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뚝 떨어진 <개콘><코빅>, 서로 다른 문제점

 

한때 잘 나가던 개그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서로 다른 이유로 위기를 맞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는 시청률이 끝없이 하락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난 주 9.4%(닐슨 코리아)를 찍으며 한 자릿수로 떨어진 시청률은 이번 주에는 8.9%까지 떨어졌다. 이런 사정은 tvN <코미디 빅리그>도 마찬가지다. 3%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2%대까지 떨어졌다. ‘충청도의 힘논란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사실 시청률은 점점 실질적인 프로그램의 지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개그콘서트><코미디 빅리그>의 상황은 위기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화제성에서 점점 멀어지거나 혹은 논란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개그콘서트>의 상황이라면 후자는 <코미디 빅리그>의 상황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세세한 코너들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브랜드 이미지의 문제다. 이럴 경우 코너 몇 개가 살아난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살아나기는 어렵게 된다. 먼저 냉철하게 현재 프로그램 브랜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어떠한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개그콘서트>의 문제는 사실 너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지만 한참동안 바뀌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개그콘서트> 제작진들도 다 아는 바일 것이다. 편성시간이 너무 길어졌고 그래서 코너들도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예전 전성기 때의 경쟁적인 무대의 치열함 같은 것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선배 개그맨 정종철이 <개그콘서트>에 대해 쏟아낸 아픈 일침들은 사실 대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개그를 보는 것 같지가 않고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은 너무 대본 위주로 흘러가는 <개그콘서트>의 맹점을 정확히 짚어낸 부분이다. 정종철은 아프게 지적했지만 결국 개그맨들이 스스로 중심에 서야 한다는 지당한 조언을 해줬다.

 

개그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개그맨이다. 그렇다면 그 개그맨들이 자신들을 하나의 캐릭터로 드러낼 수 있는 코너들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본에 의지하기보다는 개그맨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대본 대로만 가게 된다면 그 캐릭터를 왜 그 개그맨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없게 된다. 옥동자 캐릭터 하나를 보기 위해 <개그콘서트>를 기다리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라. 정종철이 아닌 옥동자를 생각할 수 있을까.

 

반면 <코미디 빅리그>의 위기는 올라간 위상만큼 커진 사회적 책무 같은 걸 너무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충청도의 힘논란의 여파가 큰 건 사실이지만, 이전에도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들은 지상파와는 달리 케이블이라는 위치에 의해 조금은 자극적인 내용들도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관점들이 달라지게 되었다.

 

케이블이라고 해도 tvN은 최근 지상파 못잖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위상이 높아졌다. <코미디 빅리그>에 대한 관심도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변하지 않는 <개그콘서트> 때문에 무언가 새로워 보이는 <코미디 빅리그>가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관심은 또한 양날의 검으로, 그간 허용해주었던 다소 센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들에 높은 잣대를 요구하게 만들었다. ‘충청도의 힘논란은 그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개그콘서트>는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문제가 생겼고, 아이러니하게도 <코미디 빅리그>는 관심을 받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문제들은 그저 웃기기만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그콘서트>는 편성시간 문제 같은 구조적인 해결이 전제되어야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코미디 빅리그>는 달라진 위상만큼의 프로그램의 책임의식이 필요해졌다

역시 믿고 보는 <무도> ‘토토가’, 반전에 반전

 

역시 위기도 기회로 삼아버리는 <무한도전>이다. 물론 16년 만에 다시 뭉친 젝스키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옛 멤버들이 다시 모여 옛날로 돌아간 듯 그 때의 추억에 잠기고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한 성격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하지만 모인 그들이 예전처럼 무대에 올라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이야기에 기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 젝스키스의 게릴라콘서트 계획이 기사화되었고, 그 설레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무너져버렸다. 플랜B로 내세워진 하나마나 콘서트가 있었지만 제목처럼 어딘지 너무 소소해져버린 복귀 무대라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은 게릴라 콘서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나마나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꾸며 고속도로 휴게소와 민속촌에서 복귀 공연을 선보였지만 바로 마지막 콘서트장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라는 걸 알리며 계획했던 대로 게릴라 콘서트가 열릴 것이라는 걸 젝스키스에게 말했다.

