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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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이 달라졌다. 먼저 시청률이 다르다. 작년 12월 '무한도전'의 평균적인 시청률은 14%(agb닐슨)대였다. 그런데 1월1일에 방영된 '연말정산 뒷끝 공제 특집'이 15.8%를 기록한 데 이어, 1월8일 '정총무가 쏜다' 17.8%, 1월15일 '타인의 삶1' 18.4%, 1월22일 '타인의 삶2' 18.9%를 기록했다. 1월 한 달 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회복한 셈이다.

물론 '무한도전'의 가치를 시청률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무한도전'이라는 예능이 가진 독특한 형식적 특징 때문이다. 보통 호평을 받는 포맷이 생기면 그 형식을 반복하는 여타의 예능과 달리, '무한도전'은 매번 새로운 형식을 도전한다. 따라서 시청률 기복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한도전' 역시 시청률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금은 마니아적이고 비교적 젊은 층들에게 소구되는 전위적이고 도전적인 느낌은 '무한도전'만이 갖는 아우라지만, 바로 그 점은 좀 더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분명 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2011년을 맞아 '무한도전'은 확실히 이 보다 넓은 시청층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타인의 삶'이라는 아이템이다. 박명수와 재활의학과 의사인 김동환 교수가 서로 하루 동안을 바꿔 살아보는 이 컨셉트 속에는 전에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이른바 '감동 모드'가 발견된다. 병원에서 일일의사인 박명수와 환우로 투병하는 예진이의 예쁜 만남이 그것이다. 쿨하기만 한 줄 알았던 '무한도전'이 이토록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는 건 여러모로 보다 넓은 시청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훈훈함도 박명수가 했기 때문에(그는 버럭 캐릭터다) '무한도전'만의 쿨함을 유지하지만.

또한 '타인의 삶'에서 일일 박명수로 김영환 교수가 멤버들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굉장히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무한도전' 속에 중년남자가 들어와 함께 어우러지고 과거를 추억하는 게임을 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중년 세대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이런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앞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아도 분명 어떤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9일 방영되는 '무한도전'의 소재는 '무한도전 TV는 사랑을 싣고'다. 이 아이템 역시 '타인의 삶'이 보여주었던 그 폭넓은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만남'이라는 아이템은 누구에게나 가슴을 울리는 소재가 아닌가.

물론 '무한도전'은 '데스노트'처럼 여전히 '무한도전'다운 실험적인 놀이를 즐길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다 폭넓은 세대들이 모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건 왜일까. 이건 혹시 '무한도전'이 올해 던지는 승부수가 아닐까.

'싸인', 그 무서운 뒷심은 어디서 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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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사진출처:SBS)

'싸인'의 상승세가 무섭다.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한 유명가수의 죽음은 고 김성재의 의문사를 떠올렸지만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마도 CSI 같은 세련됨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기대치에는 맞지 않는 우리식의 법의학 드라마라는 점도 작용했을 듯 싶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우리 식의 정서가 묻어나는 '싸인'은 힘을 발하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로 연쇄살인범의 등장과 함께, 긴박한 사건들을 다차원적으로 엮어내는 연출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우리네 드라마에서 스릴러 같은 장르적 성격이 성공한 적은 극히 드물다. 고현정이 출연했던 '히트'가 그랬고, 손예진이 맹렬 기자로 등장했던 '스포트라이트(물론 이 작품은 스릴러는 아니지만 그런 요소가 강했다)'도 그랬다. 이유는 당연했다. 우리 드라마에는 멜로 같은 말랑말랑함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싸인'은 이례적이다. 물론 멜로가 예고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스릴러적인 사건들만으로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끈 걸까.

사실 작년 내내 우리 문화계에 불어 닥친 '정의' 신드롬은 이례적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출판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정의'라는 키워드가 대중들에게 자극하는 부분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 내에서는 그다지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정의' 신드롬은 EBS에서 방영하는 샌델 교수의 강의로 이어지고 있다. 한번쯤 본 사람들은 그 강의가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머가 넘치는데다가 어려운 철학적 문제도 명쾌하게 구체적 사례를 통해 풀어내주는 샌델 교수의 힘이다.

