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나이든 청춘 박인환이 젊은 꼰대에 던진 일침, 그 먹먹함

 

"한심하긴 요즘 애들은 걸핏하면 남 탓이지. 그러니까 떨어지는 거야." 어떻게든 좋은 점수를 받아 채용되고 싶어 논문을 도와주고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 항의하는 은호(홍승희)에 대해 점장은 혀를 차며 그렇게 말한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이 한 장면은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현실의 시스템에서 좌절한 청춘들이 그 시스템을 비판하면 나오곤 하던 기성세대들의 얘기처럼 들린다. 정당한 비판이 '남 탓'이 되는 현실, 아프지만 그건 다름 아닌 우리네 청춘들이 매일 같이 부딪치는 현실이다.

 

그 한 마디가 끌어낸 씁쓸한 현실 때문일까. 그 '젊은 꼰대'에게 덕출(박인환)이란 '나이든 청춘'이 던지는 일갈이 속 시원함을 넘어 먹먹하게 다가온다. "큰 회사에서 책상 두고 살면 다 당신처럼 그렇게 됩니까? 자기 책상 하나 갖겠다고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 이용해먹고, 요즘 애들 운운하면서 꼰대짓 하냐 이 말이에요!"

 

덕출은 그 젊은 꼰대가 "어르신"이라 부르자, 그 지칭 자체가 부끄럽다 말한다.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까. 응원은 못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

 

<나빌레라>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와 더불어, 어째서 이 덕출이라는 인물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이토록 마음을 사로잡는가를 잘 보여준다. 어려서 꿈꿨지만 생계 때문에 고이 접어 뒀던 발레의 꿈을 칠순의 나이에 도전하는 덕출. 그는 나이 들었지만 청춘이다. 반면 제 책상 하나 차지하겠다고 절실한 인턴들을 이리저리 이용해먹다 버리는 점주는 젊지만 꼰대다.

 

은호는 그를 따라온 채록(송강)에게 자신의 삶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만 같다고 말한다. 죽어라 달리고 또 달려도 결국 제 자리라는 것. 숨이 턱 끝까지 차는 데 앞으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3, 고3 그리고 대졸 인턴으로 단지 상황만 달라졌을 뿐, 그는 늘 러닝머신 위를 끝없이 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은호에게 채록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묻지만, 은호는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달리고 또 달리곤 있었지만 어디로 달려야 행복해질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출은 자신이 타다 은호에게 선물로 줬던 차를 깨끗이 닦고 또 닦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서라고 말한다. 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이 청춘에게 미안한 것일 테다. 그러면서 은호를 위로한다. "다 지나가 은호야. 할애비가 지금껏 살아보니까 그래. 별별 일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 다 지나가버렸어. 물론 살면서 안 넘어지면 좋지. 탄탄대로면 얼마나 좋아. 근데 넘어져도 괜찮아. 무릎 좀 까지면 어때. 내 잘못 아냐. 알지?"

 

덕출의 위로에도 기성세대의 사과와 응원이 묻어난다. 청춘들의 고군분투를 보며 그것이 다름 아닌 기성세대가 만든 현실 때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어서다. 채록이 콩쿨에 나가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걸 옆에서 보는 덕출의 얼굴에도 그 사과와 응원 그리고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다. 넘어지고 부딪쳐 생긴 채록의 발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고 손으로 그 고생한 발을 보듬어준다. "이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하는데 잘 될 거야." 덕담을 해준다.

 

사과하는 마음만큼 귀한 게 있을까. 거기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신을 낮추는 예의가 담겨 있다. <나빌레라>는 사과하는 드라마다. 부조리한 현실에 내던져져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 대한 사과이며, 한 평생을 하고픈 일은 뒷전으로 한 채 가족의 생계만을 위해 희생했던 진짜 어르신들에 대한 사과다. 덕출과 채록이 함께 비상을 꿈꿀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서로에 대한 사과와 응원, 위로가 꺾어진 그들의 날개를 다시 솟아나게 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사진:tvN)

'괴물', 대본·연기·연출.. 올해의 드라마로 꼽아도 손색없는 이유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하균신(神)'이라 불리는 신하균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상당한 신뢰감과 기대감은 줬지만, 이렇게 16부작 드라마가 숨 쉴 틈 없이 긴장감으로 꽉 채워지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이제 단 2회만을 남기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의 시청자들이라면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게다. 이만큼 쫀쫀한 대본과 빈틈없는 연기 그리고 범죄스릴러에 아련한 슬픈 정조까지 더해 넣는 연출이 삼박자를 이룬 드라마를 본 지가 얼마나 됐던가. '올해의 드라마'라고 꼽아도 손색이 없을만한 드라마가 탄생했다.

