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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드라마, 착한 바보들이 떴다, 왜?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 '시티홀'의 신미래 ‘바보’의 사전적 의미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 본래 ‘밥+보’에서 나온 이 말은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경멸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경제적인 가치가 최우선 가치로 치부되던 개발 시대를 넘어, 이제는 그 부의 올바른 획득이나 올바른 사용이 새로운 가치로 부각되는 현재에 이르러, 이 ‘바보’라는 용어는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나치게 경제논리에만 입각해 살아오다보니 우리가 잊고 또 잃고 있었던 가치들을 여전히 지키고 굽히지 않는 이들. 지금 시대의 ‘바보’는 바로 그런 의미를 부가하고 있다. 드라마 속 바보들, 그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삶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은성(한효주)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의 바보다. .. 더보기
'선덕여왕'의 전쟁 스펙터클, 그 가치는? '선덕여왕'의 전쟁신이 MBC사극에 위치하는 곳 사극에서 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이 가지는 힘은 자못 크다. 다른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그 장면 자체가 대단한 볼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김명민)이 치르는 일련의 해전들은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방영됐다. 예고편에서도 마치 한일전이라도 치르듯 '이번엔 어디서 벌어진 무슨 해전이다'하고 자막이 붙었고, 실제로 사극을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그 관점으로 스펙터클한 전쟁의 흥미진진함을 만끽했다. '태조 왕건', '대조영' 같은 일련의 KBS 대하사극이 주말의 권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능수능란한 전쟁과 전투신의 연출이었다. MBC와 SBS에서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그 노하우를 단번에 체득하기는 어려웠기에 사극 하면 KBS라는 이.. 더보기
성인된 '선덕여왕', 그 가능성과 숙제 이미지의 충돌, 미션으로 승부 '선덕여왕'이 아역들을 떠나보내고 성인연기자들을 본격적으로 출연시켰다. 사실 드라마에서 아역의 존재는 가능성이면서도 그 자체로 위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아역이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배역과 시간의 변화로 인해 반드시 이미지의 충돌이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처럼 어린 덕만(남지현)이 호연한 드라마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성인 역할을 맡은 이요원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지금껏 가녀린 이미지의 역할을 해온 이요원으로서는 그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연기변신을 해야 하는 숙제까지 떠안았다. 본인 스스로 그런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가 지긋지긋하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녀에게 이 역할을 모험이자 기회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 더보기
착한 서민 구동백, '그바보'가 남긴 것 구동백, 서민적 삶이 가진 가치를 긍정하다 도대체 '그바보'의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잡아끌었을까.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스타의 만남. 이 낯익은 이야기 구조는 누구라도 쉽게, 멀게는 '로마의 휴일'에서, 가깝게는 '노팅힐', 또 최근에는 드라마화된 '스타의 연인'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과연 '그바보'가 그린 세계가 이 통상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주에 머물렀을까.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그 관심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그바보'의 이야기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데서 그 묘미를 찾을 수 있다. 톱스타인 한지수(김아중)와 우체국 직원인 구동백(황정민)이 만들어가는 러브스토리는 물론 그 신데렐라(남성이 신데렐라인)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관계는 역전되어 있다. 이 .. 더보기
'시티홀', 정치와 멜로가 공존하는 법 정치드라마이면서 멜로드라마가 되는 '시티홀'의 세계 '시티홀'은 그저 편안하게 멜로드라마를 보듯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주 관심사는 조국과 신미래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멜로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드라마는 멜로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늬만 정치'가 아닌 제법 심각한 정치드라마의 면모들이 드러낸다. 도대체 '시티홀은 어떻게 정치와 멜로를 이렇게 공존시켰을까. "요즘 내가 안하던 짓을 해요." 타고난 정치꾼, 조국(차승원)이 처음 인주시청의 부시장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하던 짓(?)만 하던 사내였다. 여기서 하던 짓이란 흔히들 정치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하는 짓거리, 즉 협잡, 모함, 이용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런 그가 한다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