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이벤트일 뿐, <개콘> 특유의 웃음 찾아야

 

한때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은 방영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대중들의 화제에 올랐다. 일요일밤의 개그 코너에 대한 이야기로 월요일 무거운 출근길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었다. <개그콘서트>가 때론 날리던 현실에 대한 풍자 섞인 한 방은 서민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었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콩트 코미디가 아니라 대중들과 함께 나누는 소통의 장처럼 여겨졌던 건 그래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런 얘기는 어느 순간 옛말이 되어버렸다. 코너들은 현실 풍자를 잃어버렸고 흔하디흔한 남녀 간의 심리나 연애담을 소재로 끌어들였고 유치한 유행어들을 반복하는 매너리즘을 보였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외모 개그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이루려는 노력보다는 표피적인 웃음에 머물고 있는 인상을 주었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달라진 <개그콘서트>에서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개그콘서트>가 가진 화제성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건 현재 이 프로그램이 처한 위기를 잘 보여준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가장 뜨거운 코너는 라스트 헬스보이. 과거에도 했었던 헬스보이라는 코너를 다시 가져왔다. 김수영이 8주 동안 47킬로를 감량하는 모습에서는 이 코너가 가진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그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초고도 비만이 고도 비만이 됐다는 식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최근 방영된 이 코너에는 머슬마니아겸 모델인 이연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김수영이 운동을 하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토로하자, 트레이너로 이연을 데려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것. 방송이 나간 후 이연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만들었다. 세간의 관심은 이연의 몸매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이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조금은 정통의 콩트개그 코드와는 결을 달리하는 라스트 헬스보이가 주목받고, 또 그 속에서도 이연 같은 게스트에 대한 화제가 모든 걸 덮어버리는 상황은 말 그대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러한 화제성은 <개그콘서트>에는 하등 도움이 될 수 없다.

 

라스트 헬스보이역시 마찬가지다. 이 코너가 <개그콘서트>가 지금껏 해왔던 콩트 코미디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콩트가 가진 특유의 맛들, 이를 테면 몸 개그와 말 개그 그리고 캐릭터가 주목되는 코너들이나,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정신을 보여주는 코너들, 이런 것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개그콘서트>가 봉착한 현재의 가장 큰 문제다.

 

한때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비상대책위원회‘4가지’, ‘용감한 녀석들같은 코너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현재 너무 오래도록 방치된 듯한 동어반복의 코너들은 무언가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닭치고같은 코너가 현실 풍자의 여지를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 개그로 주저앉아 있는 걸 볼 때면 실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과거의 그 날선 느낌의 <개그콘서트>를 지금 기대하기는 어려운 걸까.

 

<아빠를 부탁해> 조재현 딸 조혜정, 왜 이렇게 예쁠까

 

이런 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조재현 딸 조혜정에 대한 관심은 이미 파일럿 방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심한 아빠 조재현을 뒤에서 늘 바라다보며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딸 조혜정. 그녀가 늘 열어 놓고 있는 자신의 방문은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빠에 대해 늘 열려져 있는 그녀의 마음을.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스스로도 말하듯 조재현은 딸에게만큼은 나쁜(?) 아빠다. 드라마 촬영에 딸과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는 아빠. 집에 딸과 함께 있어도 뭘 해야 할지조차 잘 모르는 아빠. 전날 술을 마셨다며 한 시간만 자자고 말하고는 그걸 기다리는 딸의 마음까지는 잘 챙기지 못하는 아빠.

 