 

범죄스릴러에서 16부라는 분량을 하나의 사건으로 꿰어 넣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범죄스릴러는 그래서 몇 개의 병렬적 사건들을 구성해 넣고 그걸 해결해가는 형사 캐릭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거 <비밀의 숲>에서 우리는 놀랍게도 한 사건만으로도 16부작을 그려낼 수 있고, 그것도 느슨함이 결코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괴물>이 20년 전 벌어진 살인 실종사건과 현재 벌어진 유사한 사건을 엮어 그 전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밀의 숲>이 줬던 놀라운 감흥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게다가 <괴물>은 범죄스릴러라고 하면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는 '슬픔의 정조' 같은 걸 이 살벌한 범죄 속에서도 찾아낸다. 놀랍게도 시청자들 중에는 이 범죄스릴러를 보며 눈물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게 가능해진 건 범죄스릴러가 자극적인 사건들에 집중하다보니 놓치곤 했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그런 사건이 벌어진 마을 사람들이 갖게 되는 아픈 상처를 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동식(신하균)은 여동생을 처참하게 잃은 피해자 유족으로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 상처를 보여주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그를 보는 친구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처럼 엄마가 실종된 채 사체로 돌아오게 된 정육점 주인 유재이(최성은)의 아픔도 이동식과 다르지 않다. 이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슬픈 괴물'처럼 그려진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여러 부류로 보여지는 괴물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의 딸까지 처참하게 죽여 버리는 연쇄살인범 강진묵(이규회)이라는 눈에 잘 드러나는 괴물을 먼저 드라마는 일찍이 꺼내 보여주면서, 그 괴물 때문에 미친 듯이 실종 가족을 찾다 슬픈 괴물이 되어가는 이동식과 유재이 같은 인물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건은 강진묵이 체포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괴물들을 찾아나간다.

 

정치적 야망과 돈에 대한 욕망 그리고 권력욕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개발에만 혈안인 시의원 도해원(길해연), JL건설대표 이창진(허성태) 그리고 차기 경찰청장이 유력한 한기환(최진호) 차장이 그들이다. 놀라운 건 피해자 유족인 이동식의 멈추지 않는 수사를 통해 이들의 실체를 찾아가는 존재들이 다름 아닌 그 괴물들의 가족이거나 가족이었거나 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도해원의 아들 박정제(최대훈)는 엄마의 실체에 다가서고, 한기환의 아들 한주원(여진구)은 자신의 죄를 드러내면서까지 아버지의 욕망을 꺾어버리고 그 진면목을 세상에 까발리려 한다. 한때 이창진의 아내이기도 했던 이혼한 전처이자 문주경찰서 강력1팀 팀장인 오지화(김신록)는 이창진의 비리를 찾아 나선다. 이런 설정은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다 보인다. 그건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서로 결탁하고 비리를 무마하는 현실의 부조리들을 깨나가는 것이면서, 많은 현재의 문제들이 사실은 과거 부정을 저질렀던 기성세대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코 텐션을 잃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는 대본과 한마디로 '씹어 먹었다'고 말해도 될 법한 구멍이 전혀 보이지 않는 연기자들의 호연, 그리고 최백호의 'The Night'이라는 곡이 갖고 있는 처절함과 애달픈 정조를 그대로 영상 연출로도 채워 넣은 연출의 균형. 무엇보다 범죄스릴러가 자극의 차원을 넘어 우리네 사회의 개발붐과 그 이면에 무수히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비극으로까지 메시지를 채워 넣은 건 이 드라마가 거둔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드라마는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괴물' 같은 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오! 주인님', 조진국 작가가 보는 인간·공간·시간의 따뜻함

 

'작가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MBC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의 4회 부제는 극중 인물인 오주인(나나)이 한비수 작가(이민기)에게 하는 대사를 가져온 것이다. 어딘지 결벽증에, 자존감 과잉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나르시스트처럼 보였던 한비수 작가가 알고 보니 점점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오주인이 느끼게 됐다는 것.

 

물론 이 구도는 멜로에서 늘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관계의 발전. 하지만 뻔한 코드라고 해도 이걸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는 한비수 작가가 치매를 앓는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김호정)를 대하는 그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그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낸다.

 

한비수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는 오주인이 집 냉장고에 가득 붙여 놓았던 엄마를 위한 메모들을 문구점에서 일일이 코팅을 해 반듯하게 붙여 놓는 장면을 통해 어떤 예감을 준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그의 결벽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문구점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코팅해간 걸 보고 치매환자가 집에 있느냐며 외면하고도 싶고 골치 아프기도 하지 않냐고 말하는 아저씨에게 한비수 작가는 오주인이 들으라는 듯, "가족이 아프면 더 신경 써야지 골치 아프면 어쩌자는 거예요?"하고 따뜻한(?) 비수를 날린다.

