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이름을 찾아가는 무명가수들의 오디션이라니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 아는 노래다. 노래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 이들 무명가수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색다른 오디션이 등장했다. JTBC <싱어게인>이 그것이다. 제목에 담겨 있듯이 이들은 다시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부르는 이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재야의 고수', '찐 무명', '홀로서기', '오디션 최강자', 'OST', '슈가맨'으로 나뉜 구역에 본선을 통과한 71명의 참가자들은 이름 대신 번호를 가슴에 달고 섰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구역의 참가자들과 1차 경연을 벌이게 됐다. 구역의 이름들은 그래서 이름 대신 번호를 달고 무대에 오르는 참가자들이 누구인가를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하지만 얼굴과 단서만 갖고 아리송하던 참가자들도 일단 노래가 흘러나오고 부르기 시작하면 대충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첫 무대에 오른 17년차 경력의 49호 가수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실제모델이라는 소개로 그 정체가 알려지고, 유희열이 아는 친구가 나와 눈을 못 마주치겠다고 했던 70호 가수는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는 타입이라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안 어울린다고 자신을 설명했지만 첫 소절의 목소리만으로 그가 재주소년 박경환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만든다.

 

'슈가맨'조는 워낙 유명했던 가수들(하지만 이름이 잊혀진)이 나온지라 노래 전주만 듣고도 반색하게 만들었다. 러브홀릭 지선으로 밝혀진 2호 가수는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Loveholic'을 불렀고. 19호 가수는 크레용팝의 초아로 당시 전 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빠빠빠'를 춤과 더불어 홀로 소화해내는 놀라운 기량을 보여줬다. '여자 양준일'로 자신을 소개한 50호 가수 윤영아는 자신의 히트곡 '미니데이트'를 50세를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소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디션 최강자' 조의 23호 가수는 <K팝스타>에서 주목받았던 최예근으로 아이유의 '삐삐'를 독특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팬텀싱어3>에 나왔던 연어장인 이정권은 20호 가수로 등장해 최백호의 '바다 끝'을 특유의 감정표현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흥미로운 건 '무명가수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름 대신 번호를 달고 나와 노래를 불렀지만 이미 인터넷은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릴수록 더 정체가 궁금해지고 그래서 오히려 그 이름이 도드라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이것은 <싱어게인>이 '다시 부른다'는 그 의미를 담아 무명가수들을 오디션 무대에 모은 취지가 아닐 수 없다.

 

<슈가맨> 제작진이 만든 만큼 <싱어게인>은 적절한 뉴트로적 요소들과 그 주인공이 누군가 하는 추리적 요소가 더해졌다. 하지만 차별점은 이제는 무명가수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무대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려나가는 과정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다양한 참가자들만큼 다양한 음악들이 한 무대에 올라온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장르도 색깔도 다르지만 '무명'이라는 그 공통분모를 통해 한 무대에 선 이들의 콜라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매주 월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사진:JTBC)

'놀면', 김태호 PD가 환불원정대에 환불해준 관객의 함성

 

이건 아마도 환불원정대다운 마지막 마무리 무대가 아니었을까. 텅 빈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어둠 속에 떨어지는 조명 한 가운데서 포즈를 취한 채 'Don't touch me'를 부르던 환불원정대는 중간부터 더 이상 노래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아무도 없다 여겼던 그 곳을 가득 메운 관객의 떼창 때문이었다. 비어 있는 객석은 이내 그 떼창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만옥(엄정화)도 천옥(이효리)도 또 은비(제시)도 실비(화사)도 깊은 감동에 빠져들었다. 그 관객의 함성은 바로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싹쓰리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깊은 감동과 웃음을 줬던 환불원정대. 도대체 그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 할까는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갑상샘암 수술 후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보란 듯이 해내버린 만옥, 무심코 던진 마음속에 있던 말 한 마디로 이 프로젝트를 사실상 시동시킨 천옥,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보였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함을 보여준 은비, 그리고 막내로서 언니들 옆에서 든든하게 자기의 역할을 해낸 실비. 이들을 떠나보내는 건 프로그램으로서도 환불원정대로서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못내 아쉬운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김태호 PD가 환불원정대의 마지막 일정으로 선물처럼 준비해 놓은 건 다름 아닌 관객이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명랑운동회'에 깜짝 등장해 환불원정대가 무대를 선보인 건 물론 코로나19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그들을 응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환불원정대에게도 커다란 응원으로 남았다. 코로나로 인해 마주할 수 없게 된 관객과 들을 수 없게 된 관객의 함성. 그것을 그 곳에서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찾아간 야구장에서의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텅 비었던 야구장에 거리두기를 하며 응원하는 관객과 선수들을 위해 선 보인 무대도 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헤어지며 그걸로 환불원정대의 일정을 끝내기에는 어딘지 아쉬움이 남았다. 지미 유(유재석)는 떠났지만 환불원정대는 제작진이 마련했다는 마지막 무대를 위해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향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1절까지 부르던 환불원정대는 갑자기 들려오는 관객들의 "환불!"이라는 떼창에 처음에는 놀랐다가, "만옥짱 보여줘버려!"라는 함성에 은비는 랩을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 흘렸다. 그래도 천옥이 침착하게 끝까지 노래를 부르라고 리드했지만 더 이상 이을 수 없는 노래를 채워주는 건 떼창이었다. "만옥짱, 천옥짱, 실비짱, 은비짱, 우리 사랑 환불불가 영원히 즐거워 환불원정대-"

