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이방인>, 미션형 예능으로는 가짜밖에 안된다

 

요즘 예능은 외국인 출연자가 대세다. 물론 과거에도 외국인 출연자들은 많이 있었지만 요즘의 외국인들은 거의 언어 수준이 우리나라 사람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 또한 대단히 높다. JTBC <비정상회담>은 바로 이 최근 외국인들의 두 가지 새로운 면을 극대화하면서 성공했다. 그들은 외국인이지만 거의 한국사람처럼 말하고 또 생각한다. 거기에 자국의 다른 문화를 얘기해주니 비교점으로서 흥미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헬로 이방인(사진출처:MBC)'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에 이은 헨리,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 아내 야노 시호, <룸메이트>에 새롭게 합류한 오타니 료헤이, <학교 다녀왔습니다>의 강남에 이어 새로 투입된 에네스 카야와 줄리안까지.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 외국인은 당연히 한 명쯤 들어가야 되는 인물군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외국인 출연자를 앞세운 프로그램이 안 나올 까닭이 없다. <헬로 이방인>은 추석 파일럿으로 들어왔다가 정규 편성된 외국인 홈스테이(홈쉐어에 가까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일단 출연자들의 면면은 괜찮은 편이다. 들어오자마자 리더가 되어버린 강남은 특유의 장난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누구든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은 자칫 어색할 수 있는 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새롭게 들어온 리비아의 아미라는 강남의 호감을 독차지하면서 쉽게 캐릭터가 자리 잡혔다. 거의 한국인에 가까운 언어능력은 그녀에게서 외국인의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후지이 미나는 출연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인물이 됐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애정공세는 그녀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조금 말은 느리지만 귀여움이 돋보이는 콩고 출신의 프랭크나, 마치 아담 리바인을 떠올리게 하는 캐나다 출신 록 가수 조이, 그리고 젊은 나이 치고 어른스러움이 엿보이는 파키스탄의 알리도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파일럿에서부터 출연했던 데이브나 레이 같은 인물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출연자들의 매력을 프로그램은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즉 카메라가 이들이 사는 일상공간으로 들어왔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구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션형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두 팀으로 나눠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고 미션이 제시되는 순간부터 이 프로그램의 자연스러움은 사라져버린다.

 

즉 일종의 구성 대본이 그 미션을 통해 느껴지기 때문에 이들의 동선이 하나의 짜여진 틀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강남이 매운 짬뽕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가 골탕을 먹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기획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찬가지로 동두천의 알리네 음식점을 찾아가고 서울대 다니는 아미라의 작업실을 찾으며 마지막에 홍대의 한 클럽에 모이는 과정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훨씬 더 자연스러우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카메라가 그들을 쫓아다니며 그 일상 안에서 그들의 특별한 면들을 발견하는 것이 훨씬 더 진정성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처럼 미션이 주어지고 일종의 동선이 파악되는 프로그램 구성은 진짜마저도 가짜로 느껴지게 만든다. <헬로 이방인>이 시청률 2%대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청률에 대한 조급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가짜처럼 느껴지는 구성 때문에 좀체 진짜가 주는 정서를 포착해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괜찮은 반응마저 가져가지 못하게 되면 시청률 회복은 불가능해진다. 일단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 이미 한물 간 미션형 예능으로는 가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비밀의 문>이 현실에 던지는 날선 문제의식

 

어떤 진실 말인가. 아비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아들에게 살인을 청부했다. 헌데 쓸모없어지니 버리려 한다. 국청에서 보여준 아비노릇은 가증스러운 연희에 불과했다. 이런 진실을 말인가?” 김택(김창완)의 숨겨진 아들 김무(곽희성)는 세자 이선(이제훈)의 추궁에 이렇게 답한다. 결국 김무는 아비인 김택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안다고 해도 자신 같은 놈을 아들이라 당당히 말해준아비의 추억이라도 갖고 죽겠다는 것이다.

 

'비밀의 문(사진출처:SBS)'

이 장면은 SBS <비밀의 문>이 다루고 있는 영조(한석규)와 사도세자의 이야기의 복선이자 데자뷰인 셈이다. 아버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아들을 이용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이 김택과 김무의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은 김택이 적어도 아들의 진심조차 계산에 넣은 것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김택은 잔인하게도 이런 바람마저 깨버린다. “천한 것들은 원래 잔정에 약하다는 말로.

 

<비밀의 문>이 영조와 사도세자의 과거 이야기를 빌어, 현 대중들이 갖고 있는 진실에 대한 갈증을 다루고 있다는 건 이미 드라마 초반부터 드러난 바 있다. 이선이 점점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버지 영조와 노론이 결탁한 사실에 근접하게 되고, 영조는 이것이 밝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끝없이 노론의 수장인 김택과 거래를 한다.

