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확장된 '부럽지', 연애 말고도 관계 보는 재미 톡톡

 

이건 전혀 예비사위와 예비장인, 장모의 모습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이하 부럽지)>에서 이제 공식적인 결혼발표를 한 혜림의 남자친구 신민철과 혜림의 부모님의 모습이 그렇다. 물론 이들의 인연은 독특한 면이 있다. 사실상 신민철을 혜림과 맺어주게 한 장본인들이 바로 혜림의 부모님이나 마찬가지고, 그래서 두 사람은 연애를 하면서도 양가 부모들과 만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찾은 혜림과 신민철을 대하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던 그런 예비 장인, 장모의 모습이 아니다. 찾아온 딸과 남자친구를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아버님의 거리낌 없는 모습에서 권위적인 모습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딸이 이제 곧 결혼한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사위가 될 신민철을 마치 아들처럼 대하는 모습이었다.

 

육식을 잘 안하신다는 혜림의 어머님은 예비사위를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그러면서 예비사위에게 도와달라는 모습에서도 이 가족의 단란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예비사위와 함께 어머님이 요리를 하고 그 와중에 아버님은 딸과 옛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 편안한 풍경은 장인댁을 찾은 사위의 모습이 아니라 그냥 한 가족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아버님이었다. 지긋한 나이가 엿보이는 흰 머리에도 딸 앞에서 옛 사진을 함께 보며 울컥하고, 귀여운 질투를 하는 등 애교 넘치는(?) 아버님이었다. 식성이 달라 32년 살면서 고기 한 번 얻어먹지 못했다는 아버님의 얼굴에서는 서운함보다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묻어났고, 꽃무늬 앞치마를 해주고 까르르 웃는 장모와 사위를 거실에서 바라보며 웃는 아버님에게서는 애정 섞인 미소가 피어난다.

 

생닭 손질이 낯선 장모와 사위를 보며 "내가 도와줘야겠구만"하는 아버님은 식성이 안맞아 어떻게 사셨냐는 사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난 먹고 싶을 때는 나가서 사먹는다"며 웃는 그 모습에서도 여유로운 배려가 느껴졌다. 그런 모습은 딸 혜림이 지금처럼 잘 자랄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엄했던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아버님. 그래서 자식들한테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학교 가서 빵점을 받고 와도, 아빠 나 빵점 받았어 하는 이런 모습에 나는 너무 좋은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얼굴은 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다 만들어진 닭볶음탕을 먹으면서도 아버님의 리액션이 폭발한다. "우리 마누라 잘 하네"라고 칭찬하고, 사위가 양념을 버무리고 씻어줬다는 얘길 듣고는 "그래서 맛있구나"하고 얘기해준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부부 사이의 좋은 금슬로 인해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연애하는 듯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화기애애함.

 

사실 <부럽지>는 연예인 커플의 리얼 연애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들어 연애만큼 이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이전 방영분에서 최송현이 남자친구 이재한과 부모님을 만나 식사를 할 때 아버님과 나누던 대화가 그렇고, 이번 혜림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그 화기애애한 광경이 그렇다.

 

물론 결국 연애는 당사자들 간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좀 더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부럽지>가 가족들까지 확장된 이야기를 함으로써 얻게 된 사랑의 좀 더 깊은 맛이 아닐 수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이 표피적인 연애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관계를 포함한다는 걸 이런 확장된 이야기가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달달한 연애만 부러운 게 아니라 그 관계가 부러운.(사진:MBC)

'놀면 뭐하니'가 끄집어낸 옛 감성의 이색 조합

 

