에게는 개인 통산 15번째 대상 수상인데다, <MBC 연예대상>만 총 7회 대상을 수상해 그간 이경규와 6회로 동수였던 최다 대상 수상 기록을 넘어섰다. 사실 트렌드가 바뀌는 와중에도 계속 대상을 거머쥘 수 있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유재석은 어떻게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김태호 PD라는 독보적인 연출자와의 협업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연출자가 있어도 그것을 찰떡 같이 해내는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이런 결과를 처음 <놀면 뭐하니?>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수상소감을 잘 들어보면 그가 어째서 올해의 이런 성과를 냈는 지와, 지금도 여전히 대세로 자리하고 있는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먼저 가족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유재석은 어머니, 아버지만이 아닌 장인, 장모님에게도 그 마음을 전했고, 무엇보다 "저도 나경은씨의 남편인 게 자랑스럽고 너무 고맙다"는 말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방송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그 마음은 어쩌면 이러한 가족애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유재석은 김태호 PD는 물론이고 <놀면 뭐하니?>의 작가부터 스텝까지 제작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고, 나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준 많은 연예인들을 일일이 언급하며(특히 이효리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이 상이 그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의 동료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린 개그맨 후배들을 위해 MBC에 그들이 꿈꿀 수 있는 작은 무대가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과 올해 이른 나이게 먼저 떠난 고 박지선씨에 대한 애도를 빼놓지 않았다. 그의 남다른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일선에서 헌신한 많은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즉 그는 수상소감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 모두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걸 밝혔다. 가족이 있었고 제작진과 동료가 있었으며 후배가 있었고 나아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다. 거기에는 가족애와 동료애 그리고 인간애가 느껴졌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할 때 자신 있다고 한 적은 없지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임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안에는 가족, 동료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그의 남다른 태도가 스며 있었을 게다. 그것이 있어 그는 트렌드가 바뀌어도 여전히 대세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일 테니.(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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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 과연 소문난 잔치에 송가인 같은 스타탄생 가능할까

 

TV조선 오디션 <미스트롯>은 지금의 트로트 열풍의 문을 연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종편 채널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최고시청률 18.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송가인이라는 엄청난 트로트스타를 탄생시켰다. <미스트롯>의 성공은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져 최고시청률 35.7%를 기록했고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희재, 김호중, 정동원 같은 톱7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그러니 이 힘을 이어받은 데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스트롯2>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 기대는 첫 회 28.6%라는 대박 시청률로 나타났다. 원조인데다 트로트 오디션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미스트롯2>는 이미 프로그램으로서의 대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렇게 시청률 대박을 기록하고 있는 <미스트롯2>가 과연 그 브랜드를 이번 시즌을 통해 제대로 유지할 것인지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건 엄청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실력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려 2시간 47분 간 진행됐던 첫 방송에서 인상 깊은 출연자는 주현미의 '울면서 후회하네'를 부른 대학부의 외국인 참가자 마리아, 현역부B의 아이돌 베스티 출신이지만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활동하고 있는 강혜연, 꾹꾹 눌러가다 폭발하는 감성을 표현한 12년차 트로트 가수 윤태화 그리고 아이돌부 연습생 출신 홍지윤 정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앙증맞은 초등부 친구들이 대거 출연해 전원 합격을 받았지만 어딘지 어른 흉내 내는 느낌이 강했고, 사연은 충분했지만 과연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가수가 맞나 싶은 출연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왕년부는 왜 신설했는지 모를 출연자들이 출연한데다, 같은 연예인 동료로서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보기 불편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그나마 실력을 기준으로 깐깐하게 심사를 한다 여겨지는 박선주와 조영수 마스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보다는 그들의 심사에 불공정한 뉘앙스를 만들어냈다.

 

이런 사정은 역시 2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2회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출연자들로, 나이답지 않게 구성진 목소리를 선보인 중등부 부산 브니엘 예고 성민지, 모든 참가자들이 라이벌로 꼽은 전유진, 무결점 가창을 보여준 현역부 A조의 주미, 힘까지 더해져 돌아온 재도전부의 김의영 정도가 꼽혔지만 기본 음정이 흔들리는 출연자도 적지 않았고, 특별한 개성이 안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부 같은 경우는 오디션이 아니라 쇼를 위해 등장한 듯한 출연자들이 대부분이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몰입감을 깨기도 했다. 

 

2회에서도 역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만한 풍경들이 등장했다. 현역부 A조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미스터 트롯>의 톱6는 남다른 애정과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고, 왕년부에서도 영지 같은 출연자는 박선주나 임영웅과 밀접한 인연이 있는 사이라 역시 공정한 심사가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을 만들었다. 

 

즉 <미스트롯2>는 전반적으로 실력자의 수가 적고, 무엇보다 <미스트롯> 시즌1의 열풍을 만들었던 송가인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게다가 이미 소속사를 갖고 있거나 방송에 출연해 익숙한 출연자들이 왕년부, 재도전부, 현역부는 물론이고 다양한 부서(?)에서 상당히 많은 수로 무대에 서고 있어 신선함도 떨어지고 공정성에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 <미스터트롯>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트로트 오디션이 될 수 있었던 건 실력을 갖춘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트롯2>는 근본적으로 이런 출연자 풀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2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121인이라고 하지만, 쇼를 위해 출연한 듯한 직장부가 어떤 경쟁률을 뚫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때론 기본도 없지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라고 출연한 이들 역시 어떻게 예선을 통과했는지가 의문이다. 

 

<미스트롯2>는 이미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벌써부터 갖가지 논란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성 문제가 이미 방영 전부터 예선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논란이 생겨나고 있고, 순전한 실력으로 모든 이들에게 열려진 기회가 아니라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심지어 소속사까지 있는)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 점은 그 자체로 논란의 불씨들을 안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은 지금 과할 정도로 많아져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호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이 트로트 트렌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송가인이나 임영웅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새로운 스타들이 있어서다. 과연 <미스트롯2>도 이런 신예 스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제2의 송가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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