 

사실 게릴라 콘서트의 의미는 과거 <일밤>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SNS가 일반화되어버린 시대에, 굳이 시간을 정해놓고 길거리 홍보를 직접 해서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어렵게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누군가 길거리 홍보를 하는 그들의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젝스키스가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래서 그것이 무산된 것처럼 여겨졌다가 다시 콘서트를 강행한다는 그 반전에 반전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결국 게릴라 콘서트라는 아이템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많은 팬들 앞에 서게 되는 젝스키스의 반응이다.

 

하나마나 콘서트로 시작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첫 무대는 젝스키스가 생각했던 무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어색하고 심지어 창피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츰 그들은 어떤 장소이건 어떤 관객이건 또 그 숫자가 얼마이건 상관없이 함께 다시 모여 노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이라는 걸 체험하게 된다.

 

두 번째 찾아간 민속촌에서의 공연은 그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덤덤해하다가 차츰 젝스키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여전히 젝스키스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춤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게릴라 콘서트가 젝스키스를 여전히 사랑하는 팬들과의 만남이었다면, 하나마나 콘서트는 현재의 불특정 다수 대중들 속으로 들어가 조금씩 노래와 춤으로 교감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역시 하이라이트는 예고편에서 잠깐 나왔던 것처럼 안대를 벗고 노란 물결로 가득한 객석을 바라보며 감동하는 모습으로 시작될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다. 여기에 그간 함께 참여하지 못했던 고지용이 모습을 깜짝 드러내 완전체 젝스키스의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토토가2’는 하나마나 콘서트와 게릴라 콘서트의 콜라보레이션이 됐다. 게릴라 콘서트 하나만 했다면 어딘지 단조로웠을 이야기는 하나마나 콘서트와 엮어지면서 훨씬 다채로워졌다. 역시 믿고 보는 <무한도전> 다운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딴따라>, 우리네 가요계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

 

SBS 새 수목드라마 <딴따라>는 그 인물들의 관계 구조만 보면 영화 <비긴 어게인>이 떠오른다. 물론 미국의 상황과 우리가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정서적인 느낌이나 드라마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완전히 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고로 잘 나가던 매니저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밑바닥에서 가능성 있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치 구원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비긴 어게인>에서 프로듀서 댄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레타의 노래로 구원받는 장면과 그리 다르지 않다.

 


'딴따라(사진출처:SBS)'

사실 이건 음악이라는 소재가 동일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유사성일 수 있다. 즉 음악이란 실로 기적 같은 것이어서 진정 절망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을 다시 구원할 수도 있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상관없이. <딴따라>라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 역시 바로 이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그려내는 현실들이 우리 것이어야 공감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딴따라>는 첫 회에 꽤 많은 우리네 가요계의 문제들을 들춰냈다. 신석호(지성)라는 매니저의 뒤를 따라가 보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과 파파라치 매체의 비즈니스가 슬쩍 드러나기도 하도, 아이돌 그룹의 자작곡의 이면에서 눈물 흘리는 실제 원작곡자들과 기획사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보이기도 하며, 또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기 위해 이른바 공장이 동원되어 음원사재기가 횡행하는 우리네 가요계의 어두운 면들이 폭로되기도 한다.

 

여기에 방송사와 기획사의 관계, 나아가 기획사 내부에서도 오너와 매니저들의 관계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가요계의 네트워크들이 <딴따라>에는 잘 그려져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밑그림들은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그리려는 기적 같은 음악의 순간들과 잘 대비되어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최고의 위치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가요계 나아가 연예계에 넘치고 넘친다. 물론 그들이 다시 부활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도.