그런 아빠 주변을 뱅뱅 도는 딸 조혜정은 아빠 바라기다. 아빠랑 뭘 하고 싶냐고 적어보라고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위시리스트를 적는 딸. 하지만 고작 그녀가 해보고 싶은 건 아빠가 해주는 밥 한 끼를 먹는 것이나, 아빠와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는 것 같은 것이다. 그런 소소한 걸 하면서 그녀는 한없이 행복해진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조혜정은 애교덩어리다. 말투에서부터 애교가 뚝뚝 떨어진다. 이런 애교의 모습은 무뚝뚝한 아버지 조재현과는 사뭇 대비되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애교에는 아빠에 대한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존경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사근사근한 태도로 아빠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방랑하다 돌아온 나쁜 아빠와 자신의 마음을 일기장에 적어 놓는 딸의 모습이 등장하는 연극을 보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조혜정의 마음에 시청자들도 공감한다. 그것이 조혜정에게는 고스란히 자신의 이야기처럼 여겨졌을 터이다. 그걸 본 아빠 조재현의 마음은 어땠을까. 일 때문에 가족과 그리 많은 시간을 갖지 못했던 부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조재현이란 아빠는 우리네 대부분 아빠들이 가족에게 갖는 부채감을 드러내는 존재처럼 보인다. 밖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멋진 아빠지만 집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나쁜 아빠. <아빠를 부탁해>에서 조재현과 조혜정의 관계가 유독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그것이 고스란히 보통의 우리네 아빠와 딸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량이 소주 두병 반이라고 딸 조혜정이 말하자 아빠 조재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여전히 어린애로만 생각한 딸이 어느새 부쩍 자라 함께 술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도 못했는데 저토록 아빠를 바라보며 함께 걷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한없이 행복해하는 모습이라니. 조혜정이라는 딸이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모습을 보며 새삼 세상의 아빠들은 자신의 딸들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됐을 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딸들을.

 

<용감한 가족>이 푹 빠진 박주미의 매력

 

사람 하나 잘 들이면 가족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옳은 얘기다. KBS <용감한 가족>의 박주미가 그렇다. 박명수와 가상 부부가 되어 함께 라오스에서 생활하게 된 박주미는 조금은 거칠고 팍팍하던 이 가족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용감한 가족(사진출처:KBS)'

가장 큰 변화는 박명수의 다른 모습을 그녀가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박명수는 프로페셔널한 예능인지만 관찰 카메라라는 형식 속에서는 풋내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처음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 수상가옥에서 적응기를 가질 때만 해도 박명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상황극 속에 있을 때 오히려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박주미와의 가상 부부 콘셉트는 그 상황극적인 설정이 박명수에게 친숙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아내 때문에 생겨나는 불편함을 만들면서 그의 리얼한 진면목을 끄집어내고 있다. 박주미에게 한없이 친절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가오는 그녀를 밀치며 아내를 떠올리는 박명수의 모습은 지금껏 우리가 여타의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그의 또 다른 면모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주미라는 존재가 <용감한 가족>에 만들어낸 변화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사실 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이 아닌 훈훈함을 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소금을 채취하는 일로 파김치가 된 남자들이 닭죽을 제 때 챙겨오지 않았다며 삐치는 모습은 공감이 가면서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박주미가 미안하다고 몇 차례 얘기해도 가버리라고 호통 치는 박명수에게서는 배고픔과 서운함도 묻어났다.

 

사실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일들이다. 사정이 있어 밥을 챙기지 못한 것이 빌미가 되어 남자와 여자가 서로 냉전을 갖게 되고 미안함을 호소하는 여자들을 밀어내며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너무 소소해서 짠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만큼 돈도 없고 배도 고프기 때문에 이런 소소함도 이들에게는 큰 감정적인 파고를 만들어낸다.

 

서운함에 툭 던진 민혁의 퉁명스런 말투에 설현이 눈물을 보이고 또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이 유사가족의 이야기나,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심혜진이 남편을 달래기 위해 바나나 맛탕을 만들어 오는 이야기는 소박해서 훈훈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여기서 박주미는 긍정의 아이콘처럼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해내는 존재로 등장한다. 화해의 제스처를 하기 위해 남자들의 일터를 찾아온 박주미는 팔불출 박명수를 손쉽게 녹여버림으로써 냉각된 분위기를 풀어놓는다.

 

볶음 면인지 모르고 사다가 라면을 끓이다가 알아채자 걱정 말라며 자기가 더 맛있는 라면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는 박주미는 그래서 이 자칫 짜증을 야기하는 환경 속에서 버텨내는 가족에게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라면을 놓고 한껏 신혼부부 코스프레에 빠져드는 모습에 박명수는 잠시 아내의 존재도 잊어버리고 즐거워 한다. 물론 어느 선을 넘어오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는 박명수는 애처가임이 분명하지만.

