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기본도 안 된 식당에 떠먹여주는 백종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부천 대학로편은 보면 볼수록 백종원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떻게 된 게 이번에 출연한 세 가게가 장사의 기본조차 안 되어 있어서다. 그러니 백종원도 답답하고,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답답하다. 기본부터 하나하나 입에 떠먹여주는 상황. 이건 과연 괜찮은 걸까.

 

문제의 닭칼국숫집은 지난회에 백종원이 직접 레시피와 조리 방법을 일일이 알려주고, 맛을 균일하게 하고 속도를 내기 위해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보라고 했지만, 양념장을 넣고 간을 다시 하는 이상한 광경을 연출했다. 사실상 양념장에 간이 다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따로 소금물을 만들어 넣고 있었던 것.

 

게다가 자신이 양념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백종원이 알려준 애초의 레시피와 조리 방법도 잘 따르지 않고 있었다. 이를 테면 파기름을 먼저 내고 거기에 고춧가루를 넣은 후 불을 줄여 고추기름 형태를 먼저 만든 상태에서 육수를 부어야 하는데, 파기름 내는 걸 아예 빼먹기도 했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어떻게 식당을 운영하는지가 의외였다.

 

닭칼국숫집 사장님은 아예 백종원이 친절하게 몇 차례씩이나 설명해주는 양념장을 만드는 방법과 이유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양념장을 만드는데 어째서 그 정도의 양을 넣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냥”이라는 답변이라니. 결국 창업주이신 어머님이 출동했고, 사장님에게 백종원의 이야기를 다시 설명해주고 시연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기본을 지킨다는 롱피자집도 문제는 있었다. 뭐든 시키는 대로 그대로 따라하는 건 닭갈국수집보다 월등했지만, 장사는 요리만 잘 만든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응용력이 떨어져 신메뉴 개발에 실패한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피데를 응용한 이른바 ‘백종원 피자’ 레시피를 알려줬지만, 요리는 ‘먹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사장님은 간과하고 있었다.

 

규현이 깜짝 방문해 백종원 피자의 첫 시식자가 되었지만 양념과 고기가 없는 가장자리부터 찢어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는 방식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그냥 한꺼번에 먹어본 규현은 “느끼하다”고 솔직히 말했다. 결국 정인선이 출동해 먹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고야 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먹으니 전혀 느끼하지 않다고. 결국 요리를 제대로 내놨어도 먹는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그 맛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롱피자집의 사례는 보여줬다.

 

지난회에 불맛을 고집하던 중화떡볶이집은 이번 회에는 아예 방송에 나오지도 않았다. 불맛이라고 했지만 백종원이 직접 양념 없이 시연해본 결과 그을음이었다는 게 밝혀져 고민에 빠졌던 중화떡볶이집이었다.

 

이 정도면 백종원이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다. 설명에 설명을 더하며 답답해도 꾹꾹 눌러가며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시 설명하는 닭칼국숫집의 모습이나, 제대로 레시피를 전수해주고 심지어 ‘백종원 피자’라는 이름을 내주고도 어떻게 먹는 것인지를 설명해주지 앉아 제대로 음식의 맛을 전하지 못하는 롱피자집, 엉뚱한 불맛에 대한 고집을 피웠던 중화떡볶이집 모두 기본부터 다시 해야 하는 집들이다. 그걸 하나하나 떠먹여주는 백종원의 상황이라니.

 

그래도 제대로 기본을 갖추고 열심히 일해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가게가 이런 상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째서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저들이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심지어 백종원이란 이름까지 붙인 메뉴를 받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까. 제작진은 생각해볼 문제다.(사진:SBS)

‘우아한 가’ 배종옥, 드라마를 살리는 독특한 악역의 힘

 

MBN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부감으로 보여지는 거대한 MC 가문의 풍경은 겉보기에 우아해 보인다. 화려하고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으며 준비되어 있는 곳.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 가문이 ‘우아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드라마 시작부터 신호무시하고 도심에서 차를 질주하는 모완수(이규한)가 그 집안의 장남이고, 사람보기를 벌레 보듯 하는 특권의식에 쩔어있는 모완준(김진우)이 그 집안의 차남이다. 게다가 이제 열 네 살인 이 집의 막내 모서진(전진서)은 모철희(정원중) 회장의 내연녀였던 연예인 최나리(오승은)가 낳은 아들이다.

 

모철희는 첫 번째 아내인 모석희(임수향)의 엄마 안재림(박혜나)이 사망하고 아버지인 모왕표(전국환)가 교통사고로 눕게 되자 두 번째 아내인 하영서(문희경)와 MC 가문을 장악한 인물이다. 안재림이 사망하고 모왕표가 교통사고로 눕게 되자 모석희는 해외로 쫓겨간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은 사실 MC 그룹의 ‘오너리스크 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는 한제국(배종옥)의 기획에서 나온 것이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워지는 부분은 바로 이 한제국이라는 독특한 악역 덕분이다. <우아한 가>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전혀 우아하지 않은 재벌가의 갖가지 사건사고들을 다룬다. 하지만 그 사건사고들이 묻히거나 덮여지는 건 바로 이 한제국이 운영하고 있는 TOP팀 덕분이다. TOP팀은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팀으로 전직 국정원, 검찰, 언론사, 군 출신 인물들을 판사 출신이었던 한제국이 이끈다.