왕년에 최고였고 지금도 한 댄스 한다는 이들이 모였다. 그런데 그 조합이 이색적이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어 제끼는' 이효리에, 최근 '깡'으로 때 아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 그리고 한때 클럽 죽돌이로 유명했다는 댄스 중독자 유재석이 그들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여름 댄스가요 시장을 강타할 혼성 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습생' 신분으로 함께한 멤버를 찾는 유재석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이효리는 워낙 음악과 예능을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JTBC <효리네 민박>에 이어 핑클 완전체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캠핑클럽>으로 여전히 예능 블루칩이라는 걸 증명했던 그다.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과는 각별하다. KBS <해피투게더> 시절에 함께 쟁반 노래방을 했었고, SBS <패밀리가 떴다>도 함께 했으며 MBC <무한도전>에도 자주 얼굴을 비춰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웃음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 <놀면 뭐하니?>에서는 댄스 혼성 그룹에도 합류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예능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동시에 도전하는 이효리를 기대하게 한다. 물론 아직 확실한 참여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지난 방송에서 그 누구보다 의욕을 보인 이효리였다. 1990년대 음악에 맞춰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줬고 그의 참여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깡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의 등장 역시 이번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7년 발표해 비 특유의 '허세'가 세간의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그 뮤직비디오에 붙은 재치 있는 댓글들이 화제를 일으키며 인터넷 밈(온라인 상에서 전파되며 즐기는 현상)을 만들었다. 하루에 '깡'을 한 번은 감상한다는 의미로 '1일1깡'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유튜브의 '깡' 뮤직비디오는 800만 뷰를 훌쩍 넘어섰고 비 관련 영상들이나 노래들도 새롭게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깡 신드롬'은 칭찬이 아닌 조롱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너무 과한 춤 동작들이 지금의 트렌드와는 사뭇 맞지 않아 이를 지적하는 게 하나의 놀이처럼 되어 버린 것. 하지만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는 이러한 '깡'에 대한 댓글들을 자신도 즐기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조롱을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현상을 선선히 유머로 받아줬고, 역대 히트곡의 춤들을 보여줌으로서 그가 춤 실력이 낡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놀면 뭐하니?>는 이로써 이효리와 비 그리고 유재석이라는 이색 조합이 그려지게 됐다. 이들이 특이한 건 이효리나 비가 댄스에 있어 레전드로 불리는 실력자들이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려놓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유재석은 이들에 비해 댄스 실력은 떨어지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춤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게다가 이들은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복고적인 여름 댄스 음악에도 최적화된 인물들이기도 하다. 당대의 감성을 그대로 재연하면서도, 현재의 트렌드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인물들. 그래서 이들은 어쩌면 살아있는 '뉴트로'의 한 면을 현재적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효리의 흥과 비의 허세 그리고 열정 넘치는 유재석. 과연 <놀면 뭐하니?>는 이들이 함께 하는 혼성 그룹을 보여줄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유산슬 신드롬을 잇는 또 다른 여름의 신드롬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삼시세끼'의 진짜 반찬, 유해진과 차승원의 농담과 진심

 

섬 생활 며칠 째지만 물고기는 구경도 못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지만 갑자기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통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워도 미끼만 채간다. 유해진의 마지막 보루, 통발은 '텅발'이 되어버렸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그나마 잡힌 건 치어들이라 바다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마치 보릿고개 같다. 첫 날은 운 좋게 전복을 채취해 회로 내놓아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냈지만, 다음 날은 잡아 온 게 없는데다 비까지 내려 한 마디로 춥고 배고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해진과 차승원의 유쾌한 농담은 고구마, 감자뿐인 저녁을 먹으면서도 기분 좋은 레스토랑 상황극을 연출했다.

 

다음 날 공효진이 게스트로 오면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전과는 달리 마음이 초조해졌다. 자기들끼리 삼시 세 끼를 해먹을 때는 그냥 농담과 유머를 반찬삼아 대충 해먹어도 된다 싶었지만, 손님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한 끼를 대접 못한다는 건 안 될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살림(?)에도 군침 도는 음식들을 내놨다. 첫 날 땄던 거북손을 넣은 파전과 밭에서 딴 상추와 깻잎을 넣은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내놓은 것. 뭔가 조촐한 점심이지만 차승원은 공효진을 위해 예쁜 접시에 손수 파전을 썰어 담아주고 유해진은 끊임없이 유쾌한 아재개그를 더해준다. 그러니 이 조촐한 식사시간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공효진은 그 화기애애한 식사에 기분 좋아지는 일화를 들려준다. 드라마 함께 할 때 차승원에게 "친구 없으시죠?"하고 물었더니 "하나 있어. 유해진이라고."라고 했다는 거였다. 가만히 듣던 손호준이 "되게 감동"이라고 하자 멋쩍은 듯한 유해진이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에이 그게 뭐 감동이야. 한 명 있어 그래야 감동이지. 내가 하나야?" 웃음이 빵빵 터지며 식사시간은 한 없이 즐거워진다.

 

다 같이 낚시에 나섰지만 역시 아무 수확도 없는 저녁. 빈손으로 온 유해진은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재료로 마늘종 볶음에 무 조림 그리고 뭇국을 끓여 풍성한 저녁상을 차려 내놓는다. 그러면서 손님으로 온 공효진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못 차려 준 게 영 마음에 남는 유해진이 미안해하자 차승원은 "먹고 싶다고 해서 해주는 거야. 무 조림."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유해진이 다시 농담을 더한다. "그냥 무 조림 먹고 싶다 그랬어? 생선 조림이라고 그랬으면 생선을 잡아 왔지-"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들의 농담은 밥상을 채워주는 또 다른 반찬이 된다. 무 조림에 뭇국을 내놓은 차승눠에게 유해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네?"하고 아재개그를 던지자, 차승원은 "몸에 해로운 청바지가 뭔 줄 아냐"며 "유해진"이라고 한다. 그러자 다시 유해진 얼토당토 않은 아재개그를 던진다. "없는데 효성이 지극한 진이 뭐냐"며 "공효진"이라고.

