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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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의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5. 2. 09:27
'짝패', 자기 운명과 대결하는 사극 왈짜패들은 폭력으로 민초들의 피를 빨아 부를 축적하고, 포청의 관원들은 잡아야할 이들 왈짜패들의 뇌물을 받아먹고 오히려 그들을 비호해준다. 그렇게 관원들에게 들어간 검은 돈은 구석구석 상납되면서 조정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든다. 왈짜패의 두목, 왕두령(이기영)은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포청까지 가마를 타고 들락거린다. 관원들마저 민초들을 핍박하는 도적이 되어버린 상황. 민초들에게 희망이 있을 리 없다. 부정축재한 관원들을 털어 민초들에게 되돌려주는 아래적의 탄생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짝패'는 의적이 어떻게 탄생하는가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래적의 수장 강포수(권오중)는 일찍이 소명을 깨닫고 썩어빠진 조정을 향해 먼저 총을 겨누는 인물. 그러자 뜻을 같이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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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의 희비극, 인간은 어떻게 증명되는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4. 29. 09:00
'로열패밀리', 그 인간과 괴물의 증명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증명될 수 있을까. '인간의 증명'이라는 원작을 갖고 있는 '로열패밀리'의 질문이다. 이 드 라마는 '로열패밀리'라는 자본의 기계가 되어있는 정가원 속에 스스로를 괴물로 치부하는 이질적인 존재를 통한 화학실험을 선보인다. 이 화학실험의 목적은 그 안에서 진정으로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가를 추출해내는 일이다. 구박받는 며느리에서 18년 간을 절치부심 반전을 준비해온 김인숙(염정아)의 행보는 숨겨져 있던 정가원 사람들의 실체를 드러낸다. 가족관계라기보다는 하나의 기업을 연상시키는 정가원의 자본으로 말끔한 표면 아래 숨겨져 있던 더러운 비밀들이 김인숙이라는 촉매제에 의해 마구 밖으로 끄집어내진다. 가족이 아닌 그저 관계로서 아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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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출생의 비밀의 식상함을 깰 수 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4. 14. 15:09
'짝패', 출생의 비밀 코드를 역주행하는 드라마 '짝패'의 주인공들, 즉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 그리고 동녀(한지혜)는 왜 존재감이 별로 없을까. 강포수(권오중)나 장꼭지(이문식), 달이(서현진)같은 주변인물들과 비교해보면 이 주연들의 힘은 너무나 약하다. 천둥은 아직까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고, 귀동은 알아버린 출생의 비밀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 동녀는 민초에 대한 의식도 없고 하다못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심마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천둥과 귀동 사이에서 어장관리나 하는 속물처럼 그려지고 있다. 주변인물들이 자기 위치에서 명쾌한 삶의 선택을 하며 심지어 죽기를 각오하고 절실한 삶을 살아가는 반면, 이 주인공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다. 세상에 대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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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왜 '싸인'처럼 되지 못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4. 13. 09:34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강력반', 무슨 이유 있나 '싸인'의 성공에 이어 '강력반'이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것은 마치 형사물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여겨졌다. 그만큼 멜로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싸인'의 성공이 가져온 형사물의 후광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딴판으로 '강력반'은 아무런 존재감 없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을까. 결과와 원인 모두 시청률이 말해주고 있다. '강력반'은 월화극 경쟁에서 늘 꼴찌였고 단 한 번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타 경쟁작들 때문으로 보기도 어렵다. '짝패'는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15% 정도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마이더스' 역시 최완규 작가에 김희애, 장혁 같은 호화 캐스팅에도 10% 초반을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