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 경연에도 하모니가 들리는 이유

'보이스코리아'(사진출처: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서바이벌일까, 아니면 음악 그 자체일까. 아마도 1년 전만해도 우리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서바이벌'이었을 것이다. 그 경쟁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다가왔으니까. 하지만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지금 '서바이벌'이 갖는 경쟁적인 스토리는 어딘지 구질구질한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굳이 덕지덕지 스토리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음악과 무대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채워지는 어떤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바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보이스 코리아'의 배틀 라운드는 이렇게 달라진 오디션의 관전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었다. 제목 자체가 ‘배틀 라운드’이고, 무대 역시 마치 격투기 선수들이 이름이 불려지면 오르는 사각의 링 같은 서바이벌의 느낌을 풍기지만, 실제 그 위에서 부르는 두 사람(그 중 한 명은 떨어진다)은 절정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첫 링(?)에 오른 장재호와 황예린은 그 무대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별의 ‘안부’를 마치 연인 같은 느낌으로 불러주었다. 기둥처럼 굳건하게 중심을 세워주는 장재호의 보이스 위에 화려하게 장식되는 황예린의 보이스가 만들어내는 화음은 듣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파워풀한 지세희의 목소리에 브릿팝의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오경석의 목소리가 겹쳐져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듯 불려진 ‘맨발의 청춘’, 너무 뛰어난 목소리들의 화음 때문에 백지영으로 하여금 눈물을 쏟게 만든 유성은과 임진호가 부른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4차원 소녀 우혜미와 파워풀한 보컬의 정소연이 블루스적인 감성을 흠뻑 느끼게 해준 신촌블루스의 ‘아쉬움’은 또 어떻고. 이것은 분명 한 명은 탈락하는 배틀 라운드지만 최고의 무대 그 자체에 더 방점이 찍히는 무대였다.

즉 서바이벌을 통해 누군가 붙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것은 그저 결과일 뿐이고, 사실은 과정 즉 무대에서 만들어지는 이 두 사람의 놀라운 어우러짐이 ‘배틀 라운드’의 진짜 얼굴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인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보이스 코리아’는 질척이지 않고 대단히 쿨한 느낌을 선사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하지만, 무대에서는 배틀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함께 부르는 노래 그 자체에 집중하고 모든 걸 그 화음에 쏟아 붓는다. 그렇기 때문에 합격과 불합격이 나뉘는 그 서바이벌 결과의 순간에 잠깐 흐르는 눈물은 기존 오디션이 갖는 신파의 느낌이 아니라 대단히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최선을 다해 무대 위에서는 싸운 선수들이 무대를 내려와 서로를 토닥이는 그런 쿨함.

오디션 프로그램을 서바이벌로 보게 되면 자극으로만 흘러가게 된다. 독설이 난무하고 누가 떨어질 것인가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 묻힐 수밖에 없다. 결국 오디션에서 서바이벌은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도전자들로 하여금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를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자극제. 하지만 이제 음악을 듣기 시작한 대중들은 자극제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음악으로 귀결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K팝스타’의 수펄스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다. 모두가 경쟁자일 수밖에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정이지만, 그 속에서 탄생한 수펄스라는 네 명의 아이들이 만들어낸 절정의 하모니는 듣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 순간 우리는 이것이 서바이벌의 무대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음악에 집중했던 것이 아닌가. ‘보이스 코리아’의 배틀 라운드가 보여준 그 특유의 쿨함은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하나의 징후로 보인다. 음악이다. 서바이벌이 아니고.


김병욱 감독조차 시트콤이 싫어진 건 아닐까

'하이킥3'(사진출처:MBC)

'하이킥3'는 시트콤이다. 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하이킥3'가 시트콤으로서 가져야할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태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임팩트 있게 살아나지 않는 '하이킥3'는 그래서 어떨 때는 청춘 멜로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지석과 박하선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정행각'과 윤계상, 김지원, 안종석의 빗나간 큐피드 화살이 만들어내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랑이 이 시트콤의 중심축처럼 여겨진다.

