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식구라면 사랑과 함께 규칙도 알려줘야

 

“어머니 얘 몇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강형욱의 질문에 어머니는 15년, 16년은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러면 못 살아요. 이러면 한 3년이면 끝나요. 이렇게 키우면.” 어머니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하지만 강형욱은 불편한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진짜라니까요? 몸 보면은 당뇨 심하게 온 게...”

 

KBS <개는 훌륭하다>가 이번 주 찾아간 곳은 초 예민 반려견 독도네 집. 어려서부터 거의 ‘식구’로 키웠다는 어머니는 독도를 가족이라 말했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겼다. 강형욱이 독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줄을 맨 채 몇 시간 동안 씨름을 하는 동안에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가득 안쓰러운 표정과 근심이 가득했던 건 독도를 진짜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 독도의 상태는 어땠을까. 그냥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다. 살이 너무 쪄서 걷는 것 자체가 불편해 보였고 다리가 꺾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통제가 불가능한 독도의 예민한 반응들이었다. 한없이 애교를 부리다가도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물기도 하는 상황. 애착관계 역시 들쑥날쑥했다. 딸에게 한없이 애착을 보였다가 이빨을 드러낸 후에는 아버지에게 애착을 보이는 등 제 멋대로였다.

 

놀라운 건 보통의 반려견들이 목줄을 가져와 산책하자 하면 꼬리를 흔드는 것과 달리 독도는 이빨을 드러내며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목줄조차 매지 못하는 상황이니 산책은 불가능했다. 산책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주는 음식만을 받아먹고 있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몰래 독도의 입에 넣어주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갖고 오자 익숙한 듯 자신도 달라며 식탁 옆에 와 앉아 있는 독도에게 딸은 “절대 안돼”라고 말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번갈아가며 몰래 감자튀김을 먹였다. 그러면서 딸이 “냉정하다”고 말했다.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여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다 살까지 찐 상태라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강형욱은 그 상태를 사람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보통의 사람이 부딪치면 그냥 지나가지만, 아픈 사람이 부딪치면 어떻겠냐 되물었다. 당연히 반응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오래도록 이렇게 뭐든 원하는 건 해주고 원치 않는 일은 안했던 습관들이 누적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솔루션을 위해 투입된 강형욱조차 그 습관을 바꾸는 데 힘겨워했다. 매면 푸는 것을 반복하며 목줄을 매는 것조차 거부하는 독도에게 계속 목줄을 매는 연습을 시키고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알려줬다. 급기야 극렬한 반항에 잇몸이 터져 피까지 나오는 상황. 딸은 놀랐지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이 독도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결국 강형욱의 도움으로 딸이 독도에게 목줄을 매는 것을 성공시켰고, 강형욱은 그렇게 지켜야 할 것들을 독도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독도와 지내기 위해서는 그저 ‘식구’라는 마음으로 다 해줘서는 안 된다는 걸 강형욱은 이야기해줬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는 숨겨진 뉘앙스가 담겨있다. 그 말은 어떤 개든 훌륭하다는 뜻이지만, 그럼에도 난폭하거나 물기도 하는 개에게는 함께 지내는 반려인들의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독도네 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반려인들이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식구처럼 생각하고 가족처럼 지내려 하는 반려인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애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강형욱은 그걸 알려주고 어떤 애정방식은 잘못됐다는 걸 교정해줌으로써 반려인과 반려견이 행복한 동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이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주는 중요한 가치다.(사진:KBS)

‘1박2일’ 시즌4, 출연자 매력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들

 

복불복으로 시작해 복불복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시즌4가 복불복의 늪에 빠졌다. 김종민을 제외하고 출연자들을 모두 교체했고, 제작진도 방글이 PD를 새롭게 기용해 새 진용을 꾸렸다. 물론 이렇게 새로 시작하는 체제는 초반 어느 정도의 적응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건 출연자들도 또 제작진들도, 시청자들도 필요하다.

 

그래서 초반에 여행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내놓기보다는 복불복 게임 등을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건 중요하다. 실제로 <1박2일> 시즌4는 충북 단양에서 진행됐던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나 인제에서 펼쳐진 혹한기 아카데미가 거의 복불복 게임으로 채워졌다. 이동 차량을 두고 벌어지는 복불복, 점심식사 복불복, 저녁식사 복불복에 야외취침을 놓고 벌이는 복불복으로 하루를 끝내면 다음 날 아침 기상미션 복불복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개성과 매력은 확실히 드러났다. 맏형이지만 게임에 연전연패하며 최약체의 허술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연정훈, 새 진용 속에서 브레인으로 거듭난 김종민, ‘도톰과 제리’라는 별칭으로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주는 문세윤과 딘딘, 예뽀(예능 뽀시래기)라 불리며 허당 승부욕을 드러내는 김선호 그리고 젊은 피의 패기로 다가오는 라비가 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 정도 캐릭터가 생겨난 상황에서 경북 안동으로 떠난 네 번째 여행도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건 어딘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복불복 게임에도 안동이라는 특색을 더하려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너무 작위적인 면도 있다. 예를 들어 그 곳에 흐르는 낙동강을 얘기하며 떠오르는 ‘오리알’ 복불복을 한다거나, 도산서원에서 한자 대결을 하고,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에서 시 암송 미션을 하는 식이 그렇다.