 

하지만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미 시스템화 되어 있는 팝 시장에서 댄이 상업적일 것 같지 않은 보석 같은 그레타의 목소리를 찾아내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게 되는 판타지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팝 음악 산업의 대안 같은 걸 보여줬듯이, <딴따라> 역시 거대 기획사와 아이돌로 대변되는 우리네 가요계 시장의 어떤 대안들을 보여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늘(강민혁)은 그 원석이 되어줄 것이고, 신석호와 그린(혜리)은 그 원석이 빛날 수 있게 기존 가요계의 흐름과는 다른 새로운 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결국 신석호의 추락을 통해 보여진 우리네 가요계의 부조리한 현실들을 하나하나 깨치고 나가는 과정들이 <딴따라>의 판타지이며 성공 스토리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그 많은 가요계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이들 들고 나왔던 것들이긴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스토리와 거기 얹어진 음악들이 시너지를 이루며 대중들을 매료시켰던 형식이다.

 

<딴따라>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했던 방식을 드라마타이즈하고 있다. 음악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 스토리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물들의 이야기와 성장은 어쩌면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음악들을 통해 감동적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딴따라>는 겨우 원석인 하늘과 밑바닥으로 내려온 신석호가 노래를 통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 그들이 함께 현실과 판타지를 뒤섞어 그려갈 가요계의 대안들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세월호 꼭 닮은 부산국제영화제, 누가 침몰시키나

 

예술적 부분에서 독립성 보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재정 지원을 받는 기관으로서 공익적 관점에서의 행정적 책임성이라는 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부산시 김규옥 경제부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대한 이 발언은 모순처럼 들린다. 예술적 부분공익적 관점을 마치 분리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영화제에서 이를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사진출처:BIFF)'

예술적인 부분은 그 자체로 공익적일 수 있다. 또 공익적인 선택이 어떤 영화에서는 예술일 수 있다. <다이빙벨> 같은 영화가 그렇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영화로 담는 일은 예술적이면서도 공익적인 일이다. 공익적인 이유로 영화를 찍은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예술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공익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마도 김규옥 경제부시장이 말하는 공익은 <다이빙벨>의 공익과는 다른 모양이다.

 

2014<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벌어진 영화제 측과 부산시 측의 갈등은 최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부산시는 많은 영화인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사퇴시켰고,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던 장면처럼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한 후 이용관 위원장과 전 현직 사무국장 등이 검찰에 고발됐다. 또 부산시가 낸 신규 자문위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정이 부산지법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결국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독립성 보장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영화제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제 6개월 남았다. 6개월이라는 골든타임이 20년 간을 잘 달려온 영화제라는 배가 계속 순항할 것인지 아니면 침몰해버릴 것인지를 가름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우리네 영화계가 향후에도 저마다의 소신에 따른 공익을 위해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맞는 공익만이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지를 가름하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영화제와 영화계는 지금 부산시에 의해 커다랗게 쏠려버린 무게로 인해 중심을 잃고 기울어진 채 가라앉고 있다.

 

최근 세월호 2주기를 맞아 이와 관련한 방송을 내보낸 곳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JTBC <뉴스룸>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세월호와 국정원과의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했고, 또 마지막 골든타임 동안 구조는 하지 않고 보고에만 시간을 보낸 안타까운 상황을 청와대와 해경의 통신내용을 통해 보도했다. <뉴스룸> 역시 같은 내용의 정보들이 보도되었다. 하지만 이 밖의 지상파 채널에서 세월호 2주기에 대한 심층취재 같은 것들은 시도도 되지 않았다. 아마도 여기에도 공익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들이 엇갈렸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보이콧 할 만큼의 쟁점이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부산시측의 답변은, 거꾸로 이런 일들이 영화인 대다수가 보이콧 하고 심지어 외국의 영화인들까지 나서서 부산시에 반대하게 만들 정도로 사태를 악화시킬 만한 일인가 라고 질문이 되돌려져야 할 상황이다. 현재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를 닮았다. 아마도 부산시 측은 그 침몰의 원인을 영화인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배에 타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영화인들이지 부산시 측이 아니다. 영화인 그 누가 영화제의 침몰을 원하겠는가.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골든타임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차라리 내버려뒀으면 구조에 더 힘을 쓸 수 있었을 상황에 갖가지 보고를 요청하며 시간을 보내버린 탓에 안타까운 비극을 맞이하게 된 장면들을 보여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남은 6개월간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대중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이 사태에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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