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진정성 사이, 토크쇼의 딜레마

지금 토크쇼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토크쇼는 MC가 게스트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기본 포맷. 여기에는 쇼의 입장과 게스트의 입장이 적절히 반영되기 마련이다. 쇼의 입장은 게스트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나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다. 반면 게스트의 입장은 쇼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시작한다면 토크쇼라는 자리는 자연스러운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된다. 하지만 현재 이 쇼의 입장과 게스트의 입장은 상충된다. 쇼의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출연할 게스트를 찾기가 어렵게 되고, 게스트의 입장을 맞추다보면 쇼가 자칫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야심만만’, ‘야심만만2’와 무엇이 달랐나
‘야심만만’이 훌륭했던 점은 바로 이런 게스트의 입장과 쇼의 입장을 설문조사라는 공적인 방식으로 적절히 절충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소재를 게스트의 입장에 맞추는 직설적인 방식을 피하고 설문이라는 우회의 방법을 통하자, 이야기에 대한 공감의 폭이 넓어졌다. 영화나 드라마 속 설정을 보통사람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일반화시키자 출연진들은 누구나 그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하려는 당사자들, 즉 게스트의 입을 반드시 통할 필요도 없게되었다. 누구나 얘기하고 회자되는 이야기 속에서 홍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새롭게 시작된 ‘야심만만2’에서 게스트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채택한 방식은 ‘올킬’이라는 시스템이다.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출연자가 얘기하고 다른 출연자들이 그 경험이 모두 없으면 ‘올킬’이 되고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노킬’이 되는 식이다. 올킬이 되면 그 경험을 얘기하는 출연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반면 노킬이 되더라도 그 노킬을 외친 이의 경험이 덧대질 수 있기에 이 시스템은 일견 유용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다분히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연예기사의 산실이 되고 있는 점을 간파한 제작진들의 노림수가 들어있다. 연예인 ‘누구누구가 어떤 일을 한 적이 있다’는 건 예능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기사로 뜨는 제목들이다. 강호동이 가끔씩 “이 얘기 내일 인터넷에 쫙 뜨겠다”고 말하는 건 그저 농담이 아니다. ‘올킬’시스템은 그 자체로 예능 프로그램의 연예 기사 양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올킬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현재 토크쇼의 추세인 집단 MC체제에 발맞춰 고정 MC들이 많아지면서 매번 새롭게 출연하는 두 명의 게스트에게만 ‘올킬 제안’이 이뤄지는 사이 이들 고정 MC들은 꿔다 논 보릿자루가 될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이라는 형식에서 게스트에게만 집중되는 ‘올킬 제안’은 그 자체로 게스트 출연의 이유를 홍보 그 자체로 인식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게스트를 출연시켜놓고 고정 MC들에게 계속 ‘올킬 제안’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야심만만2’의 문제는 매번 토크쇼에서 다루어질 이야깃거리가 공급되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야심만만’은 그 의제를 설문을 통해 공급했지만(물론 그것이 홍보의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야심만만2’에서는 게스트가 가져오는 ‘올킬이 될만한’ 경험이 이야기의 전부다. 따라서 전적으로 토크쇼의 이야깃거리가 게스트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제작진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지호의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끌어내기 위해 전진을 앞세우는 것은 그것이 너무 의도적인 느낌을 지우기 위한 방편이다.

진정성과 홍보사이, 토크쇼의 고민
“야심만만2”는 ‘야심만만’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포맷으로 ‘예능선수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첫 회에서부터 타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출연진들 또한 방송3사 예능프로그램에 걸친 이들을 끼워 넣음으로써 그 캐치프레이즈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 대표선수들이 모여서 대결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회가 지난 지금 이런 색채는 벌써부터 사라지는 듯 하다. 대신 고개를 드는 것은 홍보성 이야깃거리들로 채워지는 토크쇼의 고질적인 방향전환이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야심만만2’는 아마도 지금 안정되지 않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일 것이다. ‘예능선수촌’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는 좀더 혁신적인 토크 시스템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방송사의 경계를 허물고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구도를 토크쇼 안에 넣었을 바에야 차라리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의 각축장으로 토크쇼를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만일 올킬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면 게스트에게만 집중되는 의제를 다양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야심만만2’가 가진 딜레마는 지금 진정성과 홍보 사이에 서있는 모든 토크쇼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올림픽방송 지원하는 예능의 고육지책