 

물론 안동이라는 지역과 연관이 있는 복불복 게임이긴 하지만 그것이 실제 여행과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오리를 보거나 오리알을 먹기 위해 안동을 가는 이들이 몇이나 될 것이며, 도산서원이 주는 고적하면서도 편안해지는 그 공간의 맛을 생각한다면 한자 대결이 여행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육사 문학관에서 시 암송 대결을 벌이는 것이 물론 게임의 재미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육사의 문학이 가진 의미나 가치를 되새겨 주진 않을 게다.

 

<1박2일>은 결국 여행 프로그램이다. 시즌4로 이어지면서까지 계속 이 프로그램이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그 취지가 KBS라는 공영방송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1박2일>의 핵심은 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초반에 새로운 출연자들이 등장해 이들을 소개하는 시간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복불복이라는 조미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불복은 조미료에 해당하지 <1박2일>이 가진 여행이라는 음식은 아니다. 복불복이라는 조미료에 출연자 매력만으로 <1박2일>이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1박2일>이 여행의 어떤 면들을 찾아내야 이런 단점들이 보완될 수 있을까. 그것은 현재 실제로 그 여행지를 여행하고픈 이들이 갖는 그 정서에서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 안동을 여행하고 싶다면 왜 하필 그 곳을 가고 싶어 할 것인가를 찾아내야 하고 그 곳을 여행할 때 갖게 되는 독특한 감정이나 정서, 분위기 같은 것을 프로그램에 녹여내야 <1박2일>은 제대로 된 국내 여행을 담는 프로그램으로 설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저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여행 프로그램은 비로소 기본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의 시청률과 재미를 위한 복불복의 재미에 빠져들다가 여행이 아닌 게임 예능이 되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새 출연자들의 매력은 충분히 알았다. 이제 여행이 주는 묘미를 찾아야 할 때다.(사진:KBS)

‘놀면 뭐하니?’의 성공 통해 본 김태호 PD의 유연함

 

김태호 PD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생긴 유행어를 따서 말한다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주 MBC 구내식당에서 유재석을 위한 식사가 마련되어 있다고 가보라고 한 김태호 PD. 알고 보니 그건 신년을 맞아 떡국대신 유재석이 100명의 사원들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유재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 끓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투덜대며 김태호 PD에 대한 화를 삭이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사원들과 유재석이 나누는 대화에는 신년을 맞는 덕담 같은 훈훈함이 묻어났다. 물론 양 분배에 실패하고 면도 어떤 건 꼬들꼬들 했하고 어떤 건 불어서 균질한 맛을 유지하진 못했지만 사원들 중 그 누구도 맛없다거나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맛이 아니라 유재석이 직접 끓여주는 라면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100명의 사원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이 그저 유재석 골탕 먹이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인생라면’이라는 라면집을 오픈하고 연말 시상식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드러났다. 유재석이 라면집 오픈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심영순, 여경래를 비롯한 셰프들까지 모셔와 모니터링하며 조언을 들었던 것. 절실하게 필요했던 건 역시 조리 속도였다. 그래서 100명의 사원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으로 그걸 훈련하게 했던 것.

 

그렇게 오픈한 ‘인생라면’에서는 장성규부터 시작해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에 이어 김구라, 박명수까지 찾아와 웃음 만발한 토크 한 마당이 마련됐다. 그 ‘인생라면’집을 위해 준비된 유산슬 라면 레시피도 전수되었다. 워낙 손이 많이 가서 몇 개를 끓이다 말았지만 그 맛에는 모두가 ‘엄지 척’이었다. ‘인생라면’은 그래서 라면을 끓여주고 먹는 먹방과 쿡방 분위기보다는 훈훈한 동료들의 토크 분위기로 흘러갔다.