 

한비수 작가는 어쩌다 윤정화가 자신을 죽은 남편이라 착각하게 되자,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함께 식물원에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데이트도 해주고 도와준 것에 대해 오주인이 감사함을 표하자, 한비수 작가는 도와줄 생각 같은 거 없었다며 엄마는 환자가 아니라는 의외의 말을 한다. "엄마한텐 보통 사람한텐 없는 능력이 하나 있는 거야.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 운 좋게도 그런 능력 있는 엄마를 내가 하루 빌린 거고." 그날의 말과 행동들은 어딘가 퉁명스럽게만 보이던 한비수 작가가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드러나는 건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의 면면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을 조진국 작가는 인간, 시간, 공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서 찾아낸다. 한비수 작가는 퉁명스럽게 말하긴 하지만, 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놓지 않는다. 신경 쓰이고 걸리적거린다는 게 그의 표현이지만, 사실은 무관심하지 않게 그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따뜻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치매라는 병증을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조진국 작가는 '시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한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는 지나간 과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관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오주인이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집에 깃들어 있는 과거나, 오래된 LP판을 파는 가게, 그 가게를 운영하며 그 LP판처럼 사람 좋은 아저씨로 나이든 김창규(김창완), 그를 오랜만에 찾아와 '오빠'라 부르며 순식간에 과거 청춘의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놓는 한비수의 어머니 강해진(이휘향), 그 강해진이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와 다시 만나 이어가는 우정의 이야기까지, 기억과 추억으로 덧칠해진 따뜻한 시간들이 묻어난다.

 

게다가 어려서는 오주인이 한비수가 살던 집을 그의 어머니에게 사서 들어감으로서 두 사람이 얽혀지는 관계는 다름 아닌 그 한옥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강박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한비수와,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마음을 열 듯 문을 열어두는 오주인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해하는 과정도 다름 아닌 공간으로 은유된다. 누군가 살고 있는 공간이 그 살았던 사람의 마음처럼 은유되고, 그 공간을 통해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닫혔던 그 문 속으로 타인이 들어오는 이야기로 표현된다.

 

<오! 주인님>은 전형적인 멜로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 드라마가 같은 상황을 그려도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 시간,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투영되어서다. 그래서 <오! 주인님>을 보다 보면 나나가 한비수를 보듯, 작품을 쓴 작가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그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갖게 될 정도로.(사진:MBC)

'마우스' 이승기가 던지는 질문, 범죄자는 탄생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입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감정을 콘트롤하는 MAOA 유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연쇄살인마가 되는 상위 1%의 사이코패스는 MAOA 유전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죠.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것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미래의 사이코패스 미래의 전쟁광,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첫 회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되돌려 보게 만든다. 유전학 박사이자 범죄학자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는 연구를 성공시킨 대니얼 리(조재윤)가 내한해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대목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새삼 가늠하게 한다. 연쇄살인마 '헤드헌터'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거리고, 심지어 정치 쟁점화되면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 대니얼 리의 연구가 말해주는 건,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사회가 만든 것이 아닌 탄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

 

바로 이 대니얼 리의 전제는 <마우스>라는 드라마가 희대의 살인마 헤드헌터 한서준(안재욱)을 검거한 후에도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아내였던 성지은(김정난)은 바로 그 한서준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 살인을 저지르던 성요한(권화운) 역시 정바름(이승기)과 고무치(이희준)에 의해 붙잡혀 사망하게 됐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요한에게 맞아 함몰된 채 사경을 헤매던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점점 이상한 장면들이 떠오르고, 범죄자들의 생각을 읽게 되는 등의 변화를 갖게 된 것. 바른 생활 청년의 대명사처럼 살아왔던 정바름이 그렇게 변화한 건, 놀랍게도 성요한의 뇌 일부분이 그의 뇌에 이식되면서였다. 그 뇌수술은 대통령 비서실장 최영신(정애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교도소에 있던 한서준에 의해 이뤄졌다.

 

여기서 <마우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바른 생활 청년이던 정바름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후,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런 변화를 이겨내고 자신의 본 모습을 지켜낼 것인가. 드라마 첫 장면에 등장했던 먹구렁이를 오히려 공격하는 마우스(쥐)라는 시퀀스는 다름 아닌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마우스의 의미였다. 그건 현재 정바름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정바름을.

 

정바름은 한서준이 자신의 뇌에 성요한의 뇌를 이식한 사실을 알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런 살의와 감정들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도소에 자청해 들어가 한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고무치가 정바름에게 왜 그랬냐고 다그치자, 갑자기 돌변하는 정바름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만일 정바름이 자기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뇌 이식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면 그건 그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런 이식을 결정한 자와 행한 자의 잘못일까. 사이코패스가 유전자로 인해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논쟁적이다. 범죄 역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대니얼 리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래서 그런 유전자를 가진 태아를 낙태시키는 방식으로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만드는 것처럼, 죽을 위기에 처한 정바름을 살려내기 위해(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논리 또한 개입되어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했다는 사실은 정반대로 생명을 위해 '잠재적 범죄자'를 탄생시킨다는 논쟁적 지점을 끄집어낸다. 정바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그는 과연 진짜 사이코패스가 될까, 아니면 그걸 이겨낼 것인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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