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주의 드라마 (76)
주간 정덕현
‘모래에도 꽃이 핀다’, 드디어 꺼내놓은 이 드라마의 찐한 매력 “그래 내 니한테 물어볼 거 있다. 내가 그 날 경기 끝나고 나서 바로 니한테 물어볼라 캤거든?”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김백두(장동윤)는 오유경(이주명)과 함께 임동석(김태정)을 찾아온다. 거산군청에서 형 동생 하며 김백두와 지냈던 임동석은 씨름 유망주로 다른 팀에 스카웃됐다. 그런데 거산군청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했던 김백두와의 시합으로 갖가지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그 때 임동석을 지도했던 코치가 사망한 채 발견되고, 그 코치가 죽은 것이 불법 도박에 손을 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즉 김백두와 한 그 경기에서 코치는 임동석에게 일부러 져 달라는 승부조작 요구를 했고 그것으로 도박을 했는데, 결국 임동석이 이기면서 다..
‘웰컴투 삼달리’, 이 멜로라 휴먼을 품는 방식 “아, 여, 여보, 여보, 아.. 여보, 나, 나 뭐라 그래야 돼? 뭐라 불러야 되지?”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제주 고향집으로 내려온 조진달(신동미)을 찾아온 전 남편 전대영(양경원)은 저도 모르게 ‘여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물론 그 먼 곳을 달려와 집앞을 서성이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갑자기 나타난 조진달에게 당황해서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그 말은 전대영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잘 드러낸다. 전대영은 AS그룹 재벌가의 막내다. 그런 그가 싸움 잘하고 머리도 좋은 쎈 언니 조진달에게 마음을 빼앗긴 건 비행기 안에서다. 승무원이었던 조진달이 난동을 피우는 진상 승객을 한 방에 제압하는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결혼까지 했지만, 갑질이 일상인 재벌가는 조진..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 멜로에 담긴 만만찮은 문제의식 “입시 미술도 지겹고 말 많은 애들도 질색인데 여긴 뭔가 좀 다를 거 같아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태호(한현준)는 차진우(정우성)가 아트센터에서 농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수업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수업을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말로 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할 수 있는 수업을 굳이 태호가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말 많은 애들도 질색’이라는 이야기 속에는 그를 둘러싼 폭력적인 세상이 담겨 있어서다. 태호는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일진들에게 당하는 피해학생을 보다못해 선생님에게 그들과 분리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오히려 폭력의 대상이 됐다. 불의를 그냥 넘기지 못해 나선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불똥이 되어 돌아온..
마음껏 사랑하세요... 로운과 조이현이 선사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엔딩 ‘마음껏 사랑하세요.’ KBS 월화드라마 은 엔딩과 함께 그런 자막을 덧붙였다. 멋드러진 성곽 위에서 서로의 생사와 사랑을 확인한 정우(로운)와 순덕(조이현)이 서로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볼 때 카메라가 뒤로 쭉 빠지며 해지는 그 아름다운 전경을 담는다. 슬슬 날아다니는 눈발.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그간 16회를 달려오며 시청자들을 눈호강시켰던 달달하고 코믹하기도 한 명장면들이 스틸컷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거기에 흐르는 엔딩음악이 어딘가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법한 곡이다. 종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고 창밖으로는 눈발이 날릴 것 같은 느낌의 노래. 마치 현대물의 로맨틱 코미디 엔딩에서 종종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퓨..
KBS 월화드라마 ‘혼례대첩’, 웰메이드 사극의 저력 [엔터미디어=정덕현] “가슴이란 본디 무서워도 뛰고 한낱 북소리에도 뛰는 것 아닙니까?” 순덕(조이현)을 연모하는 마음 때문에 혹여나 그녀가 시어머니인 박씨부인(박지영)에게 해를 당할까 두려운 정우(로운)는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그의 가슴이 뛴 건 순덕에 대한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두려움이 있다면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일 뿐이다. KBS 월화드라마 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느새 이와 같아졌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기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의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정우와 순덕의 애틋한 사랑을 마치 내 일인 듯 빠져들어 보는 마음이 그렇고, 이들에게 닥칠 위기의 순간을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마음이 ..
‘이재, 곧 죽습니다’, 재난부터 학원물, 조폭누아르, 멜로까지 없는 게 없네 이 작품 신박하다. 시작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취준생 이재(서인국)의 아픔을 다루는 사회극처럼 보이더니, 금세 저 세상이 등장하고 다짜고짜 나타난 죽음(박소담)이 그에게 12번 죽을 기회(혹은 살 기회)를 제공하고, 그래서 다른 이의 삶으로 회귀해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삶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끝없는 학교폭력 앞에 죽고 싶어하는 학생의 몸에 들어가기도 하며, 보스의 돈과 여자를 훔쳐 추격을 당하는 조폭에, 돈 때문에 뺑소니범 대신 감옥에 들어간 격투기의 꿈을 가진 사내의 몸에 들어가기도 한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는 이처럼 회귀물을 죽음과 환생이라는 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조선도 현대도 일하는 이세영이 빛나는 이유 “박연우란 이름은 늘 내 것이 아니었소. 그래서 부러웠어요. 새 조선 사람들이 누구든 제 이름으로 사는 것이.” MBC 금토드라마 에서 박연우(이세영)가 그렇게 말할 때 불쑥 이세영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의 성덕임이 겹쳐진다. “여기선, 내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설령 사소한 거라도 좋아. 선택이란 걸 하며 살고 싶어.” 어린 성덕임은 자신의 이름으로 서는 주체적 삶에 대한 갈망을 그렇게 표현한 바 있다. 에서 성덕임이 이산 정조(이준호)의 구애를 받으면서도 세 번이나 거절의 의사를 표한 이유는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내며 자신을 거부하는 성덕임에 오히..
‘혼례대첩’, 이 퓨전사극은 무엇이 달라 정주행을 부르나 퓨전사극은 뻔하다? 글쎄 적어도 KBS 월화드라마 은 예외다. 아니 예외 정도가 아니라 이 퓨전사극은 과거의 것들과 확연히 선을 긋는 진화의 면면들을 갖췄다. 거기에는 몇 가지 근거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옛이야기 사극’을 흥미롭게도 복원해냈다는 점이다. 사극하면 언제부턴가 옛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와 관련된 어떤 것이라는 경향이 생겼다. 역사를 제대로 다루는 정통사극, 역사와 상상력을 적절히 섞은 퓨전사극, 현대적 장르를 옛 역사적 시공간에서 재해석하는 장르사극 등등. 그래서 역사에 무게를 주면 무거워지고 상상력에 무게를 주면 가벼워지는 방식의 사극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사극 중에는 처럼 옛이야기나 설화 등을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