 

갈등과 화해의 파고가 휩쓸고 지나간 하루. 밤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 속에서 박주미는 박명수와 환상의 호흡을 맞춰 가족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박주미의 늘 정돈된(?) 말투를 박명수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어머니 말투라고 놀리고, 하이파이브를 하자 내미는 박주미의 팔이 너무 짧다고 말해 가족들을 웃음바다로 빠뜨린다. 이에 박주미는 자기 하나를 희생해서라도 가족이 웃을 수 있다면 괜찮다며 계속 자폭 개그를 해준다.

 

데굴데굴 구르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이 가족. 사실 그 웃음의 포인트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건 그들이 처한 상황이 오히려 너무나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결국 웃음이 아닌가. 그리고 그 웃음과 긍정의 진원지에 박주미가 서 있다. 실로 <용감한 가족>이 사람 하나는 제대로 들였다.

 

이영돈 PD, 회생 쉽지 않은 까닭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들이 폭발하는가. 그릭 요거트 문제를 다루면서 한 식음료 광고모델을 한 사실이 밝혀진 이영돈 PD에 대한 논란은 결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도 문제지만, 이 사안을 계기로 그간 수면 아래 놓여져 있던 이영돈 PD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돈 PD(사진출처:JTBC)'

그릭 요거트 문제는 이영돈 PD가 그간 해온 탐사보도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업체를 방문해 그릭 요거트 검증에 나선 이영돈 PD는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무가당 그릭 요거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한국에서 시판되는 요거트 중에서는 그릭 요거트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단정을 내렸다.

 

실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릭 요거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해당업체들을 순식간에 망하게도 할 수 있는 단정이었다. 뒤늦게 무가당 그릭 요거트에 대한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이건 이미 불에 다 타버린 집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런 일들은 이미 과거 이영돈 PD의 전력에도 흔치 않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기자 김영애씨의 황토팩 화장품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은 대표적이다. <이영돈의 소비자고발>에서는 이 황토팩 화장품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방송을 내보냄으로써 해당업체에 엄청난 금전적, 정신적 손실을 안긴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 정정보도나 사과 같은 것들이 최초에 했던 폭로보다 대중들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센세이셔널리즘 보도가 가진 엄청난 폐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에 달라붙은 댓글들을 보면 이제 이영돈 PD가 탐사의 대상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엄청나게 많은 불만사항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똥쑥에서부터 녹차, 라면, 아이스크림, MSG 보도 등등 이영돈 PD의 탐사 고발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은 이번 사안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일어나 다시금 문제제기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번 그릭 요거트와 광고 문제와 유사한 사건이 이미 라면 고발에서도 있었다는 주장도 들어있다. 채널A 개국2주년으로 <먹거리 X파일>에서 다뤘던 라면을 말하다에서 갖가지 성분들을 들어 시중에 나오는 라면들이 모두 해롭다고 얘기하고는 뜬금없이 라면 이름 짓기 공모를 내세워 이영돈 PD의 착한 라면1등으로 뽑았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착한 라면이란 이름은 이미 채널A가 방송 6개월 전에 상표등록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팔도에서는 먹거리 X파일에서 만든 바른 라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라면을 출시했다는 것.

 

탐사보도는 공정성과 균형이 생명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으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영돈 PD식 탐사보도의 논란들을 들여다보면 공정성과는 멀고도 먼 센세이셔널리즘이 느껴진다.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는 있지만 거기에 걸맞지 않는 행위들은 방송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은 빗나간 방송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탐사가 이제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자기 자신에 대한 탐사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것은 이영돈 PD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영돈 PD를 영입해 교양 프로그램에 새로운 기치를 세우려던 JTBC는 오히려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릭 요거트를 다뤄 논란의 불씨를 만든 <이영돈 PD가 간다>는 물론이고, 그가 출연하는 <에브리바디>도 방송 중단 결정을 내렸다. JTBC측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분노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 외부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들. 그의 회생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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