작년 영화계를 강타한 건 스릴러 장르였다. '아저씨', '이끼',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등등 그 어느 때보다 스릴러가 강세를 보였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정의'라는 키워드가 보인다. 특히 '아저씨'의 대성공은 물론 원빈이라는 배우의 힘이 작용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되지 않고 있는 사회정의라는 차원과 거기에 어떤 부채감 같은 걸 느끼는 고개 숙인 아저씨 감성이 맞물리면서 흥행에 불씨를 던졌다. 그만큼 현실이 채워주지 않는 '정의'에 대한 갈망을 영화라는 판타지 속에서나마 충족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싸인'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다. 스릴러에도 어느 정도의 수위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쇄살인범이 여주인공을 잡아 두고 마치 장난치듯 죽음으로 몰아넣는 장면은 그래서 영화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싸인'이 힘을 발휘하는 건 이 '정의'에 대한 갈망이 안방극장으로도 침투하는 것만 같다.

여기에는 장항준 감독의 촘촘한 연출력과 그저 연기로 부딪치는 박신양과 전광렬의 팽팽한 대결, 그리고 푼수 같은 털털한 이미지로 변신에 성공한 김아중의 몫이 크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와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한 설정들, 그리고 적절히 이어지는 멜로의 균형 감각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건, 역시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그 '정의'에 대한 갈망이다. '싸인'의 다음 에피소드는 과연 그 갈망을 더 키워놓을 수 있을까.

'1박2일', 새 멤버의 자격, 의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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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의 새 멤버는 왜 그렇게도 채워지기가 어려운 걸까. 윤계상에 이어 송창의 역시 제6의 멤버로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 이유는? 바빠서다. 송창의는 이정향 감독의 새 영화 '노바디 썸바디(가제)'를 찍고 있다. 게다가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바쁠만 하지만 과연 그 이유만일까.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제6의 멤버에 쏠린 시선이 뜨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목될 때 들어가면 잘 해야 본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하면 오히려 집중포화를 받을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 선뜻 내키지 않는 제안일 수 있다.

하지만 제6의 멤버로 들어갈 인물이 어느 정도 예능의 베테랑이거나, 아니면 그나마 스케줄이 많지 않은 신인이거나, 부담감보다 더 절실한 동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 그 자리에 들어갈 인물은 줄을 설 것이다. '1박2일'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그렇지만 '1박2일'측이 뽑으려는 제6의 멤버의 자격은 이것과는 정반대다. 예능의 베테랑이어서도 안되고, 신인보다는 어느 정도 이미지를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단지 개인적인 동기만으로 '1박2일'에서 입지를 세우려는 인물 역시 거부 대상이다. '1박2일'은 이른바 '착한 캐릭터'를 원한다. 왜 제6의 멤버가 갖추어야할 자격은 이렇게 가장 어려운 조건을 통과해야하는 걸까.

가장 큰 것은 김C의 공백이다. 지금 '1박2일'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단지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승승장구'에 이경규가 나왔을 때 이수근이 농담처럼 얘기한 것처럼, 지금 '1박2일'은 어떤 지적인 느낌이 없다. 아니 꼭 지적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어떤 의미화를 만들어낼 만큼의 진지한 인물이 절실하다. 김C는 최고였다. 그는 아무런 멘트 없이 그저 진지한 표정만으로도 그 여행이 갖는 어떤 의미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가볍게 만들어도 김C로 돌아오면 이 여행 버라이어티는 어떤 진지함과 무게감을 갖게 된다.

만일 '1박2일'이 캐릭터를 통해서 프로그램에 어떤 의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들의 복불복이나 미션들은 자칫 휘발될 수 있다. 이럴 때 김C 같은 도무지 예능과는 담을 쌓은 인물이 그저 묵묵히 혼자 복불복을 수행하며 길을 걸어가면 프로그램은 진지해진다. 김C의 그 걸음걸음 자체가 인생처럼 여겨지는 순간을 우리는 여러 번 보지 않았나.