 

유재석이 장도연, 양세찬, 장성규에게 “잘 버텨줘서” 너무 뿌듯하다고 말하는 대목은 시청자들의 가슴도 따뜻하게 해주었고, 오랜만에 만난 박명수가 유재석의 2인자 자리를 빼앗겼다며 조세호에게 버럭하고, 유재석과 마치 밀당하는 연인처럼 삐친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은 역시 박명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서 김구라가 콕콕 찔러주는 직설과 자신의 연애사실까지 쿨하게 밝히는 모습 역시 이들이 어떻게 지금껏 잘 버텨내고 있는가 하는 그 진가를 느끼게 했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많은 것들을 계획했을 게다. 유산슬이라는 예명 때문에 중화요리협회에서 감사패를 받으며 유산슬 요리에 도전하고, 그게 실패하며 나온 “라면을 잘 끓인다”는 말에 곧바로 라면집 아르바이트를 시키며 그 영상을 본 이른바 ‘뽕벤젼스’가 ‘인생라면’이라는 곡을 만들게 해준다. 유산슬이 연말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고 100명의 사원들에게 라면을 끓이는 미션을 수행한 후 ‘인생라면’이라는 분식점을 열어 시상식을 빛낸 예능인들을 초대해 토크를 벌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김태호 PD가 얼마나 촘촘히 일을 계획해내고 있는가가 실감난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성공하고 유산슬이 신드롬을 일으키게 된 데는 계획된 대로가 아닌 계획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김태호 PD가 보여준 ‘유연함’이 더 크게 작용한 부분이 있다. 애초 릴레이카메라로 시작한 <놀면 뭐하니?>가 드럼 비트에 도전하던 ‘유플래쉬’를 거쳐 캐릭터 도전이라는 성공 키워드를 찾아내고는 ‘유산슬’로 이어가는 과정은 쉬워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들이다.

 

PD들은 본인이 애초에 계획했던 기획을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건 그만큼 애초 계획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인데, 중간에 어떤 방향이 바뀌거나 의외의 요소에서 반응이 나올 때 그 계획을 수정하는 일은 그래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유산슬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그 안에서 확장을 해나가는 건 그래서 김태호 PD의 애초 계획에는 없던 일이다. 다만 변화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 것. ‘계획’만큼 중요한 게 그래서 ‘무계획’적인 부분이다. 철저히 준비하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있어 <놀면 뭐하니>가 성공할 수 있었다.(사진:MBC)

‘금금밤’ 실험정신 갉아먹는 밋밋한 내용, 나영석의 다음 수가 필요하다

 

나영석 PD가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현재의 6개 코너로만 본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이 형식 실험만 가지고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형식 실험에 맞는 참신한 내용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포진된 6개 코너들은 분량이 15분 내외로 짧아졌다는 것을 빼고나면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것들이다. 이승기가 여러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하루의 체험을 보여주는 ‘체험 삶의 공장’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따온 것이다.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하던 것을 이승기 원톱으로 바꾸고 시간을 대폭 줄여 노동의 여러 단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코너는 나름의 재미 요소들이 있다. 일단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보던 어떤 물건들이나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가를 보는 재미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이승기가 그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통해 그날의 노동을 스스로 품평하는 코너도 들어있다. 하지만 기획만으로 보면 제목만 봐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장면들이 나올 것인지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유튜브 채널의 짧은 동영상들이 갖는 최대 장점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 불가한 새로움이라고 볼 때 이 코너는 생각만큼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형식을 실험적으로 가져왔지만 기획적 포인트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

 

이런 사정은 나영석 PD가 이서진과 함께 뉴욕을 여행하는 ‘이서진의 뉴욕뉴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서진이라는 인물의 개성이 묻어나 있기 때문에 이 뉴욕 여행의 특별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미국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중국음식을 먹는 대목이나, NBA 경기를 보러가서는 시차적응을 못해 잠이 들어버리고 얼떨결에 티셔츠를 얻는 우연적 요소들은 역시 여행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서진과 나영석 PD 그리고 여행이라는 코드는 역시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숏폼이라는 파격적 형식에 무언가 다른 걸 기대한 시청자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진경의 ‘내 친구네 레시피’는 전형적인 쿡방과 먹방이고, ‘신기한 과학나라’, ‘신기한 미술나라’는 <알쓸신잡>에서 많이 봐왔던 인문학적 요소와 예능 토크가 곁들여진 기획이다. 그나마 나영석 사단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스포츠 꿈나무들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스포츠인들을 응원한다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지만 이런 소재 역시 어디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시감이 든다. <일밤>에서 종종 시도됐던 스포츠 예능의 숏폼 형식이랄까.

 

나영석 PD가 유튜브 시대에 맞춰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tvN에서 시도한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형식 실험만큼 중요한 건 그 새로운 형식에 걸맞은 새로운 소재들과 기획,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존 방송에서 해왔던 소재나 기획들을 그저 숏폼 형식 안으로 넣는다고 새롭게 느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금요일 금요일밤에>는 그냥 금요일 밤 별 생각 없이 편안히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다. 하지만 나영석 PD라는 이름값이 있고 거기에 더해진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밋밋한 게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의 버라이어티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형식에 걸맞은 참신한 기획이 절실하다 여겨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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