 

대쪽 같던 판사였지만 한제국이 MC 그룹으로 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오너리스크를 관리하고 때로는 무고한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희생시키기도 하는 인물로 변신하는 과정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그 능력을 자본과 권력을 위해 쓸 때 어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한제국이라는 인물은 그저 재벌가의 명령에 따라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차원을 넘어서 점점 ‘킹 메이커’로서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사실상 MC 그룹을 뒤에서 배후 조종하는 인물이 된다. 모철희가 회장으로 있지만 같은 층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는 한제국은 그래서 이름처럼 하나의 자신만의 제국을 만든다.

 

<우아한 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재벌가의 추악한 민낯을 꺼내놓는 통렬함으로 시작하지만, 차츰 정보와 돈을 거머쥔 한제국 같은 인물이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힘이라는 걸 드러낸다. 이들과 맞서게 되는 MC그룹에서 밀려난 모석희와 그의 어머니 살해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엄마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된 허윤도(이장우)의 공조는 그래서 더 기대를 만드는 대목이다.

 

한제국이 정보와 돈을 이용해 정계조차 쥐락펴락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며, 힘없는 이들을 이용할 때, 모석희는 그 힘없는 이들을 돕기 위해 엉뚱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저들이 우아한 탈을 쓰고 있다면 모석희는 전혀 우아하게 행동하지 않는 모습으로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물론 <우아한 가>는 현실적이라 보기 힘든 판타지를 그리고 있지만, 그 판타지의 힘이 적지 않다. 우아한 척 해도 그 백조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발을 젖고 있는 TOP팀이 있다는 사실은 저들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고, 그들을 사실상 한제국 같은 인물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물론 전혀 힘이 없어 보이는 모석희와 그를 돕는 허윤도가 저들과 정반대의 덕목, 이를 테면 선함이나 정의 같은 걸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모든 힘의 중심은 결국 한제국이라는 독특한 악역에서 나온다. 한 때 대쪽 같던 판사였으나 변심해 재벌가로 들어오고, 재벌가를 관리하면서 차츰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어낸 악역. 그 악역이 만만찮기 때문에 모석희와 허윤도의 정의구현 과정이 흥미로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악역이 만들어낸다고 하던가. 우리 시대의 힘이 정보와 돈에 있다는 걸 한제국이라는 악역이 드러내고 있고, 그것이 과연 온당한가 하는 질문을 모석희와 허윤도라는 캐릭터가 던지고 있다.(사진:MBN)

‘유퀴즈’, 이토록 따뜻한 미래의 의사들이라니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아니라 한편의 휴먼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료인과 미래의 의사들이 있을까. 흔히 병원과 의사라고 하면 느껴지던 차갑고 돈만 잘 버는 그런 이미지들이 선입견과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혜화동에 간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런 병원의 의료진과 미래의 의사들을 담게 된 건 거기 있는 서울대 의대가 있어서다. 그 병원과 캠퍼스를 찾아가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직원과 미래의 의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반듯하고 따뜻한 면모들을 보여줬다.

 

이 날의 공식 질문으로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걸 치료하고 싶냐”는 질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혜린양은 “저는 다리를 완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생각보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진짜 많으셔서요.”라고 말했다. 평소 넓은 병원에서 이동이 불편하신 환자들이 못내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그는 “얼른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들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얼른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또 의사라고 해도 아픈 이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신아영양은 이 질문에 “엄마의 수술로 인한 림프 부종을 낫게 해드리고 싶고 아버지가 택배 일을 하셔서 허리를 요새 다치셨나 봐요. 그래서 그런 허리를 낫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고, 최은진 양은 “저는 아빠요. 요즘에 일이 힘드셔 가지고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그거를 치료해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문원숙씨는 “우연찮게 내가 2017년도에 암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누구라도 암 환자들을 다 고쳐주고 싶다”는 얘기를 내놨다. 암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한편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아들 유경현씨는 바로 옆에 앉은 어머니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최근 들어 옆에서 아들로서 계속 봤을 때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걸 옆에서 봐왔고 동생이랑 제가 있는데 저희라도 신경을 덜 쓰시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못한 것 같고..”

 

가슴 아픈 사연을 내놓은 손훤영씨는 동갑인 사촌이 지적장애인데 그 장애를 고쳐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랑 나이는 동갑인데 지능은 여덟살이어서 사실 대화 자체가 좀 안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친구의 장애를 고쳐주고 싶어요.” 또 의대생인 송해수양은 최근 벌어졌던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에 강원도 가족여행을 갔는데 거기 아직 산불 피해 부분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까맣게. 그것 때문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아직까지 치유가 안되고 그 산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했어요. 아픈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해주고 싶어요.”