 

여기에는 두 개의 세계가 부딪친다. 하나는 정치꾼들처럼 권력을 유지하고 쟁취하기 위해 끝없이 거래하는 어른들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순진하지만 오로지 백성을 위해 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눈빛을 반짝이는 아이의 세계다. 어른들이 아비의 세계라면 아이는 아들의 세계다. 이것은 심지어 소론이면서 이선을 남모르게 도우려는 박문수(이원종)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의 그 순수함을 지켜내고 싶지만 어른들의 세계가 가진 거래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비밀의 문>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 이야기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우리가 지금껏 알던 것과는 달리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이야기가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여기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권력을 쥐기 위해 아들에게 살인을 청부하거나(김택), 아들을 살인용의자로 지목해 의금부 감옥에 가두는(영조) 인물들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들을 죽게 만들고 그 아버지와의 정이라는 진심마저도 이용하는 인물들이다.

 

조선시대의 궁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을 떼어놓고 보면 이 사극은 살벌한 가족극에 가깝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립하고 며느리는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남편을 구하기 위해 네 살 박이 아들을 무릎 꿇여 시아버지 앞에서 시위를 한다. 장인은 진실을 밝히려는 사위와 뜻을 함께 하기보다는 정치적인 이득을 놓고 모든 사건을 덮는데 앞장선다. 실로 비정한 가족(?)이 아닌가. 그리고 그 끝은 우리가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듯이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비밀의 문>은 굳이 조선시대의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까지 끌고 와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것도 역사적 기록과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나라라는 표현은 살벌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우리네 현실 그대로다. 아버지를 어른으로, 아들을 아이로, 또 아버지를 기득권층으로 아들을 서민들로, 또 아버지를 기성세대로 아들을 청춘들로 바꿔 바라보면 그 몇 백 년의 세월을 훌쩍 넘은 현재까지 또다시 재연되고 있는 비극을 실감할 수 있다.

 

각종 사건 사고 속에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한창 피어날 청춘들이 경제적 볼모가 되어 잉여의 세상에 버려지는 곳. 어버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정마저 정치적 쇼로 활용되는 나라, 그 곳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야합과 결탁의 결과로 정통성의 부족 때문에 생겨난 이 비극은 우리의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고 있는 아픔의 정체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아들로 대변되는 세대 간의 대립은 그래서 더 아프다.

 

모진 아비 만나 고생이구만.” 아비 때문에 죽음을 앞둔 김무가 이선에게 체념한 듯 던지는 이 말은 그래서 비수처럼 우리의 가슴을 찌른다. “아비와 아들, 어미와 자식들, 형제와 자매 그리고 친구. 삶은 그들로 인해 따뜻하지만 때론 모순된다.” 김무의 체념을 보고 발길을 돌리며 이선이 던지는 나직한 이 말 속에는 지금의 청춘들이 어른들에게 갖고 있는 양가적이고 모순된 마음이 아프게도 드러난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나라라니. <비밀의 문>이 던지는 날선 문제의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이유의 무엇이 대선배들을 극찬하게 하는가

 

서태지는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아이유 덕분에 잘됐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자신을 보컬리스트라기보다는 싱어송라이터면서 프로듀서라 생각한다며 내 노래를 남이 부르면 어떨까를 항상 생각하고 아이유를 떠올렸다고 했다. “10대들에게 영향 미친 건 아이유 덕을 많이 봤다. 아이유를 업고가고 싶다. 나는 아이유 초기 음악을 많이 들었다. ‘’, ‘마시멜로는 댄스가 아니라, 락킹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유의 보이스 컬러는 보물이다. 여자싱어에서 기적이다. 나보다 아내가 더 팬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아이유(사진출처:서태지 컴퍼니)'

아이유는 김창완의 너의 의미를 되살려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즉 본래 김창완의 곡인 너의 의미를 아이유가 리메이크해서 불렀는데 거기에 김창완이 자청해 피처링을 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그만큼 아이유가 재해석해놓은 너의 의미가 김창완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너의 의미를 부르기도 했는데, 한 인터뷰에서 서로에게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김창완은 아이유를 나의 청춘이라고, 또 아이유는 김창완을 나의 미래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제 가요계는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성공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미 정규3모던 타임즈에서 최백호, 양희은 등과 작업하면서 수십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신구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감성의 가능성을 우리는 이미 느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유의 목소리는 서태지의 표현대로 보물이다. 통기타 하나 들고 목소리로만 승부해도 충분할 만큼 깊고도 잔잔한 아날로그적 정서가 그녀에게서는 묻어난다. 물론 그녀의 스펙트럼은 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까지 훨씬 폭이 넓지만.

