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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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서민 구동백, '그바보'가 남긴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6. 19. 01:50
구동백, 서민적 삶이 가진 가치를 긍정하다 도대체 '그바보'의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잡아끌었을까.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스타의 만남. 이 낯익은 이야기 구조는 누구라도 쉽게, 멀게는 '로마의 휴일'에서, 가깝게는 '노팅힐', 또 최근에는 드라마화된 '스타의 연인'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과연 '그바보'가 그린 세계가 이 통상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주에 머물렀을까.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그 관심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그바보'의 이야기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데서 그 묘미를 찾을 수 있다. 톱스타인 한지수(김아중)와 우체국 직원인 구동백(황정민)이 만들어가는 러브스토리는 물론 그 신데렐라(남성이 신데렐라인)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관계는 역전되어 있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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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홀', 정치와 멜로가 공존하는 법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6. 18. 01:46
정치드라마이면서 멜로드라마가 되는 '시티홀'의 세계 '시티홀'은 그저 편안하게 멜로드라마를 보듯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주 관심사는 조국과 신미래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멜로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드라마는 멜로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늬만 정치'가 아닌 제법 심각한 정치드라마의 면모들이 드러낸다. 도대체 '시티홀은 어떻게 정치와 멜로를 이렇게 공존시켰을까. "요즘 내가 안하던 짓을 해요." 타고난 정치꾼, 조국(차승원)이 처음 인주시청의 부시장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하던 짓(?)만 하던 사내였다. 여기서 하던 짓이란 흔히들 정치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하는 짓거리, 즉 협잡, 모함, 이용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런 그가 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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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폭발력은 어디서 오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6. 17. 00:35
미션사극의 정점을 보여주는 ‘선덕여왕’ “생(生)을 고르면 살고 사(死)를 고르면 모두 죽는다.” 금지시킨 차 교역을 한 죄로 끌려온 덕만(남지현)은, 자신과 일행들의 목숨을 건 제후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이미 어느 돌이든 모두 사(死)임을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수수께끼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순간, 덕만이 자신이 선택한 돌을 꿀꺽 삼켜버리고 제후의 나머지 돌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으로 미션을 해결한다. 그러자 긴장이 풀리면서 어떤 문제를 풀었을 때 갖게 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이로써 덕만의 레벨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이것은 기본적인 '선덕여왕'의 '미션제시-해결'의 이야기 구조. 이 미션사극을 움직이는 강력한 주동력이다. 이중으로 겹쳐져 있는 위기의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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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씨에서 조국, 준세까지... 판타지남의 세계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6. 15. 08:34
뜨는 드라마에는 꼭 있다, 판타지남 구준표(이민호)는 엄청난 대부호의 아들로 뭐든 못할 게 없는 인물. 그런 남자가 한 여자, 잔디(구혜선)만을 사랑한다. 이것이 '꽃보다 남자'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판타지의 핵심이다. '내조의 여왕'의 태봉씨(윤상현) 역시 퀸즈푸드라는 대기업의 사장으로 재력과 능력을 겸비한 남자. 그런 그가 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천지애(김남주)를 좋아한다. '시티홀'의 조국(차승원)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능력 있는 정치인. 하지만 그는 시골의 10급 공무원 신미래(김선아)에게 빠져 '안하던 짓', 사랑을 하게 된다. '찬란한 유산'의 박준세(배수빈)는 능력에 성품까지 겸비한 남자. 그는 어느 날 만나게 된 집도 절도 없는 고은성(한효주)을 사랑하게 된다. 구준표에서 태봉씨, 조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