올림픽 시즌에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일 수는 없었나. 예능 삼국지를 방불케 하던 주말 밤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은 시들해졌고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올림픽 방송에 밀려 결방되기도 하고, 방송이 된다해도 올림픽 특집으로 본래의 특성이 사라져버리니 열렬한 지지층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올림픽 특집으로 무한도전식의 ‘이색올림픽’을 보여주었다. 종목은 지압판 멀리뛰기, 상대방의 상의를 벗기는 유도경기, 100m 복불복 달리기, 땅 짚고 헤엄치기, 역기 들어 엉덩이에 낀 젓가락 부러뜨리기 같은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몸 개그가 프로그램의 컨셉트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긴장감 넘치는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 우스꽝스런 이색올림픽의 면면이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1박2일’도 마찬가지. 지난주에 있어 2회 연속으로 1박은 하지 않고 운동에 열중한 ‘1박2일’은 심지어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지난주 여자 대표팀과의 축구경기는 슛돌이 성인버전이라는 얘길 들었으며, 이번 주 배드민턴, 양궁, 탁구 경기가 나가자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다며 “여행은 언제 가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같은 시간대인 SBS의 ‘패밀리가 떴다(일요일)’와 ‘스타킹(토요일)’은 올림픽 특집방송을 하지 않고 본래 하던 식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림픽 시즌에 이들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를 보면 ‘일요일이 좋다’가 21.6%(AGB 닐슨)로 수위를 차지한데 비해 ‘해피선데이’는 17.6%를 차지했고, ‘스타킹’이 13.8%를 차지한 반면 ‘무한도전’은 13.6%를 기록했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프로그램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예능의 올림픽 특집은 단순하게 비교해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올림픽 특집을 위해 특별 게스트를 모시는 일도 그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모든 게 불리하고 힘든 상황에서 왜 예능 프로그램은 올림픽 특집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 ‘1박2일’은 여자축구대표와의 축구경기를 하면서 이어지는 ‘한국 대 이탈리아’의 축구경기를 KBS와 함께 하자는 식의 멘트를 집어넣었다. 이어진 방송 3사의 축구경기 중계 경쟁에서 KBS는 15.8%로 수위를 차지했다. 한편 ‘무한도전’멤버들이 해설자로 나선 MBC‘여자 핸드볼 한국 대 헝가리전’은 17.1%로 시청률에서 압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올림픽 특집은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은 억울할 뿐일까. 해석에 따라 상황은 거꾸로 역전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이색올림픽이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핸드볼 중계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색올림픽이 ‘무한도전’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사격이었다면, 핸드볼 중계는 올림픽 방송과 ‘무한도전’ 양자가 비교적 적절히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지금 올림픽 시즌을 맞이해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쩔 수 없이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것을 가지고 초심 운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들도 방송국이 명운을 걸고 하는 올림픽 방송에서 열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좀 남다른 대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지면 통상적으로 나오는 거의 똑같은 포맷의 특집 구성은 분명 비판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2년여 권좌의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원조를 자처하는 ‘무한도전’은 최근 들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것은 이 쇼가 지향하는 무형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번 새로운 포맷과 형식을 고민해야 하는 제작진들의 입장에서 보면 몇 년 간 권좌를 지켜온 ‘무한도전’의 성과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무형식이 ‘무한도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이다. 매번 같은 포맷에 똑같은 캐릭터가 똑같은 상황 속에 던져지는 것은 처음 몇 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곧 지루해지기 마련. 도전상황도 반복되면 그 강도가 현저히 약해지며 심지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무한도전’의 새로운 형식에 대한 끝없는 탐구는 늘 프로그램에 참신한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물론 ‘무한도전’이 아무리 무형식이라고 해도 어떤 소재의 패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인과의 만남(미셸 위, 효도르, 이영애, 앙리, 김연아 등등), 스포츠(2006 독일 월드컵, 베이징 올림픽), 여행(하와이, 발리, 뉴질랜드, 가을소풍, 농촌체험, 알래스카, 무인도, 일본, 인도, 경주, 태안 등등), 계절 관련(납량, 추석, 수능, 김장, 신년, 가을운동회, 크리스마스, 구정, 어린이날 등등), 도전기(슈퍼모델, 드라마, 서커스, 댄스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혹한기 훈련, 기네스 등등), 컨테스트(무한 미스코리아, 강변북로가요제, 무한창작동요제 등등) 그리고 캐릭터 리얼 스토리(정형돈, 하하 친해지길 바래, 형돈아 놀자, 빨간 하이힐, 뚱보 형돈 이사가다 등등)가 그것이다.

