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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찬란한 유산', 한효주를 발견하다 한효주, '찬란한 유산'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 '찬란한 유산'에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공존한다. 그 하나는 철부지 같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착한 환(이승기)의 가족 속에서 은성(한효주)이 고난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빛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뒤로는 엄청난 비밀과 죄로 얼룩져 있는 승미(문채원)네 가족으로 인해 숨겨진 진실이 은성을 고통 속으로 빠뜨리는 어둠의 세계다. 이 두 세계의 교차는 이 드라마를 승승장구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빛의 세계가 긍정의 힘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서서히 끌어올린다면, 어둠의 세계는 이 조금은 밋밋해질 수 있는 극에 계속해서 자극을 준다. 드라마가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가 적절히 섞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은성에게 모든.. 더보기
'그바보', 웃음 없는 세상을 미소 짓게 하다 한지수의 무표정은 우리의 얼굴이다 '그저 바라보다가(그바보)'에서 톱스타인 한지수(김아중)의 표정은 늘 굳어있다. 미소를 지어도 연기하는 듯 하고, 대중들이나 기자들 앞에서 설 때면 그녀는 실제로 연기를 한다. 아무리 슬픈 일이나 힘겨운 일이 있어도 그 얼굴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이 드러나는 그 순간, 그것은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따라서 어느 정도는 늘 연기하는 삶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지수가 처한 불행의 실체이기도 하다. 스타라는 존재는 수많은 대중들에 의해 올려다 보여지지만, 바로 그 수많은 눈들에게 보여진다는 점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없게 만든다. 그녀는 그래서 자신이 스타가 되기 전의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봐주었던 김강.. 더보기
미실과 덕만 사이, '선덕여왕'의 현명한 선택 악으로 세우고, 선으로 무너뜨린다 '선덕여왕'은 이야기 구조가 흥미롭다. 제목이 '선덕여왕'이라면 응당 그 선덕여왕에 해당하는 덕만공주(이요원)가 먼저 등장하는 것이 정석. 대체로 이런 경우 성장한 덕만공주의 이야기를 도입부에 넣고, 플래쉬 백으로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부터 다시 거슬러오는 수순을 밟기 일쑤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그런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아예 첫 회에 덕만공주(아역이라도)를 등장시키지 않았고, 대신 미실(고현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즉 첫 회는 미실이 가진 막강한 권력과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권력욕, 그걸 채우기 위해 뭐든 하는 위악적이면서 섬뜩한 유혹으로서의 그녀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온전히 할애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제목을 '미실'로 할 것이지 왜 '선덕여왕'으로 했을까. 이.. 더보기
달수, 준혁, 태봉... 내조하고픈 우리 시대 남성들 '내조의 여왕'이 내조한 그들은? 취업의 벽을 간신히 통과해 겨우겨우 조직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신입사원 달수씨(오지호),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다 했지만 결국 팽 당한 부장님 준혁씨(최철호), 모든 걸 다 가진 줄 알았지만 정작 자기 행복 한 자락 쥐지 못하고 살아온 사장님 태봉씨(윤상현).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내조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시대 남성들의 한 전형을 만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안을 들여다보면 조직사회 속에서 받은 상처들로 가득하다. 어딘지 부족해보여서일까.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내조하고픈 마음이 소록소록 돋는 이들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그들이 표상하는 우리 시대 남성들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사회성 부족 신입사원 달수씨, 그 순수함의 양면성 온달수라는.. 더보기
'찬란한 유산', 그 괴력의 정체는? '찬란한 유산', 우리 사회의 핏줄의식을 건드리다 "돈 안준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냐." 진성식품 대표이사이자 환(이승기)의 조모인 장숙자(반효정) 여사가 며느리와 손녀딸을 앞에 앉혀놓고 하는 이 말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이 말은 '유산'이라는 말과 어울려 오히려 "사랑하려면 돈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만큼 '찬란한 유산'이 다루는 이야기는 고전적이다. 그것은 저 찰스 디킨즈의 '위대한 유산'에서부터 시대를 거듭해 전해져 온 그 고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 메시지는 '진정한 유산이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혀 새롭지 않은 메시지가 가진 고전적인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나 지금이나 태생, 핏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