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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나의 해방일지’, 망가진 이들은 과연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 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는 바다. 갇힌 거 같은데 어딜 어떻게 뚫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뭐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더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염미정(김지원)은 이른바 해방클럽에 들어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그 해방클럽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행복지원센터에서 하도 동호회에 가입을 권유받지만 도무지 동호회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없는 세 사람..
‘내일’, 뻔한 사이다 대신 사연을 들어주는 걸 선택한 이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을 막는 ‘위기관리팀’. 실제 현실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팀이지만 사실 이런 팀은 불가능하다. 일일이 그런 위기 앞에 놓인 인물들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미리 찾아내 예방할 것인가. 그래서 MBC 금토드라마 은 망자를 인도하는 저승사자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런 선택을 막는 역할을 부여한 판타지로서 풀어낸다. 그래서 에서나 보던 옥황(김해숙)은 저승독점기업 주마등의 회장으로 등장하고 저승사자들은 ‘인도관리팀’, ‘위기관리팀’ 같은 직장의 팀으로 그려진다. 위기관리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기에 처한 이들의 과거나 기억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심지어 남은 자를 지켜달라는 망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나의 해방일지’, 흰자의 삶에 대한 박해영표 위로 “넌 그냥 딱 촌스러운 인간이고, 난 그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경계선 상의 인간이고.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라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창희(이민기)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유로 경기도에 살아가는 자기 삶의 환경을 이야기한다. 서울과 경기도를 계란 노른자와 흰자로 비유해 말하는 대목이 웃음을 준다. 그런데 그 뒤에 어딘가 짠한 페이소스 같은 게 남는다. 이건 대체 뭐지? 는 경기도 남쪽 수원 근처 산포(가상의 지명이다)라는 곳에 살아가는 창희, 미정(김지원), 기정(이엘) 남매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사실 어느 정도는 과장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건 너무나 공감가는 대..
이정은과 차승원으로 연 ‘우리들의 블루스’, 무슨 이야기를 건네고 있나 “성질 그 때 터프하고 어쩌다 웃을 때는 따뜻하고 밝고 뽀송뽀송 예뻤지개. 패기도 있고. 그 때 우리 다 그랬지개.” 깔깔 웃으며 바닷가에서 뛰놀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 때 난 어떤 모습이었냐고 묻는 한수(차승원)에게 은희(이정은)는 그렇게 말한다. 은희의 그 말을 들으며 한수도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난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치? 가끔 너무 가난히 싫어서 괜히 울컥하긴 했어도 그 때 나 니들하고 놀 때 곧잘 웃기도 했어 그치? 지금처럼 재미없고 퍽퍽한 모습은 아니었어. 그치?” 하지만 이제 40대 후반, 오십 줄을 앞두고 있는 한수는 삶이 재미없고 퍽퍽하다. 빚에 허덕인다. 아내와 딸을 골프 유학을 보낸..
‘스물다섯 스물하나’, 시대와 대결하는 이주명 “내 친구가 또 맞았어. 학주가 내 친구 뺨을 때리고 머리를 때리고 결국 입술에 피가 터졌어. 구경하던 애들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어. 학주가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모든 상황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흘러갔고 나는 이 당연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경찰을 불렀어. 근데 경찰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았어.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그럴 줄 알았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세상이 너무 자연스럽더라. 나는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꼭 말하고 싶어. 이건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그 일이 오늘 태양고등학교에서 일어났고 그 일을 반복하는 폭력교사 이름은 서영성이야.” tvN 토일드라마 에서 지승완(이주명)은 자신이 하는 해..
범죄스릴러와 복수극이 가미된 ‘돼지의 왕’, 훨씬 쫄깃해졌다 2011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다. 끔찍한 학교 폭력을 통해 들여다본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피지배자 등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 물론 특유의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부조리한 사회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연상호 감독의 세계는 이미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엿보였던 것이지만, 사실상 그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건 이었다. 그 작품이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건, 애니메이션이 가진 압축적인 서사를 12부작 드라마로 늘려놓았을 때 어딘가 느슨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점과, 특유의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이 자칫 장르물의 틀에 희석되는 건 ..
김태리와 남주혁의 무지개, 봄을 부르는 청춘멜로(‘스물다섯 스물하나’) “정리할 말이 없어. 우리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직 세상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지인, 친구, 연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 구분 중엔 속하는 게 없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우리만 알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정의하면 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지만 까짓것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뭐 우리 관계는 전화기다, 물 컵이다, 가위다 아니면 구름이다, 무지개다. 우리가 만들면 되는 거잖아.” tvN 토일드라마 에서 나희도(김태리)는 백이진(남주혁)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이진에게 요즘 “너 땜에 미치도록 복잡하다”며 질투하고, 좋아하고, 열등감도 느끼고 그래..
‘사내맞선’,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반응 나쁘지 않은 건 회사 대표 강태무(안효섭)와 평범한 사원 신하리(김세정). 친구 진영서(설인아)를 대신해 나간 맞선에서 신하리는 그 상대가 자신의 회사 대표 강태무라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하고, 갖가지 남자들이 싫어할 짓들을 다했는데도 강태무가 뜬금없이 결혼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또 한 번 놀란다. 알고 보면 강태무의 조부 강다구(이덕화)가 하도 손자를 결혼시키려 맞선을 주선하는 바람에 그렇게라도(계약결혼) 이를 피하려 한 제안이다. 결국 사실이 모두 드러나지만 강태무는 신하리에게 결혼을 전제한 계약연애를 제안한다. 물론 강태무는 신하리가 자기 회사 직원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매달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강태무의 말에 혹하지만, 신하리는 아무리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