이렇게 늘여놓고 보면 그것이 무슨 패턴인가 생각될 정도로 ‘무한도전’이 취해온 소재의 폭은 넓고 다양하다. 이 패턴들 중 한두 개 정도만 가지고도 하나의 버라이어티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실제로 현재의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의 탄생에 단초를 제공해준 것이 사실이다. 남들이 한 가지 소재를 이리 저리 우려먹을 동안, 끝없는 소재발굴과 형식실험을 한 ‘무한도전’은 그 행보 자체도 무한도전이었음이 분명하다. 2년 여가 지나면서 ‘무한도전’이 호소하는 당연한 피곤은 영광의 흔적이자 최고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소재발굴의 피곤과 싸우면서 ‘무한도전’이 또한 직면하는 도전은 변하지 않는 캐릭터들에 대한 권태감이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하하의 구성을 고집하는 ‘무한도전’은 특히 캐릭터의 소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캐릭터를 변주한다 하더라도 2년 동안 같은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는 것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에서 구축된 캐릭터는 다른 프로그램, 심지어 케이블을 가득 메우는 재방송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여기에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특성은 이 ‘무한도전’ 멤버들을 그 캐릭터로 고착시킨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캐릭터를 타 프로그램에서라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따라서 프로그램 밖에서나 안에서나 변함 없는 캐릭터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조건은 ‘무한도전’에도 또 멤버들에게도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 똑같은 강도의 헝그리 정신으로는 반복된 캐릭터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무한도전’이 극도의 피곤한 상황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김태호 PD가 변함 없이 소재발굴과 형식실험을 늦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패로 끝난 것이 분명한 ‘좀비 특집’은 ‘무한도전’의 변함 없는 모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가 아니다. 적어도 거기에는 어려움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는 ‘도전의 모습’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지금 극도로 피곤한 상태다. 하지만 그 피곤의 이유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쇼의 어떤 새로운 면을 발견해내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늘 시청자들은 지금 현재의 한 모습을 가지고 평가하지만, ‘무한도전’ 정도는 예외적으로 그 2년 간의 흐름을 감안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마도 지금 ‘무한도전’이 떠올리는 말은 이것일 것이다.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지금도 ‘무한도전’의 무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무한도전 2년여 간의 특집>

2006
1,2부. 미셸 위 특집
3부. 우주특집
4부. 웨딩특집
5부-8부. 독일 월드컵 특집
9,10부. 여름방학 특집(하와이, 발리)
11,12부. 신화특집
13,14부. 납량특집
15부-17부. 뉴질랜드 특집 아이스 원정대
18,18부. 효도르 특집
20,21부. 정형돈 & 하하 친해지길 바래! 초등학교 특집
22부. 무한도전 추석특집
23부. 형돈아, 놀자
24부. 무한도전 가을소풍 가다
25부. 무한도전 농촌체험 가다
26부. 김수로 특집
27부. 무한도전 수능특집
28,29부. 무한도전 슈퍼모델 특집
30부. 무한도전 김장특집
31부. 무한소년체전 특집
32,33부. 크리스마스 특집
34부. 연말특집 무한도전 어워드

2007
35부. 신년특집
36부. 무한도전 신년르뽀 추적 빨간 하이힐
37부. 리얼 카메라 신년 토정비결
38부. 7080 복고 특집
39부. 무한도전 어학연수 가다
40부. 알래스카 특집
41부. 설 특집
42부. 무한도전 100분 토론
43부. 무한도전 새학기 특집 선생님 되다
44부-47부. 무한도전 드라마 특집
48,49부. 리얼스토리 : 뚱보 형돈 이사가다
50,51부. 50회 특집
52부. 이영애와 만나다
53부. 봉춘 서커스 쇼
54부. 무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55부. 행사 하나마나 시즌 2
56부. 비 특집(모내기)
57,58부. 앙리 특집
59,60부. 무인도 특집
61부. 홍철 파마 하는 날
62부. 강변북로 가요제 본선
63부. 방송국에서의 하룻밤
64부. 개그 실미도
65부. 서부 특집
66부. 워터보이즈 특집
67,68부. 서울구경 선착순 한 명 특집
69부-71부. 네 멋대로 해라
72부. 김연아 특집
73부. 일본 가다
74부. 가을 운동회 특집
75부. 환장의 짝꿍
76부. 신입사원 면접 특집
77부. 준하인스워드 특집
78부. 지구특공대 특집
79부. 대체에너지 특집
80부-82부. 댄스스포츠 특집
83부. 달력 만들기 특집
84부. 크리스마스 특집
85부. 연말 특집 고맙습니다