 

김창완의 너의 의미를 비롯해, ‘꽃갈피앨범에 수록된 리메이크곡 거의 대부분이 부활된 것은 마치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공존시키는 그녀의 마법 같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또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은 그렇게 흘러간 노래에서 소환되어 우리 앞에 다시 그 명곡의 얼굴을 드러냈다.

 

아이유는 초창기 시절부터 지켜주고픈 아저씨 팬들을 양산했던 가수였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단단한 가창력은 아저씨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적으로 어떤 이미지적인 효과 덕분이었다면 지금은 가수라는 본분으로서 아저씨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있다. 그녀를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그 목소리만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것.

 

무엇이 이 어린 소녀에게 이토록 원숙하면서도 단단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능하게 만든 걸까. 영락없는 소녀의 톡톡 튀고 밝은 모습 이면에서 느껴지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은 아마도 그녀가 살아낸 현실의 무게감을 말해주는 것일 게다. 그래서일까. 김창완이 너의 의미의 말미에 도대체 넌 나한테 누구니?”라고 피처링한 것처럼, 그녀의 노래를 들은 이들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넌 도대체 누구니?

 

웃긴데 왜 슬플까, <12>의 할머니들

 

일찍이 혼자된 할머니는 유난히 흥이 많아 보이셨다. 고추 수확 일을 하다 살짝 데프콘에게 한 눈을 팔던 김준호가 마치 도망친 것처럼 숨자 할머니는 갑자기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떠나버린 그 사람-”을 불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다. 그 할머니의 흥 속에 숨겨진 한 같은 것이 동시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제로 떠난 <12>은 내내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너무너무 웃긴데 한없이 슬픈.

 

'1박2일(사진출처:KBS)'

김제 신덕마을에서 펼쳐진 전원일기특집의 주인공은 오롯이 할머니들이었다. <12> MC들은 그저 거들뿐, 사실상 이 방송의 웃음도 슬픔도 따뜻한 정도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셨다. 잔뜩 주름진 얼굴에 깃든 세월의 흔적은 할머니들의 삶에 드리워진 결코 쉽지 않았을 노동의 강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럼에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서는 그렇게 해야 버텨낼 수 있었을 신산한 삶이 느껴진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도 차린 게 없어 어떡하냐고 내주시는 밥상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뭉클하게 묻어나고, 촬영이고 뭐고 카메라 들고 있는 스텝이 눈에 밟혀 밥 먹고 하라시는 말씀에는 그 분들이 살아오셨을 그 정 가득한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집안에 꺼져버린 형광등, 고장 난 노래방 기기 하나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꺼진 형광등을 다시 켜주는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할머니들의 마음 한 구석이 환히 밝아지길 기원했을 것이다. 김준호가 고장 난 노래방 기기를 고쳐 할머니와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나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우면서도 슬펐다.

 

그들과 함께 울어주기보다는 오히려 한껏 웃게 함으로써 눈물을 웃음으로 전화시키는 모습들은 그것이 바로 코미디의 본령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 와중에 가장 드러난 것은 김준호와 데프콘이다. 김준호는 그가 타고난 코미디언이라는 것을 이번 특집에서 발견하게 했다. 그는 <12>의 얍쓰 캐릭터 그대로 일은 안하고 할머니와 놀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바로 거기에서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너무 일만 하시고 사신 할머니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데프콘은 일손이 없어 벌써 제거했어야 할 잡초가 무성한 논을 보며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의 현실을 슬쩍 끄집어냈다. 그리고 힙합 비둘기다운 모습으로 할머니와 듀오(?)를 이뤄 힘겨운 노동을 힙합으로 풀어냈다. 할머니를 업어주고, 방에 잠시 뉘이게 한 후 자신은 다시 논으로 와 혼자 잡초를 뽑는 모습에서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많은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농촌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12>의 전원일기 특집은 최고의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과거 2009년도에 경북 영양 기산리에서 했던 집으로특집 이후 가장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12>을 보여주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은 눈물을 쏟아내던 출연진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했던 그 기억을 이번 전원일기특집은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번 전원일기 특집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농촌에서 벌어진 12일 간의 풍경은 왁자한 웃음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그 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먹먹한 슬픔을 보여준다. 마치 채플린처럼 김준호와 데프콘은 그 안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나눈 웃기면서도 슬픈 정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다. 2009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장면들은 또한 오랜 여운으로 두고두고 얘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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