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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더 퍼스트 슬램덩크’, 5인방의 약점 극복기가 건드린 정서 영화 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요즘처럼 영화관의 관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 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150만 관객(24일 현재)을 돌파했다. 영화의 성공과 함께 세트로 출시된 만화와 관련 굿즈 시장들도 들썩이고 있다. 무엇이 이런 뜨거운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일단 영화적으로만 보면 는 원작을 보지 않은 일반 관객들 또한 빠져서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영화는 거두절미하고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전편에 걸쳐 보여주면서, 중간 중간 플래시백으로 그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과거사를 끼워 넣는다. 즉 과거 이들이 어떤 일들을 겪어 이 경기까지 오게 됐는가의 이야기를 개개인의 사적인 서사들을 통해 채워 ..
‘대행사’, 폐허가 된 이보영의 마음, 중요해진 전혜진의 역할 “아니, 사는 것도 쓴데 먹는 것도 맨날 이렇게 쓰면 무슨 힘으로 버티겠어요?”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조은정(전혜진)이 케이크를 챙겨다주며 하는 그 말에 고아인(이보영)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고아인의 쓰디쓴 삶은 그의 책상 위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쓴 커피가 늘 놓여 있고, 한쪽에는 머리를 쥐어 짤 때 습관적으로 물고 있었던 담배들이 쌓여 있다. 고아인이라는 캐릭터에서 특이했던 점은 바로 이 담배를 피우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물고 일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피웠다 끊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담배를 물고 있는 행위는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 업무의 과중함이 느껴지고 건강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
‘일타 스캔들’, 공감 가는 로맨틱 코미디 만든 연출의 비결 드라마를 보다 보면 때론 주인공만이 아니라 주변 인물 혹은 지나치는 역할조차 연기 공백이 없어 보이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조연들이 ‘미친 존재감’을 보이는 건 이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거의 단역처럼 보이는 이들조차 진짜 현실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착 달라붙는 연기를 보여줄 때 시청자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드라마에 보다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디테일한 밑그림이 그 위에 전개되는 사건들에도 보다 리얼한 생동감을 주기 때문이다. tvN 토일드라마 은 바로 그런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중심은 역시 타이틀 롤인 전직 핸드볼 선수였다가 지금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남행선(전도연)과 자칭 타칭 ‘1조원의 사나이’로 불리는 수학 일타강가 최치열..
‘어른 김장하’, 감탄하고 먹먹하다 부끄러워지는 인물 다큐 “김장하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자기한테 고마워 할 필요는 없고 자기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할...”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김장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거기에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의 차원을 넘어 진심에서 우러나는 존경심, 숭고함에서 느껴지는 먹먹함, 그 분처럼 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데서 오는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제가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말문을 이은 문형배 재판관의 그 말 속에는 김장하 선생님이 자신의 길에 어떠한 ..
유연석이 그나마 문가영의 처지가 눈에 밟히는 이유(‘사랑의 이해’) “이런 거다. 괜한 오기를 부리게 하고. 흔들렸으면서도 끝내 솔직하지 못했던 이유. 그 남자의 망설임을 나조차 이해해버렸으니까.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권리가 나한테 없다는 거. 발버둥 쳐봤자 내가 가진 처지라는 게 고작 이 정도라는 거.” 안수영(문가영)이 하상수(유연석)에 대해 갖는 감정은 복잡하다. 그에게 흔들리긴 하지만 자신의 초라한 처지는 그의 작은 망설임조차 스스로 이해하게 만든다. JTBC 수목드라마 가 다루는 사랑이야기는 그 관계 에 끼어드는 서열과 차별의 첨예함으로 인해 늘 어떤 넘지 못할 선을 마주한다. 안수영이 말하는 처지란, VIP 접대 술자리에 상품 소개가 아닌 일로 앉아 있어야 하는 그런 처지다. 육시경(정재성)..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먹방, 쿡방 시대에 던지는 질문 아마도 요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는 낯설 수 있다. 탕수육 하나를 만드는데 이틀이 넘게 걸린다면 그 누가 그 과정을 보려 할 것이며, 그러한 레시피를 따라하려 할 것인가.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촘촘히 따라가며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그 과정을 보는 내내 먹먹해진다. 도대체 이러한 마법의 레시피는 어떻게 가능해진걸까.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가 그 드라마다. 6회에 등장한 ‘띄엄띄엄 탕수육’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어떻게 이 지리한 과정조차 먹먹한 감동으로 만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매일 건강식을 차려 내주는 남편 창욱(한석규). 그런데 갈수록 입맛이 없어지..
왕자보다 망나니, 이토록 다크한 김은숙과 송혜교라니 “난 왕자님은 필요 없어요.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문동은(송혜교)이 주여정(이도현)에게 선을 긋는 이 대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리고 이건 그간 판타지와 멜로를 오가는 작품을 줄곧 써왔던 김은숙 작가와 멜로 퀸으로 자리매김해온 송혜교가 이 작품을 통해 건네는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이다. 달달한 멜로를 기대했다면 그건 섣부른 기대일 뿐이라고. 이 작품은 피가 철철 흐르고 살점이 문드러져 그 상처의 고통이 화면 바깥으로 전이되어 올 정도의 살풍경한 폭력과 복수가 그려질 것이라고. 박연진(신예은)과 그 패거리들로부터 심각할 정도의 학교폭력을 당했지만, 그 누구도 고교시절의 문동은(정..
뮤지컬 영화 선입견 깬 ‘영웅’, 그 압도적인 감동의 이유 뮤지컬 영화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선입견이 있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주는 몰입감을 극 중 노래나 춤이 오히려 깨버리는 결과가 종종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뮤지컬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대사를 하다 노래를 하는 광경이 주는 이질감이 낯설어 생겨나는 결과다. 게다가 이미 오래도록 무대에 오른 뮤지컬 공연이 원작이라면? 원작을 가진 작품들이 갖는 숙제처럼 원작과의 비교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미 뮤지컬로 본 작품을 굳이 영화관에서 또 봐야 하나 하는 질문이 따라온다. 또 뮤지컬은 극장을 찾아갈 때부터 관객들이 그 형식을 기대하지만,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극장에서 뮤지컬을 보는 경험은 기대를 깨는 일이 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