시트콤이라고 해서 멜로가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잘 짜여진 멜로는 발랄한 코미디와 대비를 이루면서 시트콤의 새로운 재미를 덧붙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트콤으로서의 충분한 웃음을 담보했을 때 얘기다. 그게 아니라면 시트콤은 코미디라는 본질 자체를 흐리게 될 수도 있다. '하이킥3'를 보려고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는 분명 시트콤을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안타까운 멜로를 접하게 된다면 어떨까?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신선하게 여겨지겠지만 그게 매번 반복적으로 보여진다면 '이거 시트콤 맞아?' 하는 의구심은 당연하게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르완다로 떠나려는 윤계상과, 그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김지원,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안종석의 관계는 지극히 상투적이지만 그 안에 디테일들은 꽤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다. 자신도 똑같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안종석이 윤계상을 혼자 좋아하는 김지원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녀를 윤계상에게 데려다 주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오토바이 사고로 정작 자신도 인대가 늘어나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기절한 그녀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장면은 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안타까운 사랑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킥3'가 시트콤으로서 주어야 할 웃음의 포인트는 이 자못 애절한 멜로만큼 강하지 못하다. 안내상은 윤유선에게 매 맞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어딘지 약한 느낌이다. '야동순재' 같은 뭔가 확실하게 캐릭터로 부각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계상이나 안종석 그리고 김지원은 멜로의 덫에 갇혀 심각한 캐릭터로 바뀌어 있고, 수정은 안하무인 캐릭터가 웃음을 주기보다는 불편함을 주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한 회에 한두 마디 정도 대사를 던지는 줄리엔이나 윤건이 이들보다 더 웃음을 주는 캐릭터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그나마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박하선 정도다. 그녀는 기존 이미지를 뒤엎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트콤다운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혹자는 '시트콤이 거의 정극 같다'는 것을 하나의 장점인 양 말한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본질이 시트콤인 '하이킥3'에는 맞지 않는 것일뿐더러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이 시선 속에는 은연 중에 시트콤보다 정극이 우위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하지만 시트콤은 시트콤이다. 웃음을 주어야 하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정극에는 없는 시트콤만의 장점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시트콤을 하위장르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한때 잘 나가던 시트콤 작가들이 정극으로 빠져나가게 된 것이 시트콤의 몰락을 부른 이유다. 웃음을 제조하던 작가들이 없으니 시트콤에 걸 맞는 웃음의 에피소드들이 풍성할 수가 없다. 김병욱 감독 혼자 이 많은 회차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하지만 시트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낮다. 그래서일까. 김병욱 감독조차 시트콤이 싫어진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자꾸 '하이킥3'에서(어쩌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부터) 시트콤이 아닌 정극이 되고 싶은 욕구를 읽게 되는 건 왜일까.


기대감의 차이가 만든 다른 결과

'1박2일'(사진출처:KBS)

새 '1박2일'이 시작되기 전, 가장 주목받은 새 멤버는 단연 차태현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차태현은 말 그대로 예능 고수니까. 무언가를 억지로 짜거나, 만들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내맡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태현은 귀찮으면 귀찮다고 얘기하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또 맘에 안 들면 그게 PD라도 대놓고 맘에 안 든다고 말하는 캐릭터다. 그 자연스러움은 리얼 예능에서의 그의 기대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도 차태현은 새 '1박2일'의 첫 방에서부터 거의 이물감이 없는 새 멤버로 자리했다. 그 스스로도 말했지만 어느 프로든 늘 함께 했던 멤버 같은 느낌을 '1박2일'에서도 보여줬던 것. 오프닝을 찍으러 여의도로 갈 줄 알고 일찍부터 머리를 하고 나름 코디(어린이 같은)를 한 그가 엉뚱하게도 인천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상황에서부터 차태현의 진가가 드러났다. 그는 끊임없이 투덜대면서 어딘지 억지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1박2일'과 나는 잘 안 맞아" 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게임조차 귀찮아하다가도 자기가 이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칙 주는 일에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가 특유의 솔직함을 반전(?)으로 활용하며 웃음을 자가 발전시킬 수 있는 캐릭터라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차태현이 이처럼 발군의 예능감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더 주목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새로운 '1박2일'이 첫 여행을 떠나기 전, 새 멤버들 중에서 가장 걱정과 우려를 많이 갖게 했던 김승우다. 김승우는 배 안에서 '서서 가기, 앉아 가기, 누워 가기'를 놓고 벌인 게임에서 의외의 열성을 보이다 천정에 머리를 부딪치는 몸 개그(?)를 보여줬고, 도시락을 놓고 벌인 닭싸움에서도 은근 의욕 과잉의 캐릭터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태현보다 김승우가 더 주목된 이유는 기대감의 차이 때문이다. 차태현은 그 기대한 만큼의 예능감을 보여주었지만, 김승우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드러냄으로써 더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물론 몇몇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지만, '1박2일'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기대감과 반전은 반비례한다. 즉 기대감이 높을수록 반전효과는 적고, 기대감이 낮을수록 반전효과는 크다. 따라서 이수근처럼 기대감이 높은 개그맨이 빵빵 터트리는 것보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김승우가 한 번 터트리는 의외의 웃음이 파급효과가 더 크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새 멤버들은 자신들의 '1박2일' 부적응이 오히려 하나의 기회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성시경이나 주원에 거는 기대감은 우리가 이수근이 김종민에 거는 것보다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이 빈 기대감을 어느 순간 채워준다면 오히려 더 주목받는 상황으로 역전시킬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억지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진정성이 결국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1박2일'을 '발견의 예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자연스러우면서도 반전을 주는 캐릭터의 발견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한 '1박2일'은 그런 면에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1박2일'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게임을 하고 그걸 통해 멤버들이 친해지며 그 안에서 캐릭터를 발견하려는 건 나쁘지 않은 시도지만, 그것이 너무 뜬금없이 진행되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것은 게임을 하기 전, 일종의 캐릭터들 간의 관계(이를테면 갈등 같은)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어색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어색함이 차츰 사라지게 된다면, 의외의 캐릭터와 그로 인한 스토리들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인 것처럼, 현재 새롭게 시작한 '1박2일'에 대한 반응 역시 극과 극인 것도 어찌 보면 이 시청자들마다 다른 기대감의 차이 때문이다. 어떤 시청자들은 그저 편안하게 이전의 '1박2일'을 그대로 반복해서 보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시청자들은 무언가 이전과는 달라진 '1박2일'을 보고 싶어 한다. 한쪽은 그대로였으면 좋겠고, 다른 한쪽은 달라졌으면 한다. 따라서 어떤 길을 가든 반응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기대감을 모두 저버리지 않고 적절한 선을 밟아가며, 차츰 이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을 넘어 김승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처럼, 그것은 또 성시경과 주원으로 이어져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결국 '1박2일'의 기대감을 높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대감의 반전과 자연스러움은 '1박2일'이 순항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감동이 사라진 생방송, 왜?

