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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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 99%웃음+1%눈물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6. 12. 4. 09:16
환상 속의 커플이 환상적인 커플이 되다 ‘환상의 커플’은 웃음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주었다. 드라마의 완성도나 리얼리티 같은 걸 잠시 접어두고 우리는 드라마 내내 웃음을 터트리다가 어느새 종영을 맞았다. 어찌 보면 조금은 허탈할 수 있는 이 웃음폭탄은 그러나 마지막에 와서 1%의 눈물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공감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한예슬이라는 연기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나상실 혹은 조안나라는 캐릭터이다. 환상적인 커플, 환상 속의 커플 드라마 종영의 시점에 와서 ‘환상의 커플’이란 드라마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그것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리면서도 차츰 마음을 열게되는 나상실과 장철수(오지호 분), 이 안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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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와 ‘주몽’의 인생유전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6. 11. 30. 15:06
퓨전사극 속 사제간의 인생은 반복된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퓨전사극, ‘황진이’와 ‘주몽’에서는 사제간의 반복되는 인생유전이 독특한 재미를 부여한다. 그것은 주인공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고, 극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주며, 주인공이 성취해야할 일에 대한 목적의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황진이-백무 vs 부용-매향 :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 부용(왕빛나 분)은 황진이에 대해 칭찬을 하는 스승 매향(김보연 분)이 밉기만 하다. 그런 부용에게 매향은 말한다. “그렇게 명월이가 이기고 싶으냐? 내가 그 맘을 잘 안다. 천재는 늘 노력하는 준재를 가슴아프게 만드는 법이지.”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그것은 ‘황진이는 천재며 부용은 준재’라는 것과 ‘그런 마음을 매향은 잘 안다’는 것. 매향 역시 저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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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충전소’, 무대개그의 한계를 넘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6. 11. 30. 11:30
무대를 탈피한 개그로 돌아온 웃음충전소 KBS에서 본격 코미디를 자처하며 새로 시작한 ‘웃음충전소’는 그간 개그의 대세로 자리잡은 공개무대개그의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서며 신선한 재미를 주. 무대개그의 장점은 즉석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단점은 공간적 제약이 있어 연극적인 상황설정에 의한 개그가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정해진 시간 내에 개그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시간 흐름과 변화를 통한 개그에는 어려움이 있다. ‘웃음충전소’는 바로 그 어려움을 좀더 정교한 세트와 야외 촬영의 교차편집으로 넘어서면서 카메라가 자유로워진 지점에서 새로운 웃음을 유발한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타짱’은 긴박감 넘치는 영화 ‘타짜’의 분위기를 개그 속으로 끌어들인다. 화면은 긴박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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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손님’, 여자 한효주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11. 29. 17:27
김지수에서 배종옥과 박진희, 그리고 한효주까지 이윤기 감독의 카메라는 늘 여자와 그녀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것이 여자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해 켜켜이 쌓아놓는 것으로 영화적인 성취를 이루어내는 감독의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감독이 다룬 영화의 이야기가 여자 주인공들의 감정변화를 따라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윤기 감독은 지금까지 찍은 영화 세 편에서 모두 여자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잘 잡아냈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이다. 그 여자 주인공들의 계보는 ‘여자 정혜’의 김지수에서, ‘러브 토크’의 배종옥과 박진희로 이어져 이번 ‘아주 특별한 손님’에서 한효주로 이어진다. 그의 카메라에 잡히면 여성 캐릭터들은 전에 보지 못했던 혹은 숨겨져 있던 독특한 페르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