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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그바보', 구동백의 사랑법이 시사하는 것 절망적인 미래, '그바보'가 전하는 현재의 긍정 "전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어요." 톱스타 한지수(김아중)의 말대로 그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톱스타와 정치인의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진짜 연인인 김강모(주상욱) 대신 구동백(황정민)과 가짜 결혼을 해야 하는 그녀. 그녀가 현재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것은 김강모가 해준 미래에 대한 약속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착각이다. 미래는 늘 오지 않는 거리에서 보여질 뿐이고, 사실 우리는 늘 현재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를 벼랑 끝에 세운 것은 김강모가 아니라, 그렇게 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그녀 자신이다. 그런 그녀 앞에 현재로 서 있는 인물은 구동백이다. 그는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불쑥 배가 고.. 더보기
'신데렐라맨', 진품이 될까 짝퉁이 될까 ‘신데렐라맨’, 진품과 짝퉁 사이에 서다 제목만 놓고 보면 ‘신데렐라맨’은 누가 생각해도 요즘 한창 뜬다는 ‘남데렐라(남자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의 기획의도에 등장하는 첫 문구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닮은 두 사람이 서로 역할을 바꾼다는 점에서 현대판 ‘왕자와 거지’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맨’이 다루는 이야기는 남데렐라일까 아니면 ‘왕자와 거지’일까. '신데렐라맨', 신데렐라인가 왕자와 거지인가 먼저 '신데렐라'와 '왕자와 거지'의 몇 가지 차이를 보자. '신데렐라'는 알다시피 신분 상승 욕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반면 '왕자와 거지'는 신분의 이야기보다는 입장 바꿔보기가 그 중심 모티브다. 즉 신데렐라는 계모의 딸이 왕자와 결혼하는 .. 더보기
무례한 세상, 예의를 아는 드라마, '그바보' 바보가 헛똑똑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그바보' 불황이어서인지 세상은 더 무례해졌다. 그 세상을 담는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 어떤 마음을 담기보다는 당장의 자극을 담아 시청률이라는 수치 올리기에 바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저 바라보다가(이하 그바보)'는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게 예의를 아는 드라마다. 그저 키득대며 보다보면 어느 순간, 이 바보 같이 웃고만 있는 드라마가 전하는 뭉클한 메시지에 마음까지 먹먹해지는 때가 있다. 구동백(황정민)이라는 이름의 그 바보는 좀 안다는 헛똑똑이들의 무례에도 오히려 그들을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 헛똑똑이들은 어쩌면 우리들의 또 다른 얼굴인지도 모른다. 구동백은 가진 것 없고 여자 친구도 없으며 영업실적도 제로인 평범한 우체국 영업과 말단직원. 그.. 더보기
‘내조의 여왕’, 그녀들의 내조 혹은 치맛바람 무엇이 그녀들을 희생하게 만들었나 ‘내조의 여왕’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퀸즈푸드라고 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공간이다. 어디에서나 정치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그 곳은 온전히 실력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곳이며, 막후협상과 로비와 줄서기가 횡행하는 곳이다. 남편이 이사면 그 아내도 이사고, 남편이 부장이면 그 아내도 부장이며, 남편이 인턴사원이면 아내도 인턴사원인 곳이 그 곳이다. 부부는 하나의 짝패를 이루어 안팎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 ‘내조의 여왕’이 그려내는 내조의 세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마련인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내조’를 뛰어넘는다. 이제 막 이 세계에 들어간 온달수(오지호)의 아내 천지애(김남주)는 퀸즈푸드 사모님들(?)의 내조 정치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녀는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로.. 더보기
다시 기지개를 켜는 주말드라마, 그 3사3색 ‘솔약국집’vs‘찬란한 유산’vs‘2009 외인구단’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 문영남 작가의 ‘조강지처클럽’ 이후 잠시 주춤했던 주말드라마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주 KBS ‘솔약국집 남자들’은 24.9%(AGB닐슨)로 주말 TV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이제 막 시작한 SBS ‘찬란한 유산’은 단 2회만에 19.6%를 기록하며 주말드라마의 새 강자 자리를 예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활한 MBC 주말 자정드라마로 이현세 원작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극화한 ‘2009 외인구단’이 시작된다. 그 3사3색의 드라마가 가진 특징들은 무엇일까. 먼저 첫 스타트를 끊은 ‘솔약국집 남자들’은 전형적인 가족드라마 형식에서도 늘 대중성을 인정받아온 딸 부잣집 이야기를 아들 부잣집 이야기로 뒤집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