2008
86,87부. 새해특집 가스전 상륙작전
88부. 이산특집
89부.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 기계체조편
90부. 하하 어머니 떡국 특집
91부. 특전사 혹한기 훈련 특집
92부. 하하 게릴라 콘서트
93부-95부. 인도특집
96,97부.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 레슬링편
98부. 지구특공대2 식목일 특사
99부. 네 꿈을 펼쳐라
100,101부. 100회 특집
102,103부. 경주 보물찾기 특집
104부. 태안 특집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105부. 어린이날 기념 무한 창작 동요제
106부. 베이징 올림픽 선전 기원 - 핸드볼편
107부. 기네스 기록도전 특집
108부. 무한도전 가족의 탄생
109부. 가정방문 24 특집
110,111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112,113부. 우리 미팅했어요
114부. 대체에너지 특집 2탄
115부. 태리비안의 해적
116부. 좀비 특집

‘전설의 고향’, 재해석이 필요한 이유

너무 무섭고 엽기적인 것들에 익숙해져서일까. 다시 돌아온 ‘전설의 고향’이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은. 아마도 수없이 많아진 공포의 코드들에 자극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 ‘전설의 고향’이 보여주는 전통적인 공포의 이야기 구조는 싱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1편으로 방영된 ‘구미호’가 현대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구미호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의미가 있다. 갖은 고생 끝에 사람이 되려는 전통적인 ‘구미호’의 이야기는 억눌린 자의 두 가지 얼굴(아내와 요물)이 공포의 핵심이다. 즉 구미호가 공포의 주인공인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해석된 ‘구미호’에서 공포의 주체는 구미호가 아니다. 물론 꼬리 아홉 달린 기괴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이 사극의 진짜 공포는 인간이다. 구미호의 내단과 피를 먹으면서까지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인간의 욕망이 더 공포스럽다는 이 해석은 전통적인 구미호가 주는 공포의 재미는 주지 못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에는 잘 부합하는 것이다. 요컨대 지금은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공포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2편 ‘아가야 청산가자’는 좀더 정통적인 ‘전설의 고향’ 특유의 공포를 선사했다. 이것은 우리네 귀신만이 가지는 특징을 잘 포착했기에 정통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울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네 귀신의 특징이란 원한이 가족애와 맞닿는 지점에 있다. 자신의 아기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아기를 죽이는 것이나, 그 죽은 아기 때문에 귀신으로 나타나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 것은 모두 어긋난 가족애의 하나다. 이 모성은 시대가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 ‘아가야 청산가자’는 바로 그 부분을 잘 포착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이었다.

반면 3편 ‘사진검의 저주’는 현대적인 해석이 들어있지도 않았고, 또 그렇다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관에 천착하지도 않았다. 만일 억울하게 희생양이 된 귀신과 그 딸 사이의 절절한 모정을 좀더 부각시켰거나, 아니면 살인사건을 추격하는 별순검류의 접근방식을 통해 미신 앞에 비정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야장들을 좀더 중심에 두고 그렸다면 이야기는 좀더 공포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그저 알 수 없는 살인이 벌어지고, 그걸 누군가 추적하며, 알고 보니 귀신의 짓이었고, 그 추적하는 자가 귀신의 사연을 알게되고, 귀신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식을 향한 모정 때문에 복수를 포기하게 되며, “네 아픔, 고통, 한을 이해한다”는 말에 마음을 움직인 귀신이 자신이 갈 자리인 저승으로 떠나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는 지금 시대와는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복수를 하지도 못하며,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져, 한을 토로하는 소극적인 저항을 하다가 결국에는 저승으로 가게 되는 이 마음 착하고 체제 순응적인  지금 시대에 횡행하는 어떤 얘기도 통하지 않는 괴물 같은 살인자들보다 더 무서울 수 있을까. ‘전설의 고향’이 무섭지 않은 것은 그 이야기 구조가 낡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현실(인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대적인 해석은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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