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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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우리는 왜 악역에 더 매료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4. 12. 18:08
좌절된 욕망을 투사할 악역이 필요해 '짝패'의 막순(윤유선)은 자신을 겁탈해 아이까지 갖게 한 양반집 주인을 찾아가 그 임종을 함께 해준다. 물론 선한 의도는 없다. 유산 때문이다. 죽음에 임박한 사내를 종용해 막순은 5만 냥의 유산을 받아낸다. 이 과정에서 그 죽은 사내의 아들로 둔갑한 착한 천둥(천정명)은 막순의 쇼를 괴로워한다. 유산으로 벼락부자가 된 막순은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순박한 쇠돌(정인기)에게 한 몫을 떼어주려 하지만 그는 "그런 것 필요없다"며 "너만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서민들의 질박한 삶에 천착하는 '짝패'의 인물들은 대부분 선하다. 하지만 이 사극에서 막순만은 예외적인 존재다. 그녀는 적극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로 자신의 아들을 양반으로 둔갑시키고, 그것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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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패밀리', 미스테리보다 더 흥미로운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4. 8. 09:01
그녀는 과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거침없이 질주하던 '로열 패밀리'의 김인숙(염정아)은 과거에 발목을 붙잡히고 있다. JK클럽의 사장으로 취임하는 그 순간, 그녀 앞에 그 숨기고 싶은 과거처럼 죠니가 등장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JK그룹을 손아귀에 쥐려는 그녀는 이제 정가원 사람들과의 경쟁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과거를 은폐해야 한다. 김인숙의 과거가 전면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로열 패밀리'의 스토리는 국면 전환을 했다. 재벌가에서 핍박받으며 '저거'로 불리던 며느리 K가 남편이 죽은 후,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 김인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서는 그 상승의 스토리가 전면을 채웠다면, 이제부터는 그 상승에 제동을 거는 과거들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김인숙의 욕망의 질주에 쾌감을 느끼며 동승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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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로열 패밀리'에 열광하게 만드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3. 24. 08:23
현대판 '선덕여왕' 같은 '로열 패밀리', 그 흥미진진함의 이유 "회장님 지시면 인권을 유린해도 되는 거야? 공회장이 무슨 왕이라도 되는 거냐구. 아니 왜 다들 정가원에만 있으면 시대감각을 잃는 거야. 지금 무슨 사극 찍어요? 멀쩡한 사람을 어디다 가둔다고 그래?" '로열 패밀리'에서 한지훈(지성)은 정가원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가족들을 쥐락펴락하는 공순호(김영애)회장이 자신과 김인숙(염정아)을 감금하려 하자 이렇게 말한다. 한지훈의 비유 섞인 대사지만 사실 이 대사는 이 드라마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로열 패밀리'는 현대판 사극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대판 '선덕여왕'이다. 이 드라마의 중심이 되고 있는 JK그룹은 하나의 왕국이고, 공순호 회장은 그 왕국의 여왕이다. 여왕의 가신들은 가족이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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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이 로또인가, 출생에 목매는 드라마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3. 23. 10:06
알고 보니 재벌가 숨겨진 자식? '출생의 비밀' 없이는 드라마가 안되는 걸까. 한때 비판을 받으며 사라지는 듯 했던 드라마의 '출생의 비밀' 코드가 이제는 드라마의 필수적인 항목으로 자리하는 느낌이다. '욕망의 불꽃', '웃어라 동해야', '호박꽃 순정', '신기생뎐', '폭풍의 연인', '마이 프린세스'처럼 아예 출생의 비밀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물론이고, '드림하이', '프레지던트' 같은 드라마에도 양념처럼 출생의 비밀은 등장한다. 물론 사극도 예외는 아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비담이 사실은 미실의 자식인 것이 뒤늦게 밝혀지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정도는 드라마적 흥미를 위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최근 시작된 '짝패'는 아예 전면에 출생의 비밀을 내세운다. 같은 날 양반의 자제와 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