 

김태호 PD가 환불원정대에게 환불해준 건 '관객의 함성'이었다. 어쩌면 지금껏 환불원정대가 환불하고팠던 건 바로 그 관객이 아니었을까. 그건 또한 시청자들이 환불원정대를 통해 환불받은 것이기도 했다. 환불원정대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 진정 무대를 완성시키는 건 아티스트만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소통이 아니던가. 김태호 PD의 남다른 배려와 생각 그리고 센스가 돋보인 마지막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빼앗긴 시간들을 잠시나마 환불받는 느낌이랄까.(사진:MBC)

진한 페이소스 담은 김광규의 '나 혼자 산다'

 

"될 수 있는 대로 멀쩡한 척 하고 살아야 돼... 그래야 섭외가 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오랜만에 김광규를 만난 김태원은 무심한 듯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건 김태원 특유의 농담 섞인 말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섭외가 들어와도 앉아 있기 힘들고, 누워 있으면 몸이 아프고, 서면 어지럽다는 김태원. 웃음이 나오는데 어딘지 짠한 김태원 특유의 농담.

 

하지만 언제 힘이 나냐는 육중완의 물음에 김태원은 기타리스트다운 답변을 내놨다. "기타를 메면 힘이 나고 무대 올라가면 날아다니지."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무대가 그에게는 비타민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때문에 그런 무대가 없어졌다 말하는 김태원의 목소리에는 애잔함이 담겨 있었다.

 

잠깐 만나 저녁을 같이 하면서 김광규는 김태원과 육중완이 아이들 이야기를 나눌 때 홀로 듣고만 있었다. 두 사람 다 가정을 꾸렸지만 김광규는 아직 혼자. 혼자 사는 삶이 나쁘지만은 않지만 나이 들어서 그래도 남는 허전함은 자식이 아닐까. 멀쩡한 척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지만 김광규에게서 그런 쓸쓸함 같은 게 묻어났다.

 

일찍 먼저 김태원이 귀가하고, 잠깐 김광규의 집에 들렀던 육중완도 보리차 한 잔을 마시고 준비해간 선물을 건네주고는 일어선다. 그들이 일찍 귀가하는 건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서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간 후, 혼자 남은 김광규의 텅 빈 집이 전보다 더 비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김광규가 "아 보람찬 하루였어요"라고 하는 말은 그 날의 쓸쓸한 풍경과 엇박자를 이뤄 웃음을 줬지만 역시 페이소스 가득한 여운을 남긴다.

 

그 말 한 마디에 그 날 김광규가 보낸 하루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가을의 색을 온전히 입기 시작한 계절을 느끼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선 길. 공원에서 예쁘게 색을 바꿔 마지막을 뽐내는 가을 나무들을 쳐다보며 걷고, 생각하다가 괜스레 운동기구로 운동을 해보고, 탁구레슨을 받으러 가서 동호회분들과 탁구를 치고... 아마도 평상시였다면 혼자 저녁을 먹고 귀가했을 테지만 그 날은 그래도 김태원과 육중완과 함께 저녁을 했다는 것에 김광규는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의 시조새로 남은 김광규다. 한 때는 육중완도 또 기러기 아빠로 홀로 살았던 김태원도 이제 모두 가족의 품으로 떠나갔다. 물론 김광규는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지만, 그의 웃음에는 어딘가 깊은 여운 같은 게 꼬리처럼 남는다. 게다가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그 모습에서는 절로 따뜻함이 느껴진다.