따라서 김C 없는 지금 '1박2일'은 PD와 작가가 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제작진 없는 멤버들만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나 '외국인 근로자' 특집 같은 소재는 그간 해왔던 여행과는 달리 제작진의 철두철미한 준비가 엿보인다. 나영석 PD가 자꾸 주목되는 건 이런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다행스러운 건 나영석 PD 역시 제6의 멤버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말 그대로 '착한 캐릭터'고 PD기 때문에 예능을 하려 하지 않지만 '1박2일'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PD다. 언제까지 그가 빈 자리를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한 건 '1박2일'이 언제까지 다섯 명의 멤버로 움직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지금 현재는 없는 '의미화가 가능한 인물'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섭외가 어려운 제6의 멤버가 갖추어야 할 자격이다.

'파라다이스 목장'의 주상욱, '드림하이'의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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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목장'(사진출처:SBS)

'파라다이스 목장'의 주상욱. 그리고 '드림하이'의 김수현.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물론 연기자들이라는 점이다. 드라마 속에 연기자야 당연한 것 아닌가 하겠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이른바 연기돌로 불리는 가수들이 드라마 곳곳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수가 한 명쯤 안 나오는 드라마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된 것은 점점 퓨전화되어가는 프로그램의 경향 때문이다. 드라마와 예능이 만나고 예능과 다큐가 만나는 시대다. 그러니 현빈이 노래를 불러 음원차트 1위에 올리는 일이나, '드림하이'처럼 아이돌 가수들이 무더기로 출연해 연기를 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는 건 더 이상 개그맨들이 아니다.

가수들이 드라마나 예능까지 장악해 들어오는 건 음반 산업의 지각변동으로 생존을 위한 것이면서, 또 한 편으로 보면 노래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하면 그 프로그램은 어떤 감성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게다가 노래라는 요소 자체가 즐거운 속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드라마 속에 가수들이 들어오면 어떤 신선함을 더하기도 한다. 물론 합당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만일 그 연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래서 황인뢰 감독 같은 경우, 오히려 이미 어느 정도 이미지가 고착된 배우보다는 백지상태의 가수들이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다가 OST 역시 빼놓을 수 없다. OST는 드라마와 가수들 양자가 모두 이득이 되는 접점이 되기도 한다.

과거처럼 가수가 등장하면 늘 따라붙는 연기력 논란도 줄어들었다. 여전히 어색한 연기가 나오지만, 이제 하도 많이 가수들이 연기를 하는 통에 대충은 접어주는 분위기다. 배우들은 조금만 연기가 어색해도 "연기자가 저 정도밖에 못해"하고 질책하는 반면, 가수들은 "가수치곤 잘 한다"고 봐주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드림하이'의 택연 같은 가수는 갈수록 연기 몰입도가 좋아지고 있다. '파라다이스 목장'의 최강창민 역시 가수의 첫 연기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런 작품 속에 들어있는 배우들은 어떨까. '드림하이'의 김수현은 자칫 들뜰 수 있는 드라마에 어떤 무게중심을 더하는 배우다. 배우로서 어떤 안정감을 제공해야하는 그로서는 책임감마저 느낄 법하다. 게다가 '드림하이'라는 작품은 거꾸로 노래를 가수처럼 소화해내야 한다. 즉 이 드라마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김수현 같은 배우에게는 오히려 더 어려운 드라마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수현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다.

새로 시작한 '파라다이스 목장'에서도 역시 드라마에 안정적인 느낌을 만들어주는 배우는 주상욱이다. '자이언트'의 절절함에서 이제는 어딘지 신사다움과 유쾌함이 묻어난 연기로 이연희와의 로맨스를 엮어나간다. 또한 이연희도 그간 하는 작품마다 쏟아진 연기력 논란에서 확실히 벗어난 모습이다. 주상욱과 이연희가 어느 정도 만들어내는 안정감 위에서 최강창민의 풋풋함이 힘을 발휘한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가수들의 연기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배우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가고 있다. 어쩌면 제2의 한류가 가수들을 더더욱 한류의 전면에 끌어올리게 되면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럴수록 김수현이나 주상욱 같은 배우들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의 뼈대 역할을 하고 있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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