 

바람일 뿐이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치료해주고픈 마음이 담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건 세상이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 곳에서 만난 미래의 의사가 될 학생들의 포부도 남다른 것이었다. 성공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본과에 편입한 김건호 학생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 미국과 달리 성적마다 순위가 떠서 당황했다”며 그럼에도 소신있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무슨 과 이런 거는 크게 상관은 없고 의사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여기저기 베풀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의사... 여러 의사 중의 하나는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없어도 충분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치료만 해주고,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고요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나름 내 삶을 살 수 있는 것 하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본과 4학년 학생인 이현지양은 “차트로만 계속 환자를 확인하는 게 아니고 자주 얼굴 보면서 어떤지 물어보고 직접 얘기도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병만 잘 치료해주면 되지 아마 환자들도 빠른 시간에 딱딱 해결해주는 의사를 좋아할 거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그건 당연한 거고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했을 때 병 얘기 말고 일상생활에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류현보군은 “공부량에 치여서 살다보니까 그런 생각을 자주 못하긴 한다”며 “못하긴 하는데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했고, 이준현씨는 “매정하면서도 실력있는 의사가 될까 아니면 조금 실력은 부족해도 따뜻한 의사가 좋을까 이런 것을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까 따뜻한 의사 쪽으로 계발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겸손한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나 성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픈 열망을 이야기했다. 그것 모습만으로도 어떤 희망 같은 게 느껴졌다. 특히 이현지양이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며 들려준 당뇨병 환자의 이야기는 이들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아버지랑 딸이랑 병원을 같이 왔는데 당뇨병 때문이었어요. 당뇨병 때문에 아버지가 한쪽 눈을 잃으셨는데 반대쪽까지 실명 위기가 온 거에요. 딸은 수술하면 시력이 돌아오나요 하고 묻는데 의사는 안돌아와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 딸은 안 돌아오면 왜 수술을 해요 라고 말하면 또 의사는 더 안 나빠지게 하는 거예요. 수술을 안 받으면 무조건 실명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환자는 이해가 안 간다고 똑같은 질문을 하고 의사는 같은 대답만 하는 거예요. 결국에 그 두 분이 나갔는데 평소에는 울음을 잘 참겠는데 그 때는 못 참겠는 거예요. 매번 증상이 안 좋은 환자를 만나게 됐을 때 그렇게 매번 감정이입을 해서 나도 울고 그렇게 하면 오래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슴 속에는 냉정함이 있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공감을 표현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죠.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입니다.”(사진:tvN)

‘위대한 쇼’ 가족극의 진화, 가족 해체 시대의 대안 가족

 

정치극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가족극이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서 위대한(송승헌)은 유전자 검사로 친자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지만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건 ‘국민패륜아’가 된 자신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심산이다. 그걸 눈치 챈 한다정은 위대한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슬쩍 ‘계약서’를 쓰자고 하자, 위대한은 대뜸 그러자고 하고 그 모습에 한다정은 실망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른바 ‘부녀 계약’을 쓴다. 함께 하나하나 조항을 만들어 적는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게 계약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돈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제로 세워진 ‘가족의 가격’이란 말은 실감난다. 혼자 살기도 힘든 마당에 아이를 넷씩이나 가족으로 들인다는 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코미디로 처리되어 아이들을 위해 지출할 때마다 은행잔고가 줄어드는 자막을 넣어 우습게 표현되고 있지만 <위대한 쇼>는 그래서 현실문제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지금의 우리네 상황을 담아낸다. 낳기만 하면 키워주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 우리 시대의 가족은 ‘가격’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비용이 드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게 되기도 하는.

 

게다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일은 서로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위대한은 자신의 집으로 불쑥 들어온 아이들을 이용해 이미지 세탁을 하려 하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족관이 아이의 장난으로 깨져버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물고기들을 다른 수족관에 입양(?) 보내게 되는 건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가족의 현실적 삶을 담아낸다.

 

그래서 위대한은 이제 집안에서 지켜야 할 일들을 적은 이른바 ‘가정헌법’을 세운다. 그런데 그 가정헌법이라는 것이 꽤 그럴싸하다. ‘우리는 한 가족으로서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대전제 하에 제1조 1항으로 ‘안전을 위해 집안에서나 집밖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2항으로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않고 상대방이 말할 때나 식사 시엔 핸드폰을 하지 않는다’, 3항으로 ‘집안일은 역할을 나눠서 하고 요리 및 주방일은 위대한, 한다정이 함께 한다’ 같은 조항을 세운다.

 

이런 조항들은 우습긴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공감하는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부녀가 계약을 하고 가족이 헌법을 세우는 일은 다소 작위적인 설정들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가족이니까 대충 뭉개고 들어가던 우리네 가정에 필요한 일처럼 보인다. 제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켜야할 건 지켜야 하고, 또 누군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들어 ‘가정의 민주화’가 화두가 되는 상황에 이런 계약 같은 조건들은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가족을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위대한 쇼>는 그래서 우리 시대에 가족의 단란함만을 보여주거나 여전한 ‘가족 판타지’를 담아내는 많은 콘텐츠들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풍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가족인 양 쇼를 한다는 설정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가족의 대안적 양태를 제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쇼라고 하지만 사실은 쇼를 빙자한 가족해체시대의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어쩌면 <위대한 쇼>는 가족극의 새로운 진화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