 

'쓸쓸해도 멀쩡한 척' 하는 삶은 그래서 마치 힘겨움이나 어려움을 비틀었을 때 나오는 웃음을 닮았다. 늘 즐거워야 웃음이 나는 건 아니다. 힘들어도 웃어야 하기 때문에 그걸 웃음으로 바꾸기도 하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그래서 <나 혼자 산다>가 보여주는 김광규의 나홀로 삶은 간만에 구수하고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의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다양한 취미를 하는 이유를 묻자 "오죽하면 찾아가겠냐"며 허허 웃는 김광규. 그는 체력적으로 40대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나이에 지지 않겠다며 운동을 할 때마다 그런 활력을 느낀다고 했다. 아마도 <나 혼자 산다>가 보여준 김광규의 이 하루는 너무나 평범해 보였지만 그래서 많은 중년들의(혼자 산다면 더더욱) 공감을 사지 않았을까.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사진:MBC)

'나는 살아있다'의 취지 살리는 박은하 교관의 따뜻한 배려

 

김민경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화재 상황을 예비해 베란다에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훈련에서 그는 쉽게 난간에 서지 못했다. 사실 낮아 보이는 높이지만 막상 서면 가장 공포를 느끼는 그 높이의 베란다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다는 건 공포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옆에서 이 훈련을 지도하는 박은하 교관을 비롯한 다른 교관들은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완강기를 타기까지 기다려주었다.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면서.

 

tvN <나는 살아있다>에서 눈에 띄는 건 박은하를 비롯한 교관들의 남다른 배려다. 보통의 훈련과정에서(특히 군대훈련에서는) 항상 등장하는 건 강압적인 분위기다. 응원을 해주기보다는 하지 못한다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래서 공포증이 있다고 해도 억지로 그걸 감행하게 만든다. 하지만 박은하 교관은 달랐다. 그는 억지로 하게 되면 오히려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결정하게 했다. 물론 해내기를 응원하면서.

 

결국 그 응원에 힘입어 김민경은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완강기를 타고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첫 발을 내딛기가 어렵지 막상 타고 내려오면 별거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었다. 그래서 역시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이시영은 이 훈련을 해보고 나니 다시 올라가서 타라고 해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에 빠진 차 안에서 탈출하는 훈련에서도 박은하 교관은 다그치기보다는 지켜봐주고 칭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기와 오정연이 함께 들어갔지만 물이 차오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헤드레스트를 활용해 차창을 깨야 하는데 물기 때문에 번번이 미끄러졌다. 정해진 3분 안에 탈출하는 미션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걸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던 이시영이 나섰다. 자신이 차 천정을 밟고 차 안으로 들어가 탈출을 시도해보겠다고 했던 것.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 위로 올라선 후, 차 안으로 들어간 이시영은 결국 차창을 깨고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미션은 실패였지만 박은하 교관은 그 협동심을 칭찬했다. 그래서 그 보상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이튿날 마주하게 된 수중 생존훈련은 차가운 물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군대에서 이런 수중 훈련을 할 때는 거의 얼차려에 가까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차라리 수중 훈련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역시 박은하 교관도 체력훈련을 먼저 시켰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몸의 근육들을 다 하나하나 풀어주고 깨워주는 과정이라는 걸 인지시켰다. 교육생들이 기꺼이 체력훈련에 임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역시 물 공포증 또한 갖고 있던 김민경이 처음엔 페트병을 이용하고 다음에는 비닐봉지를 이용해 물속에서 홀로 떠있는 것을 성공하는 과정은 교관들의 너무나 친절한 도움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처럼 여겼던 김민경은 결국 성공한 후 교관님들과 동료들의 응원이 있어 그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교관의 따뜻한 배려는 <나는 살아있다>가 그저 힘든 훈련을 받는 과정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 생존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김민경이 고소공포증과 물 공포증을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박은하 교관의 배려 가득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배려는 생존 상황에서 서로가 함께 도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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