'K팝스타'(사진출처:SBS)

'K팝스타' 생방송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만큼 예선에서 보여준 참가자들의 기량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감성의 이하이, 자유자재의 고음을 선사하는 박지민, 끝없는 아이디어로 아티스트라 불린 이승훈, '수펄스'라는 놀라운 여성4인조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던 이미쉘,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오뚝이 이정미, 예선 막판에 깜짝 반전을 보여준 김나윤, 맑고 깨끗한 목소리의 백아연 등 누구 하나 기대를 갖게 하지 않는 참가자가 없었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무려 120분으로 파격 편성된 'K팝스타' 생방송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이하이의 노래는 평이하게 들렸고, 노래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승훈의 무대는 어딘지 아마추어적인 인상을 만들었다. 기대했던 이미쉘도 시원스런 무대를 볼 수 없었고, 김나윤은 치어리딩의 볼거리에 치중된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박지민의 노래가 밋밋한 생방송 무대에 활기를 주었을 뿐,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아직 경험이 일천한 아이들에게 첫 생방송이 주는 압박감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그 심한 긴장감은 치열한 예선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넘치는 무대를 잡아 먹었다. 목소리는 시원하게 밖으로 터져 나오지 못했고, 자꾸만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게다가 생방송 무대의 음향은 예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아무래도 라이브 음향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예선에 비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음향 상태는 가뜩이나 주눅이 든 참가자들의 노래를 시청자들이 잘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10명에서 한 명씩 탈락하는 본 무대이기 때문에 사라져버린 기획사 3사의 지원도, 갑자기 달라져버린 무대의 주요한 이유다. 심사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기획사 3사는 참가자들이 무대를 준비하는 것에 관여를 하지 않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무대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무대란 가창력 하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선곡과 편곡, 그리고 전략이 필요한 곳이 바로 무대다. 뒤집어 보면 기획사 3사의 코디네이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 생방송 무대의 초라함이 보여준 셈이다.

노래 선곡에 있어서도 예선에 주로 팝송이 많았던 점은, 생방송에서 전곡이 가요로 바뀐 상황을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사실 'K팝스타'의 예선이 그 어느 때보다 세련되면서도 글로벌한 느낌을 주었던 것은 그 선곡에 팝송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K팝스타'를 통해 아델이나 비욘세 같은 세련된 팝 보컬들의 노래를 참가자들을 통해 들으면서, 어떤 동질감 같은 걸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예선 무대보다 최적화되지 못한 생방송 무대에서 갑자기 가요 선곡으로 바뀌면서 이런 환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한편 생방송 진행에 있어서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 진행은 어딘지 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고, MC들은 편안함을 주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의 심사는 무난했지만 그 역시 예선 때 보여준 촌철살인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여러모로 총체적으로 예선에서의 기대감이 너무나 컸던 반면, 생방송 본무대가 그것을 채워주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몇 달 간의 전체 흐름의 진행에 있어서도 강약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것은 이제 첫 생방송일 뿐이다. 그만큼 쓰라린 첫 경험을 제대로 했다는 얘기다. 끝없이 올라가던 것을 다시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 바닥의 경험은 다시 차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지도 모른다. 어딘지 밋밋하게 들리는 노래의 도입부가 후반부의 빵 때리고 올라가는 절정의 감흥을 주기 위한 것처럼, '박진영 식으로 얘기하면' 이 첫 생방송의 밋밋함 역시 갈수록 무대를 고조시키기 위한 하나의 작전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간 'K팝스타'가 주었던 그 감동의 무대를 다시 생방송에서도 보고 싶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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