 

마음 한 구석의 부채감 때문일까. 다음 날 일찍 바다로 낚시를 나간 유해진은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낚시를 하겠다고 하고, 그러자 차승원은 굳이 밥과 반찬을 챙겨 배로 보내준다. 감동한 유해진은 밥을 다 먹고 사과에 '고마워'라고 새겨 찍은 사진을 전송해주고, 그걸 본 차승원은 무심한 듯 손가락 하트를 찍어 답장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섬에서 물고기 구경 한 번 못해 봤지만 그래도 여유롭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건 이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여유 있어서다. 늘 유머가 넘치고 그 속에는 무심한 듯 상대방을 생각하는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삼시세끼>는 물론 그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갖고 만들어 먹는 밥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게 없어도 여유와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삼시세끼>의 진짜 반찬이 이들의 여유로운 농담과 시크한 척 다른 이를 챙기는 진심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사진:tvN)

'골목식당', 백종원이 솔루션보다 의지를 먼저 심어주려 한 건

 

무엇이 사장님들을 이토록 자포자기하게 만든 걸까.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 골목편에 등장한 사장님들의 문제는 음식 맛이나 청결, 서비스 같은 게 아니었다. 물론 지난번에 잠깐 나왔던 떡튀순집은 백종원이 '기분 나쁜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식 맛에도 문제가 심각했다. 튀김은 눅눅했고 떡볶이는 이상한 맛이 났으며 순대는 기성품맛이 났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하지만 주방점검에 들어간 백종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냉장고 안에 얼어붙은 심각한 크기의 성에는 물론이고 기름때가 곳곳에 들러붙어 있어 달라붙은 선반을 빼내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이며 화구 옆이며 기름때가 없는 곳이 없었다. 백종원은 단박에 알아봤다. 이건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안한 거라는 걸.

 

사실이 그랬다. 하루에 매출이 0원인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집 사장님은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에서 대신 빠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보증금마저 다 사용해 마이너스가 될 처지였다. 세 자녀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서 사장님의 처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가게에 나와 있긴 하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포자기하고 있었던 것.

 

백종원은 솔루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포자기한 마음을 되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장사를 접고 청소를 하라고 했고, 일주일간 청소된 가게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그 청소를 통해 의지를 다시 갖게 하려는 백종원의 배려였다.

 

이번 수원 정자동 골목편에 출연한 쫄라김집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나마 예고가 나가면서 손님들이 조금 찾아와 점심장사에 활기를 띠었지만, 몇 테이블이 들어왔는지 또 매출은 얼마인지를 묻는 백종원을 질문에 사장님은 선선히 답변을 하지 못했다. 주머니에 그냥 돈을 찔러 넣어두고 하루 장사가 끝날 때 얼마를 벌었는지를 확인한다는 사장님은 어떤 메뉴가 잘 나가는지 손님은 얼마나 왔는지 같은 걸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무기력한 상태였다. 장사가 잘 되고 싶냐는 백종원의 질문에도 잘 되기보다는 애들에게 짐이 안되고 싶은 마음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난 장사에서 망해 빚만 1억이 넘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빚을 갚으려면 더 열심히 장사를 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전에 했던 쭈꾸미집 이야기만 꺼내도 사장님은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 가슴 아픈 실패의 경험이고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던 것.

 

백종원은 자신 역시 17억을 빚졌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놓으며 사장님이 의지를 갖기를 바랐다. "지금 목이 메이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 정말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먼 산 쳐다보면서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이야기해버리면.." 백종원은 동정이나 연민보다는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려 했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것.

 

그 장면을 상황실에서 보고 있던 김성주는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사장님이 눈을 맞추지 않고 먼 곳을 보며 이야기했던 걸 기억해냈다. 김성주는 그 이유가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회피하고 싶으신 것 같았다"며 "그래서 내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얘기를 하셨다"고 했다. 그만큼 사장님이 겪은 실패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장님의 우울한 얼굴부터 바꿔야 손님들에게도 좋은 기운이 간다고 백종원은 강변했다. "내 속마음을 숨기고 손님한테 즐거운 표정을 짓는 게 기본메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거울을 보며 인사를 연습하고 웃는 모습을 연습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편은 그 어떤 이전 방송들보다 극에 몰려 있는 가게들의 사정을 느끼게 해줬다. 장사를 실패해 빚이 쌓이고, 노력해도 손님이 없어 이제 길바닥에 나앉기 직전에까지 몰린 사장님들. 그래서 자포자기하고 무기력해진 사장님들의 사정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중요해진 건 솔루션보다 이 분들이 다시 해보겠다는 삶의 의지를 되찾는 것이 되었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침체된 상황에 몰린 건 이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게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느낄 무력감과 자포자기 심정이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적어도 이번 편에 나오신 사장님들이 장사가 잘 되는 건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의욕을 가진 얼굴을 보기를 바라게 된다. 백종원은 과연 그런 의지까지 일으켜주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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